함경도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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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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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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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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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개도 잠든 밤 3

DUMMY

그러므로 5시 이전에 적이 깔아놓은 매복의 사소한 지형지물이라도 사람이 들어간 곳을 기억했다가, 적이 엎드려도 거기를 가늠해 쏴야 한다. 쏘기 전에 세밀한 관측이 중요하다. 곽중사님이나 나나 적외선이 없다.


적외선은 화기 사수 조준경과 중대장이 쌍안경으로 가지고 있다. 중대장은 그 쌍안경까지 일단 RPG와 201 공격조에 주었다. 여명이 오기 전에 적 위치를 세심히 관측하라는 것. 작전무전기 96k는 남은 것이 별로 없어 지휘조와 공격조만 가지고 있다. 96은 뛰다보면 사라지고 어디 떨어지고 충돌하면 금방 고장 난다. 우린 무전이 없다. 고로 곽중사님과 나는 단독이다.



‘소음 있어...’


적 매복선에 소음이 있다. 산길을 따라 매복을 깔고 있는 적이 저 앞에 좌에서 우로, 건너편 능선에 우리 3개조, 나와 곽중사님이 제일 높은 위쪽, 중대장님이 그림자를 보고 세 돌출부를 찍었고, 50~70미터 정도 벌어졌을 저 아래 지휘조, 더 아래 RPG 공격조가 있다.


그리고...

나와 곽중사님은 더 앞으로 나가기로 했다.


“우리가 팀원들을 다시 만나다는 보장은 항상 없어.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사격이 시작되면 중대장이 놀라겠지만, 그렇다고 뭐랄 수도 없어. 잘 끝나서 우리가 다시 모이면, 어림짐작으로 앞으로 나가게 되었고, 자리를 깔고 나서는 더 이상 이동이 불가능했다고 둘러대면 돼. 우리가 일부러 앞으로 나갔다고 생각하겠어?”


일부러 나갔다고 생각하죠. 중사님 같은 성격은. 충분히 모두 추측하죠. 지금은 다혈질이고 무엇이고 그냥 하는 말일 뿐이지, 난 곽중사님이 죄책감을 이런 식으로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중사님 말을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나도 거부하지 않는다.


우리 총의 안정적인 사거리 200 이하로 최대한 붙자는 것. 그러면서 위치가 (섬광이 보여도 몸을 가릴 수 있는) 엄폐물이 있고, 무엇보다도 적 매복이 전체적으로 잘 보이는 곳이 필요했다. 우리 둘이 퇴출을 시작하면 더 내려왔기에 길게 위로 뛰어야 한다. 그때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믿는 건 하나다.


‘존나게 달리는 놈 못 맞춰. 얼마나 존나게냐가 문제지.’


수목이 있는 이런 상황에서 과감하게 뛰는 거다. 단순목적은 거리 벌리기. 추격을 당하고 뒤에서 쏠 때, 우린 허리를 구부리고 뛰지 않는다. 힘만 더 들고 거리를 벌리는 데 불리하다. 안정적으로 길게 지속하는 것이 유리하다. 갈 방향 선택. 처음에는 겁을 먹어 미쳐라 뛰었다. 손해다. 힘만 더 든다. 그냥 허리 펴고 속보로 간다. 그래서 맞으나 1미터 낮은 상태에서 맞으나 누가 조준하고 있으면 다를 것이 없다. 평지와 내리막은 가벼운 조깅, 급경사는 속보. 등 뒤로 멀어지는 총소리를 들으며 현 상황을 직감한다. 아무리 가도 총소리가 크게 멀어지지 않으면 추격당하는 거다.


우리 역시 공격조와 지휘조가 자리 잡으러 들어가는 소리 못 들었다. 원래 못 듣는다. 훈련 때 다른 팀을 만나도 짧은 거리에서 감지한다. 하던 대로 할뿐, 우린 우리를 모른다. 영화에서 조용히 기습하는 장면에서 너무 터벅터벅 걷거나 뛰는 것이 거슬린다. 밤에 저게 얼마나 크게 들리는지 감독이나 스태프가 모른다. 몸에 힘을 주고 걸으면 소리도 커진다. 가벼워야 한다. 다가가서 딱 한 번 이빨로 물어뜯어 버린다.


“너무 온 거 아냐?’


곽중사님의 치아가 보인다. 웃어?


상대가 충분히 보이는 거리, 엄폐물 적당하다. 최적의 장소다. 하지만 선을 넘은 것 같다. 뒤를 돌아보니 저 능선을 넘어야 퇴출이란 불안감이 온다.


우리가 조용히 능선에 도달했을 때 밤눈으로 가늠해 바로 아래 장소를 찍었다. 헌데 내려가 보니 좀 아쉽다. 길게 설명할 것도 없이, 정확한 사격이 힘든 장소였다. 곽중사님이 보다 저 앞에 자리를 찍었다.


지형이란. 내려다보는 것과 저 아래에서 수평으로 보는 지형이 또 다르다. 내륙전술에서 유명하고 거대한 산에 들어가면 정말로 어이없게 빙빙 돈다. 경험 없는 사람들은 그렇게 빙빙 돌다가 더 이상 길이 없다고 생각하고 그 자리에 앉는다. 그 순간 이미 조난 된 거다. 심하면 죽는다. 새로운 길을 간다고 생각하다가 결국 피드백하는 일이 종종 깊은 산에서 일어난다.


우리 둘은 정말 천천히 이동해 거기 도달했다. 그리고 우리의 눈짐작이 가진 오차를 발견했다. 적 매복이 깔린 장소와 150미터 정도로 너무 들어와 버렸고, 이건 야간매복이 아니다. 여명이 교전시점이다. 퇴출에 엄청 힘들어진다. 밑으로 내려와 보니 엄청 가파르고 생각보다 노출이 심하다. 모골이 송연했다.


‘여기서 등을 보이고 퇴출해? 필시 맞는다.’


모든 게 명확해졌을 때 곽중사님 치아가 보였다. 그리고 천 덮개를 들어 야광시계를 보였다. 되돌아갈 시간이 없다! 산 아래서 총성 폭음 없었다. TOT가 가까워오자 예상대로 저쪽에서 소음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오늘밤 아무 것도 없다 이거다. 없긴 뭐가 없어. 응?


엎드려쏴. 어깨 견착. 거리 확인. 최초 사격 1번부터 5번까지 확인.

무슨 소리가 나나? 너무 고요하니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스르륵. 눈이 여명이 터오는 동쪽 파란하늘로 돌아간다. 나. 나. 내가 여기 있다.


스키니. 캔버스. 더블 재킷, 하지만 짧은 머리. 쪽팔려서 롱패딩은 못 입는다.


주방에서 고기와 야채를 씻을 이른 시간의 다운타운. 발길이 적어 다소 어두워 보이는 거리 어디서, 어디서 Rock'n Roll이 들린다. 발걸음을 멈추고 그 건물 앞에 선다. 들리는 듯 안 들리는 듯... 그 나지막한 고동이 사람을 사로잡는다. 뒤집어지고 싶다.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 땅을 때리는 쟁반 같은 둥 둥 둥 둥 베이스 소리. 근원은 지하가 아니라 위층이다. 발이 계단을 오른다. 점차 소리가 커진다. 계단을 다 올라서자, 2층 오른쪽 카페 유리문이 베이스와 드럼에 파르르 떨리며 울고 웃는다. 곧 유리문이 빵처럼 부풀어 터질 것 같다. 노래의 강력한 후렴이 터지기 직전, 발을 도약하며 손을 뻗고, 드디어... 문이 열리자 스피커가 둥 둥 둥 둥 내 귀를 패고 강력한 일렉기타가 울기 시작한다. 다른 세상. 엄청난 고음. 이제 몸이 미쳐 날뛰기 시작한다.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 거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펑!!!

슈우우욱~~!!!


와오, 씨. 존~나게 멋있다.

펑!!! 꼬리에 불꽃을 튀기며 날아가는...

불꽃놀인가! 오, 심장이 터진다.


공격조가 RPG를 쐈고, 펑~~ 소리에 나도 모르게 조준경에서 눈이 떨어지고 로켓이 직선으로 불꽃을 튀기며 날아간다. 순간이지만 난 봤다. 불꽃은 파란색도 있고 노랑 빨강도..

펑!

쉬익~~~ 꽝!

곧 다시, 펑! 쎄에엑~~~ 꽈릉!


이어 유탄이 깡통따개 소래를 내며 펑! 펑! 펑! 속사... 유일하게 별명이 어정쩡한 주특기. 띠따, 돌폭, 물어물어 따까리, 돌팔이... 화기는 없다. 있는지 없는지 그냥 그렇다. 하지만 진짜 볼만한 건 화기였다. 우리 쪽에서 적을 향해 날아가는 것만 봤다. 옆에선 처음이다. 광경 죽인다...


“시간 쳐 남아 도나!”

곽중사님 소리치고 단발로 쏘기 시작한다.

옆에서 첫 충격에 흔들...

“한 마리! 씨발... 놈아.”


떨린다. 이제 맞춰야 한다. 어깨에 개머리판을 눈은 접안구로. 허나 이 정도는 쓸 만하다. 전입 1년차 사격 날이라는 공포, 사격장 날의 가는 공포, 점수 낮으면 개갈굼 공포, 사선으로 올라가는 후덜거리는 다리의 공포, 공포의 최고봉 지역대 ATT 측정사격... 손이 덜덜 떨리는 경험...


‘휴... 떨려도 만발(100%)이지... 언제나...’


재빨리 사이트의 세계로 들어가니 방금 전보다 놈들이 더 엎드렸다. 하지만 우리를 향한 엄폐가 아니다. 로켓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돌려져 있는 머리! 노출된 몸! 너...


철커덕... 첫 발이 나가고 사이트 안의 면상이 땅에 푹 쳐 박힌다.


‘즐거웠냐...’


시작. 사이트는 청색으로 물들고, 난 그 청색 안에서 미묘하게 움직이는 피사체를 찾아 ‘정확히!’ 덜컥, 당긴다. 아니 당기지 않는다. 보고 있으면 곧 알아서 나간다. 총이 덜컥 진동하면 또 찾는다. 당긴다. 총구가 들리고 탄피가 튄다. 내 조준점 면상이 땅으로 푹 꺼지고, 또 찾는다. 검은 머리 짐승 대가리에 피가 범벅이 돼야 맛이지? 카, 피 냄새가 코에 온다... 어, 안 보인다. 찾기 힘들어진다. 앞서 봐뒀던 은폐 자리를 조준한다. 내가 봤던 그 자리! 엎드려 있을 거야! 넌 뒤졌어, 쏴!


‘어디냐... 너... 그래...’

이때 왼쪽에서도 펑! 쉬이이이익 꽝!

밑에서 산으로 올라간다.

‘어...’

RPG 배틀이야?


이제 근사한 물건들이 사라진다. 뭐라도 찾아 조준. 어? 다리! 쏴! 저 그늘, 쏴!


드디어 풀린다. 편하게 하자, 편하게 하자... 했지만 편하지 않았다. 몸통에 잔뜩 힘을 준 상태에서 한 뼘짜리 호흡을 하며 깊은 호흡이라 착각했다. 얼굴에 땀이 흐르고 호흡이 풀린다. 맥이 풀리는 것도 같지만 난 쏜다.


‘저거. 그늘 그림자에 어깨선! 쏴.’


지극한 화약연기. 화약 잔유물 냄새. 침을 삼키려 해도 입안에 물기가 없다. 와중에 뒤쪽 높은 곳에서 지휘조 쏘는 소리가 들린다. 총성이 하도 많아, 누가 누구를 쏘는지 모른다. 드디어 적 일대에서 총구섬광들이 번쩍 번쩍. OK! 섬광을 보고 살짝 왼쪽을 조준해 당긴다. 개머리판을 어깨를 밀고, 슬로우비디오처럼 노리쇠가 후퇴하며 덜커덕. 관측. 효과가 온다. 내가 쏘고 섬광이 더 이상 안 나오면 맞은 거다. 넷!


“RPG 섬광 보고 쏴봐!”

“옛!!!”

사이트를 RPG 나온 부근에 대고 준비...

하지만 사이트 안에서도 뭐가 계속 터진다.

귀가 식별한다. 201 유탄. 거리 때문에 곡사로 쏜다.

오른쪽 아래서 총소리가 늘어나네?


상황은 급변한다. 저 아래서 총소리와 구분되는 소음. 밑에 깔았던 병력이 증원으로 뛰어 올라온다. 고함 소리. 늘어나는 총성... 시간이 꽤 지나갔다. 잠잠. 어? 저 산에서 우리 RPG가 발포하지 않는다. 탄이 끝났다! 그럼 퇴출이다!


‘우린 어디로 가???’


우리 갈 길을 말하기 전에, 밑에서 산길을 따라 뛰어오던 적들이 길에서 벗어나 우리 공격조와 지휘조가 있는 쪽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공격조는 총성이 멎었는데, 지휘조가, 분명히 지휘조가 쏜다. 놈들이 뻔히 올라오는 걸 보고 있는데 아직도 쏘고 있다. 빠져야 한다!


‘아, 우리더러 가라는 거야. 엄호한다고...’


순간판단. 가팔라도 적은 저기 금방 오른다.


‘안되는데?’


곽중사님이 날 쳐다본다.


‘지휘조 왜 저래.’


딱 따닥. 탁. 픽. 우리 쪽으로도 총알이 날아온다. 머리 위로 붕붕 탄두가 뜬다. 중사님이 손가락으로 지휘조를 향해 오르는 놈들을 지시! 그리고 다시, 왼쪽의 우리가 내려가던 산길을 강하게 세 번 찍는다. 알아들었다. 연결동작으로 총을 들어 탄창을 툭툭 친다.


[지휘조 퇴출을 엄호. 이 탄창이 비면 우리는 저 산길로 올라가 뛴다.]


산길에 올라서는 데만 성공하면 훨씬 빠르게 튈 수 있다. 내려온 곳을 다시 올라가는 건 도박이다. 중사님 생각이 맞다.


곽중사님이 저 위의 지휘조에게 의사를 전달한다.


이중휴대한 AK를 한 탄창 공중을 향해 자동으로 드르르르르르르륵 갈기고, “에이 씨.” AK를 던져버렸다. 또 웃는다. “총은 잘 나가.”


말이 가슴에 징을 박는다.

다섯 중 한 명이 항상 하던 말. 총은 잘 나가...


흑색화약 향기.

드디어 탄창이 내 손에서 빠져 180도 돌아간다.

삽입. 탄창 밑을 퍽! 치고 노리쇠 전진!


탄창을 밑에서 퍽 치니 기분이 좋다. 아까 능선을 내려가기 전에 잠시 쉬면서 탄창을 확인하는데, 나도 모르게 탄창을 뽑아 위쪽 실탄 두 발을 엄지로 뒤를 향해 밀었다. 탄창을 탁탁 치고 싶은 버릇. 미국계열 소총을 사용하는 지구상의 모든 군인들이 하는 행동.


‘일단 더 맞춰!’


움직이는 그림자를 따라가다 잠시라도 멈칫 하면, 쌔꺄! 푹석... 점차 목표를 찾기가 힘들어진다. 완전히 엎드려서 대항하고 있다.


누가 던졌는지 저 앞에서 수류탄이 꽝! 터진다.


나도 모르게 얼굴을 땅에 박았다. 이제 조준경 사격이 위험하다는 기분... 사이트에서 표적을 찾을 수가 없다. 적이 가까이 붙으면 사이트는 무용지물. 아니나 다를까 곽중사님이 몸을 돌려 눕더니 조준경을 떼려고 나사를 돌린다. 나도 사방 두리번거리며 사이트를 떼려 나사를 돌린다. 조금 더 지나면 지향사격 밖에 안 된다. 조금 더 지나면 사이트 안에 사람이 커지면서, 지나가도 휙~ 사라지고 자칫하면 놈들 눈깔이 가득 찰 거다. 가까운 사람을 조준경으로 찾으면 잎사귀가 존나게 크게 보인다. 이제 지향사격 아니면 가늠자 가늠쇠...


이게 무척 애매한 것이... 조준경을 단 상태에서 적이 한 20미터 거리로 다가서면 조준경으로 잡을 수도 없고 - 당연히 가늠자 가늠쇠 조준사격도 안 된다. 딱 하나만 된다. 지향사격. 20미터면 내가 쏜 탄의 탄착을 보면서 지향사격도 힘들다. 적이 50미터 안쪽으로 파고들 때 아예 조준경을 떼고 직접조준 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적이 붙으면 조준경으로 시야가 좁아져 뒤통수 맞을 가능성이 있다.


조준경을 떼서 넣기 전에 한번 넓게 망원경처럼 둘러봤다. [‘여유’란 단어가 떠오르면 전체 전황을 확인하라. 정황을 모르면 공적을 쌓고 고립된다.] 누가 쐈는가. 누가 쐈지? 지휘조? 너부러진 인간들. 움직임이 멈춘 인간들과 렌즈에서 신음이 들리는 인간들. 우리 앞 소대는 움직임이 거의 없다. 사격의 우위. 기술의 우위. 그리고 거기에 더해 일말의 측은함이 없다. 복수는 100배, 500개의 무덤을 파는 거다. 아침 못 먹겠네? 항문 열리고 똥 터지고 플라그 없는 젊은 치아는 땅속에서 백년의 고독을 씹으며 썩어라.


조준경을 넣고 동녘을 본다. 날이 더 밝아진다.


“곽중사임!”


아직 돌려 낀 탄창이 안 끝났다. 곽중사님이 두 번째 결합탄창을 툭툭 치고 산길을 찍고 노려본다.


[이 탄창 다 쏘고, 새 탄창을 갈아 끼고 출발한다.]


오싹하다. 몸이 떨린다. 이제 내 사격은 덜 정밀해졌다. 어지간히 뭐가 휘~ 하면 바로 쏜다. 이제 가늠자 가늠쇠에 걸어 당긴다. 하지만 조준경을 떼자 시야가 넓어졌다.


틱!!!

노리쇠가 멈춘다. ‘왔어.’ 버튼 누르고 탄창은 밑으로 떨어지고 난 두 번째 것을 더듬는다. 다시 결합하고 노리쇠 전진!


‘이 양반이?’


난 곽중사님에게 손을 뻗어 툭툭 쳤다. 중사님이 고개를 끄덕 끄덕, 돌아보지 않고 탄창을 새것으로 바꾼다. 다시 돌아오는 급한 눈.


[내가 쏘고 너 먼저 뛰어.]


말하고 자시고가 없다.

난 산길을 지시하고 방아쇠 당기는 시늉.


[저 위에 도달해서 내가 엄호사격. 날 지나쳐 계속 뛰십시오.]


고개를 끄덕인다.

헌데, 중사님이 또 웃는다.

‘참 이상한 사람이야.’


군대에서 빨리 걷거나 뛸 때 가장 짜증나는 곳. 물 마른 냇가. 물이라도 있으면 발조심이라도 하지. 마른 냇가는 돌들이 군화를 굴리고 휘청~ 여기저기 푹푹 꺼진다. 발 끼면 좆 된다. 달려!


힘들지는 않다. 난 날아간다. 귀에 아무 것도 안 들리는 것 같다. 이 개 적같은. 골창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야 한다. 산에서 항상 그렇다. 신나게 내려갔다 뭐 빠지게 올라가고 반복. 어서 저 위로! 저 산길로!


산길로... 산길로...


바닥에 고무인형.

헤드샷.

저 새끼, 우회하고 있었네.

누가 쏜 거야. 지휘조?


난 고개를 돌려 저 멀리를 본다.

숨은 헐떡이지만, 갑자기 내가 멈춘다.

파르스름한 동녘. 뭐가 사방을 때린다. 총알.

때릴 때마다 내 몸이 자연적으로 띠릭 띠릭 움츠린다.


하지만 난 본다.

다섯 명도 봤겠지.

저 아름다운 파르스름을.


나도 모르게 내가 씨익 웃는다...

뭐지?


“그래가꼬 죽겠나! 뛰라 마!!!”


오! 곽중사님.


우린 사격이고 뭣이고 사력으로 급경사를 뛴다.

또 안다 우린. 우리는 도망치기 위해 뛰지 않는다.

저기 올라가서 더 쏜다. 정확히. 더 잡어! 더! 더!

매복소대는 잠잠해졌다. 이제 올라오는 놈들이다.

더 밝기 전에... 후미경계조, 적 차단. 거부. 지연.

나무에 의탁해서 서서쏴 좀 하고 싶다.


뛸 때 제정신이 돌아온다.

그래 다시 뛰자. 또 뛰자.

미쳤다.

신난다.


“조!!! 국!!! 해!!!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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