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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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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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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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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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게릴라 불면의 밤 5

DUMMY

게릴라 불면의 밤



포성이 모두를 자극한다. 이제 대원들은 포성을 구분한다. 두 가지가 울린다. 터지는 것은 아군이 쏜 거이고, 발포음은 북한군이 쏘는 거이디. 안 그래 동무! 두 소리는 확실히 구분된다. 그리고 계산한다. 자꾸 화기 주특기에게 물어본다,


‘155mm 최대사거리가 얼마냐?’

‘105mm는?’

‘K9은?’


하지만 K9은 무작정 쏘는 자주포가 아니다. 주로 구형 포들이 쏘고, 아군 포병 레이더에 북한군 포탄의 궤적이 잡히면 K9 대-포병사격으로 그 자리에 폭사 당한다. 그걸 모르면, 그걸 염두에 두지 않은 북한군 포병 지휘관이라면 부대원과 야포 엄청 말아 먹은 거다. 현재 북한군 야포는 최전선에서 혼자 다섯 발 못 쏜다. 그 자리에서 대포병레이더에게 죽는다. 총알과 수류탄이 아니다. 그냥 박살! 박살이 나고 가루가 되는 거다.


쾅. 궁 궁 궁. 덩 덩. 우르르. 꽈릉!


‘저기 우리가 있다. 아군이 있다. 올라온다.’


소리만 들어도 뿌듯하고 배가 부르다.


‘다 때리 빠!’


정작 아무도 놀라지 않고 관심이 없다. 하지만 외국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가장 유심히 살 떨리는 숫자를 보는 건 중국과 일본이 아닐까. 바로, 현역배치 2천 대가 넘는 K9 자주포. 다른 나라에서 보면 미친 거다. 이 좁은 땅에. 물론 북한 야포가 많기에 어쩔 수 없다는 이유에서 미국이 허락을 안 할 수가 없었다.


K9은 최근 인도와 파키스탄 국경분쟁에서 가격대비 최고의 성능임을 인도가 체험했고, 인도는 K9으로 신속정확하게 쏴서 파키스탄을 좌절시켰다. ‘자주포가 필요해.’ 하지만 무척 비싸다. 맛을 본 인도는 최대한 빨리 계약 대수를 뽑아달라고 한국에 요청했다.


더욱이 인도가 놀란 것은, 항상 지연되기 마련인 K9 현지 조립출하를 한국이 지킨 것, 심지어 계약기간 보다 빨리 출하되었다. 한술 더 떠서, 한국은 기술이전도 상당한 수준으로 해준다. 서양은 절대로 안 해준다. 세계 최고라는 독일제 자주포를 살 필요가 없다. K9 광학과 사격통제 시스템은 계속 업그레이드된다. 냉정하게 말하면 가격 대비 포함, 현재 세계최고라고 해도 시비 걸 나라 별로 없다.


K9이 전부가 아니다. 기존 자주포 곡사포 견인포 4천 대가 넘는다. 우리가 어느 나라에 대하여 침공할 가능성이 있는 나라라면 공포 다름 아니다. 하지만 우린 북한군을 두려워하는데 많은 정력을 낭비한다. 북한이 떼를 쓸만도 하다. 다만, 우린 모른다. 우린 너희가 위험하니까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쿵. 쿵쿵. 우르르...


저게 K9 소리라면, 북한군 야포 급조포상이 박살 나고 있는 거다.


이제 기갑여단 정찰대를 만나야 할 순간이다. 식기에 똥국에다 적당한 반찬만 먹어도 감격할 순간이 오고 있다. 하지만, 지휘관이 전문을 받기 전에 보게 되는 통신주특기 부사관의 표정. 부사관은 전문이 아닌 대대장 눈을 봤다.


사령부는 북상 명령을 내렸다. 따로 정찰감시 보급선교란 부대를 침투시키느니 기존의 생존 병력에게 작전을 지속시켰다. 명령. 거기에 물음표는 없다.


그래도 좋다. 올라왔다는 것이 좋다. 곧 만난다.


‘저 포성이 안 들리냐? 귀에 뭐 박혔냐? 사람을 배신해? 우린 너희 사민들, 당원인 거 확인하고도 주먹질 한번 안 했다. 잡아도 다 풀어줬다. 우리가 뭘 해달랐냐. 그래. 여기서 우리에게 죽은 북한군의 가족이라면 이해는 한다. 하지만 까놓고 말해서 너희들에게 군대와 안 연결된 집은 하나라도 있어? 너의 아들도 우릴 죽이려 든다. 매너를 똥으로 갚아? 사람 등을 쳐? 아니지. 원래 등을 칠 사이였고, 우리가 착각한 거지. 우린 처음부터 지금까지 안 맞는 사이였어. 아무렴.’


이제 숨지 않는다.

길로 걸어간다.

오랜만에 행군종대.


부대 철수하는 거 봤다.

경무나 안전원은 남아 있나?

그래봤자 총은 넘치는 나라.


“어디서 소 울음이 들리는데.”

“저기 외양간 같습니다.”


대대장은 차분하고 온화한 미소로 손가락을 따라간다.

S-3는 누추한 말을 해야 함을 알았다.


“소를.”

“음?”

“소를 끌고 갑니까?”


대대장은 말이 없다.


“담배 하나 드립니까?”

“말한 김에 줘봐.”


라이터는 켜지고, 대대장은 하늘로 한 모금 내뿜는다.


“끌어.”


둘 서로 창피한 감이 없지 않다.


“웃기지?”

“좀 그렇습니다.”


“세상 돌고 도는 거야. 뭐가 어때. 소 끌고 가는 거 한국전쟁의 전통 아니야? 가다 잡아먹자.”


말하는 서로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공화국에서는 소 잡아먹으면 최고, 사형 아닙니까?”


농담이었지만 대대장 웃음기가 빠진다.


“게릴라 빼고.”


“안 준다고 버티면 어쩝니까.”


대대장은 다시 한 모금 길게 허공으로~~~

차가운 눈이 그 연기 끝에 정면으로 내려온다.


“작전.”

“말씀하십쇼.”


"내가 세상 돌고 돈다고 했지? 어때?“

”네?“


“옛날. 그 옛날 말이야. 지리산 양민들은 어떻게 보상을 받나? 생존자는 다 돌아가셨겠지? 그때 소년 소녀나 되었어야 지금 노인이니까. 어떻게 보상을 받지? 잊히면 끝이야? 그 고통을 평생 삭이다 죽은 분들 많아. 공비에게 총 맞아 죽고 칼에 찔려 돌아가시고, 그 소년 소녀들의 어머니, 아버니,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이모 고모였어. 집안에 국군이나 경찰이 있다고 죽이고, 죽이는 게 아니라 살해지. 살해. 살인. 세월 지나면 땡이야? 말 못 아아들어? 내가 말했잖아. 작전!”


“네.”


“소를 안 주겠다면 목숨과 바꾸라고 해.”

“......”


“우리도 우리 목숨 패로 쓰니까.”

“......”


“지금 나는, 옛날 지리산 백운산 아래 민가에서 일어났던 일을 생각하고 있던 거야. 마지막 공비는 60년대 초까지 갔지. 그놈들 이해가 가지 않아? 그 뒤로 무장공비도 이해가 가지 않아? 소가 어때서? 울진 삼척. 강릉. 춥고 굶주리고, 우린 소가 필요해, 까짓거, 우리 대대원 일곱 분께서 소를 선물하고 가셨다 생각하지 뭐.”


“......”


“소를 안 주겠다면 내가 직접 내 권총으로 하지. 줬으면 받아야지. 지리산을 받아야지. 하지만 우리가 그냥 죽이겠대? 소를 사랑하면 소 대신 죽으면 되지 뭐. 그래도 싫으면 내가 쏘고, 소는 놔두고 간다. 내가 한다고 약속할게.”


“알겠습니다.”


“다시 말하지. 지나면 끝이야? 저 사람들 다 알아. 누가 일러바쳤는지. 모르겠어? 밤에 꼼지락거리는 소리만 나도 서로 다 아는 처지에? 옆집 소음에 민감한 동네야. 그 5호담당제 같은 것이 수십 년. 뭘 숨길 수 있는 사회가 아니야.”


“맞습니다.”


“창피해서 그런 건 말 안 하지. 그때 공비들이 뭐 강간은 안 했겠어? 미성년자 성폭행 없었겠어? 부녀자 성폭행 없었겠어? 남부군만 읽고 착각하지 말라고. 공비지만 군기 철저했다 그래도 그런 놈은 있는 거야. 그 당시는 그런 말을 하면 여자 매장되니까 증언 들어도 공개 안 했을걸. 별짓을 다 하는 거야. 농민 끌고 가서 빨치산 만들어 국군에게 잡혀가고 가족 작살나고.”


“많아겠죠. 그런 거.”


“그때. 그 시절. 사실 나도 잘은 모르지. 피해자 다 죽고 파산하기 전에 이렇게 기회가 왔을 때 조금이라도 갚는 거지. 복수 못하면 병신이야. 뭐가 특이해? 항상 생각하잖아. 귀신은 뭐하나. 731부대 인간들이 살아서 무슨 벌 받았어? 인생 그렇잖아? 이승의 일은 이승에서 갚아야 해. 못 갚으면 쪼다.”


무릇, 사람은 길게 대화하고 볼 일이다. 작전장교는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었다.


“대대장님. 혹시. 지리산에 과거가 있으십니까?”


“아니. 있다면 더욱 못하지. 없어. 창피하잖아.”


“예, 알겠습니다.”


“타올 같은 두꺼운 천 있으면 하나 가져와.”


“쓰시렵니까?”


“아니. 관자놀이에 대고 방음처럼 쓰게.”


“무성총이 있는데...”


“나이 먹은 내가 해야지. 그리고 그런 건 권총이야.”


“어차피 유성총 아닙니까?”


“그래도 지휘관 군복에 뭐가 튀면 되겠어?”


대대장은 K7을 쓸 생각이 없다.

상징은 무음 처리 기관단총이 창피하다.


주임원사가 소리친다.

“모포 털 듯이 털어라. 빠악. 빠악.”


“완전히 다요?”


여기도 굶긴 하지.


“그래 다! 나중에 올라가는 인민군 차량 털던지 하라 그래.”


“저 소도 평생 할 만큼 했다. 쉬어야지.”


“달구지 있으면 소에게 걸어. 쌀 감자 강냉이 싣고 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대대장이 꽁초를 땅바닥에 던지고 발로 지진다.


“아직 의사를 안 물었잖아.”


고개 숙인 대대장 코가 담배 연기를 뿜는다.

공기가 많이 차졌다. 담배연기에 임김이 섞인 듯.


“가옥 수색해! 안 나온 사민, 끌어내!”


“공민증 확인하고 집에 당증 있나 확인해!” 


“비가 안 떨어지네?”


대대장은 한 대원을 본다.


“어이. 12중대 이원호! 폭파!”


대원이 쳐다본다.


“분위기 침침하다. 노래 하나 불러봐.”

      

AK. 장전손잡이를 신경질적으로 당겼다,

철커덕! 놓는다.


“오늘이 마지막인 듯, 소리 질러 저 멀리.

Let’s dance the night away.

오! 오우~예에. 오! 오우~ 예에.

Let’s dance the night away.

빰빰빠밤빠 빰빰빠...”


“오, 트와이스!”


“불 피우지 마. 떠날 때 질러. 아군에게 폭격 맞을라.”


주임원사가 사람들 앞에서 백두산 권총을 장전한다.


“일러바친 놈 찾아내!”


“비 오기 전에 자수해! 우리 돈다!”


어디서 언성이 높아진다.


”까는 소리 말고.“


”사람이 왜 이럼까. 전에 보이지 아이 하던 말투로.“


”최근에 말 배웠냐? 그만해. 자꾸 나불거리면 입 찢어버린다.“


”뭣이요?“


”이승복 모르냐? 이 새끼가.“


”왜 이럼까.“


”몰라서 묻냐. 이.“


”갑자기 왜 이러심까. 그러니까.“


”야. 야~ 이~ 개 같은. 니들이 꼰질러서 우리 일곱이 죽었다. 꼰질러를 북한에서도 쓰나? 모르지? 니들이 일러바쳤잖아! 모를 줄 알아? 옛말 틀린 거 없어. 미친개는 몽둥이로. 니들은 당간부 보안성 보위부 보위장교면 오줌 질질 싸냐? 인간 대접을 했으면 대접만큼 해야지! 몰라? 연기하냐? 어디 구라를 까! 대낮에 죽인 거 몰라? 남조선 말 요해 아이 되니? 전두엽에 기스 났나 동무? 그동안 좋게좋게 했는데 니들 참 별, 다 똑같아. 우리 대장만 명령 내리면 너희 싸그리 씹창을 내주께. 왜! 남조선 욕 처음 들어보냐? 확!“


대원이 대검을 뽑는다.


”소가 사냐 인간이 사냐. 확 씨, 젓갈을 만들어벌라.“


대원은 그 일곱 중에 누가 있었음이 분명하다.


”이거 삐딱~하니, 아무래도 당원 같아?“


”그만해.“

”여긴 이게 법이야!“


”야, 빨리빨리 해.“


”그냥 가?“


”시간 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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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 5대대는 어디로 3 23.09.04 238 8 11쪽
335 5대대는 어디로 2 23.08.28 281 9 11쪽
334 5대대는 어디로 1 23.08.21 326 6 11쪽
333 너의 목소리가 들려 4 +1 23.08.07 340 13 14쪽
332 너의 목소리가 들려 3 23.07.31 286 10 12쪽
331 너의 목소리가 들려 2 +2 23.07.24 326 13 11쪽
330 너의 목소리가 들려 1 23.07.17 321 11 11쪽
329 5G BRAVO 6 +1 23.07.10 311 12 11쪽
328 5G BRAVO 5 +4 23.07.03 298 14 12쪽
327 5G BRAVO 4 23.06.26 285 9 11쪽
326 5G BRAVO 3 23.06.19 275 12 11쪽
325 5G BRAVO 2 23.06.12 296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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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릴라 불면의 밤 5 23.05.15 295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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