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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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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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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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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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G BRAVO 3

DUMMY

5G BRAVO




정신. 차린다.


수없이 흩어진 탄피. 조준경에 낙하한 흙을 입김으로 훅~ 불고, 가느다란 연기가 아직도 남은 뜨거운 금속 소염기. 총알이 나간 총열과 소염기는 여름에 더욱 뜨겁다.


‘어디 갔지?’


앞에 두었던 수류탄이 사라졌다.


“깔꾸리 투! 띠따!”


‘어?’


통신 담당관이 3번 비트에 살아있다.

남자는 목소리가 나올 줄 몰랐다. 이미 외쳤다.


“코브라 몬드 쓰리! 찰리장~~~!!!”


다시 대상으로 시선이 돌아간다. 같이 술 마시던 ‘사람’을 본다. 아내와 자녀들도 안다. 저 사람의 이력을 안다. 여긴 어딘가. 한여름 뜨거운 장소에서의 무서운 고독. 태양은 더욱 뜨거워진다.


‘지금 여긴 동물들만 있어.’


우린 어떤 동물인가.

괴물이 될 수 있는 동물?


남자는 과거에 얼핏 얼핏 지나갔던 생각이 떠오른다. 떠올리고 싶어서 떠오른 것이 아니다. 내심 자신에게 걸리고 있던 질문 같은 것이었나? 뭔가 본질적인 것을 궁금해하고 있었나? 본질, 동물. 괴물. 그러나 저 물체를 죽음이란 단어와 매치가 안 된다.


사람은 다르다. 저 사람은 인간성이 다르다. 저 사람은 이기적이고 이 사람은 이타적이다. 누가 좋은 사람인지 말해봐라? 저 사람이 반려견을 아끼는 걸 보라. 심성이 착하지 않아?


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적어도 비인간적으로 잔인하진 않을 거라고? 여긴 그런 거 안 통한다. 사람은 어떤 처지에서 동물이자 괴물이 된다. 여긴 누구나 한 방에 보내야 한다.


동물이 동물을 사랑한다? 히틀러도 개를 좋아했다. 애견 한 마리를 정말 아꼈다. 히틀러 때문에 최소 천오백만 명이 죽었다. 그 개 이름이 블론디였건 뭐건 And what?


히틀러가 베를린 함락 직전 자살하자, 히틀러의 개를 관리하던 군견병은 블로디와 블론디가 낳은 강아지까지 총으로 쏴 죽였다.


여기 모든 말은 거짓말이다. 말은 꾸밈, 표현이다. 이러건 거러건 서로 살상한다. 다만 물어뜯어서 죽이지만 않는다. 신을 믿는 자도 안 믿는 자도, 온화한 가족 출신도 거친 집안 출신도 같다.


나도 반려견을 좋아한다. 하지만 오늘, 내가 도사견이다.


‘정신 차려. 난 중대장이다.’


탄창 뽑아 확인하고 다시 삽입. 흙무덤을 더듬는다. 오, 여기. 강철 파인애플을 찾았다.


포격 – 돌격 - 소총 – 권총은, 뽑아 놓자. 스위치까지 풀어놓고 – 그다음은 칼? - 마지막은 수류탄.


우린 모두 착하다. 착한 것에 살인과 인명 살상은 없어야 맞다. 이쪽 편도 착하고 저쪽 편도 착하다. 놓고 보면 다 불쌍하다. 긍정적으로 보면 사람 다 착하다. 그러나 전쟁에서 둘 중 하나는 살인자, 반대편은 죽어야 한다. 평화를 사랑하여 총구를 내릴 수 없다. 반전론자는 여기서 총을 조준하게 된다. 둘 중 어느 쪽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 토론 없다. 옳고 그름 없다. 정당한 쪽도 없다. 산 놈이 정당한 놈이다.


결론은 전쟁 이전부터 나 있었다.

나 대신 너희가 죽어라.

개 미안하지도 않고 나 대신 적이 죽어라.


“중댐~~~!!!”


남자는 생각한다.

우리 중대 둘 뿐이야?


이게 어떻게 된 건가. 말로만 듣고 부임했을 때는 그냥 그랬다. 하지만 행군할 때, 1중대 2중대 3중대 명칭은 어둠 속에 울리지만 – 확인차 돌아보면 ‘이게 중대야?’


둘만 남은 것이 아니라, 소리를 지를 상태가 둘 뿐이라고 믿으려 한다.


“중댐! 중댐!”


통신 담당관에게 중대 건재를 알려야 한다.


“아직 안 Die~~~~~~! 코브라 Call~~~!!!”


드디어 널 겨눈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공기의 바람도 불고

살고픈 바람도 천국으로 분다.


가장 반응이 빨랐던 것은 은거지에서 150m 떨어진 3인, 상대가 밀고 들어오는 주 방향의 반대편, 삼인조는 남쪽을 바라보는 경사면에서 무전기를 잡고 있었다. 세 명의 반응이 가장 빨랐던 것은 확실한 근접탄이 없었기 때문이다.


셋 중, 가장 계급장 색이 바랬을 것 같은 사람이 “장비 거둬!” 했지만, 포화의 언저리였던 그 자리에도 곧 수직으로 낙하하는 박격포탄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고참은 문득 가까운 봉우리로 시선을 돌리다. 누가 보고 있다는 자명한 기분. 저 봉우리에 곰이 있어도 눈으로 분별할 수 없지만, 이 경사면에 올 때부터 봉우리가 신경 쓰였다. 중사는 저 산이 말하는 기분이 들었었다. 피곤해서 그런 것으로 생각했다.


훈련이라도 무 수면이 길어지면 누구나 이상한 증상이 나타난다. 식사와 휴식이 정상적일 때만 인간 오감이 정상적인 걸 본다. 비정상이 길어지면 사소한 감정과 사소한 방법으로 사람이 자살할 수도 있다. 잠을 거의 못 자서 고참 중사에게 반말하는 하사가 있었다. 반말이 아니라, 그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이 없었던 거다. 그냥 ‘사람’으로만 보였던 거다. 인간이 자기에게 급하면 나머지는 그냥 ‘사람’ 이상이 아니다.


엎드린 중사. 시선을 돌려 지역대 은거지 포격을 바라보건대, 누군가 보면서 무전기로 수정사 제원을 날리고 있었다. 포탄이 은거지 중심을 향해 좁혀들고 있다.


‘저 봉우리. 정찰대나 관측반이 들어와 있어.’


고참은 안테나 설치하고 호출부호를 때리기 직전, 나침반으로 방위각을 확인하며 사방을 둘러봤었다. 그러다 하늘로 시선을 들었고, 나머지 둘은 갑자기 멈춰 멍하게 하늘을 보는 고참을 이해하지 못했다. 긴급전문을 보내야 한다. 조장은,


‘같은 장소에서 이거 세 번째?’


의문을 품었다. 말로만 들었지 설마...


전파 삼각측량. 가난한 북한이라도 전파탐지기는 있다. 차량이 아닌 도수용 작은 것들이 꽤 있다고 들었고, 그것만 하는 부대가 있다고 들었다. 남쪽보다 장비가 더 발달했을 수도 있다. 북한은 유선 라인이 제한적이라 뭘 음모할 경우 유선을 이용하면 100% 발각된다. 평양 근처는 호위사령부가 군부대 유무선을 24시간 감시한다. 전령은 시간이 오래 걸려 반역자가 안심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전파측량은 더 발달하지 않았을까.


압록강 두만강 국경에서는 북한 주민의 불법 (중국통신회사) 핸드폰 전파를 감시한다. 남으로 간 탈북자들이 많아지면서 전파들이 많이 발각되고 체포되자, 핸드폰을 가진 주민들도 통화를 최대한 짧게 하고 자리를 뜬다. 길어지면 자리를 옮겨서 통화를 잇는다. 무선 전파는 분수와 같다. 인공 출력 폭증의 감지 - 주파수 찾기 – 도청 – 체포.


삼각측량.


한 대가 전파 발원을 감지하면 안테나는 전파가 가장 강한 방향을 바라보고, 그로 인해 측정자가 불법 무전기를 바라보는 방위각이 나오고, 최대한 거리를 벌린 두 번째 감청 차량 역시 각도를 획득하면, 지도상에서 두 선이 만난다. 하지만 그 교차하는 X-자의 중심에 오차가 있다. 오차란 구역이 좀 넓은 것. 그래서 3호 차가 필요하다. 만약 3호차가 똑같은 방식으로 측량하면 2개로 했을 때보다 더욱 정밀한 좌표가 뜬다. 교차점의 구역이 엄청 좁아진다.


전시에 같은 장소에서 두세 번 전파를 송신하는 건 상대에게 포를 쏴달라고 상대에게 협조하는 것이다. 다만 통신병들은 이런 상황에서 이런 주파수대를 감시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이 와중에?... 과소평가한 거다. 거기다 여긴 전방에 비해 전파가 희소하다. 문제는 누가 이 전파가 수상하고 긴밀해 보인다는 ‘감’이다. 경험 많은 무선 감청반은 모오스를 두들기는 이 통사가 ‘급하다’란 느낌까지 눈치챈다.


“철수. 해체. 빨리. 빨리.”


조수 둘이 붙어서 안테나와 무전기 인입구 나사를 풀고 해체한다.


처음 떨어졌을 때 인민군 전파측량까지 생각 못 했다. 여러 발, 연이어 떨어지자 무서운 심증이 온다. 골프장이 교신을 지시했고, 조장은 30분 이상 이격된 능선으로 가서 교신하려 했으나 시간이 없었다. 은거지에서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교신을 시도한 건 너무나도 큰 실책이다.


‘더 가야 했어. 은거지와 더 이격시켜야 했어.’


하지만 좀 이상했다. 도로도 거의 없는 험난한 지형에서 전파차량 세 대가 정말 움직여? 산길 도로 측면만 돌아서면 안 잡힐 텐데. 산의 각이 가파를수록 전파탐지 안테나를 가린다. 도로가 산에 꽉 붙어 있으면 측량이 힘들다. 전파의 분수가 산에 막힌다.


‘혹시 무선탐색?’


북한에 독특한 체육 종목이 있다. 그것이 왜 체육인지는 이해가 안 된다. 무선탐색 선수란 것을 체육계가 육성한다. 이른바 국방체육에 해당하는데, 도수용 무선탐지기를 들고 사람이 돌아다니는 것. 전파를 하나 잡으면 그 방향으로 ‘선수’가 찾아가서 송신자를 찾아내는 일종의 경기이자 선수가 육성된다. 군사5종(근대5종)과 같이 훈련하는 종목. 말로만 들었다. 말로 듣고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무선전파 탐지기는 수신기 출력/효율이 강하고 좋아야 좋다. 다시 말해 큰 장비 큰 안테나 큰 수신기의 전파 흡수 감도가 좋은 것.


북한의 무선탐색 경기는 심판이 미약한 전파를 송신하고, 그걸 가장 빨리 찾는 선수가 1등이다. 한 선수는 장파-수신기와 단파-수신기 두 대를 들고 리시버를 꼽는다. 장비에는 풍수지리 물골 찾는 사람처럼 앞으로 안테나가 뻗어 있고, 송신전파가 생기면 리시버에 삑~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를 듣고 장파 단파 판단을 해서 장비를 바꾸기도 하는데, 그 상태로 사람이 뛰면서 전파 발원점으로 달리는 거다. 실물은 본 적 없고 탈북자 진술만 읽었는데, 맨몸에 휴대한 소형장비가 얼마나 민감한 수신기인지 좀 웃기긴 했다. 진짜로 잡을 수가 있나?


모르지. 장비에 숙달한 사람은 모르지. 그들은 북한 체육계의 ‘선수’들이다. 그렇게 1등 했던 선수들이 그런 탐지부대원이지 않겠어? 악착같이 해야 밥 벌어 먹고 산다. 국경지대에서 불법 핸드폰 잡는 데도 쓴다고 들었다. 산에서 홀로 중국과 통화하기 때문이다. 그게 어떤 방법을 쓰면 통화 상대방이 남한에 있을 수도 있다.


‘잡았다면 어떻게 잡았지?’


어쩌면, 전파측량 차량과 공조해서 대략으로 찍고, 거기로 사람을 보내 주야로 찾으면 정말 위험할 수도 있다.


‘정말 그거?’


꽈릉~!!!

다시 한 발이 가까이 터지고, 셋은 땅에 이마를 박았다 일어난다.


“안테나 걷어!!!”


다시 꽝!!!


말과 동시에 셋은 공중에 붕~ 떴다 땅으로 떨어진다. 실제로는 10cm나 될까 하지만, 너 높이 떴나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폭발에 끊어진 유선 안테나가 보인다.


“버려. 안테나 버려. 무전기만!!!”


안테나 예비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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