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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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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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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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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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G BRAVO 5

DUMMY

5G BRAVO



이 위치에 도착해 둘러보며 지역대장이 중대별 조별 은거지 구성을 한 바로 그 찰라, 바로 이 결과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승리하진 못한다. 도피탈출은 물 건너갔다. 다만 여기 금단의 사격구역에 들어온 자들은 손 안 대고 코 못 푼다. 여기 들어온 대가를 치러야 한다. 어젯 저녁 위장을 할 필요도 없었다. 포탄들이 무수한 위장 무늬를 만들었다.


십자선은 엎드린 사람 머리를 찾고, 노리쇠가 후퇴하는 약실에선 공중제비로 탄피들이 배출되고, 간간이 빠르게 탄창 갈아 끼우는 소리가 섞인다.


‘미쳤냐 씨발? 우릴 얕봤냐 씨발.’


도망칠 수 없는 사람들의 좌절. 궁지에 몰린 사람들의 용광로 같은 분노. 얼굴에 뻘겋게 열이 오르고 코에서 김이, 입에서는 요직 욕. 습관적인 욕. 자기가 아는 최악의 욕. 욕설 중얼거림. 조준경들은 작은 틈에 눈과 총구만 내놓고 먹잇감을 본다. 표적이 엎드려도 정확히 맞춘다. 한 뼘만 보이면 적중시킨다. 수풀이 흔들리면 거기 십자수를 대고 당긴다. 높은 쪽에 자리 잡은 1개 팀은 내려 보며 쏘고 있다. 포격으로 쓰러졌던 힘든 사람도 몸을 돌려 총을 더듬는다. 포격에 전사한 사람이 곁에 누워있다. 몸이 잘리고 팔다리가 비상식적으로 돌아가며 전사한.


시체. 시신.


입은 할 말이 없다.


‘오, 씨발. 오 씨발. 아...’


조금 전까지 살아있던 중대원. 팀원. 사수. 부사수. 팀장. 부중. 선임관...


‘오 하느님... 오...’


1년. 3년. 5년. 같이 한.


‘이걸 보고 항복해?’


‘죽여버리겠어. 다 죽여버려. 와. 와.’


골짜기에서 포탄에 느낀 심정 그대로 갚는다. 상대가 갈겨도 요동 없이 계속 새로운 몸을 조준경에 넣고, 당겨! 더 쏠 것이 안 보이기 전에 안 끝난다. 군관은 당도하고 알았다. 들어거는 위치가 경사면인걸.


‘엎드렸어. 찾아. 저거? 맞은 거 같은데? 아니 머리에 한방, 확인사!’


첫 사격에 충격을 받은 북한군은 한 명도 예외 없이 땅에 엎드렸고, 멀리서 보면 피아, 아무 인간도 없다. 수풀 속으로 침잠했고 흙 속에 안 보인다. 그 엎드린 상태에서도 총알이 등을 때리고 뒤통수를 때리고 단말마의 비명이 들린다. 단체로 엎드린 곳에 총알들이 오바로쿠를 친다.


‘이럴 줄 모른 게 미친놈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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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도 이렇게 지독할 순 없다. 모두 미쳤다. (1차대전 베르됭 전투. 프랑스 장교.)

베르됭 전투 동안 프랑스/독일 도합 포탄 6천만 발을 쐈고, 그중 1/4이 불발이었다. 아직도 프랑스 베르됭은 불발탄 때문에 건물을 신축하지 못한다. 농사도 짓지 못하도록 금지되고 있다. 그 오래전 천오백만 발의 불발탄 때문에.


지구상 비슷한 곳을 또 찾으라면, 얼마전에 무너진 그 선. D. M. Z.

--------------------------------------


군대의 논리. 사람의 착각.


역사는 반복한다. 결과는 같다. 북한군은 포격을 맹신했다. 물론 골창의 남조선군 반은 죽거나 쓰러졌다. 하지만 열 명이 살았어도, 열이 총을 들어 조준경을 보면, 단발 조준훈련에 익숙한 남조선군은 100m 구역에서 100명 금방이다. 조준경으로 보며 버티고 있는 대원들은 최소 네다섯을 이미 맞췄다. 이제 저들이 엎드려 안 일어난다. 가장 위쪽에 자리 잡은 중대가 인민군에게 쥐약 화점이 되었다. 저 높은 곳에서 쏘는 거 피하려 기고 나무와 바위에 엎드리고 의탁한다. 후방으로 포복한다. 북한군 명칭 사행식포복이 양팔을 죽죽 밀면서 뒤로 간다.


곧 뜸을 들이는 시간이 오고야 만다. 총소리가 뜸해진다.


그리고 또 공기가 달라진다.


‘저 새끼들이 갑자기 조용하네?!’


군대의 논리. 사람의 논리. 전투의 추상.


“군병~~~ 총~~~~ 돌격!!!”


단순한 논리. 공격! 돌격! 점령! 적을 절멸하라! 이걸 모르는 장교 없다.


하지만 똑같은 반복. 숨어 있던 조준경 포인터들은 일어설 자리를 걸고 있었다. 다시 두셋을 탕! 탕탕! 저격했고, 공격은 30초도 지나지 않아 자연적으로 중단된다. 그래도 끝나지 않는다. 하나는 자연적으로 퇴각할 수 없고, 하나는 전술적으로 퇴각을 마음 먹을 수 없다. 자연적으로 막힌 쪽은 이제 은폐 엄폐한 몸뚱이를 찾아서 저격한다. 저격이 아니다. 거리도 아니다. 사격도 아니다. 남조선군에게 사격, 잘 맞춘다는... 200m 250m를 의미한다.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우리들은 호숫가에 앉았지

나무처럼 싱그런 그날은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또 한 번의 공격과,

다시 한번 포격.


남쪽 노가다판에서나 볼 짝퉁 우드랜드 몇이 쓰러졌는지 모른다. 수십이 죽었다. 신음과 고함.


양쪽이 다시 멈췄다.


시끄러움이 사라지자 고요가 장송곡처럼 심금을 울린다.


간주는 불특정 인간들의 신음.


몇 번 용감한 자가 일어나 드르륵 드르륵 갈겼고,


흙더미 속 여러 조준경의 영접을 받았다.


돼지고기 덩어리에 콤프레샤 타카가 탁 탁 탁 박혔다.


양쪽의 손들이 떨린다. 여기 쉬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양쪽이 침을 삼킨다. 여기 무섭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조준경들은 제3의 눈으로 풍경을 훑는다.

엄폐가 아닌 은폐의 징후를 찾는다.


다시 고요를 깨고 몇 방, 탕~~~~ 탕~~~~


북조선 전사들은 본능적으로 움직임을 멈춘다.


움직이면 맞는다.


조용히 탄창 갈아끼는 소리.


“사수, 탄창 빈 거 줘.”


파우치 꺼내서 실탄을 탄창에 끼우는 소리.


‘이제 한 부류가 저 위로 해서 돌겠지? 뒤통수 치려고.’

그런데 지형이 묘하다. 골창에서 교신조가 있는 곳으로 돌아서 뒤를 치면, 자칫, 인민군이 서로 똑같은 높이에서 서로 오발할 가능성이 크다. 지역대장은 문득 그렇다는 걸 지금 깨닫는다.


“줘. 저 총. 탄창 다 빼서 같이.”


골프장도 권총에 새 탄창을 끼고 ‘자물쇠 확인.’ 파우치로,


“후! 후! 지역댐, 여기. 탄창 빼서 확인해 보십쇼.”


골프장의 빈손도 주인 잃은 소총을 잡는다.


“총구에 흙 한 번 터십쇼.”


지형. 상황. 답은?


“어 씨발, 지역댐, 저쪽에서도 내려오는 것 같슴다. 산 타고 온 같은데?”


고립,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네 방향이 포위되어 사지에 몰린. 그러면서 자신들 외에 아무도 모르는 현재. 단어. 공동묘지. 단어. 고립무원. 부대 구호, 지휘관의 훈시. 피 칠이 된 K1 K2의 K2-C 몸통과 조준경. 탄창과 개머리판에는 안중근 의사의 끈적한 손자국이 피로 찍혀 있다.


‘지금 몇이나 남은 거야. 우리...’


다른 비트.


“이리 줘.”


한 명은 총은 쏠 수 있으나 탄창에 삽탄을 못한다. 이빨이 모두 날아간 대원이 피를 뱉으면서 탄창에 삽탄한다. 탄포에서 클립 꺼내는 손이 떨린다. 시신까지 뒤져 탄창을 회수하고 빈 탄창에 실탄을 채운다. 그리고 탄창을 들고 흔들어 먼지나 자잘한 돌 조각 털어서 사수 앞에 정렬.


“피 막어.”

“허허허. 막아봤자.”


“왜!”

“어느 사형수 마지막 소원이 늙어 죽게 해달라고.”


“이 새끼가 아주 쌉쌉이야!”


“사수...”


“왜 또.”


“담배 하나 줘.”


처음이자 마지막 반말이다.


“아나! 니가 뽑아서 내 주디에도 하나 질라라.”

탄포를 머리에 지혈대로 감는다. 하늘은 여전히 푸르며 복토 된 땅에서 축축한 습기가 눅눅하게, 말른 산에 습도가 올라간다. 시간의 흐름으로 점차 기온도 올라간다. 아침밥을 거른 허기는 생각에 없다.


게릴라는 원래 아침을 안 먹으니까. 아침 먹을 때 잔다. 게릴라 아침밥은 오후 6시다.


“다시 한번 쏠 거 같습니다.”


“박격포? 그렇지?”


첫 총성의 주인이 권총 탄창에 다시 삽탄을 한다.


“다친 사람들이 달랍니다.”


위장모에 피가 번진 지역대장은 주저한다.


“이게, 이게... 씨발 피 나.”


지역대장이 K5 든 팔뚝으로 얼굴의 땀을 훔친다.


“수류탄 주겠습니다.”


“우리도 써야 하니까. 1발과 권총 남으면 하나씩 줘. 내 것도 넘겨. 자!”


다시 저 멀리고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린다.


“박격포! 엄폐!”


“어후 염병 더워지네.”


적성 수류탄이 열 개도 넘게 날아와 터졌다. 매번 그 충격을 참아낸다. 조준경에 안 보이는 곳에서 외야수 던지듯 그런다.


“날아오는 거 잘 봐. 흙 때문에 안 튕겨. 푹 들어온다.”


“네 사수.”


둘 앞에 바위가 결정적으로 둘을 죽이지 못한다. 중사가 탄창을 교체하려 남은 탄을 수상한 은폐점에 대고 신속 단발로 긁는다. 탄창 교체! 총을 탁탁 친다. 숨은 진정되지 않고 군복에 축축한 것이 젖어오고,


“그래서 어머님은.”


하사도 별로 다르지 않은 상태.


“예수님은, 중사님을 사랑하십니다.”


“예수님이 보시면 짜증 나시겠다. 십계명에 어긋나잖아.”


“아임다.”


“야, 살인이야. 살인.”


“인민들을 사회주의 유물론으로부터 구원하는 싸움입니다.”


중사가 자기 옷의 피를 찍어 냄새를 맡는다.


“교인이 참, 좋긴 좋다. 나도 예배당 모퉁이나 가볼걸.”


며칠 전의 예기치 않은 교전. 사람 감정의 모든 것이 있었다면 있었다. 어쩌면 일종의 충격을 여전히 간직한 사람도 있다. 교전은 성취와 실패 혼란이 공존했다. 성취는 죽인 것이요, 실패는 우리가 죽은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전부가 아니다. 사람들은 말했다. 진짜 전투에 이르면 다르다. 생각과 많이 다르다. 그러나 겪고 나니 그런 말조차 필요 없다.


교전 중 감정 따위나 생각 같은 거 없었다. 그냥 바빴다. 두려움이 있었다면 오히려 교전이 끝난 뒤였다. 교전 중은 그냥 바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 총의 총열이, 드디어 개봉되었다. 드디어 열렸다. 조준경은 모든 걸 여실히 보여줬다. 인민군에게 그런 개념조차 없다는 것도 목격했다. 조준경의 십자선과 포인터들은 더듬이처럼 사람 몸을 더듬었다. 그리고 사방에서 미쳐 질주하는 인간들 쪽수가 위압적인 것도 알았다. 그러나 생각은 필요 없다. 주저 같은 건 없다. 교훈이 있다면, 보고 포인터로 걸치고 쏜다. 땡.


사람도 동물이다. 동물 중에 조금은 남달라서, 사람이란 동물은 다른 동물을 정당하게 도살해 먹는다. 이성적일 때 인간이라 하지만 - 두렵거나 살고 싶을 때는 동물이다. 그때는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 그 사람이다.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체면과 양심은 전장에서 미필적 고의 자살과 같다. 그보다 더 큰 죄악은 자기 할 바를 못 하는 것.


징그럽다. 괴물은 아니라도 적은, 짐승처럼 간주한다. 날 죽이기 때문이다. 날 죽이는 건 짐승이어야 한다. 내가 옳고 상대가 글러야 한다. 날 죽이는 놈이 이성적이면 화가 난다. 인간이 대의를 위해 죽는다는 것이 같은 죽음 안에서 얼마나 멋진가. 사람이 짐승처럼 굴다가도, 죽을 때는 올바른 인간이고 싶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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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36 ha******
    작성일
    23.07.04 08:24
    No. 1

    5 지역대와 김 하사가 이렇게 최후를 맞는군요. 5 지역대의 극비 임무(?)는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조휘준
    작성일
    23.07.07 11:05
    No. 2

    울프팩 메모리즈로 연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2 de*****
    작성일
    23.07.09 10:27
    No. 3

    그.. 중대장?이 혼자 낙오해서 TAC무전기로 전투기 화력유도하며 목표 부시고 빨리 안도망가고 보다가 적 병력에 걸려서 교전 중 사망하고 이후 같은중대 병력이 발견하고 수습하며 TAC무전기 챙기는 회차 아시는분 계신가요? 갑자기 생각나서 찾아봤는데 못찾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조휘준
    작성일
    23.07.09 10:45
    No. 4

    격납고 말씀하시는 것 아닙니까?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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