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종횡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한새로
작품등록일 :
2012.09.06 21:35
최근연재일 :
2015.09.19 11:1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161,742
추천수 :
4,160
글자수 :
153,213

작성
15.05.29 22:10
조회
4,972
추천
125
글자
12쪽

제17화 초청(招請)

Copyright ⓒ 2010-2015 by 한새로




DUMMY

민혁이 장 진인의 뒤를 따라 태화궁에 도착했을 때 무당의 대제자인 무광이 소림사에서 온 승려들에게 차를 대접하며 한담을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장 진인이 들어서자 무광은 물론 소림승들까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장 진인을 맞이했다.

“사부님.”

무광이 장 진인을 부르자 장 진인은 고개를 끄덕인 후 소림승들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러자 소림승 중 대표인 듯한 자가 앞으로 나와 장 진인을 향해 인사를 올렸다.

“아미타불! 소림의 무량(無量)이 장 진인을 뵙습니다.”

그러자 장 진인은 따뜻한 미소로 답례했다.

“먼 길을 오시느라 고생하셨소이다.”

소림은 무당에 대해 애증(愛憎)을 지니고 있었다. 장 진인이 득도하기 이전 장군보(張君寶)라는 속명으로 소림에서 지냈던 바, 장 진인의 무공에는 소림의 향기가 짙게 스미어 있다.

무학의 일대종사인 장삼풍의 무공이 소림에서 비롯되었다는 데 있어서는 소림도 자긍심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소림을 뛰쳐나갔던 배신자이기도 했기에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입장이었다.

그러다 보니 소림이 무당을 대하는 태도는 자연스럽게 데면데면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이야기일 뿐이고, 사적으로는 소림사의 승려들 역시 일대종사인 장삼풍을 존경해 마지않았다.

무량이 같이 온 승려들을 장 진인에게 소개했다.

“이쪽은 제 사질인 아정(阿淨), 아진(阿盡), 아관(阿觀)입니다.”

아 자(阿字) 항렬인 세 승려는 소개 받은 순서대로 차례로 장 진인에게 합장을 하며 예를 올렸다. 만면에 미소를 띤 채 마주 예를 올린 장 진인은 그들로 하여금 안도록 권했다.

세 승려가 앉자 장 진인도 상석에 자리를 잡았다. 민혁은 그런 장 진인을 따라가 장 진인의 뒤에 시립(侍立)했다.

장 진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오시는 데 어려움은 없으셨는지요?”

그러자 무량이 대답했다.

“아미타불. 관리들의 학정(虐政)으로 가는 곳마다 시신이 눈에 띄고 굶어 죽는 자가 부지기수였습니다.”

장 진인은 그 말에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먹고 살기 힘들어진 백성들이 화적으로 돌변해 대규모 상단을 제외하고는 길을 나서는 사람조차 드물 지경입니다.”

“허, 그것 참 안타까운 일이로고.”

장 진인은 진심으로 애달파하는 표정으로 탄식을 했다. 그러자 옆자리에 배석했던 대제자 무광이 장 진인에게 고했다.

“사부님. 소림에서 어지러워진 천하를 바로잡기 위해 힘을 모으는 게 어떻겠냐고 각 문파의 의향을 묻는다 합니다. 그래서 이 네 분 대사께서 무당까지 오신 것이라 합니다.”

무광의 설명이 마음에 들었는지 무량 대사는 무광의 말에 맞춰 고개를 끄덕였다. 무광의 말이 끝나자 무량이 설명을 덧붙였다.

“최근에 마적질로 악명을 떨쳤던 마적 두목 하나가 본사에 압송되어 왔습니다. 사실 본사에서도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다가 그자의 심문 과정 중에 상황을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무량의 설명에 민혁은 털보의 얼굴을 떠올렸다. 자신이 우연히 만났던 소림승에게 떠넘겼던 털보가 무사히 소림까지 간 듯싶어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무량의 말이 이어졌다.

“황실에서는 한족(漢族)의 무기 휴대 금지령까지 내려 탄압을 하는 상황이어서 결국 도적떼들만 이롭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본사에서는 각 문파와 세가들과 힘을 합해 협의(俠義)를 바로 세우려 합니다.”

장 진인의 고개가 다시 끄덕여졌다. 하지만, 웬일인지 가타부타 의견을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무량은 그런 장 진인의 반응에 애가 타는지 옆에 놓인 차를 단숨에 들이켰다.

“장 진인.”

장 진인의 침묵이 이어지자 무량이 간곡한 표정으로 장 진인을 불렀다. 무량의 노력 덕분인지 장 진인이 입을 열었다.

“무량 대사.”

“예, 말씀하시지요.”

“그리 뭉치면 반드시 황실의 견제를 받을 것이오. 자칫 잘못하면 뜻을 펼치지도 못하고 꺾일 가능성이 높소.”

장 진인이 부정적인 견해를 펼치자 무량 대사의 얼굴에는 곤혹스러움이 떠올랐다. 무림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무당이 결맹(結盟)을 반대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듯싶었다.

하지만, 장삼풍은 나름대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천기를 읽은 그는 천하를 뒤바꿀 신인(神人)이 출현했고, 그 신인이 바로 자신이 가르치는 서문장천이라 믿었다.

서문장천을 가르치기 시작한 지 이제 겨우 삼 개월. 아직 장천은 미완(未完)의 대기(大器)였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때 원 황실의 시선이 무림으로 향하게 된다면 장천이란 꽃이 미처 피기도 전에 지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야말로 소탐대실(小貪大失). 장 진인의 생각으로는 차라리 장천의 무공이 경지에 이를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웅크리는 것이 최선이었다. 무량은 이런 장 진인의 내심을 알 리 없기에 장 진인의 견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장 진인, 원 황실이 두려워 엎드려 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부디 재고(再考)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대제자 무광 역시 사부가 흔쾌히 수락할 줄 알았다가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자 무량만큼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간(諫)했다.

“사부님. 협(俠)을 행하는데 뒷일을 염려하심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생각합니다. 무량 대사 말씀대로 재고하심이 옳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장 진인은 진지한 표정으로 숙고할 뿐 선뜻 소림의 제안에 수락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장내 분위기가 무거워지자 민혁은 그때 보았던 승려의 안부가 궁금해 무량을 향해 물었다.

“대사님. 무강 대사님은 별래무양(別來無恙)하신지요?”

무량은 장 진인의 뒤에 서 있는 열대엿 살 정도 보이는 소년이 소림에 머무는 무강의 안부를 묻자 깜짝 놀랐다.

도의(道衣)를 입기는 했지만 도관(道冠)은 쓰지 않아 장 진인의 시동(侍童)으로만 알았는데 갑자기 소림승의 안부를 묻자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니……. 도장께서는 무강 사제를 어찌 아는 것이요?”

무량도 장천을 보고 도장이라 부르기는 어색했는지 부르는 중간에 한 번 멈췄다 말을 이었다. 민혁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 대해 소개했다.

“아, 저는 서문세가의 서문장천이라 합니다. 무당에 입문해 사부님의 여덟 번째 제자가 되어 가르침을 받고 있습니다.”

그 말에 무량은 한 번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여덟 번째 제자라 함은 장삼풍 진인의 적전 제자라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무당칠자(武當七子)가 무림에서 많은 활동을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 명성은 작지 않았다. 뛰어난 무공으로 많은 협행(俠行)을 하였기에 그들로부터 은혜를 입은 사람이 적지 않아 협명(俠名)이 무림에 자자했다.

“그럼 이제 무당칠자가 아니라 무당팔자(武當八子)로 불러야 하는 것이오?”

무량의 뇌리에는 무강의 안부를 물은 것은 이미 사라져 버리고 장삼품의 여덟 번째 제자에 대한 궁금증만 남은 상태였다.

민혁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어찌 소생이 감히.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입니다.”

무량의 시선은 무광에게로 향했다. 설명을 바라는 눈빛이었다.

그 시선에 무광은 한숨을 내쉬고는 설명했다.

“사제는 아직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당분간 강호로 나갈 일은 없을 듯합니다. 거기다가 속가 제자라 언젠가는 서문세가를 이을 예정이기에 사형들과 강호를 주유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무광의 설명에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무량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놀란 눈으로 장천을 보았다.

“아! 그럼 공자가 그 서문장천?”

여태까지 서문장천이란 이름은 ‘서문세가의 망나니’로 중원에 명성을 날린 바 있었다. 사람들이 기억에서 ‘서문장천’을 떠올릴 때는 어김없이 ‘망나니’란 단어를 함께 떠올렸다.

민혁은 서문장천의 이름을 아는 듯 물어 오는 무량 대사를 보며 자연히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예. 그 서문장천이 맞습니다.”

그러자 무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에게 다가왔다. 그러더니 반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미타불. 그렇지 않아도 무강 사제에게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소. 공자가 행한 일을 전해 듣고 공자의 협의지심에 감탄을 금치 못했소.”

“과찬의 말씀입니다.”

무량은 자신이 순간적으로 흥분한 것을 깨달았는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앉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공자를 초빙하기 위해 서문세가에도 사람을 보냈는데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소.”

무량의 말에 민혁은 물론 장 진인까지도 생각을 멈추고 무량을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대사님?”

민혁이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무량은 장 진인을 흘끔 보더니 대답했다.

“공자의 무공이 이미 절정의 경지에 다다랐음은 무강 사제의 말과 공자가 추포한 도적 주(朱) 가의 증언으로 알 수 있었소. 하여 본사는 공자를 초빙해 협의의 귀감(龜鑑)으로 삼을 생각으로 공자의 본가에 연통을 넣었소.”

털보를 데리고 간 무강 대사가 그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서문세가의 서문장천이라는 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소림에 도착해서 데려간 털보의 죄를 검증하는 와중에 장천의 가공할 무위가 고스란히 밝혀졌다.

소림은 장천의 협행(俠行)에 깊은 감명을 받고, 어린 나이임에도 목숨을 도외시한 채 행협을 한 그를 귀감으로 삼아 각대 문파의 힘을 끌어 모아 천하를 바로 세울 무림맹(武林盟)을 결성하기로 하였다. 한마디로 민혁의 순간적인 충동으로 말미암아 무림 전체가 움직이게 된 것이다.

무량은 그렇게 말한 뒤 장 진인을 향해 간절하게 청했다.

“장 진인. 부디 서문 공자만이라도 소림으로 보내 주십시오.”

하지만, 장삼풍으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부탁이었다.

“그럴 수는 없소이다.”

무량은 자신의 부탁을 장삼풍이 단칼에 거절하자 이번에는 대제자 무광을 향해 눈짓을 했다.

무광은 한숨을 내쉬고는 장 진인을 향해 말했다.

“사부님. 무림의 일원으로 결맹을 외면하면 분명히 많은 말들이 나올 것입니다. 무량 대사 말대로 사제라도…….”

무광이 간곡한 어조로 다시 한 번 청했지만, 장 진인의 태도는 바뀔 줄 몰랐다. 분위기를 살피던 민혁이 조심스럽게 장 진인의 앞으로 나와 장 진인을 향해 말했다.

“사부님.”

그가 부르자 장 진인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를 보기만 해도 기분이 흐뭇해지는지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 말해 보거라.”

민혁도 미소 지은 채 자신의 뜻을 밝혔다.

“제 생각에도 우리 무당에서 결맹을 도외시함은 좋은 점보다 나쁜 점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제자까지 그렇게 말하자 장 진인의 시름은 깊어졌다.

“장천아, 아직은 때가 아니다.”

민혁으로서는 아쉬울 게 별로 없었다. 무당 무공의 핵심인 태극신공과 양의신공을 배운 이상 소림에 가는 것이 그의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훨씬 유리했다.

그는 무공을 익히기 보다는 수집하는 게 목표였고, 무당은 아직 신생 문파라서 기대한 것보다는 보유한 무공이 그리 많지 않았다.

“사부님. 저를 보내 주십시오. 무당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처신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사실 지금 상황으로서는 서문장천이 소림으로 가는 것이 가장 무난한 방법이었다.

일단 무당으로서는 장삼풍 진인의 여덟 번째 적전 제자가 직접 가는 것이니 타 문파로부터 결맹을 도외시했다는 말을 들을 필요가 없는 데다가 그 무공조차 측량할 수 없도록 고강하니 무당의 위명에 흠이 가는 일도 없을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무당에서 이번 일의 계기라 할 수 있는 서문장천을 품고 있으면서 결맹의 자리에 보내지 않는다면 속사정을 모르는 소림은 물론 다른 문파에서도 무당을 비난할 가능성이 높았다.

따라서 서문장천만 소림으로 보낸다면 무당은 실익도 챙기고 명분도 얻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물론 민혁으로서도 무공의 보고인 소림사에 당당히 방문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Facebook : [email protected]

Twitter : @HAANSERO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림종횡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8 제28화 신위 초현(神威 初現) +10 15.09.19 2,866 82 13쪽
27 제27화 신기의 비접(飛蝶) +5 15.09.12 2,925 84 13쪽
26 제26화 비연 북미연(飛燕 北美燕) +2 15.09.05 3,194 75 11쪽
25 제25화 소림의 계획 +7 15.08.29 3,249 79 12쪽
24 제24화 대환단(大還丹) +7 15.07.25 3,676 97 11쪽
23 제23화 제운종(梯雲縱) +4 15.07.17 3,792 98 12쪽
22 제22화 화산파(華山派) +3 15.07.10 3,887 99 13쪽
21 제21화 출행(出行) +2 15.06.26 4,357 114 11쪽
20 제20화 창허무극검(蒼虛無極劍) +6 15.06.19 4,510 113 13쪽
19 제19화 귀가(歸家) +6 15.06.12 4,518 129 12쪽
18 제18화 오행지(五行指) +3 15.06.05 4,475 104 12쪽
» 제17화 초청(招請) +6 15.05.29 4,973 125 12쪽
16 제16화 조그만 기연(奇緣) +6 15.05.23 5,411 131 13쪽
15 제15화 무당 입문(武當 入門) +6 15.03.07 5,588 154 13쪽
14 제14화 아! 장삼풍(張三豐) +4 15.02.20 5,563 162 11쪽
13 제13화 태화산(太和山) +5 15.02.17 9,521 154 11쪽
12 제12화 소림승 무강(少林僧 無疆) +5 15.01.27 5,933 170 13쪽
11 제11화 협의지심(俠義之心) +3 15.01.25 6,510 170 13쪽
10 제10화 무당행(武當行) +4 15.01.24 6,456 172 11쪽
9 제9화 수검(受劍) +4 15.01.19 6,967 192 13쪽
8 제8화 결행(決行) +3 15.01.18 7,341 204 13쪽
7 제7화 설득(說得) +4 15.01.16 7,140 193 12쪽
6 제6화 출관(出關) +5 15.01.15 7,264 187 11쪽
5 제5화 가주의 결심 +6 15.01.13 6,865 189 11쪽
4 제4화 세가풍운(世家風雲) +6 15.01.06 8,124 243 13쪽
3 제3화 폐관 수련 +4 15.01.05 7,699 222 14쪽
2 제2화 서문세가(西門世家) +5 15.01.04 8,766 222 11쪽
1 제1화 새로운 링크 +7 15.01.03 10,163 19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