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종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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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새로
작품등록일 :
2012.09.06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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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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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6.2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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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출행(出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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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장천이 서문 가주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올리자 가주는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례했다.

“잘 다녀오너라.”

“가시죠, 형님.”

그를 따라 인사를 마친 창천이 재촉하며 장천의 팔을 잡아끌었다. 강호로의 첫 출두인만큼 창천의 얼굴에는 가벼운 흥분의 기색이 떠올라 있었다.

“휴우. 그래, 알았다.”

창천의 동행은 전혀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민혁은 자신의 행동에 많은 제약을 줄 것이 분명한 창천의 동행을 극구 반대했지만, 창허무극검의 연성을 마치지 못한 장천을 그대로 보낼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며 동행을 강력히 주장하는 창천의 고집을 결국 꺾지 못했다.

인사를 마치고 서문세가를 나서는 창천은 흥분을 그대로 드러내며 물었다.

“그래도 말을 타고 가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형님?”

민혁은 고개를 저었다.

“일전에 백영과 무당에 갈 때를 돌아보자면 경공을 수련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 이런 기회를 놓치는 건 바보나 할 짓이다.”

민혁은 장 진인으로부터 짧은 시간에 많은 무공을 사사했다. 때문에 배우긴 배웠으되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는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그리 멀지 않은 소림으로 가는 여정 동안 무당의 대표적인 경신법인 제운종을 완벽히 익히고자 마음먹었다.

“알겠습니다, 형님.”

다행히 창천도 그의 뜻을 거스르지 않았다. 소림의 대회합은 이제 사흘 앞으로 다가와 부지런히 가야만 늦지 않을 수 있었다. 물론 말을 타거나 경공을 사용한다면 하루면 충분한 거리였기에 민혁은 급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하남부를 벗어나 한적한 관도에 이르자 민혁이 창천에게 넌지시 말했다.

“이제 달려 볼까?”

그러자 창천이 도발적인 말투로 응대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형님.”

말을 마침과 동시에 창천은 쏜살같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 장천을 향해 묘한 호승심을 드러내는 창천의 뒷모습을 보며 민혁은 가볍게 미소 짓고는 제운종을 발휘해 창천의 뒤를 쫓았다.

타앗!

까마득히 멀어져 가던 창천의 뒷모습이 순식간에 잡힐 듯 다가왔다.

‘누가 제운종이 우아하기만 한 경신(輕身) 공부라고 했던가.’

강호에서 제운종은 경공의 본질인 속도를 버리고 우아함과 효율을 선택한 경공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민혁이 느끼기에 속도 면에 있어서도 그 어떤 경신법도 쉽게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대단했다.

물론 가장 큰 장점은 내공의 적절한 배분을 통한 효율적인 공력 소모에 있었다. 한 줌의 진기로 천 리를 간다는 말이 과장은 있을지언정 완전한 거짓은 아니라 느껴질 만큼 제운종은 적은 진기로도 긴 시간 동안 달릴 수 있었다.

창천과 몸을 나란히 한 채 달리며 창천을 바라보자 이를 악물고 달리는 창천의 옆얼굴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할 만하냐?”

그가 여유 있는 모습으로 묻자 창천의 눈이 동그래지더니 갑자기 멈춰 섰다. 민혁은 무슨 일인가 궁금해 얼른 신형을 멈춰 선 다음 창천의 곁으로 되돌아갔다.

창천은 미소 띤 얼굴로 다가가는 그를 향해 가볍게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형님. 도대체 어떻게 달리면서 말씀을 하실 수 있는 거죠?”

일반적으로 경신공(輕身功)을 운용할 때는 말을 하게 되면 진기가 흐트러지기 때문에 말을 하지 못한다. 물론 내공이 일정 수준 이상의 경지에 다다르면 전음으로 의사를 전하기는 한다.

창천의 물음에 민혁은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되물었다.

“달리면서 말하면 안 되는 건가?”

그러자 창천은 어이가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며 대꾸했다.

“당연하죠. 그러다 진기라도 흐트러지는 날에는 크게 다칠 수 있다고요.”

창천의 말은 일리가 있었지만, 내공이 이 갑자를 상회하는 민혁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었다.

“그렇구나. 하지만, 어쩌겠냐? 난 전혀 문제가 안 되는 걸.”

창천은 그런 그를 잠시 바라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에휴. 형님이 예전의 그 형님이었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창천이 내뱉듯 던진 말에 민혁은 가슴이 뜨끔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창천의 어깨를 툭툭 쳤다.

“자,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계속 가자.”

그렇게 말하고 출발하려는데 그의 감각에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민혁은 재빨리 움직이려는 창천의 팔을 잡고는 초감각을 동원해 신경을 집중했다.

“왜 그러십니까? 형님.”

창천은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영문을 몰라 그에게 물었다.

“군사들 같다. 백여 명쯤 되는 것 같은데?”

그 말에 창천도 귀를 기울이며 기척을 살폈으나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는지 목을 길게 빼 전방을 살폈다.

“뭐가 온다고 그러십니까?”

믿을 수 없다는 듯 묻자 민혁은 창천을 잡고 관도에서 벗어나며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봐라. 곧 올 게다.”

아니나 다를까. 저 멀리 희뿌연 먼지구름이 피어오르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에…….”

창천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탄식을 뱉었다. 민혁은 그런 창천에게 말했다.

“몸을 숨기는 게 낫겠다.”

민혁은 서문장천의 몸을 차지한 이후 이곳의 상황에 대해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 결과 지금이 원 나라 말기이며 그 유명한 황후 기 씨가 집권하고 있는 시기란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시기의 특징은 한족(漢族)이 원 나라의 주축 세력인 몽골인으로부터 개, 돼지 취급을 받고 있는 때라는 것이었다.

특히 무림인에 대한 탄압은 극심할 정도여서 병장기의 소지조차도 불가능했다. 흉흉한 세상에 무기조차 갖고 다니지 못하니 살판난 것은 법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도적떼들뿐이었다. 창천도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것이 아니기에 그의 말에 순순히 따랐다.

관도 아래서 잠시 기다리자 관리로 보이는 화려한 옷차림의 남자가 한 개 백인대(百人隊: 백 명으로 이뤄진 원 나라 군사 편제)로 보이는 군사를 이끌고 하남부를 향해 달려갔다.

순식간에 원 나라 군사들이 지나쳐가자 창천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일일까요?”

비록 많은 지식을 가진 민혁이었지만 지금 상황에 대해 알 리가 만무했다.

“글쎄다. 하남부에 무슨 급한 일이 있다고 군사들이 저리 서둘러 가는지 모르겠다.”

서문세가는 하남부를 대표하는 세가였다. 백인대, 그것도 정예로 보이는 백인대가 움직이는 것이라면 세가에 관련된 일일 가능성이 높았다.

창천이 다시 물었다.

“세가로 돌아가 보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민혁은 창천의 말에 잠시 생각해 보고는 굳이 돌아갈 필요는 없을 것이란 판단을 내렸다.

“아니다. 저들만으로 세가를 어찌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무슨 일이 있다면 아버님께서 소림으로 사람을 보내실 게다.”

그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창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 말씀이 맞습니다. 백인대쯤으로 어찌할 수 있는 세가가 아니죠.”

“혹시 모르니, 길을 재촉하지 말고 천천히 움직이도록 하자.”

무슨 일이 있다면 필시 세가에서 사람을 보낼 것이라 생각한 민혁은 창천에게 그렇게 말했다.

“예, 그게 좋겠습니다.”

다시 관도로 올라온 두 사람은 경공을 쓰지 않고 천천히 소림이 있는 동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짐작대로 별일 아니었는지 한참의 시간이 흘렀지만 세가에서 사람을 보내오지는 않았다.

“별일 아니었나 봅니다, 형님.”

“그래. 다행이구나.”

한참을 걸어서 시장기가 동했는지 창천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배가 고픈가 보구나? 요기나 하고 가자.”

창천은 물론이고 민혁 역시 초행길이라 어디에 마을이 있고, 어디에 쉴 곳이 있는지 모른다. 때문에 가다가 쉴 곳을 발견하면 쉬어야 하고 먹을 곳이 있으면 먹어야만 했다.

이미 백영과 무당까지의 먼 길을 여행해 보았던 경험이 있는 민혁은 이 시대에 여행을 다닌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고된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경험을 토대로 이번 소림행에는 노숙(露宿)은 물론이요, 아무 곳에서나 요기할 수 있도록 건량과 육포, 물통까지 단단히 준비했다. 이미 마법 공간의 존재를 슬며시 밝힌 바 있었기에 이런 물건들을 챙기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건량을 물과 함께 씹으며 창천이 물었다.

“형님. 그 비연 소저라는 분, 이야기 들으셨어요?”

비연이라면 서문 가주가 장천의 배필로 찍어 놓은 북리세가 소저의 별호(別號)였다. 민혁은 당연히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다만 별호가 비연(飛燕)인 것으로 보아 경공에는 일가견이 있을 듯 보이는구나.”

그 말에 창천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혹시 그래서 말을 마다하고 경공으로 가겠다고 하신 건 아닙니까?”

“그럴 리가 있겠느냐? 그동안 허송세월한 시간이 많으니 수신(修身)에 애를 쓸 뿐이다.”

창천은 장천이 왜 삼 년이 넘는 긴 시간을 헛되이 보냈는지 잘 알기에 얼굴에서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웠다.

“이제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지요.”

서문장천이 얼마나 세가를 사랑하고, 얼마나 아우 창천을 아끼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당사자인 창천이었다.

민혁이 물었다.

“그래, 비연 소저에 대하여 들은 게 있다면 이야기 좀 해 보려무나.”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고, 모르고 맞닥치는 것보다는 아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그리 물었다.

“음……. 우선 비연 소저가 무림제일미인건 아실 테고.”

창천의 말에 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들리는 말로는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북혼의 지낭(智囊)이라 불린다고 하더군요. 이상한 건 무림제일미로 추앙 받음에도 실제로 비연 소저의 얼굴을 본 사람이 무척 드물다는 것이죠.”

민혁도 서문 가주가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것이 기억나 물었다.

“어떻게 얼굴도 모르는데 무림제일미가 될 수 있는 거지?”

그러자 창천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소문이죠. 어디서부터 퍼져 나온 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전(全) 무림에서 비연 소저의 미모를 따라갈 여인은 없다는 말이 돌았죠. 남의 말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비연 소저를 무림제일미라 부른 거죠.”

“얼굴도 모르는 무림제일미라. 이것 참.”

민혁의 푸념에 창천이 대꾸했다.

“소문이란 게 다 그렇죠. 누군가 목적을 갖고 의도적으로 퍼뜨리기도 하니까요.”

사람들은 그러한 소문이라도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하고 생각하며 쉽게 믿어 버린다. 그래서 뜬소문이나 근거 없는 소문도 아주 쉽게 퍼진다.

“굳이 자신이 예쁘다고 소문을 퍼뜨릴 필요가 있을까?”

그의 말에 창천이 피식 웃고는 대답했다.

“그렇겠죠? 기왕이면 예쁜 형수님이 나을 듯하니 헛소문이 아니길 빌어야죠.”

창천의 말에 민혁은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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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제26화 비연 북미연(飛燕 北美燕) +2 15.09.05 3,195 75 11쪽
25 제25화 소림의 계획 +7 15.08.29 3,249 79 12쪽
24 제24화 대환단(大還丹) +7 15.07.25 3,676 97 11쪽
23 제23화 제운종(梯雲縱) +4 15.07.17 3,793 98 12쪽
22 제22화 화산파(華山派) +3 15.07.10 3,887 99 13쪽
» 제21화 출행(出行) +2 15.06.26 4,358 114 11쪽
20 제20화 창허무극검(蒼虛無極劍) +6 15.06.19 4,510 113 13쪽
19 제19화 귀가(歸家) +6 15.06.12 4,519 129 12쪽
18 제18화 오행지(五行指) +3 15.06.05 4,475 104 12쪽
17 제17화 초청(招請) +6 15.05.29 4,973 125 12쪽
16 제16화 조그만 기연(奇緣) +6 15.05.23 5,412 131 13쪽
15 제15화 무당 입문(武當 入門) +6 15.03.07 5,589 154 13쪽
14 제14화 아! 장삼풍(張三豐) +4 15.02.20 5,563 162 11쪽
13 제13화 태화산(太和山) +5 15.02.17 9,522 154 11쪽
12 제12화 소림승 무강(少林僧 無疆) +5 15.01.27 5,934 170 13쪽
11 제11화 협의지심(俠義之心) +3 15.01.25 6,510 170 13쪽
10 제10화 무당행(武當行) +4 15.01.24 6,456 172 11쪽
9 제9화 수검(受劍) +4 15.01.19 6,967 192 13쪽
8 제8화 결행(決行) +3 15.01.18 7,341 204 13쪽
7 제7화 설득(說得) +4 15.01.16 7,141 193 12쪽
6 제6화 출관(出關) +5 15.01.15 7,264 187 11쪽
5 제5화 가주의 결심 +6 15.01.13 6,865 189 11쪽
4 제4화 세가풍운(世家風雲) +6 15.01.06 8,125 243 13쪽
3 제3화 폐관 수련 +4 15.01.05 7,699 22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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