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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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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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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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이가 된 독일 병사들

DUMMY

‘군수공장은 돈을 얼마나 많이 벌까?’


어느 나라건 군수 산업을 하는 사람은 때부자가 되었을 것 이다. 애국심? 전우애? 자기 목숨은 버릴 일 없는 귀족 출신 장교들이 병사들을 총알받이로 내세우기 위해서 꾸며낸 거짓말이다.


‘대학가서 공학을 공부하고, 군수공장이나 만들어야지.’


저 멍청한 장교들은 이번 전쟁이 끝나도, 자신의 사리사욕 때문에 분명 다시 전쟁을 벌일 것 이다. 이번 전투에서 많은 병사가 죽었지만, 내일이면 신병들이 우르르 몰려올 것 이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점점 어린 병사들이 들어왔다.


한스는 고철로 변한 탱크를 바라보았다. 전쟁이 끝나면, 저것보다 훨씬 강력한 탱크를 만들고 싶었다. 포신의 길이를 짧게 하면 포신이 저격총에 고장 날 확률도 줄어들 것 이다.


영국군의 전차는 측면에 두 개의 포를 설치했는데, 그것 보다는 전면 중앙에 한 개의 포탑을 설치하고, 이를 빨리 회전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지도 모른다.


머저리 같은 길이만 긴 소총도 좀 더 짧고 간편하게 만들 것 이다. 어쩌면 기관총을 휴대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용기? 애국심? 기관총 2대에 1개 연대가 10분 만에 전멸하는데? 좆 까지 말라고 해. 난 반드시 살아남을 거야.’


한스는 고요한 무인지대를 바라보며 다짐했다. 어느덧 자욱한 안개와 함께 새벽이 찾아왔다. 이런 안개가 끼는 날이면 몰래 철조망을 자르러 기어오는 적군이 한 둘 있기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옆에서 같이 보초를 서는 요나스는 안색이 좋지 않다. 다리가 포탄 파편에 스쳤을 뿐인데,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다. 한스가 말했다.


“자네는 들어가서 쉬게.”


요나스가 이를 딱딱 부딪치는 소리를 내며 대답했다.


“아니야. 괜찮네.”


참호의 위생 상태는 극악이었기에, 작은 상처라도 감염으로 이어져서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있었다. 요나스가 덜덜거리며 계속 말했다.


“나는 아직도 한 번도 못 죽여봤네.”


“뭐라고?”


“자네와 달리 난 군에서 성과를 올린 적이 한 번도 없단 말이네. 나만 이런 쓸모 없는 패배자로 있을 수는 없어.”


한스는 요나스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 순간, 뒤에서 롬멜 소위의 목소리가 들렸다.


“군에서 제일 쓸모 없는 것은 죽은 병사라네.”


한스와 요나스가 롬멜 소위에게 경례를 했다. 롬멜 소위가 요나스의 상태를 살펴보고 말했다.


“자네는 다른 병사와 교대하고 의무병한테 가보게.”


“네! 알겠습니다!”


요나스가 자리를 떴다. 롬멜 소위가 참호를 살펴보고 말했다.


“적 저격수는 어떠한가?”


한스가 대답했다.


“백발백중입니다. 예전에는 막대기로 철모를 위로 올리면 저격수가 맞추어서 방향을 알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수법이 통하지 않습니다. 철모나 허수아비를 위로 올렸는데도 저격수가 쏘지 않아서, 안심하고 무인지대로 나갔던 병사가 몇 당했습니다.”


롬멜이 말했다.


“아군 기관총 사수와 저격수를 보호할 장갑판이 필요하겠군. 얇게 구멍을 뚫으면 사격에는 문제없겠지.”


롬멜의 말에 한스는 안심이 되었다. 기관총 사수와 부사수는 적군이 1순위로 헤치우려고 하는 타겟이었기 때문이다. 롬멜이 한스에게 말했다.


“이보게. 자네는 탱크를 막기 위해서 어떤 전략을 쓸 수 있을 것 같나?”


갑작스런 질문에 한스는 몹시 당황했다. 하지만 한스는 문득 마지막 남은 전차의 벨트가 이탈하여 기동 불능 상태가 된 것을 떠올렸다.


“전차는 전면부가 제일 강하고, 그 중에서는 포신이 유일하게 약합니다. 전차의 포신을 저격수가 맞추면 공격 불능 상태로 만들 수 있습니다. 반면 측면과 후면은 그보다 약합니다. 또 하단에 벨트는 쉽게 고장납니다.”


한스는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화력이 강력한 지뢰를 이용하면, 전차를 기동 불가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롬멜이 대답했다.


“좋은 생각이군. 대전차 지뢰라···하지만 화력이 강력한 지뢰를 묻는 것은, 아군이 그 곳을 지나갈 때도 위험할 수 있지 않겠나?”


롬멜의 말이 맞았다. 순간 한스는 번개처럼 불길한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그 의견대로 지뢰를 설치하게 되면···분명 나 같은 이등병들이 직접···’


한스는 재빨리 이 상황을 수습하고자 하였다.


“죄송합니다. 뭔가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해 보겠···”


롬멜은 공학에 관심이 많았기에, 이 대화에 무척 큰 흥미를 가졌다.


“아니야. 괜찮은 방법이야. 전차 같이 무거운 압력에만 작동하는 대전차 지뢰를 만들면 되겠군. 무인지대에 대전차 지뢰를 설치하고, 아군이 후퇴한 것처럼 가장해서 적군을 유인할 수 있겠군. 그렇게 한 다음 측면에서 기습 공격을 하는 거지.”


‘젠장!!!’


“일단 재고해보겠네.”


롬멜이 자리를 떴고, 곧이어 안톤이 보초를 서라 한스 곁에 왔다. 순간, 한스는 큰 것이 마려웠다.


“이보게 안톤. 나 잠깐만 좀.”


화장실이 여전히 박살 난 상태였기에, 한스는 지난번에 봐두었던 포탄 구멍이 패여 있는 참호 뒷 편으로 향했다. 부상병들이 들 것 위에 널부러져 있었다. 쥐들은 팔을 움직일 수 없는 부상병들을 끊임없이 공격하고 있었다. 한스가 소총을 휘두르며 쥐를 잡으려 하자, 쥐들은 쏜살같이 달아났다. 한 부상병이 한스에게 말했다.


“고맙네.”


그런데 저 쪽 끝에 엎드려 있는 한 병사 옆에 여전히 쥐가 두 마리 있었다. 한스는 그 쥐를 쫓으러 갔다. 자세히 보니, 병사 얼굴에도 쥐가 두 마리 붙어 있었다. 한스는 그 병사를 발로 밀면서 말했다.


“이보게! 일어나! 쥐한테 뜯어 먹히고 싶···으악!!!!!!!!”


병사는 이미 죽어 있었고, 쥐 한 두 마리가 붙어있는 것이 아니었다.


“으아아악!!!!”


한스가 미친 듯이 소리치며 쥐를 잡으려 하자, 그 시체의 상의 속에서 수십 마리는 될 것 같은 쥐 무리가 뛰쳐 나왔다.


“아아악!!!”


옆에 있던 다른 부상병들도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


“무슨 소란이야!”


한스의 비명에 다른 병사들이 깨어났고 참호는 난장판이 되었다. 막상 병사들이 쥐를 잡으려 하니 얄미운 쥐새끼들은 모두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병사들은 쥐를 모두 죽이겠다고 이를 갈았고, 포탄 파편, 탄피 등을 가공해서 온갖 트랩을 만들었다.


몇 마리 쥐가 잡히기는 했지만, 쥐의 번식력은 상상을 초월했고, 몇 번 성공한 트랩에는 쥐들이 더 이상 함정에 빠져주지 않았다. 병사들은 쥐에게 영국, 프랑스의 정치인, 장군의 이름을 붙여주었다.


쥐만큼 병사들을 귀찮게 한 것은 머리털, 수염, 옷에 들러붙은 ‘이’였다. 병사들이 목욕을 해도, 몇 시간 뒤면 온 몸에 이가 다시 들끓었다. 이미 머리, 옷, 수염 등에 알을 잔뜩 까놓았기 때문이다.


모든 병사들은 머리카락에 이의 알이 여러 개 붙어 있었는데, 그것을 손톱으로 터트리는 것이 병사들의 일과였다. 할 일이 없는 병사들은 이를 잡아서 촛불로 태우며 시간을 보냈다.


참호 속에 병사들이 원인 모를 열에 시달리는 이유가 바로 이 작고 혐오스러운 곤충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장교들은, 병사들에게 머리를 모두 밀라고 명령했다. 요나스가 이발병에게 말했다.


“이보게, 다 밀지는 말고 위에 조금만 남겨주게.”


뚱뚱한 이발병이 대꾸했다.


“뮐러 병장님은 모두 싸그리 밀어버리라고 명령해셨어. 난 다 밀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결국 요나스의 머리는 한 올도 남김없이 싹싹 밀려 버렸다. 안톤이 투덜거렸다.


“우스꽝스러운 파란 군복을 입은 프랑스 놈들이랑 접시 모양 철모를 쓴 영국 놈들조차 우리를 빡빡이라고 비웃겠어.”


이발병이 니클라스를 유심히 보며 말했다.


“이봐, 자네는 밀었나?”


니클라스가 태연한 척 이발병에게 대답했다.


“어제 자네가 밀었잖아. 잊어버렸나 보군.”


이발병은 눈을 가늘게 뜨고 니클라스의 철모를 벗겼다. 철모 밑 부분만 머리를 밀고 윗 부분에는 머리털이 남아 있었다. 이발병은 사정없이 니클라스의 머리카락을 모두 밀었다.


지난 번 포격으로 기껏 파둔 대전차 호가 모두 메꾸어져 버렸기에, 독일군들은 밤이면 밤마다 위험을 감수하고 무인지대에 대전차 호를 파러 나갔다. 적군은 독일군이 전차를 방어하기 위해 밤마다 대전차 호를 파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여지없이 환영한다는 포를 쏘아댔고, 그로 인하여 17명의 신병이 죽었다. 보고를 받은 롬멜 소위가 연락병에게 말했다.


“대전차호와 병사들의 육탄돌격으로는 전차를 막을 수 없네. 강력한 대전차 무기가 필요하다고 상부에 전하게.”


하지만 군부에서는 총알받이용 신병들은 보내주었지만, 신기술 개발에는 미적지근했다. 그래도 프랑스에서 노획한 박격포를 몇 대 보내주었다. 직사포로 쏘면 쓸만할 지도 모른다. 물론 전차의 눈에 띄는 순간 박격포가 제일 먼저 박살 날 것 이다.


전선에 있는 장교들의 요청이 빗발쳐, 독일의 군수 공장은 대전차 지뢰와 대전차 소총이라는 아주 쓸만한 무기를 보내주었다. 대전차 소총을 처음 본 병사들은 그 무게와 크기에 경악했다.


“이걸론 코끼리도 사냥할 수 있겠어.”


모리츠 상병은 시험 삼아 대전차 소총으로 무인 지대를 향해 발사해보기로 하였다. 다른 병사들이 숨을 죽이고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타앙!”


“으악!”


모리츠 상병은 자신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소총의 반동이 어마어마했기에 모리츠 상병은 순간 자신의 어깨가 탈골된 것이 아닌가 걱정하였다. 모리츠 상병은 다시 거대한 탄환을 소총에 집어넣고 장전한 이후에, 다시 탄환을 발사했다.


“타앙!”


이번에는 모리츠 상병은 반동을 견뎌내었다.


“이걸로 그 깡통 안에 있는 운전수의 대가리를 부셔놓자고!”


병사들은 전차에 대한 두려움을 애써 숨기고, 이 새로운 무기가 자신들을 보호해줄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다음 날 오후 2시 경, 적군의 항공기 한 대가 상공을 비행했다. 포병들은 프랑스에서 탈취한 대공포를 하늘에 발사했다.


“쿠와왕!!!”


“쿠왕!!!!!!!!!!!”


엄청난 소리와 함께 화약 냄새가 사방에 진동을 했다. 하지만 형편없는 대공포들은 화약만 잔뜩 낭비한 채로 한 발도 맞추지 못했다. 항공기는 독일 군을 조롱하며 아주 높은 고도로 비행하고 있었고, 공격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비행만 하다가, 다시 돌아갔다. 한 발도 맞추지 못한 멍청한 포병들이 비행기를 향해 엿을 날리며 환호했지만 롬멜 소위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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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암표범 +6 20.12.03 3,256 87 11쪽
34 씻을 수 없는 죄 +1 20.12.03 3,320 8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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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철십자 훈장 +9 20.12.02 3,540 83 11쪽
31 대의명분 +5 20.12.02 3,464 85 11쪽
30 전차 VS 전차 20.12.02 3,523 89 11쪽
29 영국군의 전차 공격 +4 20.12.01 3,637 87 11쪽
28 티거 +8 20.12.01 3,631 99 11쪽
27 최초의 독일 전차장 +3 20.12.01 3,687 97 11쪽
26 전차 노획 작전 +3 20.11.30 3,673 92 11쪽
25 무인지대에 피어오르는 불꽃 +5 20.11.30 3,633 99 11쪽
24 아돌프의 조언 +6 20.11.30 3,755 94 11쪽
23 죽어가는 영국 병사 +8 20.11.29 3,735 92 11쪽
22 패배 +4 20.11.29 3,767 90 11쪽
21 마크 전차와 한 판 승부 +4 20.11.29 3,863 95 11쪽
20 탈영병 처형 +5 20.11.29 3,926 91 11쪽
19 스톰트루퍼 +2 20.11.28 4,063 94 11쪽
18 빗줄기 속에 참호전 +6 20.11.28 4,259 97 11쪽
17 죽음의 안개 +7 20.11.28 4,134 99 11쪽
16 비 속에 불꽃 +9 20.11.27 4,278 98 11쪽
» 빡빡이가 된 독일 병사들 +5 20.11.27 4,393 9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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