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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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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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8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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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톰트루퍼

DUMMY

슈타이너 상병이 욕을 내뱉었다.


“지랄 같은 소리 하지 말게. 난 휴가가 필요해. 술집에 가서 맥주를 퍼 질러 마시고 싶어. 그 정도는 괜찮잖아?”


의무병이 상처를 소독하며 말했다.


“소독만 하면 며칠 안에 근무 가능하네.”


슈타이너 상병은 그 말에 어느 때보다도 화가 난 것 처럼 보였다.


“젠장!! 차라리 날 군사 재판이라도 받게 해줘! 그 동안은 쉴 수 있을 테니까. 이런 젠장!!!엄청 아프네!”


의무병이 무표정하게 말했다.


“얼마 전에도 신병 하나가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는지 자기 손가락을 잘랐다네. 그런 잔꾀는 우리한테 통하지 않아.”


한스가 물었다.


“그 신병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의무병이 대답했다.


“모조리 군사 재판 행이지. 그 친구는 갇혀 있는 동안 전투 안 해도 된다며 좋아하더군.”


슈타이너가 울부짖었다.


“젠장! 나도 엄지 하나 자르면 되냐?”


의무병이 슈타이너를 데리고 갔다. 옆에 있던 모리츠 상병이 말했다.


“더 좋은 방법이 있는데 멍청하군.”


요나스가 물었다.


“더 좋은 방법이요?”


“실에 음식물 찌꺼기랑 변을 묻혀서 바늘로 종아리나 손을 1인치 정도 꿰매면 되네. 며칠 그렇게 놔두다 실만 뽑아내고, 철조망에 긁힌 곳이 곪았다고 하는 거지.”


안톤이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그러다 염증이 심해지면 죽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니클라스도 말했다.


“죽지 않아도 절단해야 할 텐데요.”


“그러니 할거면 왼쪽 팔에 해야지. 옆 부대에 두 놈이 그렇게 했다네. 한 놈은 팔 하나 잘리고 고향으로 돌아갔고, 다른 한 놈은 죽었다고 하더군.”


“으으···.난 그렇게 못 해···”


며칠 뒤, 한스는 동료들과 후방에 있는 지원 참호로 이동하게 되었다. 한스와 동료들은 즐거운 기분으로, 참호 왼쪽에 붙어서 일렬 종대로 후방으로 걸어갔다. 오른쪽으로는 다른 부대 병사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교전 참호로 줄 지어 걸어오고 있었다. 모리츠 상병이 웃으며 그 병사들에게 말했다.


“지옥에 오는걸 환영하네.”


확실히 후방은 전방과는 다르게 시체 냄새가 그닥 나지 않았다. 참호 시설도 잘 관리되어 있었다. 특히 지나가면서 보이는 장교들이 머무르는 곳은 제법 견고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안톤이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니클라스가 말했다.


“여긴 화장실이 멀쩡해. 포격에 안 맞았나 봐.”


한스가 생각했다.


‘여기서 가능하면 오래 버텼으면 좋겠다. 전투는 지긋지긋해.’


하늘에서 연합군 정찰기가 독일군의 성질을 긁고 있었다. 포병대가 야포를 발사했지만 당연히 이번에도 한 발도 맞지 않았다. 요나스가 말했다.


“나도 전투기 조종사나 될 걸.”


한스가 말했다.


“전투기 조종사는 평균 10일 정도 밖에 못 산대.”


“혹시 알아? 내가 만프레트 폰 리히트호펜 같은 천재일수도 있잖아. 그는 수십 대를 격추시켰대.”


요나스의 꿈 같은 말에 니클라스가 빈정대며 말했다.


“천재도 엔진 고장 나면 끝인걸. 그렇게 떠받들어줘야 멍청이들이 입대하지.”


“전투기에 낙하산도 없대. 군부에서는 낙하산 있으면 용감히 안 싸울 거라고 일부러 지급 안 해준다던데?”


“그래도 개네는 자살용 권총이라도 받잖아.”


“죽을 때 하늘에서 죽으면 폼이라도 나지.”


동료들의 실없는 대화 와중에도 한스가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


“언젠가는 하늘을 지배하는 자가 전쟁을 지배하지 않을까?”


“그건 무리야. 깃발 꽂는 건 보병 몫인걸.”


한스의 부대가 모처럼 여유를 즐기고 있는 그 날, 헤르만 가이어 대위가 장교와 부사관들에게 새로운 전술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850명의 병사, 화염방사기, 기관총, 박격포 등으로 무장한 돌격대가 이번 작전을 시행할걸세. 포격은 3시간 이내로 시행하고, 적의 통신 시설, 지휘 본부 쪽에 큰 타격을 주어야 하네.”


“이···이건 너무 무모합니다.”


“내가 직접 지휘할걸세.”


헤르만 가이어 대위의 책상 앞에는 독일군 비행 정찰선이 찍은 사진이 놓여 있었다.


“나름 엄폐를 했지만 적군 포병은 이 쪽에 밀집되어 있네. 우리가 목표로 할 적의 약한 지점은 바로 여길세.”


헤르만 가이어 대위가 위치를 표시했다.


“빠른 속도로 돌격대가 이 곳을 점령하고, 남은 방어 거점을 포위해 가야 하네.”


바텔 소위가 말했다.


“대위님. 화염방사기는 2명 이상이 운반하여야 하기 때문에 이동성이 떨어집니다. 참호에 도착하면 적을 궤멸시키는데 유용하지만, 도착하기 전에 기관총의 타겟이 됩니다.”


바텔 소위의 의견에, 발렌베리 소위가 말했다.


“안개 끼는 날에 작전을 시행하면, 화염 방사기를 운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헤르만 가이어 대위는 돌격대, 이른바 스톰트루퍼 작전을 수행할 날만 조용히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안개가 자욱히 참호를 메우기 시작했다. 헤르만 가이어 대위가 말했다.


“거 싸우기 딱 좋은 날씨군.”


병사들에게는 마치 중세시대 기사들이 입을 것 같은 철판으로 만든 방탄복이 지급되었다. 그들은 돌격 명령을 기다렸다.


“젠장 이건 너무 무거워.”


“이딴 걸로 어떻게 총알을 막으란 거야!”


헤르만 가이어 대위가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이번 전술에서는 가급적 적과의 교전을 피하고 빠른 속도로 적 참호의 약한 부분을 파고 드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헤르만 가이어 대위가 걸어 다니며 큰 소리로 말했다.


“지휘관의 명령에 따르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각 병사들이 알아서 유동적으로 판단해서 돌파해야 하네. 자신의 감각을 믿도록.”


요나스가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이걸 입고 어떻게 빨리 가라는 거야.”


헤르만 가이어 대위가 큰 소리로 말했다.


“병사들이여! 무운을 비네!”


그 이후 독일군 포병은 3시간에 걸쳐 박격포, 유산탄, 독가스탄 등을 적진에 퍼부었다. 그리고,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돌격!!!!!!!!!!!!!!!”


독일 병사들은 함성을 지으며 적진을 향해 달려갔다. 적군은 독일군에게 포격으로 화답했다.


쿠웅!!!!!


슈욱 콰과광!!!!!


사방에서 포탄 파편이 빗발쳤다. 그 중 가장 무시무시한 것은 유산탄이었다.


“으악!!!!”


유산탄에 눈을 맞고 쓰러진 독일 병사가 울부짖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돕지 않고 그저 적진을 향해 달려갈 뿐 이었다.


쉬익 쿠구궁!!!!


쉴 틈 없는 포격에, 한스는 아무 생각 없이 본능적으로 몸이 이끄는 방향으로 달렸다.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생존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익히 터득했다. 자신도 모르게 오른쪽으로 질주하는 순간, 왼 편에 커다란 포탄이 떨어졌다.


쿠구궁!!!!!


안개는 저격수로부터 독일 병사들을 지켜주었지만, 동료들이 가는 방향조차 알 수 없게 만들었다. 한스는 문득 자기가 가는 방향이 맞는 방향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쉬익 쿠과광!!!!!!!!!!!!!!!


지축이 흔들리며 엄청난 굉음이 한스의 머리를 때렸다. 갑자기 모든 것이 천천히 움직이는 듯 보였다. 귀에 물이 들어간 것 마냥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그저 윙윙거렸다. 잠시 뒤, 청력이 돌아왔다.


“뛰어!!!”


“돌격!!!!”


한스는 다시 일어서서 앞으로 달렸다. 지금 한스는 하나의 인간이 아니었다. 절벽을 향해 달려가는 양 떼 무리 중에 한 마리 이자, 포식자로부터 살아남고자 수십 km를 질주하는 생명체였다.


저 쪽에서 기관총 소리가 들렸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한스는 포탄 구덩이 안으로 들어갔다.


드드드드 드드드드 드드드드


수 많은 독일 병사들이 쓰러지고 있었다. 8초 뒤, 기관총의 전기톱 소리가 멈추었다. 장전하는 시간이다. 한스는 포탄 구덩이에서 그 쪽을 향해 기발트 라둥을 던졌다.


쿠구궁!!!!! 쿠왕!!!!!!


한스의 머리는 한스에게 동료가 올 때까지 포탄 구덩이에 있으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한스는 자신도 모르게 적진 참호 속으로 뛰어들었다. 기관총 사수와 부사수는 이미 기발트 라둥에 의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한스는 나머지 수류탄도 적진 참호 다른 쪽으로 던졌다.


쿠궁!!!!


참호 밑바닥까지 안개는 가득 차 있었다. 아직도 포탄의 충격이 가시지 않아 청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한스는 조명탄을 하늘 위로 쏘아 올려 아군에게 신호를 보냈다.


‘적군이 나한테 몰려들겠군···’


조명탄을 쏘아 올리는 것은 도박이었다. 적군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려줌과 동시에 아군의 오인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적군에게 총을 맞아 죽는 것이, 아군의 화염방사기에 죽는 것 보다는 나을 것 이다.


한스는 소총을 든 상태로 천천히 지그재그 모양의 적군 참호를 걸어갔다. 참호가 너무 좁아서 소총이 걸리적거렸다. 적이 나타나면 상대에게 총을 쏠 기회는 단 한번이다. 장전하기 전에 먼저 죽을 수 있다. 착검을 한 상태라 검을 쓰면 되기는 하지만 훈련소에서는 제식 훈련이나 했지 제대로 총검술을 가르쳐 준 적도 없었다.


순간, 모퉁이에서 접시 모양의 철모를 쓴 영국 군이 소총을 들고 튀어나왔다.


“손 들어!!! 손 들어!!!”


적군도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무어라무어라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젠장!!! 항복해!!!!”


적군은 싸울 생각도 없어 보이지만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


타앙!!!


한스는 자신도 모르게 소총을 쏘았다. 근데 엉뚱하게도 적군 뒤에 있는 흙 벽을 맞추었을 뿐이다. 그가 증오에 찬 눈빛으로 자신의 소총을 휘두르려고 한 순간, 그의 뒤에서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으아아아악!!!!!”


한스는 재빨리 화염을 피해 뒤로 물러났다. 적군은 불길에 휩싸인 채 미친 듯이 몸부림 치고 있었다. 뒤에서 누군가가 총으로 그의 머리를 쏘아 즉사시켰다. 튀어나온 것은 놀랍게도 슈타이너 상병이었다. 그가 화염방사기로 적군 참호를 초토화시키고 있던 것 이었다.


“한스!! 살아있었군!!!”


한스가 외쳤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더 진격합니까?”


“알아서 해!!!!”


슈타이너 상병은 남아 있을지 모르는 적군을 소탕하러 화염방사기를 들고 홀로 걸어갔다. 슈타이너 상병을 제외하고 저 화염방사기를 혼자 들 수 있는 건 안톤 정도 밖에 없을 것 이다.


“제···젠장!!!!”


무인지대에 아무 참호 구덩이에 들어가서 숨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한스는 걸리적거리는 소총을 내던졌다. 독일군이 점령한 이 참호 다음에도 적군의 지원 참호가 두 어 개 더 있을 것 이다. 한스는 있는 힘껏 기발트 라둥을 적군의 다음 참호로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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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삽화는 담배를 피우는 한 독일군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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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전차를 지켜라 +4 20.12.04 3,186 80 11쪽
35 암표범 +6 20.12.03 3,255 87 11쪽
34 씻을 수 없는 죄 +1 20.12.03 3,318 89 11쪽
33 두 번째 전차 노획 작전 +1 20.12.03 3,462 85 11쪽
32 철십자 훈장 +9 20.12.02 3,540 83 11쪽
31 대의명분 +5 20.12.02 3,464 85 11쪽
30 전차 VS 전차 20.12.02 3,522 89 11쪽
29 영국군의 전차 공격 +4 20.12.01 3,637 87 11쪽
28 티거 +8 20.12.01 3,631 99 11쪽
27 최초의 독일 전차장 +3 20.12.01 3,687 97 11쪽
26 전차 노획 작전 +3 20.11.30 3,672 92 11쪽
25 무인지대에 피어오르는 불꽃 +5 20.11.30 3,633 99 11쪽
24 아돌프의 조언 +6 20.11.30 3,755 94 11쪽
23 죽어가는 영국 병사 +8 20.11.29 3,735 92 11쪽
22 패배 +4 20.11.29 3,766 90 11쪽
21 마크 전차와 한 판 승부 +4 20.11.29 3,863 95 11쪽
20 탈영병 처형 +5 20.11.29 3,926 91 11쪽
» 스톰트루퍼 +2 20.11.28 4,063 94 11쪽
18 빗줄기 속에 참호전 +6 20.11.28 4,258 97 11쪽
17 죽음의 안개 +7 20.11.28 4,134 99 11쪽
16 비 속에 불꽃 +9 20.11.27 4,278 98 11쪽
15 빡빡이가 된 독일 병사들 +5 20.11.27 4,392 9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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