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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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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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3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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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 노획 작전

DUMMY

한스는 계속해서 종이에 끄적이며 아이디어를 떠올랐다.


“나라면 장갑을 이중으로 만들 거야. 겉에 있는 보조장갑은 닭장처럼 망으로 만들면, 금속도 많이 소모되지 않는다···’


이 때, 롬멜 소위가 한스가 그리는 설계도를 집어 들고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제법 아이디어가 좋군.”


“감사합니다.”


“자네라면 전차를 노획하기 위해서 어떤 작전을 구상하겠나?”


한스는 롬멜이 자신을 인정해준 것이 신이 나서 떠들기 시작했다.


“넓은 무인지대나 들판에서는 노획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좁은 곳에서 여러 대가 줄지어 몰려올 때, 기습하면 노획할 수 있을 겁니다. 맨 앞에 있는 전차를 기습해서 그 위에 올라타서, 놈들을 끄집어 내는 거죠.”


“전차가 오는 좁은 골목에서 기습을 한다?”


“네. 그렇습니다. 전차가 멀리 포탄을 쏘도록 다른 쪽에서는 함성을 지르고, 그 틈을 타 정예병들이, 전차 바로 밑에서 허를 찌르는 겁니다.”


‘설마 이 미친 작전을 실행하겠어.’


예전에 롬멜 앞에서 작전을 이야기했다가 위험한 전투에 끌려간 적이 있었지만, 지금 한스는 부상병이고 설마 롬멜이라 해도 이 정신 나간 작전을 실행할 리는 없으리라 생각했다. 롬멜이 한스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푹 쉬게.”


한편, 한스의 부대에, 영국군으로부터 노획한 야포와 수류탄이 새로운 물자로 들어왔다. 오늘 새로 들어온 신병들은 영국군의 수류탄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한스는 신병들에게 수류탄의 차이점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우리가 쓰는 수류탄 사용법에 대해서는 다들 훈련소에서 배웠을 거다.”


그 때, 한 신병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저···저는 못 배웠는데요···”


“뭐?수류탄 사용법도 못 익히고 전선에 왔다고??”


한스가 신병들에게 물었다.


“수류탄 사용법 모르는 신병?”


4명의 신병이 손을 들었다. 한스의 등에 식은 땀이 흘렀다. 이런 놈들과 같이 작전을 하다가는 적군이 아니라 아군 수류탄에 죽을 것이 분명했다. 한스는 일단 독일군의 M24 막대형 수류탄 사용법에 대해 신병들에게 가르쳐 주었다.


“이 수류탄은 이렇게 격발 끈을 잡아당기면 5초 안에 폭발한다. 어떤 머저리들은,격발 끈을 당기고 던질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그 머저리들이 어떤 꼴을 되었는지는 내가 설명 안 해도 되겠지?”


신병들의 얼굴이 하얗게 되었다.


“끈을 당기면 바로 던져야 한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우리가 쓰는 이 막대형 수류탄은, 엄폐물이 없을 때도 적에게 던져도 된다. 하지만, 영국놈들과 프랑스놈들이 쓰는 이 파인애플형 수류탄은, 반드시 엄폐물이 있을 때만 적에게 던져야 한다. 이 놈들이 쓰는 수류탄은 우리가 쓰는 것보다 파편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한스가 영국군의 파인애플형 수튜란을 병사들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이 수류탄은 7초 뒤에 폭발한다. 너무 일찍 적에게 던지면, 그 놈이 다시 이 쪽으로 던져서 우리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역으로 말하자면 놈들이 우리에게 던진 수류탄을 발로 걷어 쳐서 돌려줄 수도 있다는 말이지.”


그 때 한 신병이 물었다.


“이렇게 막대형 수류탄을 여러 개 합친 것은 무엇인가요?”


한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건 대전차용 수류탄이다. 기발트 라둥이라 부르지. 이것은 파괴력이 강한 대신 멀리 던지기 어렵다. 신병들은 가급적 사용을 삼가도록.”


한스는 문득 생각에 잠겼다.


‘영국, 프랑스 놈들의 수류탄은 지연신관식이다. 우리보다 발달된 기술이야. 놈들이 전차도 먼저 만들었고···이러다간 결국 전쟁에···’


그 때, 슐츠 중위가 미소를 지으며 한스에게 와서 말했다.


“내가 롬멜한테 자네 칭찬을 많이 들었네. 참 수고하고 있군.”


“감사합니다.”


“팔은 어떤가?”


“이제 많이 괜찮습니다.”


“이보게, 한스. 조만간 우리 군도 전차를 갖게 될 걸세.”


슐츠 중위의 말에, 한스는 가슴이 뛰었다.


‘우리도 전차를 갖게 된다고? 운전병으로 지원할 수 있나? 아니야. 정비병이 좋겠다···우리 독일군 전차는 어떤 모양일까? 분명 아름다울 거야.’


슐츠 중위의 콧수염을 씰룩거리며 말했다.


“한스 이등병 바로 자네의 아이디어대로 영국군의 탱크를 노획할걸세.”


한스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한스는 자신이 들고 있는 영국놈의 파인애플 수튜탄을 슐츠 중위의 대가리에 박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슐츠 중위가 산 위에서 비행선이 촬영한 지형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우리 체펠린 비행선이 좋은 정보를 입수했네. 이 좁은 길목으로 놈들의 전차가 지나갈 걸세. 전차 한 대만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목이지.”


놀랍게도 영국놈들은 오른쪽에 절벽을 끼고 있는 산지에 있는 좁은 길을 지나 이동한다는 것 이었다. 이런 지형이라면 탱크 노획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목숨을 버린다고?’


한스는 작전 도중에 탈영을 하기로 결심했다.


‘웃기지 마···나는 도망 갈 거야···농가에 가서 감자나 훔쳐 먹으며 살아야지···’


“놈들이 점점 전차를 개량하고 있다고 하더군. 프랑스 놈들도 전차 연구를 하고 있으니 이걸 연구할 필요성이 있네. 물론 노획한 것은 군수 물자로 쓰고.”


“노획한 전차는 누가 운전합니까?”


“우리는 따로 전차병을 훈련시키지 못했으니, 자네들이 잘 운전해 와야겠지?”


순간, 한스의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무인지대에 거대한 포탄 자국과 궤도 자국을 남기는, 위력적인 철갑 괴물을 직접 운전한다? 무한 궤도를 움직여 앞으로 전진하면 그 어떤 참호라도 거뜬히 넘을 수 있을 것 이다.


그 총알을 소나기처럼 쏟아내는 기관총과 포탄 파편으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강철 장갑! 무한 궤도를 제각기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 제자리에서 180도 회전을 할 수도 있을 것 이다. 그걸 내가 직접 운전해서 온다고? 놈들은 어떻게 전차를 개량했을까?


슐츠 중위가 말했다.


“아, 혹시 팔이 회복되지 않았으면 남아도 좋네.”


“제가 가겠습니다.”


한스의 말에, 근처에서 숨죽이고 이야기를 듣던 신병들이 한스를 쳐다보았다.


“부상은 나았습니다. 마땅히 병사로서 해야 할 일을 할 뿐입니다.”


슐츠 중위가 흡족하게 웃으며 한스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럼, 무운을 비네.”


그 날, 한스는 대전차 지뢰, 수류탄, 소총, 화염병으로 쓰기 위한 휘발류가 담긴 술병 등을 챙기고 신병들에게 작전을 설명해주었다. 이 때, 뮐러 병장이 와서 한스를 불렀다.


“이보게, 자네. 전차 노획 작전에 참가한다고 들었네.”


“네. 그렇습니다.”


뮐러 병장이 한숨을 쉬고 말했다.


“이번 작전에 슐츠 중위는 자네를 포함해서 이등병들로만 팀을 구성했네.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아는가?”


한스는 물론 알고 있었다.


‘우리가 모두 뒈져도 책임을 안 지겠다 그거지.’


장교들이 상부에 보고서를 올릴 때, 장교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경우는 이름을 올려야 했다. 하지만 한스와 신병들 같은 찌끄레기 이등병들의 죽음은 이름도 올라가지 않고, ‘병 00명 실종’ 이런 식으로 처리될 것 이다. 하다못해 야포가 망가진 것 보다 소흘하게 다뤄질 것 이다. 하지만 한스가 대답했다.


“이번 작전은, 전차에 대한 공포심이 없는 신병들이 수행해야 합니다.”


뮐러 병장이 계속 한스에게 말했다.


“이보게, 내가 늘 자네를 작전에 참여시킨 이유를 아나? 자네는 꼭 살아 남으려는 의지가 돋보였다네. 그래서 자네는 작전에 실패할지언정 죽지는 않을 것 같았다네. 그러던 자네가 왜 이 작전에 참가한다고 자원했지?”


한스도 문득 이번 작전에 참가하는 것이 미친 짓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그 전차를 보고 직접 운전해보고 싶었다. 한스는 주머니 속에 소중히 넣어둔 전차 설계도를 뮐러 병장에게 내밀었다.


“제가 구상한 전차 설계도입니다. 언젠가 독일에 꼭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한스는 신병들과 함께 전차 노획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예비 참호 밖으로 나가서, 숲을 가로질러 행군하기 시작했다. 한스가 신병들에게 말했다.


“혹시 놈들이 있을 수 있으니 주변을 잘 살피도록.”


이 곳은 포격을 맞지 않아서 울창한 삼림으로 가득했다. 한스와 같이 가는 신병들은, 지난 번 습격 작전을 제외하고는 전투 경험이 전혀 없었고, 전차를 실제로 목격한 적조차 없었다. 한 신병이 말했다.


“이 곳을 전차가 통과할 수 있을까요?”


다른 신병이 말했다.


“절대 안 될걸?”


한 신병이 말했다.


“안 될 것 같은데 기습하는 것, 그게 전쟁 승리의 핵심이지.”


한스와 일행들은 비행선이 촬영한 산 길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한 쪽으로는 가파른 절벽이 있었고, 그 밑에는 강이 흐르고 있었다. 그 누구던 여기서 떨어지면 즉사할 것이 분명했다. 신병들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스는 바닥을 살펴 보았다. 전차의 궤도 자국이 선명했다. 얼마 전에 전차는 이 길을 지나간 것이 분명하다.


한스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지난번 전투에서 전차에게 참혹하게 살해당한 동료들이 떠올랐다. 한스는 두려움을 숨기고 신병들에게 신신당부했다.


“전차는 넓은 평지에서는 강력하지만 이런 지형에선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다. 절대로 두려워 하지 말게.”


한스는 적당한 지점에 신병들과 함께 대전차 지뢰를 설치하고, 전차를 측면에서 공격할 수 있도록, 길보다 약간 높은 위치에 매복했다. 각 신병마다 제각기 수류탄, 기름이 담긴 술병, 소총 등을 갖고 있었다. 한스는 신병들과 번갈아 가며 교대하며, 40시간 가량을 매복해 있었다. 신병들에게 보초를 맡기고 잠들어 있을 때, 뭔가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끼이이익 끼이이익


한스는 퍼뜩 눈을 떴다. 보초를 서야 할 신병은 졸고 있었다. 한스는 그 신병의 대가리를 때렸다.


“아앗!”


“쉬잇!”


한스는 나머지 신병들을 깨우고, 쌍안경으로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마크 전차 3대가 오고 있었다!!!전차들 뒤에는 제법 많은 보병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젠장···생각보다 적군의 수가 많아!”


하지만 미리 매설해둔 대전차 지뢰가 있었다. 아무리 보병이 많아 봤자 대전차 지뢰 한 방이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 이다.


끼이이익 끼이이익


어느덧 전차는 가까이 접근하고 있었다! 지난 전투 때 보았던 것과는 달리, 약간 형태가 바뀌어 있었다.


‘주포가 좀 짧아졌군···’


어쩌면 장갑도 강화되었을 것 이다. 포 옆에 작은 틈이 있었다. 어쩌면 그들은 이 틈으로 한스 일행을 볼 수도 있을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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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생 샤몽 +4 20.12.05 3,086 83 11쪽
37 새로운 철갑 괴물 +4 20.12.05 3,193 83 11쪽
36 전차를 지켜라 +4 20.12.04 3,187 80 11쪽
35 암표범 +6 20.12.03 3,256 87 11쪽
34 씻을 수 없는 죄 +1 20.12.03 3,320 89 11쪽
33 두 번째 전차 노획 작전 +1 20.12.03 3,462 85 11쪽
32 철십자 훈장 +9 20.12.02 3,540 83 11쪽
31 대의명분 +5 20.12.02 3,464 85 11쪽
30 전차 VS 전차 20.12.02 3,523 89 11쪽
29 영국군의 전차 공격 +4 20.12.01 3,637 87 11쪽
28 티거 +8 20.12.01 3,631 99 11쪽
27 최초의 독일 전차장 +3 20.12.01 3,687 97 11쪽
» 전차 노획 작전 +3 20.11.30 3,673 92 11쪽
25 무인지대에 피어오르는 불꽃 +5 20.11.30 3,633 99 11쪽
24 아돌프의 조언 +6 20.11.30 3,755 94 11쪽
23 죽어가는 영국 병사 +8 20.11.29 3,735 92 11쪽
22 패배 +4 20.11.29 3,767 90 11쪽
21 마크 전차와 한 판 승부 +4 20.11.29 3,863 95 11쪽
20 탈영병 처형 +5 20.11.29 3,926 91 11쪽
19 스톰트루퍼 +2 20.11.28 4,063 94 11쪽
18 빗줄기 속에 참호전 +6 20.11.28 4,258 97 11쪽
17 죽음의 안개 +7 20.11.28 4,134 99 11쪽
16 비 속에 불꽃 +9 20.11.27 4,278 98 11쪽
15 빡빡이가 된 독일 병사들 +5 20.11.27 4,392 9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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