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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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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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8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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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줄기 속에 참호전

DUMMY

한스가 담가병들에게 손짓하자 그들이 들것을 가지고 왔다. 그 중 한 담가병의 이름은 톰이었다. 그는 독일인 의사 아버지와 유대인 어머니 밑에서 태어나 의학을 공부했다. 어머니는 입대를 만류했으나, 아버지는 톰에게 “남자가 될 때가 됐구나. 동료에게 짐이 되지는 말아라.”고 격려하였다.


톰은 아버지 말대로 군에서 성실하게 자기 몫을 다했다. 톰이 히틀러를 들것에 옮기며 말했다.


“이보게 전우 조금만 버티게.”


담가병들이 히틀러를 데려가고, 한스는 잠시 숨을 돌렸다. 독가스가 대충 흩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고약한 냄새가 나고, 눈은 따가웠다.


‘좀 얼빠지긴 해도 좋은 놈인데···살았으면 좋겠군.’


한스는 롬멜처럼 자신도 누군가의 생명을 구한 일이 못내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전우의 목숨도 구하고 나 정도면 제법 훌륭한 병사야.’


옆에 있던 안톤이 방독면을 벗고 말했다.


“쓰레기 같은 자식들···포탄으로 독가스를 쓰다니···이건 국제 조약에 어긋난다고!”


니클라스가 분노하며 말했다.


“비겁한 새끼들이야. 우리도 포탄으로 독가스를 퍼트리자고.”


요나스가 켁켁거리며 말했다.


“근데 우리가 먼저 독가스 쓰지 않았나?”


사실 조약 따위는 아무도 지키지 않게 된지 오래였고, 염소 가스도 독일군이 최초로 사용했지만, 그들은 적군의 잔인함에 분노하였다. 그 순간, 공기를 가르는 포탄 소리가 그들을 겨누고 있음을 깨달았다.


슈우욱 쿵!


놀랍게도 불발탄이었다! 한스와 동료들은 3m 앞에 박힌 불발탄을 보고는 서둘러 대피호로 다시 들어갔다.


슈우욱 콰광!!!!


대피호가 요란하게 흔들렸다. 병사들이 탁자 위에 놓아둔 트럼프 카드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쉬이잉 쿠구궁!!!!!!!!


커피가 들어있던 컵이 부르르 흔들렸다. 커피 안으로 천장에 있던 흙이 우수수 떨어졌다. 지속되는 포격에 신병 하나가 귀를 막고 소리쳤다.


“으아아!!!!!!!!”


“시끄러워!”


“우리 다 죽을 거야! 죽을 거라고!!!”


모리츠 상병이 신병에게 주먹을 날려 기절시켰다. 이 때, 롬멜 소위가 뮐러 병장과 대피호에 들어왔다. 롬멜 소위가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언제 포격이 그칠지 모르니 미리 전투 준비 하게. 다른 때보다 서둘러 준비해야 하네.”


자신도 모르게 한스가 불쑥 질문했다.


“비 오는 날에는 진흙탕에 빠져 죽는 일이 많은데 설마 진격할까요?”


롬멜이 말했다.


“전차는 오지 않겠지만 적군 보병이 기습 할걸세. 비 때문에 시야가 짧아지고 발소리가 묻히기 때문에 그들은 그걸 노리는 걸세.”


슈타이너 상병이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아니, 이 진창에 기습을 할 수 있다고요?”


“나라면 그렇게 하겠네.”


롬멜 소위가 나갔다. 그렇게 두 시간에 걸쳐 포격이 지속된 이후에 갑자기 조용해졌다. 병사들은 익숙하게 재빨리 참호 밖으로 나가서 각자 위치에 자리잡았다. 롬멜의 말이 맞았다. 적군이 돌격하고 있었다.


비가 오는 날이었지만, 적군의 통신 체계는 작동이 잘 된 듯 싶었다. 통신이 엉망이면 병사들이 돌격하다가 아군 포격에 맞거나, 너무 늦게 출발하여 기관총에 전멸하는 일이 흔했다. 하지만 지금 적군들은 포격이 끝나자마자 시간 맞춰 착검된 소총을 들고 이 쪽으로 돌격하고 있었다. 슈타이너 상병이 기관총을 겨냥한 상태로 담배를 질근질근 씹으며 말했다.


“저 놈들 작정을 했군.”


한스가 탄띠를 잡고 무인지대를 노려보았다.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오줌을 시원하게 갈기고 싶은데, 눈 앞에 화장실이 보이는 기분이었다.


‘올 테면 어서 와라···네놈들 몸에 총알을 박아주마.’


장기간에 걸친 비로 인하여 무인지대는 진흙탕으로 변하였고, 포탄 구멍이 군데군데 크게 파여있었다. 그럼에도 영국군은 우렁차게 함성을 지르며 돌격해오고 있었다. 그 당시 어느 나라 군대건 돌격 명령을 거부하면 군사 재판에 넘겨져 총살을 당했기에, 아무리 무모한 작전이라고 해도 명령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비가 왔기 때문에 무인지대의 땅은 물컹물컹해져 있었다. 특히 포탄 구멍이 깊게 파여 있던 곳은 늪이나 다름없었다. 영국 병사 매튜의 발이 움푹 파여 있던 포탄 구멍 안으로 빠졌다.


“으아악!!!”


매튜는 포탄 구덩이에서 빠져 나오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발버둥칠수록 점점 물컹물컹한 진흙 속으로 다리가 아주 천천히 빨려 들어갔다.


“살려줘!”


동료 토마스가 달리다가 매튜와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토마스는 무시하고 앞으로 계속 달렸다.


“토마스!!!! 나 좀 꺼내줘!!!”


퍼엉!!!!!


토마스의 오른쪽 발이 무인지대에 묻혀있던 지뢰를 밟았다. 흙이 사방으로 튀어올랐고, 토마스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포탄 구멍 속으로 빠져 들어가던 매튜의 옆에 토마스의 접시 모양 철모가 떨어졌다.


“으아아악!!!!!!!!!!!!!”


그렇게 영국 병사 매튜는 동료 토마스의 철모와 함께 아주 서서히 진흙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한 영국 장교가 병사들에게 외쳤다.


“포탄 구멍을 조심해!!!!”


타앙!


영국 장교의 가슴에 총알이 박혔고, 그는 무인지대에 영원히 머무르게 되었다. 영국 병사들의 군화와 군복은 빗줄기에 완전히 절여졌다. 빗소리에도 불구하고 돌격을 명령하는 호루라기 소리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병사들이 다 죽고 있는 와중에도 장교들은 죽지 않고 계속해서 호루라기를 불어댔다.


쿠와왕!!!


퍼엉!!!


독일군이 묻어놓은 지뢰들이 사정없이 터지며, 진흙이 족히 5m 높이까지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그럴 때마다 빗줄기를 헤쳐가며 용감히 달려가던 영국 병사의 입에 빗물과 진흙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들어가기도 했다.


드드드득 드드드득 드드드득


올리버라는 영국 병사는 얕은 구덩이 안에서 기절한 척 웅크리고 있었다. 10시 방향, 2시 방향 양 쪽에서 기관총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이것은 어떤 방향으로 가던 양 쪽 기관총의 사격 범위에 완벽하게 들어간다는 의미였다. 올리버는 소총으로 자신의 철모를 살며시 들어올렸다.


타앙!


아주 얕게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철모는 튕겨져 나와서 구덩이 속에서 뒹굴었다. 무인지대를 기어서 가도 총알을 피할 수는 없을 것 이다. 여기 숨어있는 것을 장교나 부사관이 그를 보면 멱살을 잡고 끌어낼 것이 분명했기에, 올리버는 구덩이에 납작 엎드려 죽은 척 했다. 그 순간, 올리버 옆에 작은 수류탄이 하나 날라왔다


쿠왕!!!!!


구덩이 안에는 올리버의 철모만이 나뒹굴었다.


이 때, 슈타이너 상병의 기관총은 빗방울 속에서 불꽃을 내뿜고 있었다.


드드드드 드드드드 드드드드


지난번 전투 때와는 달리, 이번에 기관총은 고지대에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는 롬멜의 지시였다. 한스와 슈타이너 상병은 롬멜에게 그 이유가 궁금했지만, 그의 명령은 틀린 적이 없기에 군소리 없이 따랐다.


순간, 영국 병사가 용케도 근처에 포탄 구덩이로 들어왔다. 한스와 슈타이너 상병은 빗소리 때문에 그의 접근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영국군은 2시 방향에 있는 슈타이너의 기관총을 향하여 자신의 밀즈 수류탄을 던졌다. 이 밀즈 수류탄은 독일군의 막대 모형과 다르게, 작은 파인애플 형태였다. 그런데 수류탄은 바로 터지지 않고, 저지대에 있는 영국 병사에게 다시 굴러왔다.


데구르르르···..


영국 병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안 돼···”


쿠와왕!!!!!


근처에서 수류탄이 터지자 한스가 놀라서 소리질렀다.


“으앗! 뭐야!”


“이 근처에 놈들이 왔어!”


한스는 무인지대를 향해 수류탄을 던졌다.


쿠와왕!!!!


슈타이너 상병이 다시 기관총을 긁어대며 소리쳤다.


“롬멜 소위가 기관총을 고지대에 설치한 이유가 있었군!!!”


보병들이 기관총을 공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수류탄이었는데, 고지대에 기관총을 설치했기 때문에 기껏 수류탄을 던져봤자 다시 영국군에게 굴러가서 자폭하는 꼴이 된 것 이었다.


그리고, 무인지대에 독일 병사 두 명이 미리 땅을 파 벙커를 만들고, 엄폐를 한 상태에서 기관총을 설치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위에는 시체 더미와 철조망으로 완벽하게 엄폐가 되어있었기에, 영국군들은 그들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들은 영국군이 그대로 자기들 앞으로 진격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기관총을 긁어댔다.


드드드득 드드드득


운 좋게 독일군 참호 가까이 도달한 영국군들이 순식간에 쓰러졌다. 그리고 독일군은 다시 벙커 안으로 숨어 들어가서 영국군을 기다렸다.


슈타이너 상병의 기관총은 빗방울 속에서 끊임없이 불꽃을 내뿜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오는 것이 실수로라도 손을 댔다간 화상을 입을 것이 분명했다. 롬멜 소위의 전술 덕분에 독일군은 밀려오는 적군을 잘 막아내고 있었지만, 그들의 돌격은 끝이 없었다. 그 때, 근처에 포탄이 떨어졌다.


쿠웅!!!!


“으악!”


슈타이너 상병이 포탄 파편을 맞은 것 이었다. 슈타이너는 고통을 느끼는 와중에도 참호 바닥으로 떨어져 기관총 사수 자리를 한스에게 비켜주었다.


“빨리 자네가 쏴!!!!”


한스는 재빨리 기관총을 잡고 슈타이너가 하던 것처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긁어나갔다.


드드드득 드드드득


달려오던 영국 병사들이 총을 맞고 쓰러졌다. 빗소리 때문에 발걸음 소리도 들리지 않다가 갑자기 그들은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드드드득 드드드득


아무리 긁어대도 끝도 없이 몰려왔다. 어느덧 조금 있으면 슈타이너의 도움 없이 직접 장전을 해야 할 것 이다.


“이보게 요나스! 도와줘!!!!!”


한스가 서둘러 떨리는 손으로 기관총을 장전했다. 장전하는 법은 수없이 연습했지만 손가락이 미친 듯이 떨렸다. 요나스는 옆에 있던 기발트 라둥을 있는 힘껏 무인지대를 향해 던졌다


쿠쿠궁!!!!콰광!!!!


“됐어!”


한스는 다시 장전한 기관총을 무인지대를 향해서 긁어댔다


드드드득 드드드득


그렇게 단 한 시간 만에 무인지대에는 몇 만 구의 시체가 더 쌓이게 되었다. 그 날 영국군의 전략은 완벽했고 병사들은 용감했다. 하지만 그들은 단 한 치의 땅도 더 빼앗지 못했다. 담가병들이 슈타이너 상병을 들것으로 옮겼다. 한스가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아이구!!!! 엄청나게 아파!! 젠장! 젠장!!!!”


의무병이 슈타이너의 상태를 보고 말했다.


“스친 것 뿐이야. 소독만 하면 금방 나을 걸세.”


한스가 말했다.


“다행입니다. 치료되면 다시 기관총을 다룰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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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대의명분 +5 20.12.02 3,464 85 11쪽
30 전차 VS 전차 20.12.02 3,523 89 11쪽
29 영국군의 전차 공격 +4 20.12.01 3,637 87 11쪽
28 티거 +8 20.12.01 3,631 9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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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아돌프의 조언 +6 20.11.30 3,755 94 11쪽
23 죽어가는 영국 병사 +8 20.11.29 3,735 92 11쪽
22 패배 +4 20.11.29 3,767 90 11쪽
21 마크 전차와 한 판 승부 +4 20.11.29 3,863 95 11쪽
20 탈영병 처형 +5 20.11.29 3,926 91 11쪽
19 스톰트루퍼 +2 20.11.28 4,063 94 11쪽
» 빗줄기 속에 참호전 +6 20.11.28 4,259 97 11쪽
17 죽음의 안개 +7 20.11.28 4,134 99 11쪽
16 비 속에 불꽃 +9 20.11.27 4,278 98 11쪽
15 빡빡이가 된 독일 병사들 +5 20.11.27 4,392 9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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