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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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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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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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병 훈련

DUMMY

A7V부서의 한 장교가 한스의 눈치를 보며 한스를 안내했다.


그 때, 한 장군이 말했다.


“전투에 쓰일 수 있을지 제대로 확인하게. 이 전차 한 대의 들어간 돈이 어마어마하니까!”


한스는 단번에 이 전차의 약점을 알 수 있었다. 기관총이 여러 정 있기는 하지만, 전차 바로 밑에 사각지대가 너무 넓었다. 한스가 지난 번에 마크 전차 측면이나 후면으로 기습해서 몰래 수류탄으로 전차를 파괴해본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이 전차는 마크 전차보다 더 사각지대가 넓었다. 한스의 표정이 조금 굳자, A7V부서의 장교의 표정이 더욱 안 좋아졌다.


그리고 여기 저기 설치되어 있는 기관총들도 비효율적이었다. 측면에 설치된 기관총들은 너무 높이 설치되어 있었다. 전차를 파괴하려는 병사들은, 허리를 숙이거나 기어서 측면으로 접근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높이 설치된 기관총으로는, 바로 옆에서 기어 오는 병사들을 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사격 가능한 구역에 대한 면밀한 고찰 없이 여기저기 기관총을 많이 박아두기만 한 것 이었다.


아무리 장군들이 보고 있다 한들, 이걸 말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전장에서 적군의 수류탄에 의해 전차가 파괴되면 얼마나 참혹한 상태가 되는지 한스는 익히 잘 알고 있었다. 한스가 입을 열었다.


“적 병사가 전차를 파괴하려고 접근할 때는 보통 허리를 숙이고, 측면이나 후면에서 접근합니다. 이 전차는 관측창이 너무 높이 있기 때문에, 전차장이 상반신을 모두 해치 위로 내밀어도, 전차 바로 근처에 사각지대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기관총들의 배열도 비효율적입니다.”


A7V 부서 장교가 땀을 뻘뻘 흘리며 변명했다.


“여기 측면에 있는 문을 열고, 신호수가 근처에 접근하는 적이 있는지 계속해서 체크할 것 입니다.”


한스가 말했다.


“전투 도중에 무인지대에는 포탄 파편이 사방에 떨어집니다. 이 문은 화재가 났을 시에 탈출 용도로는 괜찮지만, 신호수가 이 문을 열어 두었다가는 포탄 파편을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예 이 넓은 문으로 적군이 수류탄을 던져 넣을 수도 있습니다.”


카이저 중위의 표정이 굳어졌다. A7V 부서 장교가 계속 이야기했다.


“전차 안에는 소화기를 비치해 두어 화재 위험으로부터도 보호될 수 있습니다.”


정말로 전차 내부에는 길쭉한 깔대기 모양의 소화기가 두 개 있었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전투 도중에 포격을 맞았을 때 이 소화기를 쓸 정신이 없을텐데···’


한스가 전차를 관찰하다보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곳에 있는 또 다른 해치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저 곳으로 머리를 내밀라는 건가? 전차의 기능과 목적을 생각하지 않고 뒤죽박죽 만든 것 같았다. 한스가 그 해치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그리고 이 해치의 용도는 무엇입니까?”


A7V 부서 장교가 애써 변명했다.


“아, 그것은 해치가 아니라 빛이 들어오라고 만든 것 입니다. 전차 내부가 너무 어둡지 않도록 설치하였습니다.”


한스는 뭔가 좋은 점을 발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뭔가 장점이 있겠지···’


장군들이 모두 한스와 전차를 노려보고 있었다. 지금 독일은 모든 자원과 어린 신병들까지 동원해가며 애써 전선을 방어하고 있다. 이 무기는 어쩌면 독일군에게 유일한 희망일지도 모른다. 한스가 말했다.


“이 전차는 그 어떤 다른 전차보다도 장갑이 두껍고 속도가 빠릅니다.”


그 때, 한 장군이 말했다.


“돈을 쏟아부었으니 그 정도는 해야지···”


지금 총알 하나를 만들 금속도 부족한 마당에 이렇게 거대한 공장까지 세웠는데, 장군들은 이 전차의 성능에 실망하고 있었던 것 이다! 한스가 서둘러 말했다.


“내부를 보고 싶습니다.”


한스는 전차 옆구리에 달린 문을 열고 그 내부를 보고는 경악했다! 그 불쌍한 전차병들은 비좁은 전차 안에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전차 천장에는 여러 개의 손잡이가 달려 있었고, 병사들은 애처롭게 그 줄을 붙잡고 있었다. 궁둥이를 붙일 공간조차 없는 것 이다.


각 기관총마다 기관총 사수와 부사수가 한 명씩 붙어 있었다. 효율성 없이 이리저리 기관총을 박아두고, 한 기관총마다 두 명의 인원을 비치한 것 이었다.


한스가 말했다.


“공간이 매우 협소하군요.”


불쌍한 A7V부서 장교가 전차 옆구리에 달린 문에 달린 널빤지를 내리면서 말했다.


“이렇게 앉을 수 있도록 의자 장치를 설치했습니다.”


슈타이너 상병이 그 널빤지 위에 앉았다가는 널빤지가 순식간에 박살날 것이 분명했다. 한 장군이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


“아주 미어터지는구만. 미어터져.”


한스가 말했다.


“전투가 벌어지지 않을 때에는 포수나 기관총 사수는 밖에서 전차를 호위하며 행군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그 때, 한 장교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화를 억누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보게. 지금 저 안에 있는 병사들이 얼마나 베테랑 병사들인지는 알고 있나?”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스톰트루퍼(돌격대) 작전을 열 번 넘게 치루고 살아난 베테랑들이네! 몇 시간 만에 적군 참호를 박살낼 수 있는 나의 병사들이, 이런 불확실한 신무기를 위해 이렇게 대기하고 있는 걸세!!!”


스톰트루퍼, 일명 돌격대란, 독일군에서 가장 실력이 좋은 보병들이 뽑혀서 화염방사기, 기관총, 수류탄으로 적군 참호의 가장 약한 부분을 순식간에 파고들어 적군을 궤멸시키는 그 무시무시한 돌격 부대를 뜻한다. 한스도 한 번 그 지옥 같은 스톰트루퍼 작전에 참여했던 적이 있다. 그 때는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지만, 그 돌격대 작전을 열 번 넘게 치루고도 살아남았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베테랑 병사들이라는 의미였다.


그런데 그 베테랑 병사들은 이 A7V전차 안에서 궁둥이도 못 붙이고 천장에 달린 손잡이를 잡은 채 낑겨 있었다. 전차가 운행되면 아마 이리저리 흔들리는 꼴이 볼만할 것 이다. 찬찬히 보니 그 병사들은 절반 정도가 한스보다 나이도 제법 많아 보였다.


A7V부서 장교가 식은 땀을 흘리며 말했다.


“이 전차는 기동 불가 상태가 되더라도, 이 문을 통해 탈출하여, 모든 병사들이 전투가 가능합니다. 즉 전투 전까지는 병사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줄 수 있습니다.”


한스는 깨달았다. 영국, 프랑스가 전차를 만든 목적과, 우리 군이 전차를 만든 목적이 달랐다. 독일은 한심하게도, 여전히 병사들의 수류탄 투척과 돌격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래서 영국, 프랑스가 전차병을 따로 육성하고 전차 본래의 목적에 맞게 기술을 보강했지만, 독일은 애초에 돌격부대를 운반하기 위한 장갑 차량을 만든 꼴 이었다.


‘이들은 전차의 특성에 대해 전혀 모른다···’


한스는 장군들한테 겁을 먹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인정해야 했다. 이 전차라는 신기술에 대해서는 그들은 전혀 모르는 멍청이들이다. 이 놈들한테 모든 것을 맡겼다가는, 독일은 더 빨리 박살이 날 것 이다. 한스는 더 이상 장군들이 두렵지 않았다.


“이 전차는 빠른 속도와 두꺼운 장갑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차들간의 전투는, 기존에 보병, 포병들이 하던 전투와는 양상과 전술이 많이 다릅니다. 전차병들에게 맞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한스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 때, 덥고 답답해서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전차병들이 우르르 밖으로 나왔다. 얼굴이 벌겋게 된 운전병이 말했다.


“다른건 다 괜찮은데, 엉덩이가 너무 뜨겁습니다!”


불쌍한 운전병과 전차장은 하필 엔진 위에 의자에 앉아서 전차를 운행해야 했던 것 이다. 전차장이 말했다.


“10분만 있어도 엉덩이와 다리에 화상을 입을 것 같습니다! 엔진에서 열기가 올라옵니다!”


분위기가 최악이었지만, 한스는 아까부터 하고 싶던 말을 이었다.


“이렇게 단단한 땅에서는 잘 달리지만, 무르고 울퉁불퉁한 지면에서 잘 운행 가능할지 따로 시험해봐야 합니다.”


“그럴 필요 없네.”


한 장군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이야기했다.


“지난 번 테스트 때 무른 지형에서는 잘 진행할 수 없더군. 그래도 쓸모가 있을 것 같으니 생산하도록 하지. 한스 파이퍼인가? 자네가 전차병들을 잘 훈련시키게.”


“네! 알겠습니다!”


“10대만 생산하려고 했는데 20대는 생산하는 것이 좋겠군.”


‘뭐? 20대? 겨우?’


프랑스는 아마 200대가 넘는 생샤몽을 생산할 것 이다. 그런데 고작 20대? 한 장군이 말했다.


“뭐, 부족하면 노획하면 되니까.”


그렇게 우르르 장군들이 자리를 떴다. 그 날부터, 한스는 전차병들을 훈련시키게 되었다.


처음에 한스는 롬멜 소위한테 전차병을 훈련시키라는 말에, 자신의 훈련소를 떠올렸었다. 훈련소에 그 고약한 교관은, 만만해 보이는 한스에게만 유난히 얼차려를 주었다. 그 후버 교관만 생각하면 한스는 아직도 치가 떨렸다. 후버 교관은 늘 훈련병 중에 가장 만만하고 말이 없어 보이는 놈을 하나 찍고는, 그 신병을 괴롭히면서 자신의 권위를 세우고는 했던 것 이다!


한스는 그런 식으로 가혹 행위를 할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그래도 신병들을 상대로 으스댈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번 훈련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 기대감은 완전히 박살나 버린 것이, 한스가 훈련을 해야 할 전차병들은 대다수가 한스보다 짬도 많고 절반 정도는 직위도 높았던 것 이다. 대다수가 한스보다 나이도 많은 것 같았다.


더군다나 제각기 포병, 보병, 운전병 각기 다른 병과에서 뒤죽박죽 모인거라, 왠만한 짬 높은 교관이 와도 군기를 잡을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한스는 예전의 히틀러가 신병들을 휘어잡는 방법을 설명해줬던 것을 기억했다.


‘그 방법도 이번엔 안 통할 것 같군···’


전투 경험이 많은 베테랑 병사들의 눈빛만으로 한스는 약간 기가 죽었다. 한스는 괜히 무리수는 두지 말고, 자기가 아는 내용만 설명하기로 결심했다. 한스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적 전차를 공격할 때는, 전차 장갑에 수직이 되도록 포를 발사하는 것이, 장갑 파괴에 유리합니다. 대신 우리가 적 전차의 포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는, 이렇게 45도 비스듬히 장갑을 기울이는 것이 좋습니다.”


한스가 침을 꿀꺽 삼키고 전차병들을 바라 보았다. 그들은 유심히 한스를 쳐다보고 있었다. 한스가 말을 이었다.


“제가 적군의 전차를 파괴할 때는, 참호 구덩이를 통해 몰래 전차의 측면, 후면으로 접근해서, 수류탄을 던졌습니다. 전차의 궤도는 수류탄에 잘 망가집니다. 궤도만 망가지면 적 전차를 기동 불가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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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43 betastar
    작성일
    20.12.10 02:04
    No. 1

    극한직업 A7V 운전병, 전차장이네요. 20대만 생산되었다는 건 원역사와 같네요ㅋㅋㅋ

    험지에서 주행 능력이 극악일텐데 주인공은 어떻게 써먹을지 궁금해집니다. 오늘도 잘 읽었어요!

    찬성: 6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4 di******..
    작성일
    20.12.12 13:01
    No. 2

    A7V 운전병은 정말 그 당시로서도 극한직업이었을 것 같습니다 ㅋㅋㅋ ㅠㅠ 한스는 머리가 좋으니까 열악한 환경에서도 뭔가 힘을 냈으면 좋겠네요!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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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단 한 대라도 +3 20.12.06 3,136 80 11쪽
38 생 샤몽 +4 20.12.05 3,086 83 11쪽
37 새로운 철갑 괴물 +4 20.12.05 3,193 83 11쪽
36 전차를 지켜라 +4 20.12.04 3,187 80 11쪽
35 암표범 +6 20.12.03 3,256 87 11쪽
34 씻을 수 없는 죄 +1 20.12.03 3,320 89 11쪽
33 두 번째 전차 노획 작전 +1 20.12.03 3,462 85 11쪽
32 철십자 훈장 +9 20.12.02 3,540 83 11쪽
31 대의명분 +5 20.12.02 3,464 85 11쪽
30 전차 VS 전차 20.12.02 3,523 89 11쪽
29 영국군의 전차 공격 +4 20.12.01 3,637 87 11쪽
28 티거 +8 20.12.01 3,631 99 11쪽
27 최초의 독일 전차장 +3 20.12.01 3,687 97 11쪽
26 전차 노획 작전 +3 20.11.30 3,673 92 11쪽
25 무인지대에 피어오르는 불꽃 +5 20.11.30 3,633 99 11쪽
24 아돌프의 조언 +6 20.11.30 3,755 94 11쪽
23 죽어가는 영국 병사 +8 20.11.29 3,735 92 11쪽
22 패배 +4 20.11.29 3,767 90 11쪽
21 마크 전차와 한 판 승부 +4 20.11.29 3,863 95 11쪽
20 탈영병 처형 +5 20.11.29 3,926 91 11쪽
19 스톰트루퍼 +2 20.11.28 4,063 94 11쪽
18 빗줄기 속에 참호전 +6 20.11.28 4,259 97 11쪽
17 죽음의 안개 +7 20.11.28 4,134 99 11쪽
16 비 속에 불꽃 +9 20.11.27 4,278 98 11쪽
15 빡빡이가 된 독일 병사들 +5 20.11.27 4,392 9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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