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1 개런드
오토는 그렇게 냅다 골목을 따라 달렸다. 30m 정도 앞에 건물이 있었고, 지하실쪽으로 난 개구멍이 있었다.
그 때, 뒤쪽에서 소련군의 발소리와 함께 총성이 들렸다.
탕!! 타앙!! 탕!!
오토는 앞에 보이는 개구멍으로 슬라이딩해 들어갔다. 비가 와서 땅이 젖었기에 가능했다.
'으아아아악!!!'
궁둥이가 땅에 쓸렸지만 오토는 개구멍으로 슬라이딩해 들어가는거에 성공했다.
우당탕!!!
"으익!!'
그렇게 오토는 진흙으로 범벅이 된 채로 개구멍에 피신하는 것에 성공했다. 오토는 개구멍을 통해서 달려오는 소련군을 향해 스텐 기관단총을 발사했다.
탕! 탕! 탕!
스텐 총의 우측 아래로 탄피가 쏟아졌고 연기가 솟았다.
탕! 탕!
오토가 총을 발사하자 달려오던 소련군들이 골목에 엄폐했다. 오토는 뜨거워진 스텐총의 앞부분에서 손을 땠다.
"우악!! 뜨거!"
그리고 오토는 서둘러 계단을 통해 위로 올라가다가 넘어지고 말았다.
퍼억!!
오토가 넘어지며 스텐총이 격발되었다.
"우아악!!"
스텐총에서 발사된 총알이 벽에 박혔다. 오토는 화들짝 일어나서 다시 계단 위로 달렸다. 혹시 또 넘어져서 총이 발사되어 총알이 불알에 박힐까봐 조심해서 달렸다.
'이 총 왜 이래!!'
아래 쪽에서 소련군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소련군은 계단 위로 모신나강을 발사했다.
탕!! 타앙!!
오토 또한 계단 위에서 몸을 엄폐한 채로 아래쪽을 향해 스텐총을 긁었다. 이번에는 화상 입을까봐 탄창을 잡고 긁었다.
탕! 탕! 탕! 탕!
그 다음 오토는 잽싸게 지붕으로 올라갔다. 뜨거워진 스텐총이 몸에 닿았다.
"우와왁!!! 뜨거!!!!"
스텐총이 조금만 더 밑으로 내려왔다면 불알과 거시기가 화상을 입었을 것 이다. 오토는 잽싸게 반대편 지붕 위로 몸을 던졌다.
"우아아악!!!"
그렇게 지붕에서 지붕을 건너 오토는 독일군 진영으로 도착할 수 있었다. 오토가 고함을 치며 내려왔다.
"암호 비스마르크!!! 비스마르크!!!"
오토가 시선을 끌어준 덕분에 에밀, 마티아스, 알프레트, 요하네스는 무사히 수레를 이끌고 돌아온 상황이었다. 녀석들은 긴빠이쳐둔 소련군의 식량을 먹고 있었다. 모스크바에 민간인 여성들이 창 밖으로 벌거벗은 오토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꺄아악!!!"
"변태다!!!!"
오토는 포신을 가리고 중대 본부로 달려갔다.
'이게 무슨 망신이냐!!!'
오토와 동료들은 소련군에게서 긴빠이친 스텐 기관단총을 구경했다. 게오르크가 말했다.
"좋았어!! 중대 전차들이 다 기동불가되었지만 이거만 있으면 우리도 교전할 수 있겠어!!"
오토는 스텐 기관단총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당분간은 이걸 써야겠지만 가능하면 다른 총을 노획하는게 좋을걸세."
한편, 나타샤가 있는 부대에서 쓰던 PPSh-40 총의 원통형 탄창이 찌그러지는 바람에 급탄 불량이 되어버렸다. 안나가 이걸 보고 투덜거렸다.
"이거 은근 불편하단 말야."
류드밀라가 말했다.
"싸우다보면 탄창이 찌그러질 수 밖에 없는데 잘 좀 만들지..."
"미국이 쓰는 총은 어떨까?"
나타샤는 미국에 환상이 있었다.
'아마 미국이 쓰는 총은 훨씬 좋은 총일 것이 분명해!!'
나타샤는 전쟁이 끝나면 돈을 모아서 미국으로 가보고 싶다는 꿈에 부풀었다. 그 때, 안토노프 정치 장교가 와서 M1 개런드를 들고 왔다. 모두 호기심에 찬 눈으로 M1 개런드를 보았다.
'신총인가?'
"미국에서 수입한 소총이다! 물론 우리가 원래 쓰던 모신나강보다는 못할테지만 시범적으로 이 총기를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자원 받는다!"
류드밀라 파블리첸코가 그 소총을 보고 생각했다.
'가스 작동식이면 명중률이 떨어지겠군...'
나타샤가 손을 들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미국 총이라니 엄청나게 좋을게 틀림없어! 이건 내 총이야!!'
"무겁지 않겠나?"
"괜찮습니다!"
나타샤는 신이 나서 자신의 소총을 들어보았다.
'좋았어! 내가 제일 좋은 총이다!!'
안토노프 정치 장교가 외쳤다.
"스탈린 동지께서 신총 테스트를 위해 특별히 탄도 많이 준비해주셨다! 사격해보도록!"
나타샤는 모두의 관심 속에서 M1 개런드를 장전해보았다. 나타샤는 8개의 예쁜 탄이 있는 클립을 장전해보았다.
타악!!
"악!!!"
나타샤는 총을 떨어트리고는 자신의 엄지를 부여잡았다.
"아악!!"
"이보게! 괜찮나?"
"괜찮지 않습니다! 파상풍에 걸릴 것 같습니다!! 빠..빨리 소독해야할 것 같습니다! 고장난 총 같습니다!!"
블라슈크가 황급히 걸어와서 엄지손가락을 다치지 않고 장전하는 법을 시범으로 보여주었다. 나타샤는 엄지손가락을 소독하고 이글거리는 표정으로 M1 개런드를 바라보았다.
'왜 맨날 나는 좆같은 총이야!!!'
그로부터 몇 시간 뒤, 이번에는 지크프리트 4인조가 식량을 훔치기 위해 소련군 점령 지역에 침투했다.
'이러다 굶어 뒤지겠다!!!'
지크프리트 4인조는 수레를 이용하여 식량과 무기가 들어있는 커다란 상자를 하나 훔치고 복귀했다. 올라프가 이 상자를 열고는 자랑했다.
"이번에 노획한 로스케들의 신총입니다!!"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병사가 와서 이 상자에 들어있던 설명서를 읽었다.
"이거 양키놈들한테서 수입한거군!"
"망할 양키자식들..."
"놈들이 전쟁 길어지길 원한다는게 정말일까?"
어쨋거나 신총을 보고 다들 기쁘게 하나씩 들었다. 가뜩이나 잦은 교전으로 총이 망가지거나 탄이 떨어졌기에 신총을 노획한 것은 기쁜 일이었다. 로베르트가 제일 먼저 총을 장전해보기로 했다.
'이걸 끼우면!'
탁!
"악!!!"
로베르트가 엄지 손가락을 부여잡았다.
"아이고!! 누구 반창고 있냐!!!"
호르스트가 로베르트를 보고 비웃었다.
"저런 병신!! 그것도 못하냐!"
탁!
"악!!!"
호르스트가 엄지 손가락을 부여잡고 울부짖었다.
"파상풍 걸리겠다!!"
크리스티안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서 네놈들이 멍청하단 소리 듣는거야!"
탁!!
"으악!!!"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녀석이 설명서를 읽고는 제대로된 장전법을 일러주었다. 올라프가 제대로 장전을 하고 말했다.
"근데 급할때 누가 이렇게 장전하냐?"
"교전할때는 정신 없어서 이렇게 못할텐데..."
"다 엄지손가락 절단되겠군..."
"양키놈들 하여간..."
몇 발 시험 사격을 해봤는데, 오토의 소대원인 에밀, 마티아스, 알프레트, 요하네스가 구경왔다.
"새로운 총 노획했다는게 정말입니까?"
"우오!! 이거 좋아보인다!!"
크리스티안이 말했다.
"양키들이 로스케한테 판매한 소총일세!!"
"반자동일세!!"
호르스트가 직접 M1 개런드 시범 사격을 보여주었다.
탕! 탕! 타앙!!
잠시 뒤, 오토가 와서 스텐 기관단총과 M1 개런드를 몇 정씩 교환했다. 지크프리트 4인조가 있는 부대의 소대장이 말했다.
"귀한 총인데 특별히 교환해주는거요!!"
지크프리트 4인조가 속으로 생각했다.
'저런 멍청이들...'
'엄지손가락 씹혀봐라...'
오토 또한 아까운 듯 스텐 기관단총과 탄창을 내어주며 말했다.
"기관단총이 더 유용하지만 부대 간 협력이 중요하니 교환해주는거요!"
오토가 속으로 생각했다.
'멍청이들...수류탄으로나 잘 써봐라!!'
지금 모든 전차 부대들이 기동불가되었고, 조만간 교전을 치뤄야했기에 전차 부대원들에게 총기는 무척이나 중요했다. 오토는 PPSh-40을 단발로 하고 저격용으로 쓸 수 있나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총알이 부족했기에 가능하면 단발로 해야했다. 오토가 PPSh-40을 들고 앞에 보이는 표시판을 조준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가늠쇠가 휘어있었다.
"이거 가늠쇠가 휘었잖아! 조준 사격은 못하겠군."
헬무트가 말했다.
"애초에 이건 총알 뿌리는 용인데 조준 사격이 될 리가 있나."
소련군에게서 노획했던 PPSh-40도 이제 하도 많이 쓰다보니 원통형 탄창이 찌그러진 것도 많았고 이런건 급탄 불량이 생길 확률도 높았다.
"조만간 우리를 구하러 올테니 그때까지 버텨야 한다!!"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있었기에 병사들은 빈 민가에서 옷을 노획해서 군복 밑에 껴입고 지푸라기를 군화 속에 넣어두었다. 민가마다 있는 난로에 불을 피우고 난로 앞에서 몸을 녹이면서 비에 젖은 군복을 말렸다. 오늘은 왠일인지 비가 덜 왔다.
"이 엿같은 장마도 끝나려나?"
그 때, 소련군 진영에서 대공포가 발사되는 소리가 들렸다.
펑! 퍼엉! 펑!! 퍼엉!!!
"우리쪽 항공기다!!!"
독일군 항공기들은 이번에는 왠일로 제대로 보급품을 낙하해주었고, 수 많은 전단지들이 사방으로 떨어졌다. 전단지에는 빌헬름 3세의 사진과 함께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하느님의 가호를 받으며 함께 전진합시다!]
그 전단지에는 조만간 빌헬름 3세의 즉위식이 있다는 소식이 적혀 있었다. 에밀이 말했다.
"조만간 구하러 온다는 뜻이겠죠?"
마티아스가 말했다.
"황제 즉위식이면 특식 나올텐데 우리 부대는 못 먹겠네요."
그리고 이 순간, 한스 또한 황제 즉위식에 참여하기 위하여 베를린으로 가고 있었다. 다행히 이번 기회에 황제 특사로 마르틴 히틀러가 사면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렇게 마르틴이 사면되는 것은 황실과 총리의 정치적 협력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참고로 마르틴은 집행유예 부대에서 위험한 임무도 자원했기 때문에 집행유예 부대의 헤어만 중대장은 골치가 아팠는데 한시름 놓게 될 것 이었다.
한스는 정치 상황이 어떻게 될지 머리를 굴려 보았다. 빌헬름 3세는 새로 즉위하는 황제로서 히틀러의 충성 맹세와 지지가 필요할 것 이었다. 빌헬름 3세가 히틀러에게 백작 작위를 수여할 것 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또한 나치당 내부에서는 괴링파, 힘러파, 괴벨스파로 계파가 생기고 있었다. 이렇게 국내적으로도 정치적으로 복잡한 상황에, 전쟁이 끝나더라도 그 이후 국제 관계가 어떻게 될지 불투명했다.
'호...혹시 합스부르크가가 오스트리아를 되찾으려 할 수도?'
참고로 오스트리아에서 공화파, 공산주의파가 1919~1920년에 봉기를 일으켰고, 빈에 있는 황제를 암살하려고 시도했었다. 그 때 황실이 헝가리 왕당파들의 지역으로 피난을 갔었고, 독일 제국이 개입하여 오스트리아가 독일 제국에 합병되었던 것 이다.
'이탈리아도 세계대전때 통수 쳤으니 전쟁만 끝나면 또 통수칠 수 있을 것 이다! 영국 또한...'
그렇게 열차를 타고 가는데 한스는 잠이 들었다. 꿈 속에서 프리드리히 빌헬름 3세가 나와서 말했다.
"독일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군! 난 히틀러 그 친구가 마음에 드네! 독일 제국의 발전과 화합을 위해서 인종 차별은 마땅히 금지되어야 하지!"
프리드리히 빌헬름 3세는 한스가 쓴 기갑 전술에 대한 논문을 읽고는 말했다.
"티거 전차, 전체 길이 8.24m, 차체 길이 6.20m, 전체 너비 3.70m ~~~ 중량 당 마력은 12.3Ps/t 아주 마음에 드는 전차일세! 티거2는 언제 양산되는가?"
한스가 이걸 듣고 깜짝 놀라서 외쳤다.
"이걸 모두 외우고 계십니까?"
프리드리히 빌헬름 3세가 외쳤다.
"나는 모두 외우고 있지! 죽고 나서는 상당히 한가해서 말일세! 미국이 개발한 M1 개런드가 상당히 마음에 드네! 총열길이 609.6mm, 전장 1100mm에 중량 탄약 미포함시 4.31kg! 미국 놈들하고 전쟁을 하게 되면 주의해야할 걸세! 독일 보병 교리는 우수하지만 지나치게 기관총에 의존하네! 미국 놈들처럼 어린 시절부터 넓은 땅에서 사냥을 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좋을텐데 말일세!"
그 때, 나폴레옹이 나타나서는 외쳤다.
"밀덕질하는건 여전하군! 독일 제국의 황제 즉위식을 축하하네! 한심한 국왕, 한심한 군대, 한심한 나라였는데 참으로 많이 컸군!"
프리드리히 빌헬름 3세의 얼굴이 울그락푸르락해지기 시작했다. 나폴레옹이 한스에게 말했다.
"틸지트에서 나에게 무릎을 꿇었지만 좋은 친구지!!"
이윽고 프리드리히 빌헬름 3세와 나폴레옹은 한스의 꿈속에서 체스말 모양의 병사들을 데리고 체스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프리드리히 빌헬름 3세가 자신의 병력을 배치하는 것을 보고 나폴레옹이 외쳤다.
"자네가 그래서 나한테 발린걸세!"
잠시 뒤 한스는 꿈에서 깨어났다. 베를린에 거의 도착한 상황이었다. 한스는 히틀러를 만날 생각을 하니 식은 땀이 줄줄 흘렀다.
'참석만 하고 빨리 튀자!'
한스는 베를린 궁에 에밀라와 같이 초대받았기 때문에 에밀라와 함께 가기 위해서 자신의 집으로 갔다. 그런데 에밀라가 사색이 된 표정으로 나왔다. 알고보니 에밀라는 며칠 전 피크 핑커 사건의 참고인으로 불려갔던 것 이다.
게슈타포들은 에밀라를 극진히 예우하면서도 무표정한 얼굴로 피크 핑커의 서류를 내밀며 심문했다. 에밀라는 슬퍼하는척 눈물을 흘리며 대답했다.
"그 가여운 여인을 돕기 위해 수녀원을 찾았어요. 봉사 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 알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그렇게 되었단 말을 듣고 얼마나 놀랐던지..."
게슈타포는 무표정하게 타자를 치고는 에밀라에게 참고인 조사가 끝났다며 돌려보냈다. 이는 힘러가 한스를 압박하기 위하여 꾸민 짓이었다. 한스는 식은 땀이 줄줄 흘렀다.
'증거는 없으니 이걸로 에밀라를 공격할 수는 없을거다!!!'
에밀라는 연기력으로 게슈타포의 참고인 조사를 무사히 넘겼지만 며칠째 손톱을 물어뜯으며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에밀라가 눈알을 굴리며 말했다.
"내가 너무 큰 죄를 지었어...고해 성사라도 받으면..."
"절대 안돼!!!"
한스가 소리를 치자 에밀라가 화들짝 놀랐다. 한스는 단 한 번도 에밀라에게 화를 낸 적이 없었다.
"한스?"
한스는 에밀라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지금 독일 제국의 명운이 달려 있고 내가 그 중심에 있소. 이런 사소한 일 따위로 역사의 흐름을 망칠 수는 없소. 지금 전선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매일 같이 죽고 있고 그 파르티잔 여자의 죽음은 매우 자잘한 문제요. 애석한 일은 맞지만 너무 감정적으로 그 여자의 죽음에 몰입한 것 같군."
"어...어떻게 그런..."
한스가 힘을 주어 말했다.
"에밀라, 아무 일도 없었던 거야."
그렇게 한스는 에밀라와 베를린 궁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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