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마비 루즈벨트과 위스키 처칠
슐레프 중대에 얼마 전에 들어온 신병이 절망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전격전으로 하루에 수십 km 전진할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최근에 들어온 신병들은 본토에서 매주마다 방송하는 '독일 주간 뉴스'와 괴벨스의 선전을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그래서 동부전선에서는 모든 부대가 전격전으로 수월하게 진격을 하며, 독일군 1명 죽을때 소련군은 10명 죽고 이런 식으로 독일군이 압살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 모스크바에서는 라스푸티차에 의해 연료, 식량, 탄약이 보급이 안되고 있으며, 어떤 전차 부대는 전차 기동률이 25프로도 안되었다. 기계화 보병 부대도 더 이상 기계화 보병 부대라 부를 수 없었던 것이, 연료가 없어서 더 이상 장갑차를 운용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기계화 보병 부대는 도보 보병 부대처럼 걸어다녀야 했다.
뿐만 아니라 시가지에서 소련군은 백병전은 상당히 능했다. 그래서 슐레프 중대의 전차병들도 전부 야전삽의 날을 날카롭게 갈아두기 시작했다. 오토 또한 자신의 야전삽의 날을 갈고는, 이리저리 휘둘러보았다.
휙!! 휙!!!
마르틴이 이 광경을 바라보자 오토가 마르틴에게 말했다.
"자네도 이렇게 날 갈아두는게 좋을걸세!"
결국 마르틴 또한 야전삽의 날을 갈아두었다. 오토가 속으로 생각했다.
'저 녀석이 로스케의 모가지를 날릴 수는 있을까?'
오토가 마르틴에게 말했다.
"이봐! 이렇게 휘둘러보라고!! 연습해봐야 실전에서도 잘 휘두를 수 있네!"
마르틴은 허공을 향해 야전삽을 휘둘러보았다.
휙!! 휙!!
"잘했어!! 여기 턱이랑 어깨 사이를 정확하게 내려꽂는걸세!! 한번 해봐! 내 목을 진짜로 날리지는 말고!"
마르틴은 주저하며 오토의 턱이랑 어깨 사이로 야전삽을 천천히 움직여보았다. 오토가 마르틴을 쳐다보며 말했다.
"지금 네 아버지가 소련 민간인에 대한 전쟁 범죄를 최대한 막고 있는 것은 알지? 하지만 마르틴 네 놈이 잘못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살아남아야 하네. 알겠나?"
마르틴이 굳은 표정으로 오토에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잠시 뒤, 슐레프 중대원들은 전차를 정비하기 위해 건물 밖으로 나왔다. 비가 쏟아지고 있었기에 다들 판쵸 우의를 써야 했다.
후두둑 후두둑
빗줄기 속에서 다들 걸어가는데, 소련군 포로들의 모습이 보였다. 소련군 포로들은 식별을 위해서 회색의 식별표를 달고 머리를 삭발당하고 있었다. 한 여군 소련군 포로 또한 붙잡혀 머리를 삭발당하면서 울고 있었다.
"으허엉!!! 으아앙!!!"
마르틴이 당황해서 말했다.
"저...저럴 수가!!"
게오르크가 말했다.
"포로의 탈출을 막기 위해서 어쩔 수 없네!"
파울이 소련군 포로들의 관리를 맡고 있었다. 파울은 소련군 포로들이 주머니 속에 숨겨둔 빵을 모조리 빼앗았다. 소련군의 빵은 독일군의 빵보다 장기간 보관이 가능했기에 지금처럼 식량 보급이 안되는 상황에서는 무척이나 중요했다. 소련군 포로들은 어떻게던 빵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했지만 결국 다 빼앗기고 말았다. 마르틴이 게오르크에게 말했다.
"저건 저 녀석들 식량 아닙니까?"
게오르크가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지금 우리도 식량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네!"
그렇게 전차병들은 소련군에게서 노획한 빵을 먹을 수 있었다. 오토는 소련군 포로에게서 노획한 빵을 바라보았다. 소련군 포로들 대다수는 주머니에 이 빵만큼은 꼭 하나씩 갖고 있었다. 블라덱이 말했다.
"도대체 빵을 어떻게 조리하길래 이렇게 오래 보관이 가능한지 궁금하군!"
평소라면 절대 안 먹었을 빵이지만 지금은 이런 빵도 감지덕지였다. 마르틴은 그 빵을 손에 들고는 먹지 않았다. 오토가 말했다.
"조만간 연료 오면 전투 시작이니 잘 먹어두라고!"
현재 만토이펠 대대는 제국군 소속 제501중전차 대대였다. 전선 뉴스에 따르면 오토 카리우스, 비트만, 앙뚜완이 있는 502 중전차 대대가 엄청난 전공을 세우고 있었다. 볼프강이 이를 갈며 말했다.
"그 502 중전차 대대보다는 반드시 우리가 앞서야 하네!"
오토, 스테판, 볼프강, 블라덱, 게오르크, 헬무트 모두 앙뚜완에게 이를 갈고 있었다. 얼마 전에 전선 신문에서는 502 중전차 대대의 에이스로서 앙뚜완이 인터뷰를 했던 것 이다. 프랑스 출신 전쟁 고아 앙뚜완이 한스 파이퍼의 후원을 받아서 훌륭한 독일 제국군의 장교가 되었다는 것은 좋은 선전거리였다.
'그 망할 새끼!!!'
볼프강이 말했다.
"그 돈 그냥 우리가 써버릴까?"
오토와 친구들은 피크에게 했던 짓을 후회했기에 전쟁이 끝나면 돈을 모아서 피크에게 보상하기로 결심했었다. 하지만 앙뚜완이 이렇게 잘나가는걸 보니 배알이 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해도 다들 돈은 계속 모아두기로 했다. 솔직히 그 때 일만 생각하면 죄책감에 마음이 괴로웠다.
그런데 마르틴이 쓰윽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건물 밖으로 나갔다.
"저 녀석 어디가냐?"
"몰라! 똥이라도 싸나보지!"
마르틴은 아까 전에 보았던 삭발당했던 소련 여군 포로가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여군 포로에 대한 성범죄는 엄격히 금지되었기 때문에 다행히 남자 포로들과 격리되어 있었다. 그 여군은 삭발당한채로 머리를 감싸고 흐느껴 울고 있었다.
"흑흑...으아앙..."
마르틴은 주저하다가 주머니 속에서 빵을 꺼내어 소련 여군, 율리야에게 내밀었다. 율리야는 증오의 눈빛으로 마르틴을 보다가 우걱우걱 빵을 먹었다.
"켁...켁..."
마르틴은 율리야에게 우유가 담겨있는 유리병을 내밀었다. 사실 이 우유가 담겨있는 유리병은 모스크바에서 소련인들이 어린 아이들을 먹이기 위해 비축해둔 물품이었다. 하지만 독일군은 이 우유를 노획해서 비상식량으로 먹고 있었다. 율리야는 허겁지겁 우유를 마시고는 마르틴에게 병을 돌려주었다.
마르틴이 율리야에게 어설픈 러시아어로 물었다.
"넌 아직 어린데 왜 전쟁에 나온거야? 여긴 위험하다고!"
순간 율리야는 증오의 눈빛으로 마르틴을 바라보았다.
"나도 싸우고 싶어서 군대에 들어온게 아니야!! 가족은 죽고 집도 불탔어! 나한텐 이제 아무것도 없다고!!"
"그...그럴리가..."
"아버지와 오빠는 전사했고 엄마는 자살했어. 너희는 왜 우리 영토에 처들어온거지?"
마르틴이 속으로 생각했다.
'우린 러시아인들을 해방하기 위해 온건데...'
마르틴은 터덜터덜 중대 대피소로 돌아왔다.
현재 모스크바에서 소련놈들은 퇴각을 할 때마다 모든 건물에 부비트랩을 설치해놓고 퇴각했다. 결국 독일군은 포로들을 건물에 먼저 들어가보게 하는 방법을 부비트랩이 있는지 확인했다.
물론 최전선에서 포로에 대한 전쟁범죄가 엄격히 금지되었기에, 이는 은밀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독일 병사가 포로들에게 외쳤다.
"비가 많이 오는 관계로 포로들의 건강을 보장하기 위하여 이 건물에 들어갈 것을 명한다!!"
오토 또한 판쵸 우의를 쓰고는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소련군 포로들이 들어가는 저 건물은 오토와 그 외 슐레프 중대원들이 머무르기에 아주 좋은 건물이었다. 저 건물을 차지하면 지붕에서 소련군의 움직임을 감제할 수 있을 것 이었다. 그렇게 소련군 포로가 벌벌 떨며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아직까지는 아무 일도 없었다.
슐레프 중대원들은 판쵸 우의를 쓴 상태로 빨리 포로들을 이용한 부비트랩 수색이 끝나기를 바랬다. 오토가 말했다.
"다들 짐 챙겨!! 여기가 앞으로 우리 중대 거점이..."
쿠과광!!!!
건물 내부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우아악!!!"
소련군 포로가 화장실 문을 열다가 부비트랩에 당한 것 이었다.
'이런 시발!!!'
다른 방에 있던 율리야는 이 광경을 보고는 주저앉았다.
"헉...허억..."
잠시 뒤 슐레프 중대는 다른 건물을 새로운 중대 대피소로 이용하기로 했고 짐을 풀었다. 소련 여군 포로 율리야는 여전히 벌벌 떨고 있었다. 마르틴은 용기를 내어 율리야에게 가서 캔디와 초콜릿을 나눠주었다. 그 광경을 보고 오토가 낄낄거렸다.
"마르틴 저 녀석 여자친구가 생겼군!!"
"잘해봐라!!"
"저기 빈 방 있다!!"
오토가 러시아어로 율리야에게 외쳤다.
"이봐!! 포로!! 저 녀석이 누구 아들인줄은 아냐? 잘 해보라고!!"
하지만 마르틴의 표정은 놀랍게도 진지했다. 녀석은 내색하지 않았지만 오토의 말에 열이 받은 것 같았다. 오토는 속으로 시부렁거렸다.
'아주 잘들 논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었기에 오토는 전차병들과 함께 건물을 뒤지면서 담요로 쓸만한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혹시 부비트랩 있는건 아니겠지?'
오토는 3층으로 올라간 다음에 구석구석 뒤져보았다. 더 뒤져보니 놀랍게도 와인도 한 병 발견했다.
'좋았어!!'
오토는 옷장도 뒤져보기로 했다. 오토는 지난번에 노획한 방한용품이 있었으나 다른 소대원들은 방한용품이 부족했다.
'장갑이 있으면 좋겠군!!'
오토는 커다란 옷장 문을 활짝 열었다.
"으아아악!!!!"
오토는 뒤로 벌러덩 자빠졌다. 소대원들이 달려왔다.
"무슨 일입니까!!!"
"우웩!!"
옷장 속에는 목을 매달고 자살한 시신이 있었다.
"시...시발!!!"
모스크바로 독일군이 들어오자 이 러시아인은 옷장 속에서 전선줄로 목을 매달고 자살한 것 이었다. 다들 욕을 씨부리며 2층으로 내려갔다.
"왜 자살하고 지랄이야!!!"
오토는 1층으로 내려온 다음 마지막 남은 담배를 피웠다. 아껴서 피려고 했지만 기분이 너무 좆같아서 피우지 않을 수 없었다.
'재수없게 이딴 집을 고르냐...'
식량 보급이 잘 안되고 있었지만 소련군에게서 노획한 투숑카 통조림 덕분에 전차병들은 배를 채울 수 있었다. 미국은 소련에 투숑카 통조림 등 많은 물품을 수출해서 돈을 벌고 있었다. 헬무트가 욕설을 퍼부었다.
"망할 놈의 루즈벨트 새끼!!"
"소아마비 루즈벨트 새끼랑 위스키 처칠 그 새끼들만 살판 났군!!"
잠시 뒤, 우크라이나 보병 한 소대가 건물로 들어왔다. 우크라이나 군도 이 건물을 대피소로 같이 쓰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군은 최근에 민간인과 소련군 포로에 대한 전쟁 범죄가 엄격하게 금지되었기 때문에 열받은 상황이었다.
'망할 놈의 독일군들...'
'왜 남의 일에 참견이야?'
우크라이나 군은 아주 좋은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리고는 소련군 포로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소련군 포로들은 장교고 병사고 다 같이 울타리로 둘러쌓인 임시 포로수용소에서 비를 맞고 있었고, 파울은 혼자 이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군은 포로들을 향해 곰팡이가 핀 딱딱한 흑빵 한 덩어리를 던졌다. 그러자 소련군 포로들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그 때, 장교 출신 소련군 포로가 외쳤다.
"모두 공평하게 한조각씩 나눠먹는다!!"
그렇게 소련군 포로들은 모두 사이좋게 흑빵을 한조각씩 나눠 먹었다. 한 우크라이나 병사가 투덜거렸다.
"효과 없는데?"
"잘 보라고!!"
우크라이나 병사는 다시 곰팡이가 핀 딱딱한 흑빵을 구석으로 던졌다.
"내 꺼야!!"
소련군 포로들은 서로 주먹질을 하고 싸우기 시작했다. 파울 또한 전혀 중재를 하지 않고 낄낄거리며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
"이런 미개한 벌레 새끼들!!"
잠시 뒤 소련군 포로 한 명이 돌을 집어서는 다른 녀석의 머리를 내려찍었다.
퍼억!!
그러자 장교 출신 포로가 외쳤다.
"저 새끼 죽여!!"
그 돌을 이용해서 다른 녀석의 머리를 내려친 포로는 모든 포로들에게 얻어맞기 시작했다.
퍽!! 퍼억!! 퍽!!!
돌로 다른 포로의 머리를 내려친 녀석은 이미 얼굴이 피떡이 된 상황이었다. 장교 출신 포로는 그 녀석의 배를 있는 힘껏 걷어찼다.
퍽!!
"우하하!!! 저런 멍청한 새끼들!!"
우크라이나군과 파울과 독일군은 모두 이 광경을 구경했다. 오토와 전차병들 또한 창문을 통해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우하하!! 저 병신들!!"
오토는 상태가 좋지 않아서 안 먹고 내버려두던 고기 통조림을 집어든 다음 이 임시 포로 수용소 쪽으로 걸어가서는 이들에게 던졌다.
"이거나 먹어라!!"
오토가 상한 고기 통조림을 던지자 진짜 난리가 나기 시작했다.
퍽!! 퍼억!! 퍽!!
피투성이가 된 소련군들은 열이 받았던건지 통조림과 빵은 내버려두고 지들끼리 알아서 싸우기 시작했다. 물론 다 싸우는 것은 아니었고 최대한 구석에서 이 싸움에 끼어들지 않는 녀석들도 있었다. 어떤 녀석은 싸움에 끼어들지 않고 재빨리 통조림을 주워들어서 손가락으로 퍼내서 입 안에 넣다가 다른 녀석에게 얻어맞기도 했다. 한 녀석은 바닥에 떨어진 빵 부스러기를 주웠다.
오토는 이 광경을 보고 폭소했다.
"우하하!! 우하하하!!!"
스테판이 우크라이나군에게 외쳤다.
"자네들 말이 맞네!! 저 새끼들은 미개한 벌레 새끼들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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