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풍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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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07.06.26 18:12
최근연재일 :
2007.06.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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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23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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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풍운록(인재 人材 1)

DUMMY

곽우가 소전에게 다가섰다. 그러자 소전이 오탁의 심장에 붙어있던 칼을 거두고 옆에 시립하고 섰다.

“누구인가?”

안소전에게 묻는 것인지 오탁에게 묻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딱히 누구를 지목하고 던진 물음이 아닌 것이다.

“천인대주 입니다. 귀검 오탁입지요.”

“흠... 정보에는 없던 자가 아닌가?”

“정보에는 분명 없었습니다. 어찌된 연유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천인대주라는 직책이 언제부터 생겼지?”

“그것이...”

“하긴, 자네가 알 까닭이 없겠지. 각 지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을 것이니까. 그건 그렇고 정보에도 없던 자인데 일단은 보류하기로 하지.”

“명을 받들겠습니다.”


이미 주위는 정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안간힘을 쓰며 발악을 하던 적이 수하의 칼에 쓰러지면서, 연무장에 있던 적들은 모두 궤멸당한 것이다.

그러나 살아있는 자들도 있었다. 모두 열 하나였다. 무진을 폐인으로 만든 흉수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포박 당한 채 한쪽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리고 정보에 없었던 오탁도 역시 살아있는 것이다.


무진은 몸을 추스르고 방문을 나섰다. 그의 방을 담당하고 있던 시비가 놀라며 주저앉고 있었다.

“와그르르, 퉁투퉁 철퍼덕”

청소를 하려던 참이었는지, 시비의 손에 들려있던 것들이 바닥에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에그머니나, 나, 나, 나, 나으리...”

민망한 모습으로 주저앉은 채 무진을 보는 시비에게서 신음성과 같은 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따뜻한 빛을 보이며 시비를 향했다.

“낭패를 보았구나, 내가 너무 급하게 움직였나보다. 허허.”

시비는 무진의 말에도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두고 방송을 찾아 나서는 무진이었다.


방송은 처소에 없었다. 상단의 일로 전장과 포목점을 둘러보러 나간 것이다. 잠시 기다릴까 하던 무진은, 모처럼 일어난 김에 성내도 구경할 겸 방송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성내를 걷는 무진의 얼굴은 밝아 보였다. 저잣거리에 나들이 나온 여염집 처자들처럼 이것저것 구경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그의 눈에는 모든 것이 신기해 보이기만 했다. 자리에 누워 있는 동안 꽤 많은 시간을 흘려보냈던 것이다. 의식이 없었던 무진으로서는 다시 보는 세상이 너무도 신선하기만 한 까닭이었다. 어떤 점포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일일이 구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느덧 장신구점을 눈앞에 두고 있는 무진이었다.

문득 그녀의 생각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녀가 유난히도 장신구에 애착을 보이곤 했던 까닭이었다.

“어머, 너무 예뻐요. 어쩜 저리도 곱게 만들었을까.”

지난해에 장신구점에서 있었던 일인 것이다. 한 쌍의 작은 나비가 노란 꽃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희롱하는 모습이 새겨진 팔찌였다.

차마 갖고 싶다는 말을 못하고 예쁘다며 감탄만 하고 있던 그녀였다. 짐짓 놀리느라 별로 예쁜 것 같지 않다며 문을 나서려고 했었다. 그러자 어쩌지 못하고 울먹거리던 모습이 어찌나 고와 보였던 지...

결국에는 그것을 손목에 차고 이리보고 저리 돌려보며 좋아하던 그녀였다. 그의 발길이 그녀가 머물렀던 그곳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점포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방송의 상술이 워낙 대단했던 탓인지 손님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마침 손님을 막 배웅하고 돌아서려던 점주가 무진을 발견했다. 점주의 눈이 화등잔마냥 커지며 벌린 입을 닫지 못하고 있었다. 무진의 등장이 너무도 난데없었던 것이다. 무진이 가볍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자 점주가 주위를 아랑곳 하지 않고 무릎을 꿇고 있었다.

“작은 나으리... 허엉, 이렇게... 흐어엉”

점주의 통곡소리는 주변에 있는 모든 시선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마치 변이라도 당한 것처럼 울어 제치는 바람에 저잣거리에 나와 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곳에서는 알아준다는 장신구점 이었다. 그 앞에서 점주가 통곡을 하고 있는 것이다.

“뭔 일이래? 대낮에 웬 통곡이지?”

“글쎄... 저 양반이 어째 저리 울고 있을까?”

평소 점주를 안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연유를 알 수 없는 통곡에 웅성거리며 궁금해 하고 있는 것이다.

“지부 놈들한테 해꼬지라도 당했나? 그 놈들 원체 안하무인이라...”

“저 양반이 원래 법 없이도 살 사람인데, 어쩌다 그런 놈들한테...”

“에혀.. 저리도 착한 사람이 통곡을 하게 만들다니 천벌을 받을 놈들이야. 하늘은 대체 뭘 하는 건지, 그런 놈들이나 잡아가지 않고...”

점입가경이었다. 점주의 울음은 무맹 귀주지부에 대한 성토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난감해진 무진이 급히 점주의 어깨를 부추기고 있었다.

“점주, 어찌 이러시오, 그만 들어가십시다.”

무진이 간신히 그를 일으켜 세우며 안으로 들어섰다.

점원들 역시 당황한 채 넋을 놓고 말았다. 무진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 알고 있는 까닭이었다.

내실에 앉아 다탁에 놓인 차를 들며 점주의 얘기를 듣고 있는 무진이었다. 그의 눈은 감겨있었다. 차에서 그녀의 향기가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점포가 요란스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쿵쾅쿵쾅!”

“부르르 쨍, 투두둑!”

누군가 다급하게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어지간히도 급했던 모양이었다. 장신구들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쉼 없이 들리고 있는 것이다.

기별도 없이 내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놀람과 기쁨이 뒤섞인 얼굴로 방송이 들어서고 있었다.

“아우! 정말 아우인가? 어디 한 번 보세나, 정말 우리 아우가 맞는가?”

무진을 부둥켜안은 채, 얼굴을 쓰다듬어 가며 감격을 이기지 못하는 방송이었다. 그런 방송의 감정이 무진을 당혹케 만들고 있었다.

“형님... 죄를 지었습니다...”

“무슨 말인가 죄라니... 그런 말 말게... 미리 대비하지 못 한 내 죄가 더 큰 것일세...”

“아닙니다, 형님...”

“아우... 되었네, 이제 되었어...”


그녀가 잠들어 있는 곳이었다. 험한 세상, 온갖 고초를 겪으며 살다가 한 뼘 땅위에 육신을 묻어버린 그녀였다. 조그만 봉분 앞에 팔찌가 놓여 있었다. 나비 한 쌍이 팔찌 위에서 날아다니는 것이었다.

“수련... 못난 모습을 보였구려... 이런 나로 인해, 아직도 하늘로 오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오?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 주오... 세상에 남은 미련을 훌훌 떨치고 편히 쉴 수 있도록 해 줄 것이오... 그러니 이제 불안해하지 말았으면 좋겠소...”

무진의 얘기였다. 마치 수련이 앞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그랬다. 수련은 무진의 앞에 있었다. 썩어 흙이 되어 질 몸은 차디찬 땅 속에 들어간 지 오래였지만, 그녀의 모습은 무진의 가슴에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무진은, 자신의 가슴속에 있는 그녀에게 말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자신의 말을 듣고 있었다. 수련이 피어나듯 환한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상공, 소첩은 더 이상 원이 없답니다. 이렇게 일어나신 것만으로도 웃을 수 있지요. 부디 몸을 돌아보시고 행복하셔야 합니다. 소첩은 하늘에서 행복해하는 상공의 모습을 지켜보고 싶답니다.”

무진의 애틋함이 전해진 것인 지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어쩐지 서글퍼 보이는 그것은 그의 재기를 기뻐하는 수련의 눈물이었다.


무진은 몸을 일으켰다. 빗물이 그의 몸을 타고 흘러 내렸다. 그는 웃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웃음은 슬퍼 보이기만 할 뿐이었다. 빗물에 젖은 흙이 그의 발걸음에 아픔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는 산 아래 남아 무진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별일 없겠거니 하며 마음을 잡고는 있었지만 병상에서 이제 갓 깨어난 무진이었다. 방송은 불안했다. 무진이 올라간 뒤로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이다.

무진과의 해후가 어느 정도 가라앉게 되자 그 동안의 일을 전해 준 방송이었다. 곽우가 찾아 온 얘기도 했고 그가 지금 귀주지부와 전투를 하고 있단 말도 전했다. 그러고는 이곳으로 무진을 데리고 왔던 것이다.

산을 바라보며 올라가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방송이었다. 하지만 그의 몸은 조금 더 기다리라는 듯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쌓인 회포가 많겠지... 실컷 풀고 오게나...’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들의 애틋한 사랑을 알고 있다는 것처럼 바람도 없이 조용히 내리는 비였다.

그런 빗속에 무진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연무장은 고요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하는 이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그들은 모두 연무장 중앙을 보고 있었다.

멸사대 전원은 열 개의 조별로 도열해 있었고, 조공을 맡았던 암영대와 도주하는 적의 처리를 담당했던 정보대도 각기 정렬해 있었다.

그리고 중앙에는 그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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