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풍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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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07.06.26 18:12
최근연재일 :
2007.06.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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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2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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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풍운록(인재 人材 2)

DUMMY

무진인 것이다. 그녀와의 재회를 마치고 귀주지부로 들어온 것이었다.

무진의 눈은 흉수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돌아보고 있었다. 놈들의 모습 속에 그녀가 보이고 있었다. 칼에 베인 가슴에서 피를 콸콸 쏟으며 자신을 보고 있는 그녀가 보이는 것이다.

착하고 순한 양 같은 그녀였다. 맑은 눈 속에 사랑을 듬뿍 담고 그를 향해 웃어주던 그녀였다. 수련 꽃을 보며 환한 웃음으로 세상을 보듬어주던 그녀였다. 무진에게 그녀는 세상이었다.

놈들이 비루먹은 나귀처럼 초라하게 보였다. 그런 그들을 보는 무진에게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가슴이 아려왔다.

아직도 내리고 있는 비는 그를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마침내 무진에게서 흉수들을 향한 절규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왜 그랬나! 무엇 때문에 그랬나! 도대체 왜 그래야 했냐는 말이다!”

무진의 목에서 피가 섞인 채 터져 나오는 소리였다. 흉수들은 영문을 몰랐다. 그저 부들부들 떨면서 눈알만 굴리고 있을 뿐인 것이다.

“모르는 것이냐! 네 놈들이 저질러 놓고도 지금은 기억조차 없다는 것이더냐! 나는, 나는 지금 숨도 못 쉴 정도로 아픈데... 그녀는 눈도 감지 못하고 있는데, 그런데 네 놈들은 정녕 모르고 있다는 말이더냐!”

연무장은 분노로 가득 차고 있었다. 그 속에서 홀로 울부짖고 있는 무진인 것이다. 그의 가슴은 이미 시커멓게 타 버려 재만 남아 있었다.

“네 놈들은 어찌 이리도 초라해 졌단 말이냐! 나는, 도대체 나는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 잘난 네 놈들을 죽여 타버린 가슴을 달래려 했건만, 어찌 네 놈들은 이리도 초라하게 변했단 말이냐! 우와아악!”

울분을 참지 못하던 무진이 결국 터져 나오는 심화를 견디지 못하고 피를 토했다. 허리를 잔뜩 웅크린 채 고통스러워하는 그에게 곽우와 방송이 동시에 달려들고 있었다. 곽우가 무진의 혈을 몇 군데 짚었다.

무진이 몸을 떨며 허리를 펴고 있었다. 몸은 비록 회복이 되지 않아 곧 쓰러질 듯이 비틀거리고 있었지만, 그의 분노는 더욱 커져만 가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 그의 몸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체력이 아니었다. 바로, 분노였던 것이다. 체력은 이미 모두 소진되어 버린 상태였다. 오로지 극한의 분노만이 그를 깨어있도록 만들었으며, 또한 그것만이 무진의 절규를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이건 아니었다. 놈들이 이렇게 초라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되는 것이다. 너무 억울했다. 쓰레기만도 못한 것들에게 죽음을 당한 그녀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건 아닌 것이다. 그녀의 죽음이 너무 초라해 지고 있었다.

“크윽, 네 놈들은 아직도 모르는 것이냐! 무슨 죄가 있다고! 도대체 무엇을 잘못 했기에! 죽여야 했단 말이냐! 버러지만도 못한 네 놈들에게 죽은 그녀는 도대체 무엇이었단 말이냐! 말을 해라, 말을 해보란 말이다!”

흉수들 중에서 한 놈이 무진을 기억해 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전율하고 있었다. 그녀라는 무진의 말에 기루에서 칼을 맞고 죽어가는 기녀가 생각났던 것이다. 중얼거리는 소리가 무진에게 들려왔다.

“기녀였어...”

“우와아악!”

피를 토하며 무진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허약해진 몸이라지만 분노가 그의 몸을 강하게 만들고 있었다. 흉수의 목을 움켜잡은 손에는 감당할 수 없는 분노가 스며있었던 것이다.

“다시!”

흉수가 놀라 입을 다물었다. 공포가 그를 얼어붙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무진에게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네 놈이 지껄였던 말을 다시 해보란 말이다!”

목을 잡힌 흉수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고 있었다. 무진이 그런 흉수를 들어 패대기를 치고 있었다.

“컥! 크흑, 흐윽”

막혔던 숨을 토해내며 질퍽한 바닥을 뒹굴고 있는 흉수에게, 무진이 다가섰다. 그의 발이 흉수의 가슴위로 올려지고 있었다.

“왜 그랬나! 왜 그녀를 죽였냐는 말이다! 네 놈이 대체 무엇이기에 그녀를 죽였단 말이냐!”

무진의 발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그의 심장이 터져 버릴 것처럼 맹렬하게 뛰고 있었다. 가슴을 뚫고 당장이라도 뛰쳐나올 것처럼 그의 분노는 거세어져만 가고 있는 것이다.

흉수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왜 죽였을까? 그녀를 왜 죽여야만 했을까?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공포로 인해 쪼그라든 심장이었다. 머리로 피를 공급해줘야 할 심장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인 것이다.

왜 그랬지? 무엇 때문이었지? 왜? 왜? 아무리 생각하려 애를 써 봐도 그 일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고 있었다.

“이유를 대라! 그녀가 차디찬 땅속에 누워 눈도 감지 못하는 이유를 대봐라! 이유를 대란 말이다!”

흉수의 가슴이 꺼져들고 있었다. 무진의 절규하는 모습을 따라 발에 힘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뚜, 두두두”

무진의 발이 흉수의 몸에서 떨어졌다.

분노가 이성을 완전히 잠식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흉수에 대해서만큼은 이성이 작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죽일 순 없었다. 그냥 죽이고 털어버리기에는 한이 너무도 큰 까닭이었다.

그의 발이 다시 흉수의 배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흉수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분명 뭔가 이유가 있었을 터인데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공포로 변해 다가들고 있었다. 눈물이 흐르는 까닭이었다.

“그...냥,”

흉수의 입에서 작은 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무진에게는 충분히 들리는 소리였다. 무진의 몸에서 피가 터지고 있었다. 계속되는 분노가 몸이 지탱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버린 것이다. 약해진 피부를 뚫고 곳곳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그럼에도 무진은 절규하고 있었다.

“그냥? 그냥이라고? 이유도 없이 그냥 죽였단 말이냐! 네 놈이 그냥 그랬단 것이냐! 나는 그냥 아팠던 것이란 말이냐? 그녀가 그냥 죽었다는 것이란 말이냐! 우와아아! 끄으으흑, 으으...”

곽우가 무진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다급한 움직임이었다. 견디다 못 한 무진이 결국 쓰러지고 말았던 것이다. 무진의 전신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자신의 피였다. 모공을 뚫고 터져 나온 피가 그의 몸을 온통 뒤덮어 버린 것이다.

혼절한 무진을 곽우가 들쳐 업었다. 그리고 의생을 찾아 뛰었다.


귀주지부의 의전은 초비상이 걸렸다. 분노를 감당하지 못하고 혼절했던 무진이었다. 그런 그가 결국, 사경을 헤매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그는 그녀의 품에 안겨 있었다. 하얀 옷을 입은 그녀는 참으로 고와 보였다. 곱게 빗어 넘긴 머리가 그의 코끝을 간질이고 있었다. 그윽한 향을 풍기는 머리였다. 따뜻했다. 눈이 저절로 감기려 하고 있었다. 그녀의 입에서 고운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녀의 부드러운 손이 그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고 있었다.

“조그만 연못가에 아주 작은 정자 하나

상큼 부는 바람에 수련은 춤추고

한 쌍의 나비는 서로를 희롱 하네

누운 내님 깰까 두려워 눈으로 쫓고 있네.“

그녀의 노래는 감미로웠다. 작은 품은 의외로 넓었고 포근하기만 했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이대로 잠들고 싶었다. 눈꺼풀이 자꾸만 감겨들고 있었다.


“상공, 상고옹, 그만 일어나셔요.”

누군가 그를 깨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잠결임에도 참으로 곱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을 뜨기 싫었다. 눈을 뜨면 그녀가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눈을 뜨지 않고 있었다.

“상공, 상고옹, 그만 일어나셔요. 행복하게 살아야 하잖아요. 자꾸 주무시면 어떻게 해요. 상공, 상고옹, 다시는 아픈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고 하셨잖아요. 그만 일어나셔요. 상고옹...”

애절하게 부르는 소리에 그만 눈을 뜨고 말았다. 그러나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우려했던 대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자신만 남겨두고 훨훨 날아간 것이었다. 꿈이었다. 다시 꿈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런 그의 귀에 그녀가 하는 말이 들려오고 있었다.

“상공, 상고옹. 행복하게 사셔야 해요...”


다행스럽게도 무진의 몸에 큰 상처는 없었다. 하지만 내상이 워낙 컸던 터라, 사흘을 정양하고 나서야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 곧바로 흉수들을 찾아 나선 무진이었다.

흉수들은 뇌옥에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는 세 놈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나머지 일곱은 자진(自盡)을 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무진의 눈에 다시 분노가 일기 시작했다. 꿈이 그리웠다. 그러나 그것은 꿈이 아니었다. 그와 그녀가 가꾸어 가던 사랑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이렇게도 초라한 놈들이 꿈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유도 없었다. 그들의 사랑을 그냥 꿈으로 만든 것이다.

그가 뇌옥 안으로 들어섰다. 흉수들은 그저 떨고만 있었다. 죽지도 못한 놈들이었다. 죽을 용기도 없는 쓰레기 들인 것이다.

죽지 않을 만큼만 팼다. 가리는 곳도 없었다. 눈을 맞아 눈이 터진 놈도 있었다. 찢어진 귀에서 피를 흘리고 이빨이 부서져 나갔다. 놈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럴만한 정신이 없었던 까닭이었다.

흉수들은 짓이긴 고깃덩이가 되어갔다.

그래도 아직 숨은 붙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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