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풍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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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07.06.26 18:12
최근연재일 :
2007.06.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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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3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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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풍운록(검왕 劍王 5)

DUMMY

“어르신은 누구십니까? 어떻게 여길, 아니 언제부터...”

노인에 대해 혼자 궁리해 보다가 무공에 까지 생각이 미치게 되자, 당황한 모용강의 말이 엉키고 있었다. 그런 그를 노인은 궁금해서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졸라대기 시작했다.

“아, 젊은이. 왜 봉우리를 오르지 않는지 얘기 좀 해 줘. 궁금해.”

일단은 노인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예의였고 모용강은 그래도 예의만큼은 바르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봉우리 숫자를 세어 보려 했는데, 그만 둘까 계속할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계속하자니 너무 오래 걸리고 그만두자니 궁금하고 그래서요.”

노인의 표정이 변하면서 또다시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너무 오래 걸리지, 맞아 너무 오래 걸릴 거야. 그래도 궁금하잖아. 그렇지 너무 궁금해. 하지만 오래 걸릴 텐데.”

듣고 있던 모용강의 얼굴이 묘해지고 있었다. 자신의 고민을 어느새 노인이 하고 있는 까닭이었다. 그것도 중얼거리며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노망든 것일까? 그렇게 보이진 않았는데...’

노인의 모습을 보고 나름대로 판단하는 모용강이었다. 잠시 그렇게 노인을 보고 있던 그가 산 중턱에 걸려있는 운해로 눈을 돌렸다. 참으로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일부러 만들고자 해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유유자적 독야청청 온갖 문구들을 떠올려 봤지만, 제대로 표현해 낸 말은 없는 것 같았다. 자연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고 있는 것이다. 호연지기가 절로 일고 있었다.

“아, 맞아!, 그렇게 하면 될 것을 괜히 고민하고 있었네.”

노인이 갑자기 탄성을 터트리더니 마치 고민이 모두 해결되기라도 한 것처럼, 호탕하게 말을 하고 있었다.

“어르신, 좋은 해결방안이라도 찾으셨는지...”

“그럼, 내가 누군데 그런 걸 가지고 어려워할까. 자네 이리 앉아보게. 어, 벌써 앉아 있었구먼. 허허허허.”

어이없는 노인이었다. 허나 그럼에도 그리 밉지는 않은 것이 악의가 없어 보이는 때문이었다.

“자네에게 시간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닐 터이고, 그렇다고 궁금한 와중에 그냥 넘어갈 수도 없고 엄청 고민이 되고 있겠지?”

“에... 그게 저는 단지”

“아 됐네. 뭐 더 이상 들어봐야 주저리주저리 쓸모없는 말만 늘어놓을 터이니, 안 듣는 것이 좋겠네. 그건 그렇고, 시간을 단축시키면서 봉우리를 모두 확인 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는데, 가르쳐 줄까? 알고 싶지?”

“아, 어떻게 단축을”

이번에도 모용강은 말을 잘리고 말았다. 성미가 급한 노인인지 아니면 안하무인 인 것인지, 자신은 말도 꺼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음, 알려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자네 알고 싶나?”

모용강이 노인으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마치 맛있는 과자를 가지고 아이에게 줄까 말까 하면서 놀리는 것처럼, 노인이 자신을 놀린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내가 알려주는 대로만 한다면, 아마도... 일 년...”

“일 년 이라고 하셨습니까? 어르신?”

모용강은 일 년 이라는 노인의 말에 반색을 하며 달려들었다.

“헛험, 허허 그게...“

허나 노인은 얼버무리며 말을 늘이는 것이 쉽게 가르쳐주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저, 어르신. 원하시는 거라도 있으신지요? 뭐든지 구해다 드리겠습니다. 제 목숨만 빼고 뭐든지 말씀만 하세요. 어르신.”

모용강이 안달을 하면서 노인을 재촉하고 있었다.

“남아일언!”

"중천금!“

다짐을 받고서야 노인이 입을 여는 노인이었다. 어찌 생각해보면 아이들과도 같은 천진함이었다. 순수하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허허 좋네. 내 방법을 일러주겠네. 어차피 나도 심심하던 차였으니 크게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어. 나중에 내가 부탁하면 그 때 들어줘도 되는 것이야.”

“알겠습니다. 어르신. 방법부터 빨리 좀...”

“허어, 젊은 사람이 성미도 급하네. 그런 성미가지고 무공은 어떻게 익혔나? 수십 수백 번은 때려치우고도 남았을 성미로구먼.”

노인의 말에 모용강은 더 재촉할 수도 없었다. 그저 중죄를 범한 죄인이 처분만 바란다는 듯이, 얌전히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뚫어져라 노인의 입만 쳐다보고 있었다. 갈망을 가득 담은 눈이었다.

“헛험. 거 눈길 좀 돌리지 그러나. 꽤나 민망해 지는구먼. 어쨌든 방법을 말해 주겠네. 헛험. 경신법을 배우게.”

“....?”

“못 들었나? 젊은 사람이 저리 집중력도 없으이. 내 딱 한 번만 더 얘기해 줌세. 이번엔 귀를 후비고 잘 듣게.”

“....?”

“이보게 젊은이? 뭐하고 있나?”

“예?”

“귀 후비라니까 대체 뭐하고 있냐고? 늙은이 희롱하는 것도 아니고, 젊은 사람이 어째 좀 덜떨어진 것처럼 그러나.”

“저, 어르신. 그러니까 그 방법이란 것이... 결국 경신법이라는 말씀?”

“허어, 이젠 말꼬리까지 잘라먹네. 이제 봤더니 영 몹쓸 사람이로구먼.”

“헉! 아이고 죄송합니다. 어르신. 너무 어이가 없다보니 그만, 결례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어르신.”

“에잉. 이미 물 건너갔네. 일 없으니 자네 맘대로 해보게.”

모용강이 뭐라 할 틈도 없이 사라져 버린 노인이었다. 귀 후비고 들으라는 말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삐친 것이다. 허망한 눈으로 노인을 찾아 사방을 둘러봤지만,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모용강은 자신이 지금 꿈을 꾸고 있지는 않은지 하는 생각까지 들고 있었다. 그러나 노인은 채 일각도 되지 않아 다시 나타났다. 어지간히 심심했던 모양이었다. 참으로 아이와 같은 성정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자네, 아직도 고민하고 있나?”

“아, 어르신. 헌데 경신법을 배우라는 말씀은, 대체 무엇을 이르시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꽤 빠르다고 자부하는데 여기서 무엇을 더 배울 수 있겠습니까. 어르신.”

그런 모용강을 여전히 못 마땅하다는 듯이 쳐다보던 노인이었다. 갑자기 한심스러운 표정을 하고는 불쑥 말을 꺼내고 있었다.

“자네, 나보다 빨리 달릴 수 있나? 우리 내기 한 번 할까? 누가 빠른가? 그거 재미있겠네. 내기 하는 거야. 어떤가? 재미있겠지?”

“후우우...”

“거 젊은 사람이 한숨이나 쉬고. 노인네가 한 번 해보자고 하면 발딱 일어나서 준비해야지, 도대체가 예의가 없네. 에잉.”

결국 모용강은 한숨을 쉬며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노인이 또다시 삐칠까봐 마지못해 한 것이다.

“저기 맞은편에 보이는 봉우리에 누가 먼저 오르나 내기하자고, 히히. 내기에는 벌칙이 있어야 하니까... 음, 뭐가 좋을까나...”

노인의 행동에 모용강은 침묵으로 항변하고 있었다. 잠시 후 기발한 벌칙이라도 생각해 냈는지, 손뼉까지 쳐대며 좋아하는 노인이었다.

“좋았어. 지는 사람이 이긴 사람의 부탁 들어주기다. 어때? 재밌지?”

“예. 재미있습니다. 어르신.”

그리고 둘의 달리기가 시작되었다. 허나 모용강은 시작과 함께 곧바로 허탈감에 빠져들고 말았다. 도저히 상대가 되질 않는 것이었다. 자신이 반 정도 갔을 때였다. 노인은 벌써 정상에 오른 듯, 빨리 오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노인네가 뭘 먹었기에 저리도 빠른 것인지, 대책이 안서는 구나.’

결국 노인의 부탁을 들어 줄 수밖에 없었던 모용강이었다.


노인은 자신을 백하(白河)라고 소개했다. 하얀 물처럼 때 묻지 않은 명호였다. 이름은 까먹었단다. 나이도 물론 모르고 있었다. 대충 팔십 넘어서부터 나이세는 것을 그만두었다고 했다. 그나마 백하라는 것도, 언제나 하얀 구름이 흘러 다니는 덕에 잊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경신법을 배웠다. 상상도 못했던 기의 운용이었다. 내공을 용천혈로 보내는 지금까지의 경신법과는 차원이 달랐던 것이다. 자연의 기운을 이용해 뒤에서 강하게 밀어주는 역할을 하게 만들었다. 체력도 크게 소모되지 않는 것이었다.

백하노인은 그것만을 가르쳐 주었다. 내심 무공도 경신법과 마찬가지일 것이란 생각에 배우고 싶었지만, 차마 부탁하기가 어려웠다.

경신법만 가지고 삼년을 수련해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백하노인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수련은 봉우리를 세어 가면서 병행했다. 결국 모든 봉우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정확히 칠만 팔천 개였다.

백하노인과 이별을 앞두고 있었다. 그가 부탁을 해왔다. 아니, 부탁이라기보다는 반 협박에 가까웠다.

자신의 제자가 언젠가 강호에 나가게 되면 잘 좀 돌봐달라는 것이었다. 애제자의 이름을 물었지만,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름을 하도 부르지 않아서 잊었다고 했다. 결국 제자가 나오게 되면 자신을 찾으라고 하는 수밖에 없었다. 별 말없이 그렇게 백하노인과 헤어지게 되었다.

부친으로부터 눈물을 보게 되고 폐관에 들면서 경신법의 이론을 가지고 무공을 연구했다. 참으로 지난한 일이었다.

하지만 결국 끝내게 되었고 이제야 세상에 나온 것이다.

당시에는 몰랐었지만, 백하노인을 생각할 때마다 사부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자신이었다. 제자라는 아이도 벌써 강호에 나왔을 터였다. 어쩌면 자신을 찾았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십년이 넘는 세월을 세상과 단절하고 살아온 자신이었다. 그리고 나와 본 세상은 욕지기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하늘이 자신에게 힘을 준 이유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할 일이 많았다. 부친의 소원도 들어줘야 했다. 그러나 그 일은 자연히 해결될 것이었다. 사부의 제자도 찾아야 했다. 언젠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맹주가 되는 것이었다. 맹주선출은 자신이 나섬으로 인해 방식을 바꿔야만 할 것이었다.

창밖 허공에 떠있던 사부의 형상은 어느새 사라지고 말았다. 허나 모용강은 서운해 하지 않았다. 그의 가슴엔 여전히 장난기 많은 사부의 얼굴이 자리하고 있는 까닭이었다.

대산이 그리웠다.


“모두들 연무장을 돈다! 단, 내공은 절대 사용할 수 없다! 일백 회를 도는 동안 낙오자가 발생하게 되면 모두 죽을 줄 알아라. 시작한다!”

“충!”

연무장으로부터 백무검 모용관의 고함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백의묵검대의 대주였던 그가 이들 오백인의 훈련 및 인솔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도열해 있던 수하들이 우렁차게 소리치며 훈련을 시작하고 있었다. 내공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 체력만 가지고 연무장 일백 회를 돌아야 했다. 정신력의 강화라는 이유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등룡대라...’

모용강은 저들의 명칭을 생각하고 있었다. 원래 모용세가를 상징하는 것은 등룡검법이었다. 팔백년 전, 세가의 시조라 할 수 있는 등룡검선 모용척으로부터 시작된 등룡이었다. 앞으로는 어쩌면 세가를 상징하는 것이 검법만이 아니라 등룡대라는 부대가 될 지도 모를 것이었다.

연무장을 돌고 있는 저들의 모습에서, 세가의 앞날을 내다보고 싶은 모용강이었다. 자신은 떠나더라도 저들은 남아있을 것인 까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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