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달을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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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夜月香
작품등록일 :
2007.07.21 10:46
최근연재일 :
2007.07.2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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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20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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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달(月)을 베다 10 회

DUMMY

▣ 제 10 회 기회를 노리다 1


그렇게 명(明)과 두 명의 조선인이 보현원의 방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서며 모습을 감추는 그 순간!


- 다닷, 다다다닷!

- 우르르, 우르르르!


보현원이 자리한 후원까지 한 무리 무사들이 달려와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핏자국이 여기에서 끊겼다. 이 주변을 샅샅이 뒤져라!”

“옛!”


요란하게 흩어지는 발자국 소리가 귀에서 멀어져 갈 즈음 보현원의 선당 문 앞에서 헛기침 소리가 들렸다.


“으흠, 으흠. 보현원마님! 내밀원의 조장 긴지로(金次郞)입니다.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그러나 방안에는 아무런 대답이 없이 고요했다. 긴지로는 실내를 향해 조금은 더 긴박한 어조로 다시 말을 전했다.


“천수각의 서고에 침입한 간자(間者)를 쫓고 있습니다. 핏자국이 여기에서 끊어져 혹시 마님의 신변에 위험이 없는지 확인하고자 합니다.”


방을 수색하겠다는 통고였다. 잠시 시간이 흐른 후, 보현원 선당의 문이 드르륵 열리며 하루(春)가 모습을 드러냈다.


“누구냐? 누가 퇴설당(堆雪堂)후원을 이리도 시끄럽게 하는가?”


히데요리조차도 이 후원을 방문할 때는 지극히 조심스러워 하지 않았던가? 그런 장소를 일개 조장 따위가 찾아와 소란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질책하는 하루(春)의 얼굴에는 싸늘한 냉기가 흘렀다.


“보현원 마님! 간자가 후원으로 뛰어들어, 혹시 위험에 처하지는 않았나 하여...”


긴지로의 말에 하루(春)는 얼굴에 노기를 띠며 방안을 가리켰다.


“이놈 긴지로! 너의 눈에는 이 광경이 보이지 않느냐? 지금 히데요리님의 무운을 기원하는 지성(至誠)을 드리고 있거늘! 들어와 찾아보아라.”


열려진 방안의 벽 아래 선단(禪壇)에는 조그만 관음상이 놓여있고, 그 앞 촛불이 켜져 있는 다반(茶盤)위의 향로(香爐)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라 향내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마님! 문을 닫으셔도 좋습니다. 소인, 물러가겠습니다.”


말은 공손하나 눈빛은 날카로왔다. 그 눈으로 방안을 일별(一瞥)한 긴지로는 이미 그 방안에 수상한 인물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공손한 척 예를 올린 후 천수각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잠시 후,


“이제 나오셔도 됩니다.”


선당 밖으로 나가 사방을 살피고 들어온 하루(春)가 안심을 해도 좋다는 말을 하자 관음상이 놓여 진 선단(禪壇)아래 숨을 죽이고 웅크렸던 세 사람이 천천히 기어 나왔다.


약함(藥函)을 들고 재빨리 다가간 하루(春)가 충(忠)이라 불린 남자의 상처에 응급처치를 한 후 궁금한 듯 입을 열었다.


“명(明) 공자님, 이들은 또 누구신지?”

“소생도 처음 만난 사람들이오. 그래 두 분은 무슨 일로 천수각의 서고(書庫)로 숨어들었습니까?”


명(明)이 그들을 향해 돌아앉으며 물었다. 그런 명(明)에게 남장 여인이 입을 열었다.


“우리는... 꼭 찾아야 할 서책이!”


남장 여인이 미처 말을 다하기도 전에 남자의 입에서 호통이 터져 나왔다.


“어허 설아(雪娥)! 입조심 하거라!”


부상당한 사람이 기력도 좋게 고함을 지른다. 갑작스러운 호통에 멀뚱한 눈으로 바라보는 남장여인의 입단속을 시킨 그 남자가 명(明)과 하루(春)의 앞으로 무릎걸음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두 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사정이 있어 저 아이의 말을 막은 점 용서하십시오.”


위험을 무릅쓰고 이들의 목숨을 살려준 자신들이 아닌가!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하루(春)를 돌아보며, 명(明)은 얼굴에 미소를 가득 담고 달래듯 입을 열었다.


“하하하... 두 분. 이 삼엄한 곳을 침입했으니 피치 못할 사연이 있겠지요. 허나 소생도 조선 사람이외다. 그러니 무슨 영문인지를 말해줄 수 없겠소?”


자신도 조선에서 건너온 조선인이라 밝히며 그들의 입을 열게 하려던 명(明)에게 엉뚱한 대답만 돌아왔다.


“죄송하오, 공자! 이 사람은 윤충(尹忠)이라 하며 저기 저 아이는 설아(雪娥)라 하오. 우리 두 사람은 어떤 분의 밀명을 받고 파견된 조선의 관리올시다. 중요한 임무를 띠고 온 우리들이라 더 말씀드릴 수 없는 점 양해 바랍니다.”


궁지에 몰려 이곳에 숨어 있으면서도 명(明)이 조선 사람이라 하자 그 앞에서 조정의 관리라는 오만함이 묻어나는 말이었다.


“허허허, 전란 중 조선의 백성들을 죽음에 몰아넣었던 그 알량한 조정의 신료였구려! 나는 명(明)이라 하외다. 프흣, 소중한 그 임무를 소생이 굳이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요.”


명(明)의 입에서 야유에 가까운 말이 튀어나왔다. 그러자 윤충이라는 남자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조선 사람인 명(明)과 한방에 있는 이 일본여인은 손수 자신의 다친 어깨를 치료해 주었다. 그렇다면 이 두 사람은 보통 가까운 사이는 아닐 것이다. 또한 이 여인은 자신을 추적해온 병사를 한마디 호통으로 돌려보낼 만큼 이곳에서는 지위가 높은 여인이리라. 해서 자신들은 밀명을 받은 조선 조정의 중한 인물이라는 점을 밝혀 명(明)에게 협조를 강요하리라 마음먹고 입을 열었다. 그런데 명(明)의 빈정거림에 윤충의 눈 꼬리가 치솟으며 얼굴엔 노기가 스친 것이다. 그런 윤충을 비웃듯 바라보던 명(明)이 슬며시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위에 숨어 계시는 분, 이제 방안으로 내려오시지요!”


느닷없는 명(明)의 말에 방안의 모두가 깜짝 놀라 허둥거리는 사이, 검은 그림자 하나가 연기가 스며들듯 실내로 스르르 내려앉았다.


“크크크크..., 호흡조차 멈추고 숨어있었는데 그 기척을 알아차리다니! 과연 공자시오. 고로(吾郞)가 마님께 인사드립니다.”


홀연 방안으로 내려앉은 그 그림자를 본 하루(春)가 아연실색을 하며 쓰러질듯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대는...? 전장(戰場)에 계시는 아버님 곁을 지키고 있어야 할 그대가 어찌 여기에. 혹시 아버님의 신상에?”


미처 대답을 듣기도 전에 혹시나 하여 하루(春)의 눈자위가 발갛게 물들었다.


“아닙니다. 그러나 주군께서는 이번 전쟁의 결과를 뻔히 예측하고 계십니다. 예부터 히데요시님과의 인연을 맺은 그 신의 때문에 서군에 참여하신 주군이십니다. 주군께서 출병하시던 그날 이놈에게 명(命)하셨습니다. 즉시 달려가서 마님의 신변을 지키라고 말입니다!”


그 말을 들은 명(明)이 무겁고 절박한 말을 내뱉었다.


“고니시 장군께서는 죽음을 각오하셨구려. 아니 지금쯤 이미 목숨을 버렸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명(明) 공자님, 어찌 그리 험한 말씀을! 고로, 맞는 말이냐? ”


하루(春)의 다그침에 고로는 대답 없이 천정만 올려다보았다.


선당의 실내에는 그렇게 한동안 적막이 흘렀다. 그 무거운 공기를 깨고 고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명(明) 공자님, 그리고 여기계신 두 분! 전쟁의 와중이라 필시 이 오사카성의 경비가 허술해 졌을 거라 짐작하여 성내로 침입을 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세분 모두 큰 오산을 하셨습니다. 전쟁중에는 서로의 첩자가 횡행하기에 더욱 경계를 철저히 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지 않으셨습니다.”


어깨에 흰 천을 감고 부상당한 팔을 한손으로 감사고 있던 윤충이 고로의 친밀한 말에 마음을 놓은 듯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이곳을 오래 지켜보고 계셨다 하니 오사카성의 사정을 잘 알거라 믿고 한마디만 묻겠습니다. 혹시 천수각 칠층의 서고에 있던 서책들을 어디로 옮긴 적이 있습니까?”

“그건 왜 묻소? 그 곳에 있던 중요한 책들은 아마 에도에 있는 이에야스님의 서고에 옮겨져 있을 거요. 푸훗, 저 어리석은 미쓰나리님이 몸을 의탁하면서 상납을 한게지!”

“그렇소? 알려주셔서 고맙소이다. 설아, 가자. 우리는 에도로 가야한다. 모두 감사하오. 그럼!”


마음 급하게 인사를 하며 일어서려는 두 사람을 보며 고로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푸후후훗. 이보시오, 젊은이. 이 오사카성이 그리도 허술해 보이오? 여기 명(明) 공자께서도 경비가 삼엄한 이곳을 뚫고 칩입을 하여 소란을 일으켰소이다. 그리고 두 사람이 칠층 서고에서 그 난리를 부린 지금, 그대들의 행적은 이미 모두 알려져 있소. 그런데도 이 성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 듯하오? 어림없는 일! 이미 저들은 이곳에 간자가 침입을 해 이 소란을 피우고 긴요한 정보를 빼내려는 것이라 여겨 철통같은 경계를 펴고 있을 거외다. 조금 전 그 긴지로도 이곳의 의심을 풀지 않고 근처에서 살피고 있소이다. 잘못하면 보현원을 나서자마자 모두 그들이 쏜 화살에 맞아 고슴도치의 신세가 되고 말 것이오.”


고로의 긴 말에 윤충의 표정이 난감하게 변했다. 그런 방안의 손님들을 한 바퀴 빙 둘러보고 난 후 고로는 하루(春)의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깊이 숙였다.


“마님, 후원의 연못 뒤를 돌아가면 성벽아래 조그만 구멍이 뚫려있습니다. 이분들 모두 그곳으로 안내하여 그 구멍으로 빠져나가십시오. 마님께서도 함께 이곳을 떠나셔야 죽음을 면합니다.”

“고로, 죽음을 면하다니 무슨 말이냐?”

“예, 마님. 주군께서는 아시다시피 세키가하라에서 목숨을 버리실 각오이십니다. 만약 동군이 승리를 하게 된다면 이곳에 남아있는 마님도 피바람을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성의 주인인 히데요리님에게는 그 피바람을 막아 낼만한 힘이 없습니다. 오히려 전장에서 마주해

죽음으로 전투에 임하는 주군의 기개를 이에야스님이 더 가상케 여길 것입니다. 그러니 에도가 마님께는 더 안전한 장소가 되겠지요. 이놈이 이곳을 지키는 군졸들을 유인할 테니 그 기회를 틈타 탈출을 하면 됩니다. 다행히 이곳을 벗어나게 되면 에도로 들어가는 입구의 다케(竹)언덕으로 가십시오.”


그랬다. 만약 고니시가 세키가하라의 전투에서 사망을 하게 된다면 하루(春)는 동군의 눈 밖에 난 서군장수의 딸일 뿐이었다. 그런 꼬투리를 잡아 이곳의 무장들이 어떤 짓을 할지 모르는 난국이 아닌가? 그 점을 염려한 고니시가 고로를 하루(春)에게 보내 딸을 지키려 했다.

일찍 이곳에 와 그동안 상황을 면밀히 살피던 고로역시 이제는 오오사카를 벗어나야 할 때가 되었다 여겼다. 해서, 지금 스스로 군졸들을 유인해, 하루(春)가 빠져나갈 활로를 열려는 것이다.


고로(吾郞)가 그림자처럼 보현원 실내를 빠져나간 직후 성(城)의 안쪽에서는 둥둥둥 요란하게 북소리가 울렸다. 침입자를 발견했다는 신호였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그 순간, 명(明)이 모두를 재촉했다.


“자, 지금 즉시 움직여야 합니다. 하루(春)님, 그리고 두 분 어서 채비를 차리시지요.”


고로가 알려준 탈출구로 급히 달려가기 재촉하며 드르륵 장지문을 열고 후원의 마당으로 한발 내려선 명(明)이 움찔 놀라며 긴장을 했다.


“아차, 방심했다! 그 기척이 네놈들이었구나!”


문밖의 미미한 기척을 느꼈으나 설마 하는 생각에 마음을 놓은 탓이었다. 방문을 나서는 일행들의 앞에 한 무리 군사들이 활에 화살을 재우고 보현원의 방문을 노려보며 숨어 있었던 것이다.


“하하하, 크하하하하. 과연 기다린 보람이 있구나!”


보현원의 방안을 살피고 물러가는 척 돌아섰던 긴지로가 궁수들을 대동하고 다시 돌아와 보현원의 앞을 지키고 있었다.


“이놈 긴지로! 어찌 알았느냐?”


하루(春)가 당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하루(春)를 바라보는 긴지로의 입가에 비웃음이 스쳤다.


“크흐흐! 마님의 방안에서 피 냄새가 코끝을 스쳤습니다. 짙은 향을 피우고 소원을 비는 척 방안에 향내가 가득 하도록 만든 행위는 물론 저놈이 흘린 피의 냄새를 숨기려는 짓이었겟지요. 해서 방안 어딘가에 숨어있을 거라 짐작하고 나올 때를 기다렸습지요. 보현원 마님께서는 우선 한발 물러서 계십시오. 나중 영위(領位)께서 오시면 마님의 신병(身柄)을 처리할 것입니다. 여봐라, 저놈들을 모두 포박하라!”


긴지로의 명령과 동시에 십여 명의 무사들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명(明)이 그들의 가운데로 몸을 날리며 소리쳤다.


“이놈들은 내가 막을 테니 어서들 연못 뒤로 달려가시오!”


손에 대나무 지팡이를 단단히 쥐고 뒤를 돌아보며 고함을 지르는 명(明)을 바라보며, 긴지로가 가소롭다는 표정을 얼굴에 띠었다.


“크흐흐, 그곳의 담장구멍으로 빠져 나가겠다? 우리가 그 정도를 예상 못했을 듯싶으냐? 푸후후..., 설사 그 구멍으로 빠져 나갔다한들 성의 외곽을 둘러싼 해자(垓字;성을 침범하지 못하게 판 인공연못)를 건너 탈출 하지 못한다. 그곳엔 이미 많은 무사들이 침입자를 기다리며 겹겹이 지키고 있을 것이야!”


탈출할 모든 경로를 봉쇄하고 침입자기 나타나기를 기다렸다는 말이 아닌가, 듣고 보니 난감한 말이다. 그러나 우선 이 자리를 모면하는 게 급선무, 다음의 일은 이 자리를 벗어난 후 생각 할 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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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붉은 달(月)을 베다 12 회 07.07.21 1,028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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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붉은 달(月)을 베다 3 회 07.07.20 1,741 6 13쪽
2 붉은 달(月)을 베다 2 회 07.07.20 2,046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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