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달을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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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夜月香
작품등록일 :
2007.07.21 10:46
최근연재일 :
2007.07.2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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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2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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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달(月)을 베다 16 회

DUMMY

▣ 제 16 회 거친 여인(女人) 2


이미 날은 저물어 사방이 어둑해진 시각에, 황망중 하루와 사다에의 안내로 찾아 든 집은, 맑은 물이 흐르는 개천을 지나 에도성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위의 조그만 모옥(茅屋)이었다.


“저의 거처입니다. 누추한 곳입니다만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실내에 들어 촛불을 밝히며 자리를 권하는 사다에의 말에 따라 모두 방안에 앉은 후 사다에가 다시 정중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야규우(柳生) 마을의 아낙인 사다에라 합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윤충(尹忠)이라 하오.”

“설아(雪娥)라 합니다.”


다소곳 손님을 맞는 사다에를 향해 윤충과 설아가 새삼 인사를 나누는 사이 그녀의 말에 가장 놀란 사람은 바로 명(明)이었다.


“예? 야규우(柳生)라 하셨소? 과연!”


검을 쓴다는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 아는 검법의 명문 야규우 가(家)다. 뿐만 아니라 야규우 무네노리(柳生宗矩)는 이에야스의 병법 스승을 담당하고 있으며 가장 신뢰를 받는 측근이 아닌가! 그 야규우 신카께류(柳生新陰流)의 검법을 익힌 여인이라, 서로 대면을 하자마자 배포를 부려 볼만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명의 얼굴에 아연한 빛이 가득했다. 그런 명을 보며 사다에가 더욱 깊이 고개를 숙였다.


“조그만 재주로 여러분을 시험하려 했던 저의 어리석은 행동,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윤충과 설아 역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허나 그 둘의 놀라움을 명과 조금을 이해가 달랐다. 어쩌면 이 여인을 적당히 이용해 이에야스에게 접근을 해볼까 하는 두 사람의 눈빛이었다. 헌데 그보다, 검의 달인이라는 야규우가의 여인이 조그만 재주라 스스로를 낮추며 명에게 사죄하듣 고개를 숙인다. 그 또한 이상한 일이 아니가. 그들 사이에 한동안 묘한 적막이 흐르자 한동안 상황을 살피던 하루가 도저히 궁금증을 참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사다에님, 조금 전의 상황을 다시 한 번 설명 좀 해 주세요. 이 사람은 무슨 말씀을 나누는지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루(春)뿐 만이 아니었다. 그 방에 모인 모두 사다에가 행한 의외의 행동에 의문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호호호, 하루님. 저보다 명(明)공자께 묻는 것이 더욱 명확하겠지요. 공자님. 목숨을 노리고 날아드는 수리검 앞에서 어찌 그렇게도 태연할 수 있었는지 이년에게도 알려 주시지요.”


생글생글 웃으며 명(明)을 바라보는 사다에의 눈길에는 자신보다 월등한 기예를 지닌 장부를 만났다는 연모의 빛이 가득 담겨 있었다.


“하하하 사다에님, 천하 제일가는 검법의 명문 야규우 가문의 사람이 소생을 놀리려 하십니다 그려!”


명(明)의 말에 사다에가 윤충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니에요 공자님, 조금 전 우리 모두가 윤충 공자님의 발검(拔劒)을 보았을 겁니다. 한 치의 허술함도 없이 검기를 펼쳐 저의 수리검을 떨쳐 내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그 순간이 윤공자는 온몸에 허점을 드러내는 순간이었지요.”


사다에의 말을 듣고 있던 윤충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한마디 말을 던졌다.


“어허, 고얀! 비겁하게 암공(暗攻)을 가한 그대가 어찌 나를 핍박 하시오?”

“호호호, 윤충 공자님, 그게 아닙니다. 저는 공자님의 무예(武藝)를 폄하하려는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다만 공자님의 기예(氣銳)는, 공격만을 앞세운 무모함 때문에 많은 틈이 드러났다는 점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이이이..., 그래도 잘못을 인정 않고 그런 억지를! 사다에님이라 하셨소?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나와 한번 겨루어 보리까?”


화가 가라앉지 않는 표정으로 식식거리며 사다에를 향해 다그치는 윤충을 쳐다보며 명이 슬며시 끼어들었다.


“자자, 윤공. 그만하시오. 사다에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윤공은 미처 깨닫지 못했겠지만 수리검을 쳐내며 뛰어오른 그 순간 윤공의 허리 쪽은 완벽히 비어있었습니다. 사다에님이 그 때를 노려 검을 뽑아 휘둘렀다면 윤공의 허리가 두 동강 났을 거외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사다에를 바라보던 윤충이 눈을 감으며 그때를 되뇌다 얼굴색이 백짓장처럼 변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그 상황을 돌아보던 윤충은 사다에의 말이 한 치도 틀리지 않다는 것을 느낀 때문이었다. 그런 윤충의 표정을 살피던 사다에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셨습니까? 금방 깨닫다니 윤충 공자께서도 과연 뛰어난 분이십니다. 그러니 공자님의 무예는 한눈에 드러나는 기량이라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허나, 제가 지금도 깨닫지 못한 점은 나뭇잎 한 장의 간극(間隙)이라 하신 명공자님의 그 말씀입니다. 그토록 급박한 상황에서, 비록 살기는 느끼지 않았다고는 하나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날아드는 수리검 앞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었던 그 태연함은 어디에 기인한 것인지?”


사다에는 말을 마치고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명(明)을 쳐다보며 입을 열기만 기다렸다.


“그건..., 으음 사다에님. 아무리 날카로운 칼날로 상대를 베려 해도 그 칼날이 머리카락 한 올의 공간이라도 남기고 상대의 앞에서 멈춘다면 그 검은 상대를 벨 수가 없습니다. 그것이 나뭇잎 한 장 차이의 간극(間隙)이지요. 살기(殺氣)없이 날아드는 수리검에 목숨을 염려할 일은 없었던 거지요. 다만 그에 앞서, 소생을 향해 날아들던 그 수리검은 소생의 곁을 스쳐 지나갈 것이라 이미 짐작을 해 꼼짝 않고 있었던 겁니다.”

“혹여 수리검을 막아낼 생각은 전혀 하지 않으셨던가요?”

“검을 빼들고 막으려 했다면 소생에게도 윤충공과 꼭 같은 빈틈이 생겨났겠지요. 그 빈틈을 상대에게 보이지 않고 막으려 한다면 수리검을 쳐내는 동시에 부인께 뛰어들어 부인이 발도를 하기 전에 부인을 베었어야 했을 겁니다. 그런데 부인의 몸에서는 살기가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부인에게 굳이 뛰어들어 검을 휘두를 필요가 없었지요.”

“그런 것이었습니까? 과연!”

“어떤 경우에도 당황하지 말고 오감(五感)을 곤두세워라. 슬픈 자리, 기쁜 자리, 감상에 젖을 자리, 또한 여인을 가슴에 품어 절정의 고비를 넘고 있는 그 순간에도 단 한 순간 마음을 흩트리지 말고 호흡을 가다듬어라. 그렇지 않으면 무고한 생명을 다치게 할 것이니라! 스승님의 엄격한 가르침이었습니다.”

“그 스승에 그 제자! 저의 고향인 야규우(柳生) 마을에도 그 같은 일화(逸話)가 있습니다.”


사다에의 모습은 지난날의 생각에 젖어 향수(鄕愁)가 가득 깃든 표정이었다.


“일화라?”

“예. 마을의 오라버니께서 검술을 연마하고 계실 때였습니다. 그 분의 아버님께서 직접 가르치고 계셨지요.”

“오호..., 그래서요?”

“그 연무장 한쪽의 낮은 나뭇가지 위에 산새가 한 마리 날아와 앉아 있었지요. 그때 그 아비가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뭐라고 말을 하셨는지?”

“한칼에 저 새의 목을 벨 수 있겠느냐고 물었던 게지요. 아비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아들은 ‘소자가 수련을 한지 어언 십 수년, 그 정도는 식은 죽 먹기입니다.’ 라고 대답하며 번개처럼 칼을 휘둘렀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아들이 검을 뽑아 휘두르는 순간, 그 산새는 한발 앞서 더 높은 나뭇가지 위로 휙 날아올라 피해 버리고 말았지요.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비는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저... 저런, 그것 참. 그래서 어찌되었습니까?”


명(明)이 싱긋 웃음을 보이며 다음 말을 재촉했다.


“미소를 머금고 아들을 바라보던 아비가 허리에 꽂힌 장도(長刀)를 빼어들고 높은 나뭇가지위의 새를 향해 천천히 휘둘렀습니다. 그 순간 그 산새는, 마치 자석에 이끌린 듯 날이 시퍼런 장도위로 날아와 앉았습니다. 그러자 아비는 아들을 돌아보며 ‘너의 기량은 이미 이 아비를 넘어섰다. 그러나 네가 빼어든 검에서는 무수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 조그만 새는 자연과 벗하며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치열하게 익힌 넘볼 수 없는 육감을 가진 새다. 그러니 어찌 나의 검에서 풍겨나는 그 가공할 살기를 어찌 느끼지 않았겠느냐!' 그리고는 말없이 돌아서서 집안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흠, 아들에게 활인검(活人劒)을 가르치려 한 것이었구나!”

“잘 보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명공자님! 그 아비는 바로 그 점을 아들에게 가르치려 했었지요. 마치 공자님이 목숨을 중히 여기는 것과 같이 말입니다. 허나 저 윤충 공자께서는 자신의 기량만 과신을 한 탓에 급히 서두르기만 하셨지요. 그 강한 호승심(好勝心)이 자신을 옭매어 변화무쌍한 상대를 미처 살피지 못한 탓이기도 하지요.”


사다에가 살며시 고개를 돌려 윤충의 기색을 살폈다. 그러나 그도 사다에의 말을 깊이 새겨듣는 표정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말들은 검술의 극(極)을 서로 논하는 말들이었다. 또한 그 대화 중 명이 발검(拔劒)을 했다면 오히려 사다에가 목숨이 위험해질 뻔 했다는 내용이 아닌가? 참을 수 없는 궁금증에 하루가 사다에를 향해 따지듯 물었다.


“느닷없는 공격을 감행했던 사다에님이 오히려 명님의 호의로 목숨을 건진 셈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다에님, 왜 초면인 명(明)님을 시험하려 하셨어요?”

“호호호 하루님! 하루님이 어찌나 명님을 자랑하시던지, 혹시나 이 허울 좋은 귀공자(貴公子)에게 미혹되어 입에 발린 칭송이 아닌가, 그 실체를 알고 싶었을 뿐 이었습니다. 용서하세요, 하루님.”


슬며시 달아오르는 마음이 투기(妬忌)였던가? 하루(春)의 얼굴이 화끈 붉어지는 모습을 본 명이 얼른 그녀를 향해 말머리를 바꾸었다.


“그런데 하루(春)님, 소생이 알기론 야규우(柳生)가문과 하루님의 문중은 서로 동군과 서군으로 나뉜 적(敵)으로 알고 있는데 두 분은 매우 가깝게 지냈나봅니다?”


명(明)뿐 아니라 에도성으로 잠입을 하려는 윤충과 설아도 역시 그 점을 궁금하게 여기고 있는 중이었다.


“그건...! 예 두가문이 서로 반대의 쪽에 서있기는 하나 가까워진 이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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