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달을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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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夜月香
작품등록일 :
2007.07.21 10:46
최근연재일 :
2007.07.2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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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2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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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달(月)을 베다 17 회

DUMMY

▣ 제 17 회 에도염정(江戶艶情)


서로 적이 되어야 마땅한 하루와 사다에가 누구보다도 가까운 사이처럼 행동한다.

명(明)을 위시한 모두가 그 이유를 의아하게 여겨 다음 말에 귀를 기울였다.


“지난날 히데요시가 모든 토지의 신고를 명하였을 때, 야규유 마을에 토지를 숨겨놓은 인물이 있다고 거짓 참소를 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그 누명을 뒤집어 쓴 인물이 야규우 마을의 장로였지요. 그 장로 어른이 사다에님의 아버님입니다. 그 어른이 히데요시의 모진 처벌 때문에 목숨을 잃을 지경에 달하였으나 그 당시 저의 아버님께서 그 누명을 백일하에 밝혀 장로 어른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었지요. 사다에님은 그때부터 저와 가까워 졌으며, 운명까지도 비슷해 우리 둘 다 마치 여승과 같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고니시님이 목숨을 구해 주셨다? 또한 운명까지 비슷해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는 말입니다 그려. 허나 지금은 서로의 입장이 반대가 되어버렸습니다.”


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바라보자 하루는 더욱 처연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예. 지금은 서군에 섰던 아버님께서는 전장에서 목숨을 잃었고 도쿠가와님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야규우 마을은 이제 위세조차도 당당해 졌지요.”


순간, 하루의 말이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것처럼 더욱 처연하게 들렸다. 아차, 말실수를 했나보다 여긴 명이 얼른 변명의 말을 던졌다.


“하루님, 아니오. 그런 뜻이 아닙니다. 이 에도에서 혹시나 하루님에게 신변의 위험이라도 따를까 염려하여 드린 말씀입니다.”


그러자 사다에가 정색을 하고 나섰다.


“명님의 말씀이 옳은 걸요. 어쩌다 사정이 그리되고 말았습니다. 마지막까지 기개를 굽히지 않고 돌아가신 고니시 장군에 대한 적대감이 이곳에는 만연합니다. 이제는 제가 은혜를 갚은 차례입니다. 이분들의 안전을 제가 책임을 질 테니 하루님은 어서 이곳보다 안전한 곳에 몸을 의탁하는 게 좋겠습니다.”


사다에의 진심어린 말이었으나 하루의 얼굴에는 아직도 서글픈 표정이 흘렀다.


“후후후, 오사카성에서도 도망 나온 이 하루에게 안전한 곳 이란 어딜까요? 어디에 있으나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여러 말이 오가는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던 고로가 무릎걸음으로 다가와 하루(春)를 향했다.


“마님, 마님께서는 당분간 오오스미(大隅)의 구리노죠오성으로 가 계십시오. 그곳

이라면 시마쓰 장군께서 안전하게 보호해 주실 겁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하루의 거처가 정해져있었다는 듯 고로의 말은 단호했다.


* * * * * * * * * * * * * * * * * *


모두 곤히 잠들어 있는 시각, 고로가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하게 몸을 숨기며 명의 곁으로 다가왔다.


“명공자님, 주무십니까?”

“아니오. 아직 잠들기 않았습니다만 무슨 일이오?”

“예,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고로가 자세를 바로 하고 겨우 명(明)에게만 들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공자님, 저는 내일 아침 에도성 내로 잠입을 합니다. 그리고 암살의 징후가 있다고 소문을 퍼뜨릴 것입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은밀히 자신의 계획을 알리기 위해 아무도 모르게 명(明)을 찾은

고로였다.


“어찌하실 작정이오?”

“공자께서는 여기에 머물다, 모레 아침 일찍 사다에님의 안내를 받아 성(城)으로 들어가십시오. 그리고 오시(午時)에 맞추어 본전 뜰 앞에 필히 나와 계셔야만 합니다.”

“하필이면 내일이 아니고 왜 모레 오시입니까?”


고로의 말에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다 여긴 명이 되물었다.


“예, 공자님. 그날 성내의 본전의 마당에는 이에야스님이 임석(臨席)한 앞에서 어전시합(御前試合)이 벌어집니다. 고가(甲賀)마을의 닌자들은 그 기회를 틈타 암살을 시도할 예정입니다.”

“아하, 그때를 이용하라는 말이구려. 그런데 어전시합이란 무얼 하는 시합이오?”

“그 어전시합이란 이에야스님이 인재를 고르기 위해 직접 자신의 앞에서 겨루게 하는 무예의 경연장입니다. 물론 성내의 모든 중진들도 그곳에 모여 있겠지요.”


그 말에 조그만 의문이 생겼다.


“고로님. 조금 전 소문을 내겠다고 하지 않았소? 자객이 침투하리라 미리 소문을 퍼뜨려 놓으면 주변에 철저한 경계가 이루어 질 것이 아니오? 그 닌자들이 거사를 행하기도 전에 모두 체포되리라는 생각은 안 해 보셨소?”

“하하하, 명공자님. 그 닌자들은 성의 어떤 방비도 뚫고 침입을 할 능력이 있는 자객들입니다. 그들은 어떤 난관을 뚫고라도 분명 시각에 맞추어 그 자리에 나타납니다. 때문에 공자께서 그들을 물리친다면 공자님의 뛰어난 기량(技倆)을 어전에 모인 모든 중진들에게 과시를 하게 되겠지요.”

“허허, 그들 앞에 내 능력을 자랑한다, 그것이었던가? 알겠소이다.”


고로는 할 말을 다했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작별을 고한 후 스스르 방을 벗어나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

하루(春)가 아쉬움을 뒤로한 채 두 닌자의 호위를 받으며 오오스미로 떠나고, 그곳에 남은 윤충과 설아조차도 난감한 앞일을 생각하느라 늦은 오후까지 방안에서 꿈쩍도 않고 긴 침묵 속에 빠져들자 모옥의 실내는 숨소리 하나 없이 고요했다. 그 적막을 깨고 사다에가 명(明)의 곁에 살며시 다가와 옷소매를 잡아끌었다.


“명공자님, 저와 잠시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예, 무슨 일이신지?”


대답은 하면서도 막무가내 모옥의 뒤쪽 동산으로 끌고 가는 사다에의 행동에 명은 적잖이 당황했다.


“호호호, 안심하고 따르셔도 됩니다. 하루(春)님의 절실한 부탁 말씀 때문이니까요.”


우선 하루의 핑계를 대며 뒷산의 언덕아래 인적이 없는 곳까지 이끌고 간 사다에가 생글생글 웃으며 명이 긴장을 풀게 만든 후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하루(春)님이 공자께 단단히 마음을 준 모양입니다.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공자께서 성안으로 들게 해야만 한다고 저에게 강요를 하더이다.”


사다에의 눈 꼬리에 교태가 흘렀다.


“아, 아니오. 사다에님, 그건 소생이 하루(春)님에게 억지를 부리며 부탁을 드린 일입니다.”

“호호호, 그리 감싸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사다에도 명님의 부탁이라면 꼭 들어드려야겠다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납니다.”

“이것 참! 그렇다면 소생이 사다에님께 정중히 부탁을 드리지요. 소생을 성내에 계시는 야규우님께 안내해 줄 수 있겠습니까?”


그 순간 사다에의 눈에서 번쩍 광채가 일었다.


‘이 청년은 벌써 이에야스님의 주변을 모두 파악하고 있구나. 그래, 마주해 병법을 논하며 허심탄회하게 서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면 그 분이 가장 적합한 인물이겠지!’


무릇 무인이라면 인품이 뛰어난 상대를 먼저 알아보고 존경의 마음을 가진다 하지 않던가. 때문에 명은 자신의 상대로, 이에야스가 가장 신임하는 측근이며 병법스승인 무네노리를 선택한 것이라 여긴 사다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오라버님을 소개해 달라 하셨습니까?”

“어엇, 오라버니라 하셨소? 소생은 사다에님이 야규우 마을 출신이라 들었기에 부탁을 드렸는데 오라버님이 되신다니 오히려 소생이 사다에님께 매달려야겠소이다.”

“그 분은 저에게 집안의 오라버니가 되지요. 다행히 혼자된 저를 불쌍히 여겨 잘 챙겨 주십니다. 그 오라버니에게 접근을 하여 마음껏 기량을 뽐내 오라버니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생각이 아니십니까? 허나 그 분은 좀처럼 검을 뽑아 드실 어른이 아니십니다.”

“그러니 부탁을 드리는 게지요. 어떻게 하던 비무를 이루도록 말씀드려 주십시오. 꼭 그 분과 함께 어전에 자리를 해야 할 사정이 생겼습니다.”

“정 그러시다면... 흐흠, 제가 공자께 한 가지 청이 있습니다.”

“제게 청이라 했습니까? 말씀해 보시지요.”

“별 다른 청은 아닙니다. 저 스스로 공자님의 무예를 경험해 보고 싶습니다. 저의 눈을 뜨게 만들어 주시겠습니까?”


가까이 연결을 시키려면 상대와 격이 맞아야 된다. 해서 은근히 자신과 겨루어 명의 기량을 정확히 파악하려는 사다에의 정성이 가득 담긴 마음이었다.


“좋소, 그럽시다. 대신 소생의 부탁도 들어주시는 겁니다.”

“예, 꼭 그리 하지요. 그러나 공자님, 제가 만약 공자님을 이기게 된다면 또 다른 저의 부탁 하나 들어주셔야 합니다!”

“......?”


* * * * * * * * * * * * * * * * * *


호젓한 언덕위에 명(明)과 사다에가 마주했다. 펄렁이는 소매를 팔뚝에 질끈 동여매고 두 손으로 대도(大刀)의 손잡이를 쥔 채 앞으로 내밀고 있는 사다에의 눈빛은 호수처럼 맑았다.


“흠, 좋은 자세!”


그 모습을 바라보던 명은 대나무지팡이를 머리위로 천천히 들어 올려 지팡이의 끝을 하늘로 향했다.


“호호호, 공자님. 온몸이 빈틈투성이입니다. 이 사다에를 놀리려 하십니까?”


그 말에 빙긋 웃음을 보일 뿐, 명은 상대의 자세에 속으로 잔뜩 긴장했다.


‘이 여인은 무모하게 그냥 달려들 작정을 하고 있다. 대체 무슨 속셈일까?’


의도를 짐작할 수가 없었다. 중천을 향해 수직으로 뻗어 올린 월영검(月影劒)의 자세! 명이 취한 팔방허무의 검세(劍勢)는 보기에 따라 온 몸이 허점투성이다. 그러나 사다에의 기예(技藝) 정도라면 상대를 유인하여 끌어들이려는 허세를 모를 리가 없다. 그 허점을 보고 달려든다면 한 순간에 사다에의 검을 날려버린 후 비무를 끝내려던 명(明)의 마음에 혼란이 찾아왔다. 지금 사다에의 칼에서 뿜어 나오는 예기(銳氣)는, 그 모든 검법을 무시하고 무작정 명(明)의 가슴속으로 뛰어들 검세였다.


무모한 사다에의 모습에 주춤 평정을 잃은 순간, 사다에의 입에서 날카로운 기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핫, 얏!”


대도(大刀)의 칼날이 날아든 것이 아니라 사다에의 몸이 명의 품속에 뛰어 들었다.


“헉, 이, 이런!”


명은 급히 지팡이를 거두고, 달려드는 사다에의 몸을 보호하며 땅바닥에 뒹굴 수밖에 없었다.


“호호호호... 공자께서 저에게 졌습니다.”


명(明)의 품에 안겨든 사다에가 놀리듯 웃었다.


“사다에님!”


꼼짝 못하게 안겨들어 등 뒤로 팔을 돌려 부둥켜안고 떨어지지 않는 사다에의 행동에 어쩔 줄 몰라 쩔쩔매는 명(明)의 입을 사다에가 자신의 입술로 덮어 버렸다.


“어어어... 왜, 왜 이러시오 사다에님!”


당황한 명의 입에서는 고작 이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제가 이기면 저의 부탁을 또하나 들어 주신다 약조하지 않았던가요? 호호호, 아무리 뛰어난 기량을 지닌 명님이라 할지라도 이렇듯 쉽게 여인의 마음에 당했습니다.”


사다에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상대가 사다에라는 여인이었고, 그 여인은 자신을 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방심을 한 사이 꼼짝없이 당하지 않았는가! 그 순간 단도를 손에 쥐고 가슴을 찔러 왔다면 이미 자신의 목숨은 이 세상에 없을 지금의 상황이었다. 이 겨룸에서 명은 완벽히 패한 것이 분명했다.


“알았소. 소생이 졌소이다. 이제 일어나시오.”


감상(感傷)에 젖어드는 상황일수록 더욱 오감을 놓치지 말라던 스승 혜암스님의 당부를 여인의 웃음에 마음이 홀려 잊어버린 스스로를 질책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는 명(明)을 사다에는 단단히 붙들고 놓아주지 않으며 눈을 흘겼다.


“장부의 약속이 아니었습니까? 저의 부탁을 들어주셔야지요.”


눈앞에 나타난 명(明)이란 인물, 과히 옥골선풍(玉骨仙風) 장부의 모습. 여심이 흔들리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래서 비무를 핑계로 묘안을 짜내 그 장부의 품속으로 뛰어든 사다에였다.


“공자님, 이 사다에도 여자입니다!”


여인의 간절한 목소리였다. 잠시 생각을 가다듬던 명(明)의 얼굴에 결심의 빛이 떠올랐다.


‘그래, 기왕 벌어진 일. 이 여인의 마음까지도 취하는 일이 에도에서 활동하기에는 더욱 도움이 되리라!’


그렇게 마음을 다잡은 명은 사다에의 몸을 천천히 끌어당겼다.


“사다에님, 용서하시오!”

“아니에요, 공자님. 이년이 원한 일이에요.”


두 팔에 힘주어 당기는 흉내만 내어도 콧소리를 뱉으며 품속을 파고드는 사다에였다. 그렇게 엉뚱하게도 두 사람의 연정은 모옥의 뒤 언덕에서 서서히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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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붉은 달(月)을 베다 12 회 07.07.21 1,028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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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붉은 달(月)을 베다 6 회 07.07.20 1,398 6 12쪽
5 븕은 달(月)을 베다 5 회 +1 07.07.20 1,441 8 13쪽
4 붉은 달(月)을 베다 4 회 07.07.20 1,461 5 11쪽
3 붉은 달(月)을 베다 3 회 07.07.20 1,741 6 13쪽
2 붉은 달(月)을 베다 2 회 07.07.20 2,046 8 13쪽
1 붉은 달(月)을 베다 1 회 +1 07.07.20 7,141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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