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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퀘이사T
작품등록일 :
2012.03.25 01:28
최근연재일 :
2012.03.25 01:28
연재수 :
8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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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272
추천수 :
786
글자수 :
313,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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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20 12:55
조회
666
추천
8
글자
8쪽

6화. 그 여자

DUMMY

“세리에 괜찮아요?”

“네.”

식당에서 만난 세리에는 어딘지 안색이 창백한 게 어딘가 안 좋아 보였다. 하기야 그런 일이 있었는데 멀쩡하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지.

루리안한테 얼핏 들은 걸로는, 파일로스 왕국에선 혁명이 일어나, 전 왕과 고위 권력층의 물갈이가 일어났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희생양이 발생했고, 이에 반발한 귀족층이 군대를 일으켰지만, 일단 왕국 최고의 군대인 북부군이 신왕의 손에 넘어 갔기 때문에 사실상 승산은 없어 보인다고 했다.

“소감은 어때요?”

“네?”

나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내 앞에서 맛있는 향기를 풍겨내고 있는 음식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 맛있네요.”

“왠지 엎드려서 절 받기 같긴 하지만.”

“하하하.”

“신경 쓰이나요?”

“아무래도 그러네요.”

“지금은 어쩔 수 없어요. 흐름이라는 건 개인이 끼어들어 바꾸기엔 너무 거대한 것이니까요. 그 흐름에 거스르고 싶다면 세인 스스로 또 하나의 흐름을 만드는 수밖에 없어요.”

나는 너무 작다.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다. 예전 보다 훨씬 나아진 검 실력도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너무 약했다.

“그런 의미에서-.”

루리안이 장난스런 눈초리로 말을 늘였다.

“아클리스에 도전해보는 건 어때요?”

아클리스?

대륙 최고의 검사 집단이다. 일당백이란 게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는 이들로, 사실상 아에니스 제국을 상징하는 이들이나 다름없다.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왕국의 기사와는 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존재들이다. 나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세인, 아 세인이라고 불러도 돼죠?”

소시에라씨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연배도 나보다 위쪽 같은데, 괜히 존대를 들으면 이쪽이 불편하다.

“언니, 그러니까 루리안은 황제, 즉 이 제국에서 최고의 검사에요, 아직 모르겠나요?”

“그러니까 나는 그 제자라는 소리겠죠.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라구요.”

“세인, 너무 작아질 필요는 없어요. 제국의 수준에는 못 미칠지 몰라도, 에쉬에일 공작의 검격은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니니까요.”

“세리에, 말했었잖아요. 그건 내가 한거라기보다는 내 검-류프레시아가 벌인 일이라고, 내 원래 실력이 아니라구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도리어 루리안이 깜짝 놀란다.

“갑자기 이 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니, 폭풍? 비슷하다고 할 수 있나? 아무튼 마법 같은 그 바람 때문에 에쉬에일 공작을 물리친 적이 한 번 있거든요.”

“이상한 소리?”

루리안의 표정이 심각해진다.

“무슨 말소리 같았는데, 이상하게 잊혀 지지가 않더라구요. 주술의 주문 같이 어떤 말을 외치면 이 검에서 마법 같은 게 생기기도 하고.”

“그 검도... 였나.”

“그 검도 라니요?”

“때가 되면 알게 될 거에요.”

나는 어께를 으쓱했다.

아마 루리안이 검을 쓸 때와 같은 언어처럼 들렸는데, 아마 무슨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 같은 시대에 만든 마법 병기라던가 하는.

“자, 어쨌든 검 얘기는 잠시 접어두고, 어때요? 아클리스가 되 보는 게.”

“루리안이 보기엔 가능성이 있나요?”

“예, 충분히.”

그렇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지금 내 기분은 망망대해에 홀로 떨어진 것 과 같아서 무엇인가 하나에 매달릴게 필요했다.

“그럼 <아크라>에 입학 신청을 해둘게요. 두 사람 다.”

“네? 저까지요...?”

“그럼요, 모처럼 여기까지 왔는데.”

“하지만, 죄송해서...”

세리에는 몸둘 바를 모르겠다는 듯이 몸을 움츠렸다.

“괜찮아요. 부부는 일심동체잖아요?”

“그게 무슨...”

세리에는 홍시처럼 푹 익어버렸다.

“<스퀘어>라면 교육기관이죠? 학원 같은 건가요?”

“네, 총 4년제 학원이에요. 17세부터 입학이 가능하고 각 학년에 맞는 체계적인 지식이나 기술을 배우죠. 일정한 수준에 오르지 못하면 진급하지 못해요. 그래서 졸업을 포기하고 일반장교로 입대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어요.”

왠지 무지 힘든 일이 될 것 같았다.

“그럼, 오늘은 이만 자도록 해요. 피곤하죠?”

“네.”

하루의 대부분을 누워 보냈음에도 온 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웠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식사 덕분인지, 포근한 게 절로 졸음이 쏟아졌다.

“이 방을 쓰도록 해요.”

“잠깐만, 그러면 여긴 궁궐이에요?”

“아뇨, 궁안에 있는 건물이에요. 세인이 생각하는 그런 건물은 아니에요.”

“아, 여기서 사시는 건 아닌 가봐요.”

“맞는데요?”

“네?”

“자, 자 자세한 얘기는 내일 하도록 하고 이만, 들어가요.”

“네...”

촛불로 방안을 밝히자, 따스한 온기가 바닥을 통해 느껴졌다.

“그럼 잘자요.”

“네, 안녕히 주무세요.”

나는 방안을 잠깐 둘러보았다. 적어도 성에 있던 내 방보다는 족히 두 배는 넓어 보였다. 방 안에 화장실을 겸한 욕실도 있었으니, 비교자체가 무의미하다. 약간 베이지색 톤이 묻어나는 벽지는 손대기가 무서울 정도로 고급품이었다. 이런 광택이라니, 가격을 생각하면 오한이 든다.

물론, 방안을 차지하고 있는 가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의 서재에서나 볼 법한 고급재질의 가구들이 즐비했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옷을 벋고 욕탕에 들어갔다.

아에니스 제국의 수도 ‘피에스’ 는 거대한 호수 위에 세워진 도시였다. 덕분에 인류 공학의 결정체라고 불릴 정도의 도시가 건설되었다던데,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각 방마다 급수가 이루어지는 사치를 즐길 수 있는 것 같았다. 이런 건 웬만한 나라의 왕궁에서도 힘들 텐데.

이미 여행을 하면서 온수를 어떻게 써야 되는지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씻는데 문제는 없었다.

목욕을 마치고 가벼운 옷-소시에씨가 주고 갔다.-을 걸치고 나오자, 나는 세리에와 눈이 마주쳤다.

“잠이 안 와요?”

“아, 아뇨. 그냥 얼굴 한 번 보고 가려고..”

“뭘 그렇게 당황해요.”

“루리안씨, 좋은 분 같아요.”

“그렇죠? 제 복이에요.”

“여기라면, 아버지라도 세인을 쫓는 게 불가능 할 거에요.”

“글쎄요, 하려고만 하면 못할 것도 없을 것 같은데...”

“루리안씨가 계시잖아요.”

“뭐, 그런 그렇죠. 저 사람 정말이지, 그런 신분일 줄을 몰랐어요. 하고 다니는 건 완전히 숙련된 여행자이면서-좀 지나치게 깨끗했지만.- 황제라니.”

“오래 떠도 셨다고 그랬잖아요.”

“그러고 보면 공주가 뭐가 아쉬워서 그랬을까 싶기도 하네요.”

“사연이 있는 거겠죠. 세인, 괜찮아요?”

“뭐가요?”

“그...”

말을 꺼내기 힘들다는 듯이 말 끝을 흐리는 세리에를 보며 나는 피식 웃고는 말했다.

“이겨내지 않으면 안 될 때는 이겨낼 수 밖에 없잖아요. 그래도... 울적하긴 하네요.”

울적한 정도가 아니다. 지금 껏 평생을 살아온 거의 모든 것이 산산이 흩어져 버렸는데, 멀쩡한 사람이 이상한 거다.

내 머리에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에 나는 웃고 말았다.

“위로하는 건가요?”

“앞으로도 쭉 해줄 테니까- 우리 이렇게 살지 않을래요?”

그건 내 대사인데요.. 입가에 감도는 말을 삼키며 나는 몸을 일으켜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말했다.

“그럼요.”

“그럼 잘자요.”

“세리에도 잘자요.”

촛불을 끄자 방 안이 어두워졌다.

달 만이 밝아서 창 사이로 어렴풋이 달빛이 쏟아졌다.

오늘은 어쩐지...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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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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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6화. 그 여자 +2 11.11.22 630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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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화. 그 여자 +2 11.01.20 667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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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6화. 그 여자 10.12.06 738 1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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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5화. 그 희비에... +1 10.11.06 766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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