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제가 아이돌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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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름
작품등록일 :
2021.05.22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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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3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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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2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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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에 가려진 진실 (1)

DUMMY

* * *



웅웅거리는 이명 같은 소리가 들려온다.


우지끈하고 부러지는 소리가 넓은 공간에서 울리듯이 귓가에 들렸다.


온전히 눈을 떴을 때, 내 발밑에 살려달라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보인다.


“살, 살려··· 흡, 제발··· 살려주세요.”


짓밟는 힘은 살려달라고 외칠 때마다 더욱더 강하게 힘이 실린다.


목을 밟고 있는 내 발에서부터 덜덜 떨리는 느낌이 온전히 느껴진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기분이 더럽지 않았다.


“아악!! 제발···!”


오히려 감각이 되살아나며 살아있는 듯한 충족감이 느껴진다.


마치 내가 지금 만족감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 건가 싶을 정도로.


“하아···.”


내 입가에서는 무표정과 다르게 더운 숨이 내뱉어졌다.


하얀 입김이 피어오른다.


그제야 추운 겨울의 폐창고라는 것을 깨달았다.


짙은 어둠이 눈에 보이고 흑백 같았던 시야가 채색된 것 같은 기분이 만족스러웠다.


“대, 대체······ 흡, 내가, 내가! 컥, 뭘··· 했다고!!”


우지끈 소리를 내는 건 내 아래에 있던 자의 소리였음을 알 수밖에 없었다.


그와 단둘이서 이 어두운 밤에 한쪽은 피를 뒤집어쓰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으니.


그가 아니라면 나일 텐데, 나는 지금 멀쩡히 한 사람을 짓밟고 있으니 말이다.


“··· 날 죽음으로 내몰았던 새X가 말이 많네.”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낮은 목소리가 입에서 흘러나온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나의 말 하나에 덜덜 떠는 남자의 명품들이 눈에 보인다.


명품에 피와 영문을 알 수 없는 하얀 가루까지 뒤섞여 엉망이 되었다.


더러운 꼴이 이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윽!! 난 널 처음, 처음 본다고!!”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두려움에 떠는 남자가 보였다.


내려다보는 나의 시선이 너무 차가워서였을까.


그는 몸을 더욱더 심하게 떨려온다.


그럴수록 내 몸은 온기가 도는 듯 더욱 평온해졌다.


‘그래, 기억 못 하겠지.’


그에겐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일 테니.


사람을 곧 죽일 사람인 것치곤 평온하고 평화로운 얼굴로 말한다.


“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회차에서 날 죽였잖아.”

“··· 미친놈, 넌 단단히 미쳤! 아아악!”


말을 듣자마자 미쳤다고 말하는 남자의 말에 이해할 수 없었다.


나보다 더 정상적인 사람이 어딨다고. 벌하기 위해 짓밟는 힘이 점점 강해졌다.


결국, 숨통을 막아버리는 나의 행동에 남자는 반항도 못 하고 숨을 거뒀는지 더 발악하지 않았다.


“죽었네.”


발로 툭툭 얼굴을 치자 눈도 감지 못한 시체가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약물 때문에 뒈질 놈을 평화롭게 천천히 고통을 주면서 죽였으니까.


약물로 인해 죽은 걸지도 모른다.


사람 몇을 죽였는데, 아직도 사람 죽는 정도를 모를 리가 없다.


“흐음··· 아직 세상이 흑백이 아니네.”


아무래도 이번엔 더 오래 하얀이 살아남는 거겠지.


신나는 발걸음으로 그의 시체를 질질 끌고 야산으로 향했다.


간단히 그들이 쓰는 야산은 너무나도 좋았다.


귀신이 나오기로 유명했으며 산책로도 없어서 아무도 다가오지 않으니.


“이번엔 방해물을 제거했는데··· 뭐가 또 문제일까.”


피가 묻었지만, 티가 나지 않는 검은색 옷이었다.


그래도 축축하니까 시체와 함께 묻었다.


찾으면 어쩌지 싶겠지만, 그전에 회귀할 것이 뻔하고 회귀를 안 해도 내 세상이 아니다.


돌아가면 그만이니까.


엔딩까지만 버티면 되니까.


“몇 명의 사람을 더 죽여야··· 내 세상으로 돌아가지?”

“불필요한 존재를 제거했는데···.”


여전히 돌아가지 못했다.


가려졌던 달이 환하게 비추자 모자를 쓰지 않은 얼굴이 드러난다.


그저 조연에 불과한 첸시의 잘생긴 얼굴이 달빛에 의해 드러났다.


피가 튀어 묻은 얼굴을 닦아낸다.


그에겐 점점 망가져 가는 자신을 구해줄 인물 하나가 없었다.


‘새하얀.’


새하얀은 이번에 또 어떤 이유로 죽을까.


대체 나는 사람을 얼마나 죽여야··· 아니, 새하얀이 얼마나 죽어야만 돌아갈까.


“··· 견승주에게 죽은 횟수가 3번째였지.”


그렇다면 역시 견승주를 죽이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


대기업과 싸워야 하는 건 귀찮은 일이었지만, 그것도 나쁘진 않다고.


“회귀 때 죽인 놈들만 모아도 15명인가···.”


그중에 하나만 더 추가한다고 큰 문제가 없을 거다.


하지만 그 결과는 견승주를 죽이려 들었을 때, 새하얀이 더 이른 시일에 죽는 모습으로 확인할 수가 있었다.


“날 죽이려 드는 이유는 내 걸 빼앗으려는 그 새X 때문이겠지.”


견승주의 분노는 새하얀에게 향한다.


이것이 당연한 법칙이라는 걸 잊은 자신의 잘못이었다.


그렇게 칼에 찔려서 죽어가는 새하얀의 눈은 이미 지쳐있었다.


“죽어, 죽어!!! 죽으라고!!!”


짓밟기까지 하는 견승주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새하얀은 검붉은 피를 쏟아내면서도 첸시를 향해 바라본다.


“설마···.”


내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남자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빙의에서 풀린 듯 자신을 보고 있는 새하얀의 얼굴이 보였다.


새하얀이 죽자 흑백으로 바뀐 풍경.


‘새하얀이···.’


과거의 새하얀은 모든 걸 다 이해하고 있는 눈이었다.


왜 자기가 죽는지 이토록 고통스러운 삶의 반복인지도.


죽음까지도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였다.


“회귀를··· 알고 있었나?”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


첸시가 울면서 멈춘 세상에 새하얀을 끌어안고 울었다.


하지만 시간은 돌아가고 매정하게 그를 원래 장소에 데려놓았다.


원래의 삶을 살라고 강요했다.


그리고 새하얀의 밝은 얼굴로 어머니를 만나러 갔다.


‘아니지.’


새하얀은 과거로 향할 수가 있는 것에 기뻐했다.


죽을 운명인 살아있는 엄마를 볼 수 있으니까.


그래서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니,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새하얀은 나인데··· 왜 그런 선택을 한 거지?”


바꾸려면 충분히 바꿀 수 있었다.


엄마의 죽음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근데 왜 아무것도 못 했던 걸까.


“··· 견승주를 일찍 죽여야겠어.”


첸시는 회귀하자마자 견승주를 찾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이미 첸시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하얀은 조용히 그 자리에서 고민했다.


“엄마아!”


웃고 있는 새하얀의 서글픈 눈빛이 어째 내가 모르는 진실을 많이 아는 건 아닐까 해서.



[상영을 종료합니다.]



그 알림 소리에 맞춰서 눈을 뜨자 매니저 석금이 날 깨우고 있었다.


“일어나세요, 다 왔습니다.”

“네···.”


아직도 하얀이 활짝 웃던 모습이 지워지지 않았다.


이 꿈을 보여준 것도 그 버그가 한 일인가 생각이 끊이지 않았지만, 시스템은 이미 모습을 감춘 뒤였다.


“유현 형은요?”

“아픈 사람 깨우기 그렇다고 하얀 씨를 숙소에서 쉬게 해달라고했습니다.”

“아···.”


몸을 일으키자 그렇게 아프지 않은 통증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그렇게 아팠었는데, 이게 왜 덜 아프지?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아뇨.”


가볍게 일어나 숙소로 향했다.


아무래도 상처 부위를 봐야 할 것 같다.


“아프신 분이 저렇게 편하게 걸음을 내딛으시고···.”


고개를 저으며 운전석에 앉으며 빠르게 이동했다.


회사에 할 일이 있을 테니 이렇게 농땡이 부릴 시간이 없었다.



* * *



집에 들어오자마자 붕대를 풀었다.


흉터는 남겠다만 생각보다 빠른 회복력이었다.


덜 아프길래 내 착각인가 싶었다.


“와, 이건 그냥··· 너무 치트 아닌가.”


물론 빨리 나았다는 말로 한 말이긴 했다.


조용히 붕대를 감고 침대에 누워서 허공만 바라보니 좀이 쑤신다.


“··· 으으음.”


문득 박지남이 청산 기업의 변호사에 관한 정보를 준 것이 생각나 꺼내어 읽는다.


종이 뭉치가 많아서 몇 개를 꺼내고 나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구석영이라···.”


무난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인간이었다.


하나 흠이 있다면 집안이 찢어지게 가난해서 장학금이나 후원금이 아니면 답이 없는 집이었단 거였다.


“그걸··· 누가 후원했냐는 건데.”


청산 기업에서 한창 이미지 관리를 위해 미래 꿈나무 후원이라고 불리는 공식 행사였다.


이때라면 견승주의 형이 후원하고 싶다는 말을 꺼냈고, ‘청산 기업 미래 꿈나무 후원 1회’가 열렸다.


“이때가 초등학생인 구석영이 비운의 천재라며 후원을 받았고···.”


그다음은 후원으로 성장한 구석영은 변호사 루트를 밟았다.


내가 7살이 되는 해에 구석영이 당당히 청산 기업의 변호사가 된다.


“그리고 2년 뒤엔 나의 아버지 죽음을 은폐한 거겠네.”


9살의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견승주의 집은 왜 이렇게 나와 엮이는 것이 많은 걸까.


“그래서 물욕과 사치가 중요해진 건가.”


그렇게 생각하니까 괜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아버지 실종을 밝히기 위해 산으로 무작정 들어간다고 해도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진짜 막막하다···.”


그 산을 다 뒤집다간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고 발각되기도 쉬웠다.


사람들도 꺼리는 산에 누가 들어간다는 건가.


“스케일이 더럽게 크네···.”


자료들을 조용히 서랍장에 넣고 잠근다.


터덜터덜 향한 곳은 작업하기 위해 준비해둔 컴퓨터 앞이었다.


“··· 곡 진짜 다 만들어가네.”


정경수를 위한 곡이 거의 완성되었다.


조금씩 하다 보니까 금방 완성된 곡은 그대로 최PD에게로 메일로 보내진다.


“심심해···.”


무료함에 점점 지쳐갈 무렵 최PD에게서 연락이 온 걸 보자마자 받는다.


“여보세요.”

-핸드폰 들고 있었나 봐, 그것보다 곡 들어봤는데 편곡 더 필요 없겠더라.

“그래도 부족한 부분 있지 않아요?”

-야, 이젠 네가 나보단 나아. 빨리 보내고 너도 쉬어야지, 몸도 안 좋은 놈이.


이미 쉬고는 있었다.


하지만 쉬는 법을 모르는 사람처럼 허둥지둥거리고 있는 사람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


“··· 전 일이 필요한데.”

-네 밑에 있는 직원을 위해서라도 쉬어. 너 때문에 다들 잠도 못 잔다!


끊어진 전화를 보며 입을 비죽 내밀었다.


역시 이럴 땐 친구라는데, 연락처를 보자 연락하기 좀 그런 상대밖에 보이지 않았다.


“현이 형이랑 경수 선배님 부를까···.”


어째 후배 연락처는 하나도 없고 소속사 선배밖에 없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이럴 땐 이 사람들이라도 불러야지.


“현이 형, 지금 시간 돼요?”

-나 완전 돼, 나 지금 집에서 뒹굴던 중이다?

“··· 아니, 다른 건 아니고 숙소에 혼자 있어서요.”

-간다! 좀 이따 봐!!


끊긴 전화를 보며 우리 숙소를 아나 싶어서 눈을 깜빡이나 경수 번호를 찾아 걸었다.


“저 노래 완성되었는데···.”

-어디야?

“저요? 숙소인데요···?”

-주소 보내라!!


끊긴 전화를 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거··· 나 똑같은 사람에게 연락 걸었나?


“··· 점점 닮아가네.”


그들은 아주 놀랍게도 동시에 문 앞에 찾아왔다.


부르지 않은 사람들을 이끌고.


“그··· 뒤에 계신 분들은?”

“친구.”

“불청객.”


서로를 째려보며 경수는 친구를 이현은 불청객이라 말한다.


뒤에 서 있는 레브와 서준이 손을 흔들었다.


“··· 들어오세요.”


손님을 이렇게 둘 순 없으니 들여보내긴 하지만, 방에 남자 여럿이 들어가는 건 좀 상상도 안 해본 일이라서 당황스러웠다.


독방이라서 좁은 편이라 괜찮을지는···.


“동생 옆자리는 내 자리인데, 비키지?”

“아니, 금손 옆은 나다.”


벌써부터 싸우는 이현과 레브는 그렇다 치고 조용히 한자리를 꿰찬 경수 선배가 보였다.


바닥에 앉은 남서준 선배님을 보면 또 머리가 아찔하다.


“그··· 의자 가져다드릴게요.”

“아냐, 너 아픈데! 다들 바닥에 앉아서 들으시지?”

“이거 내 노래인데, 네가 멋대로 그렇게 정해?”

“그냥 의자 다 드릴 테니까 가만히 좀··· 있어 주세요.”


심심하고 말았어야 했는데, 내 인생은 내가 꼬는 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노래 들어보시고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그들이 더 떠들기 전에 노래를 틀었다.


부디 조용히 넘어가길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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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거짓에 가려진 진실 (2) +3 21.07.29 306 14 17쪽
» 거짓에 가려진 진실 (1) +1 21.07.28 328 13 12쪽
88 돌아온 세상 (2) +3 21.07.27 336 13 18쪽
87 돌아온 세상 (1) +3 21.07.26 348 18 15쪽
86 원래 세상으로 (3) +4 21.07.25 339 16 13쪽
85 원래 세상으로 (2) +3 21.07.24 336 16 13쪽
84 원래 세상으로 (1) +3 21.07.23 368 15 16쪽
83 현실과 가상의 경계 (8) +7 21.07.22 348 15 13쪽
82 현실과 가상의 경계 (7) +3 21.07.21 334 15 13쪽
81 현실과 가상의 경계 (6) +2 21.07.20 345 13 15쪽
80 현실과 가상의 경계 (5) +4 21.07.19 355 14 12쪽
79 현실과 가상의 경계 (4) +3 21.07.18 358 13 13쪽
78 현실과 가상의 경계 (3) +3 21.07.17 340 12 17쪽
77 현실과 가상의 경계 (2) +1 21.07.16 342 14 11쪽
76 현실과 가상의 경계 (1) +1 21.07.15 395 13 14쪽
75 인재 영입 작전! (5) +1 21.07.14 378 17 15쪽
74 인재 영입 작전! (4) +3 21.07.13 377 15 12쪽
73 인재 영입 작전! (3) +3 21.07.12 392 16 14쪽
72 인재 영입 작전! (2) +3 21.07.11 408 15 12쪽
71 인재 영입 작전! (1) +1 21.07.10 397 17 14쪽
70 첸시 그리고 세상 (2) +1 21.07.09 479 16 11쪽
69 첸시 그리고 세상 (1) +3 21.07.08 409 15 14쪽
68 서바이벌에서 선배 이겨먹는 후배 (17) +1 21.07.07 417 16 11쪽
67 서바이벌에서 선배 이겨먹는 후배 (16) +3 21.07.06 410 15 11쪽
66 서바이벌에서 선배 이겨먹는 후배 (15) +1 21.07.05 405 16 12쪽
65 서바이벌에서 선배 이겨먹는 후배 (14) +3 21.07.04 408 16 11쪽
64 서바이벌에서 선배 이겨먹는 후배 (13) +2 21.07.03 414 14 11쪽
63 서바이벌에서 선배 이겨먹는 후배 (12) +1 21.07.02 401 17 12쪽
62 서바이벌에서 선배 이겨먹는 후배 (11) +1 21.07.01 412 15 14쪽
61 서바이벌에서 선배 이겨먹는 후배 (10) +2 21.06.30 423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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