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트라다 나이츠 사건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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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제복만세
작품등록일 :
2012.09.04 10:29
최근연재일 :
2012.09.0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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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1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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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case 06# 어둠의 준동(6)

DUMMY

이벨만과 테시오, 유리아는 언제나처럼 걸어서 기사단에 출근했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업무실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행정실로 향했다. 행정실의 문을 노크도 없이 벌컥 열어 젖히자 방금 출근했는지 기지개를 펴고 있던 알펜과 책상에 발을 올려놓고 코를 후비고 있던 지젤을 볼 수 있었다. 지젤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상황이 벌어지자 눈을 똥그랗게 뜨더니 잽싸게 손가락을 치웠다.

“아하하....이 시간부터 여긴 무슨 일이실까?”

어색한 웃음을 흘리면서 바로 앉아 유난히 사근사근한 태도로 묻는 지젤을 이벨만이 피식 비웃으면서 대답했다.

“왜? 하던거 계속하지? 시원해 보이던데? 우린 생각하지 말고 하던거 해도 돼.”

“하하하...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이제와서 발뺌하기는...”

“하하하....”

지젤은 애써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입가가 미묘하게 파들파들 떨리는 것을 숨길 수는 없었다.

‘아씨...하필이면....’

이벨만에게 꼴사나운 모습을 보인 것도 화나는 일인데 테시오에게까지 보여버린 것은 치명타였다. 아직까지 테시오를 자빠트려서 어떻게 해보겠다는 욕망을 단념한 것이 아니었던 만큼 이번일은 앞으로의 계획에 지대한 지장을 줄 가능성이 높았다.

“아무튼 용건이 뭐야?”

“그렇게 애써 화제를 돌리겠다면야...”

이벨만이 거만하게 고개를 치켜들면서 말했다.

“지금부터 아에오라로 조사를 하러 갈 거니까 그렇게 알아두라고.”

“흐음?”

이벨만의 말에 지젤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그 생각을 읽으려는 것 처럼 이벨만을 쳐다보던 지젤이 말했다.

“어째 풍기는 분위기는 얌전한 조사가 아닌것 같은데?”

“사람일은 모르는 거지.”

“너무 크게 벌려 놓지마. 수습하는거 귀찮으니까.”

“노력해보지.”

이벨만은 그렇게 말하곤 몸을 돌렸다.

“가자!”

경쾌하게 걸어가는 이벨만을 따라가기전 테시오는 고개를 돌려서 지젤을 흘깃 쳐다보고 행정실을 나섰다. 지젤은 짧은 순간이지만 테시오의 눈빛에서 미묘한 동정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행정실 문이 닫히자 지젤이 책상에 엎어졌다.

“아...진짜!”

“그러길래 평소에 품위 없게 행동하더니....쯧쯧...”

옆에서 괜히 부채질을 하는 알펜이었다. 울컥한 지젤이 째려봤지만 알펜은 훗 하고 웃어넘기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씨이....”

지젤은 엎드려서 분하다는 듯이 씨근거렸다. 한편 테시오는 왠지 기분이 좋아보이는 이벨만의 모습에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어째 기분이 좋아보인다?”

“당연히 그 마귀 같은 년에게 한방 먹여줬는데 기분이 좋지!”

“.....그런데 왜 마귀인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테시오의 질문에 이벨만이 치가 떨린다는 듯이 말했다.

“당연하지! 시도때도 없이 귀찮은 일거리를 들고 오는데 말 그대로 마귀지!”

“........”

그다지 기사가 할 만한 대사는 아니었지만 그런게 한두번이 아니었으니 테시오는 그냥 입을 닫아버렸다. 그렇게 별로 영양가없는 대화를 하면서 마구간에 도착한 셋은 바로 말을 받아서 출발했다. 어제 밤과 같은 장소에 도착해서 보니 더 엉망이었다.

“.....낮에 보니 더 심하네.”

“그래도 위험한 놈들은 한창 잘 시간이지.”

비교적 멀쩡한 건물도 외벽에 금이 가있을 정도로 허름한 풍광이었다. 길거리 여기저기에 아무렇게나 쭈그리고 앉아있는 부랑자와 거지들의 경계어린 시선을 받으면서 이벨만은 무표정하게 말을 몰았다. 한참 이벨만을 따라가던 테시오는 어제 밤에 지나간 길과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물었다.

“그런데 그 조사라는건 어디서 할거야?”

“이 동네에서 한끗발 날리는 녀석이 있는 곳.”

“그게 누군데?”

“따라와 보면 알아.”

이벨만의 말에 테시오는 불만으로 입이 튀어나왔지만 별로 말해줄 것 같지가 않았던 터라 잠자코 그 뒤를 따랐다. 이벨만은 계속해서 큰 길을 따라 가다가 갑자기 틀어서 어제와는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 구불구불한 길을 잘 알기라도 한다는 듯이 망설임 없이 나아가는 이벨만의 모습에 테시오는 의아했다.

“여기 길을 잘 아네?”

“글쎄다?”

한참 이벨만의 뒤를 따라서 가던 테시오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뭐야 저건?”

“어디긴? 우리 목적지지.”

테시오는 거의 폐허나 다름없는 이곳 아에오라의 건물들 가운데에 마치 대귀족의 저택이라도 되는 듯이 서있는 건물을 보고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주변에는 다 쓰러져 가는데 혼자서만 순백색의 외벽을 두르고 성이라도 되는 듯이 담장을 둘러친 모습은 너무나도 이질적이었다.

“도대체 저 집은 정체가 뭐야?”

“이곳 아에오라를 지배하는 4명 중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드러내놓고 있는 인물의 저택이지. 노예상 나수르곤이라는 녀석이 저기에 있어.”

커다란 정문의 근처까지 다가오자 정문을 지키고 있던 경비병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기는 했는데 이제 어떻게 하려고?”

“어떻게 하긴? 범죄자 놈들인데 일단 쳐들어가는 거지! 이랴!”

“뭐..뭣?!”

이벨만은 그렇게 말하더니 등 뒤에서 창을 뽑아들고 박차로 말의 옆구리를 힘차게 걷어찼다. 그러자 이벨만의 말이 정문을 향해서 쏘아져나갔고 이벨만은 그 위에서 창을 붕붕붕 돌리면서 돌진한 이벨만은 자신의 앞을 막는 경비병들에게 외쳤다.

“목숨이 아까운 놈들은 집에 가서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와라!! 으하하하!!”

“끄아악!!!”

“커허억!!”

이벨만의 창이 이리저리 휘둘러 지더니 앞을 가로막는 경비병들을 파리 쫓듯이 날려버린 이벨만이 정문 앞에서 멈춰섰다.

“나수르곤!!! 내가 왔다!!!!!!”

이벨만은 그렇게 외치더니 창으로 철창으로 된 저택 정문을 후드려쳤다. 그러나 문이 튼튼하게 지어졌는지 뒤로 좀 출렁 한 것을 제외하면 멀쩡했다. 이벨만은 뒤로 물러서더니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유리아! 이거 날려버려!”

“.....”

이벨만의 말에 유리아는 말없이 앞으로 나오면서 등 뒤의 망치를 뽑아들었다. 그리고 가속하면서 정문을 향해서 짓쳐 들어갔다.

부웅! 쩌엉! 쿠웅!

유리아가 가볍게 휘두른 망치가 철창문을 두드리자 커다란 종을 치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그리고 마차 세대가 동시에 지나갈 수 있을 것 같던 커다란 철문이 통째로 뜯겨나갔다.

“괴...괴물이다!”

“도..도망 쳐야해!”

유리아의 무력시위를 바닥에 쓰러져서 보던 경비병들은 사색이 되더니 언제 그런 기운이 솟아났는지는 몰라도 후다닥 도주했다. 이벨만은 저택으로 들어서면서 외쳤다.

“나수르곤! 당장 나와라!!!”

우렁찬 이벨만의 고함에 저택안에 있던 나수르곤의 사병이자 조직원들이 무기를 들고 정원으로 나왔다. 50명은 족히 넘을 것 같은 인원이 포위를 해오고 있는데도 이벨만은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니들은 뭐야? 네놈들 같은 잔챙이들 말고 대가리 나오라 그래!”

“저 기사나부랭이가 간이 부었나 여기가 어딘줄 알고 와서 행패야?”

양손에 숏소드를 들고 있던 녀석의 말에 이벨만이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여기가 어디긴? 돼지우리지! 엄마 돼지 나오라그래!”

“하하하! 저 놈이 정신이 나갔구나!”

이벨만의 말에 녀석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러자 주변의 다른 조직원들도 따라서 웃었다. 이곳이 나수르곤의 저택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아에오라의 4명의 지배자 중에 하나로 꼽히는 범죄자인데도 이렇게 버젓이 저택에서 지낼 수 있는 것은 그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말과 동일했다. 실제로 어줍잖은 기사 한두명으로 이곳에 쳐들어 왔다가는 죽거나 노예로 팔려나갈 뿐이었다. 이곳을 제압하려고 한다면 대규모의 기사들과 경찰들이 밀고 들어오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고 봐야했다. 그런 곳을 달랑 3명이서 쳐들어왔으니 다들 어이없어 하는 것이 당연했다. 이벨만은 잡졸들이 웃거나 말거나 신경쓰지 않았다.

“유리아. 저거 부숴.”

이벨만은 근처에 있던 대리석 분수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꽤 유명한 예술가가 만들었는지 순백색의 분수대는 크기도 크기지만 굉장히 아름다운 예술품이었다. 그런 분수대였지만 유리아에게는 돌덩어리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지 못했다. 유리아는 이벨만의 말이 끝나자 마자 분수대로 다가가서 망치를 휘둘렀다.

부웅! 쿠과과광!

유리아의 일격에 높이 1.5미터 지름 3미터의 거대한 원형 분수대의 절반이 박살이 나서 날아갔다. 쿠웅 하는 소리와 함께 잔해가 떨어지자 그쪽에 있던 조직원들이 다급하게 몸을 피했다. 유리아의 무력시위를 본 녀석이 입술을 핥으면서 말했다.

“나름 믿는 구석이 있었다 이건가? 쳐라!”

아무래도 녀석이 지휘관이었는지 그 명령에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조직원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그러자 이벨만이 광소를 터트리면서 말했다.

“으하하하!!! 좋아! 모두 박살을 내주지!!”

허공에서 창을 붕붕 돌린 이벨만은 말을 달리게 했다. 달리는 말 위에서 이벨만의 창이 부웅하는 파공성과 함께 휘둘러질 때마다 한두명씩은 비명을 지르면서 허공을 날았다. 마치 양떼에 뛰어든 사자와도 같았다. 유리아는 한술 더떠서 유리아의 망치가 휘둘러질 때마다 사람이 대포알처럼 사방으로 날아갔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는 것이 즉사한 것 같았다. 그러자 다들 유리아의 근처로 가려고 하지를 않았고 옆에 있던 만만해보이는 테시오에게 달려들었다.

“이 자식들이! 내가 만만해 보이냐!!!”

테시오가 약하긴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인외의 마물인 이벨만과 유리아와 비교했을 때였다. 테시오는 화를 버럭내면서 검을 휘둘러서 달려드는 조직원들을 베었다. 테시오가 검을 한번 휘두를 때마다 조직원들은 피를 뿌리며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그렇게 50여명의 조직원중에 반정도가 남았을때 이벨만이 대리석 조각상을 가리키며 외쳤다.

“유리아! 저거 박살내버려!”

달려드는 녀석들이 없어서 한가하게 있던 유리아는 이벨만이 가리킨 조각상으로 말을 달려갔다. 아름다운 여성을 조각한 조각상이었는데 이 조각상 역시 풍겨나오는 분위기에서부터 정말 유명한 예술가의 작품인 것이 확실해 보였다. 물론 유리아에게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이야기였다. 유리아는 말이 달리는 그 기세 그대로 달려들면서 망치를 휘둘렀다.

쿠와앙!

유리아의 일격에 보물급의 조각상이 돌무더기로 변해버렸다. 이벨만이 다시 소리쳤다.

“나수르곤!! 당장 나오지 않으면 이 정원이 폐허로 변할 것이다!!! 으하하하하!!!!”

이젠 누가 나쁜 놈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이벨만은 이번에는 굉장히 아름다워 보이는 정원수를 하나 가리키면서 말했다.

“유리아! 이번엔 저 나무다!”

이벨만이 이번에 지목한 나무는 제국의 남부지방에서만 나는 나무로 꽃의 향기가 굉장히 향기롭고 분횽색의 꽃잎이 눈발처럼 날리며 떨어지는 것으로 유명한 나무였다. 당연히 제도가 있는 지역에선 키우기도 어렵고 가격도 무지하게 비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파괴신 유리아를 멈추게 할 만한 이유가 되지는 않았다.

콰직! 쿠웅

순식간에 정원사의 땀과 정성이 어린 나무가 장작더미로 변해버렸다. 그때 저택의 문이 열리면서 거한이 나오더니 외쳤다.

“모두 물러나라!”

“호오? 드디어 납셨군?”

저택안에서 버티고 있던 나수르곤이 드디어 나타났다. 이벨만이 씨익 웃었다.


작가의말

누가 나쁜놈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주인공입니다.
나쁜 남자가 대세라잖아요.

일요일에 업로드를 하지 못했는데 그에 대한 변명을 해보자면...
일요일에 30분 잤습니다 -_-;;
월요일까지 마감인 과제가 있었는데 자꾸 버그가 나서 그거 잡다보니 월요일 아침 7시 -_-....
그래서 오늘 평소의 2배로 업로드를 합니다.

덧. 어느새 쓰다보니 25만자군요 원고지로 1517장 책으로 2권 분량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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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case 06# 어둠의 준동(8) +1 12.05.20 511 4 6쪽
59 #case 06# 어둠의 준동(7) +1 12.05.18 495 4 6쪽
» #case 06# 어둠의 준동(6) +3 12.05.15 557 5 12쪽
57 #case 06# 어둠의 준동(5) +2 12.05.10 549 6 7쪽
56 #case 06# 어둠의 준동(4) +1 12.05.09 543 5 6쪽
55 #case 06# 어둠의 준동(3) +4 12.05.06 557 5 7쪽
54 #case 06# 어둠의 준동(2) +4 12.05.03 549 5 6쪽
53 #case 06# 어둠의 준동 12.05.01 577 5 7쪽
52 #Before case# 소문(3) +1 12.04.29 594 4 6쪽
51 #Before case# 소문(2) +2 12.04.26 581 6 7쪽
50 #Before case# 소문 12.04.24 610 4 7쪽
49 #case 05# 극비임무(10) - 사건종결 +공지 +2 12.04.10 635 5 12쪽
48 #case 05# 극비임무(9) +3 12.04.08 604 4 8쪽
47 #case 05# 극비임무(8) +1 12.04.05 600 5 7쪽
46 #case 05# 극비임무(7) +1 12.04.03 620 5 7쪽
45 #case 05# 극비임무(6) +3 12.04.01 605 5 7쪽
44 #case 05# 극비임무(5) 12.03.29 605 5 8쪽
43 #case 05# 극비임무(4) +2 12.03.27 621 5 8쪽
42 #case 05# 극비임무(3) +1 12.03.22 647 5 7쪽
41 #case 05# 극비임무(2) +1 12.03.20 639 5 7쪽
40 #case 05# 극비임무(1) +2 12.03.18 699 5 8쪽
39 #Before case# 건국 기념일에 생긴 일(2) +2 12.03.15 639 5 14쪽
38 #Before case# 건국 기념일에 생긴 일 +1 12.03.13 689 5 9쪽
37 #case 04# 하드리온 후작가 도난사건(8) - 사건종결 +3 12.03.11 693 5 5쪽
36 #case 04# 하드리온 후작가 도난사건(7) +2 12.03.09 660 5 4쪽
35 #case 04# 하드리온 후작가 도난사건(6) +3 12.03.06 705 5 9쪽
34 #case 04# 하드리온 후작가 도난사건(5) +3 12.03.04 717 5 10쪽
33 #case 04# 하드리온 후작가 도난사건(4) +2 12.03.01 715 6 10쪽
32 #case 04# 하드리온 후작가 도난사건(3) +4 12.02.28 731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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