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유혹 6
하얀유혹6
명찬일행이 떨어진 이계는 스산한 가을의 숲속이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늘이 핓빛으로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영력은 저 앞에서 느껴져]
빛나가 앞장서고 명찬과 광현이 뒤따랐다.
얼마쯤 걷자 서양풍의 스산한 대저택이 나왔다.
흡사 영화에 나오는 드라큘라의 성 같이 불길한 느낌을 주는 성인데 주위에 박쥐까지 날아다녔다.
[누가봐도 수상한 건물이 서있네]
빛나는 잠시 고민하더니 거침없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커다란 문은 오랫동안 열리지 않았던듯 끼익 하는 소리를 내며 잘 열리지 않았다.
[열쇠는 안걸려 있어요, 힘좀 주면 열릴거 같은데]
명찬이 문을 찬찬히 살펴본 후 말했다.
[나와봐]
광현이 명찬을 비키게 하고는 문에다가 강렬한 몸통박치기를 먹였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문은 반쯤 부서지다시피하며 열렸다.
문이 열리자 안에서 매캐한 먼지가 날렸다.
[만들어진 세계인데 되게 세세한데 까지 공을들이네, 그런 성격의 귀신인가봐]
빛나가 명찬을 돌아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명찬은 어릴적부터 드라큘라나 귀신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 무서워서 잠을 못잤다.
태생적으로 무서운것들이 맞지 않았다. 이계가 드라큘라의 저택같자 들어가기가 정말 내키지 않았다.
[빨리 광현이형 친구들을 구하고 나오죠]
이런말을 내뱉고는 잠자코 빛나들 뒤를 따라갔다.
명찬들이 조금 걷자 저택의 로비가 나왔다.
[안녕하세요 손님들, 역시나 오셨군요]
저승사자같이 검은옷을 걸친 귀신 비사가 로비 중앙계단위에서 명찬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비사는 우아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저는 여러분을 위해서 게임을 준비했답니다.]
빛나들은 비사의공격에 맞설 태세를 갖추었다.
비사가 쓴웃음을 지었다.
[저는 여기서 여러분과 싸울 생각은 없답니다. 여러분이 제가 준비한 미로에서 헤매다가 죽는 모습을 즐기고 싶거든요]
[야 이 귀신아 내 친구들은 어쨌어!]
광현이 외치며 금방이라도 뛰어들어 귀신의 멱살을 잡을듯이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러나 몇발자국 못가 보이지 않는 투명한 벽에 부딫혀서 코를 움켜잡고 나동그라 졌다.
[크아악! 뭐, 뭐야 뭐가 있어]
빛나가 신중하게 손으로 허공을 더듬으며 앞으로 다가왔다.
빛나의 손은 보이지 않는 벽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투명한 벽이있어. 맷돼지 처럼 생각없이 돌진하니까 그렇게 되지.]
빛나는 광현을 한심하게 쳐다봤다.
[저게 진짜 ....]
광현은 코를 움켜잡고 괴로워했다.
[로비의 중심을 투명한 벽으로 막아놨어요, 아마도 바로 저 귀신이 있는 곳으로는 못가게 한거겠죠]
명찬이 자세히 보니 로비의 중앙은 모두 투명한 벽으로 가로막혀 있어서 그냥 보기에는 귀신과 명찬일행은 한 공간에 있는듯 했지만 사실은 완전히 분리된 공간에 있는 거였다.
[호오 그래도 여러분들 중에서 머리가 좀 돌아가는 분도 있군요 후후후]
비사가 놀리듯 웃었다.
[어쨌든 여러분은 지금 제가 서있는 여기까지 잘 와주세요. 이 위에있는 방에 친구분들이 갇혀있답니다. 위험하고 스릴넘치는 갖가지 함정들이 있답니다. 과연 여러분들이 살아서 올 수 있을지 기대되네요. 화이팅]
귀신 비사는 연기가 되어서 사라졌다.
[저녀석 진짜 열받게 하네 누굴 놀리나!]
광현은 투명한 벽을 쾅쾅 쳐댔다. 그러나 꽤나 단단한듯 별 반응이 없었다.
[이씨 망치라도 갖고 와서 깨버리면 안되나?]
광현이 분해서 중얼거렸다.
[이곳은 현실세계가 아니니까 아마 아무리 강한 힘을 줘도 부수진 못할거 같은데요]
명찬이 빛나를 보며 말했다. 빛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명찬은 주위를 살펴보았다.
저택에는 문이 여러개가 있었다.
[문이 많잖아 어쩌지 나눠서 찾을까?]
광현이 말했다.
[저 귀신은 미로라고 했으니까 떨어져서 가면 위험할 수도 있어요]
명찬이 반대했다.
[그럼 일단 제일 첫째 문부터 다같이 가보자. 명찬이는 방어부적 꺼내서 대비하고. 맨뒤에서 걸어. 내가 앞에 설게. 넌 중간에 서고]
빛나는 광현을 중간에 서게하고 앞장서서 걸었다.
[무슨 기차놀이도 아니고.]
광현은 투덜대면서도 빛나의 뒤를 따랐다.
첫번째 문을 열고 들어서자 끝이 보이지 않는 높은 나선형 계단이 나왔다.
나선형 계단을 성벽이 좁게 둘러쌓여서 끝없이 올라갔다. 벽에는 촛불이 걸려있었는데 그냥봐도 맨 끝 계단 까지의 거리는 아파트 10층 이상은 돼 보였다.
[와... 이게 다 뭐냐. 무슨 등산하러 온것도 아니고 다른 문부터 가자]
광현이 혀를차고 들어왔던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으악!]
광현은 비명을 질렀다.
문을열고 나가려고 했는데 발 아래에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방금까지 들어왔던 문을 열자 그 바깥에는 방금까지 있던 저택로비가 아니라 끝모를 낭떠러지만이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뭐야, 뭐가 어떻게 된거야]
[들어올수만 있고, 나갈수는 없는 문을 만들어논거 같아요... 우릴 도망 못가게]
원래대로라면 쌍방향으로 통행할수 있는 문을 들어오는문과 나가는 문을 나눠논 것이다.
빛나도 조금 당황한 눈치였지만 금새 추스르고는
[가자. 어차피 어디로 가든 되돌아갈 생각은 아니잖아]
하고 앞장섰다.
명찬과 광현도 할 수없이 빛나의 뒤를 따라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계단은 끝도없는듯 했다.
게다가 주위 풍경이 창 하나 없는 원통형 성벽에 가로막혀 있어서 얼마나 올라가고 있는지 가늠하기도 힘들었다.
명찬의 체감상으로는 한시간도 넘게 걷고 있는듯 했다.
명찬 앞에서 가는 광현이 투덜거렸다.
[그 귀신녀석은 무슨생각으로 이런 등산을 시키는 거야.헉헉]
[헉헉 우리가 고생하는걸 보면서 감자칩이라도 까먹고 있을까요? ]
명찬도 땀방울을 닦으며 투덜거렸다.
[진짜로 그러고 있으면 죽인다....]
빛나도 진심으로 울화가 치미는듯 했다.
[아.]
맨 앞에서 걷던 빛나가 드디어 계단의 중간쯤에 큰 홀을 발견했다.
계단은 위로 계속 이어져 있었지만 잠시 쉴수 있는 공간인듯 했다.
[잘 됐다. 좀 쉬어가자]
광현이 먼저 말했다.
명찬과 빛나도 힘들어서 빨리좀 쉬고싶은 생각 뿐이었다.
일행은 힘을내서 중간 지점까지 올라갔다.
이윽고 중간지점까지 많이 올라왔을때 홀의 커다란 서양기사갑옷장식이 움직이더니 칼을 뽑아들고 계단을 향해 다가왔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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