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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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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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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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3)

DUMMY

잠시 숨을 돌리고, 곰곰이 지나온 날들을 되새겨 보자꾸나.

시방 여기 남조선에는 앞서 언급한 잡종견뿐만이 아니라 소위 믿음의 씨앗을 뿌린다는 자들 중에서도 나와 과거 엮인 분이 계신다오.

이번 정권 들어서서 잘나가는 지역민 언어로 허벌나게 돈과 여자를 밝히던, 잠깐 나와 썸씽이 있던 학생 놈은 운동권 전력으로 취직이 안 돼서 빌빌대기에 내가 잠시 동안 먹여 살리다 월북하는 바람에 잊고 살았었소.

그러한데, 돌아와 보니 이자가 현재 잘나가는 신학대학원 교수님이 되어 있다니!

그간 독일에서 해방신학과 정치신학을 공부했다는구나.

남한에서는 민중신학의 대표적 학자로 불린다고 하니, 내 참. 참으로 화들짝 놀래버렸소. 진정 공화국도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씨 뿌리는 자’들이었던 게요.

그 씨앗이 대한민국이라는 말기 암 환자의 몸뚱어리 구석구석에 퍼지지 않은 곳이 없다니, 놀라울 뿐이라오.

이 구간에서 잠시만···, 그렇다면 그에게 신학을 배우는 학생들은? 장차 목회자가 될 분들이 아니었소? 아⁓아, 동성애도 인정한다는 자유주의 신학이라고? 그래서 그랬소? 대형교회 안수집사가 동성 성매매를 한다누나!

거참! 아무튼 오케이. 나도 동성애 성향이 있으니 괜찮소. 그건 바로 내가 바라던 바요.

참!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한 차별금지법이라지? 오케이 조만간 남조선도 영국을 비롯한 유럽 모든 국가들처럼 교회가 곧 사라지겠구먼그래.

한데, 왜? 종교에 무지렁이인 나에게 남한 신학교에서 신앙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고? 이상하다. 그렇지? 혹여 이분들이 자기 몸만 기른다는 ‘Shepherds’?

왜, 있잖아? 가을 나무! 뿌리까지 뽑히고 열매가 없다는 두 번 죽은···. 이들은 사람들만을 거짓말로 속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속이는 자들이구나.

아무렴! 남한 땅이 황무하다며 고쳐달라는 붉은 십자가들이 넘 좋소이다. 헌데, 우리들의 붉은 우상들마저 태우실 어떤 분이 조만간 임하시면 어쩐다?

난 오늘도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혼자 씨부렁대며 킬러의 말년을 보내고 있지비!


선실이모가 금의환향(錦衣還鄕) 하는 날 나도 그녀와 같은 반열에 오를 것으로 기대했다오. 비록 선실이모 고향은 제주도이지만, 사상의 고향인 공화국으로 돌아가셨다는 뜻이외다.

드디어 이모가 한때 당 서열 17위까지 기염(氣焰)을 토하며 오르다 22위로 안착했을 때에는 나 또한 귀국하면 북조선에선 아무나 살 수 없는 곳인 평양에서 가족을 이루고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소.

북한의 다른 지역 사람들은 공민증을 받는 데 비해 평양사람들은 시민증을 받는다는 엄청난 차이가 있거든. 실제로 나처럼 1980년대 대학가에서 학생들에게 ‘위수김동(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무)’을 외치게 한 공작원들은 북에서 영웅대접을 받았다 하더이다.

친애하는 김정일 동지께서는 우리 같은 공작원 한 명 잃는 것이 인민군 1개 사단이 전멸한 것보다 더 손해라고 평가한 적이 있다더라.

그러던 1997년 어느 날, 속히 돌아오라는 당의 지시를 받고 가서 보니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 정치범 수용소가 아닌가!

선실이모는 미제 간첩인 이중스파이로 몰려 투옥되었고, 고문을 받던 중 사망했다는 소문마저 나돌았지 뭔가.

오! 수령이시여. 나에게는 그 시절이 지옥 같은 시간이었소. 2만 5.000여명이 제거되었다는 ‘심화조사건(일명 사상검증 대학살 사건)’에 연루된 것이라오.

심화조 사건은 ‘고난의 행군’으로 인민들의 마음이 흔들리자, 이를 수습하기 위해 벌어진 ‘초대형 간첩단 조작사건’이었던 것이라오.

다행스럽게도 심화조사건 주도자인 채문덕 사회안전부 총정치국장은 잠시 후에 오히려 간첩죄로 처형되었지만 이걸 어쩌누. 결국 선실이모가 죽어서 복권됨으로써 애국열사릉에 안치되고서야 나 또한 부활할 수 있었소.

채문덕 등 사회안전부가 허위 날조하는 수법으로 무고한 인민들을 죽였다는 혐의였소. 김정일 동지 지시로 국가안전보위부와 보위사령부가 사회안전부를 박살냈다오. 이런 식으로 양쪽을 박살내는 공평한 숙청을 통한 지속적인 공포 정치가 인민들의 불만자체를 잠재우는 데는 즉효거든.

지금도 그때 생각하자면 수심이 절로 이누나. 상고시대(上古時代) 한반도에서도 유행했던 순장을 당할 운명에서 겨우 벗어났다오.

나는 그나마 복권되었어도 그간 남한에서의 나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교육하는 역할에 만족해야 했지. 내가 존경하던 선실이모도 과거 공화국으로 돌아와서 잠시 통일전선부 산하 대남연락소에서 남파간첩 교육을 시킨 적이 있었다고 들었다만.

난 선실이모의 뒤를 잇고 싶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살아남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내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달했거늘. 다시 인정받고 싶어서였을 것이라오.

그런 노력 덕분에 겨우 이 땅으로 돌아올 수 있었소. 그것도 2002년도가 지나서야 가능했으니···.

그동안 내가 남한에서 직접 관리하던 조직은 차석 공작원에게 맡겨 놓고 왔는데, 5년이라는 리더의 공백 때문인지 내부 갈등이 심했다고 하오. 이 건은 나중에 상세히 다루려 하오.

2000년대 남한에 재정착했던 초반기에는 내가 북에서 가르친 교육생들을 우연히 마주치는 경우가 드물었소.

그땐 혹시 멀리서 아는 동무가 보이기만 해도 서로 당황하여 서둘러 그 자리를 뜨기 급했소이다. 그땐 지금과 생판 다르게 ‘파쇼폭압기구’인 안기부 새끼들 감시가 무서워 사제지간에 눈인사조차 힘들었던 시대였노라!

그러면서 시간이 흘러, 아니 정권이 바뀌면서 우리 사제(師弟)들은 서로 길에서 맞부딪치면 미소를 짓는 여유가 생기더니 서울 한복판에서 너무 자주 마주치는 가운데, 나에게 손까지 격하게 흔드는 정신 나간 앰나(애미나이)마저 보게 되었구나.

도대체 얼마나 새로 보낸 걸까? 세상이 이렇게 바뀌다니! 내가 할 말을 아니지만, 말세로군, 말세. 하기야 어디처럼 길거리에도 우리 얘들이 흔해빠졌으니···.

새로운 정부를 맞아 인권 만능시대가 도래한 만큼, 우리 인권도 보장받아야겠소. ‘간첩인권조례’를 반드시···.

우리 식구들 결성 초기부터 주어져 있는 스탠딩 오더(standing order)가 있노라. KAL기 폭파범이자 대외정보조사부 소속이었던 ‘김현희’동무라오.

독립부서였던 대외정보조사부는 나중에 35호실로 불리게 되는데, 무함마드 깐수 전 단국대 교수도 같은 35호실 소속이오. 벌써 남조선 사람들은 그렇게 유명했다는 깐수 동무를 잊어버렸소? 이국적 외모에 외국인인 줄 알고 깜빡 속았던 바로 그 동무를? 지금 만기출소해서 교수로 계시다는 얘기를 들었소이다.

대한민국은 정말 대단한 나라가 아니더냐. 간첩에도 관용의 땅이자 기회의 땅이구나. 이분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겠다면? 당장 당시 변호사가 누구인지 찾아 보거라. 훗날 서울시장까지 하셨던 분이요. 여기까지만 하겠소.

다시. 난 노동당 대외연락부 소속이었지만, 나와는 동갑내기인 김현희 동무와 서로 얼굴을 알고 있을 수도 있겠구나. 평양 외곽 동북리 초대소에서 잠시 본 적이 있을 터. 내가 직접 살수(殺手)로 뛰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고. 내가 봐도 어린 그녀는 정말 미인이더군. 지금 남조선 아이돌 저리들 가라였지.

잠시 내 자랑 좀 하자면 나 역시 김현희 얼굴 못지않소이다. 남한에서도 상위 5% 안에 들어간다고 감히 자부할 수 있다오.

남한에서 쌍수(double eyelid operation)가 유행하기 전 이야기지만···. 이제는 대남공작원 앰나를 선발해서 내려 보낼 때에는 의심받지 않기 위해 쌍수(雙手)를 시켜서 남파시켜야 하다니.

이쯤에서 신문을 뜬금없이 펼친다오, 아직 인터넷 뉴스보다 이것이 익숙해서요. 꼼꼼하게 살피고, 되새김질하다 보면 꽤 귀중한 정보도 획득할 수 있잖니.

신문지상에 난데없이 국정원이 대공수사에서 손을 떼고 권한과 기능을 온전히 경찰에 넘긴다는 정부 당국으로부터의 발표가 나와 있구나.

세상이 달라져서 지금은 결코 아니지만, 오래전에 과속으로 단속되었을 때 교통 짜부(경찰)에게 와이로(뇌물)를 질러 넣어주고 빠져나간 기억이 새삼스레 떠오른다마는. 이제 우리 잡혀도 고딴 식으로 하면 되는 건 아닐까?

우릴 미행하던 국정원 수사관 새끼들이 고속도로에서 속도위반 딱지를 발부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재미있구나. 야.

농담이오. 요즘은 기계가 자동으로 적발하지. 옛날에 그랬단 얘기요. 난 미친년인 양 혼자 계속 중얼거리고 있으니, 개의치 말라!

느닷없이 딥 퍼플(Deep Purple) 동지들의 하이웨이 스타(Highway Star)가 생각나는구나! ‘Nobody gonna take my car. I’m gonna race it to the ground.(아무도 내차는 빼앗을 수 없어. 끝까지 달려보자고.)’ 그럼. 끝까지!


현재 시점을 때매김 해보겠소.

어느덧 2018년 무술년(戊戌年)을 지나 2019년 기해년(己亥年)에 접어들자,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에서 사건사고가 그치지 않는구나.

우린 본능적으로 검은돈 냄새가 이 땅에서 진동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거들랑. 다른 땅에서 온 돈까지 악취를 풍기고 있잖니!

“이건 짜장면 냄새, 아니지 요즘 아랫동네 새끼들 취향 따라 마라탕 냄새라고 해야겠소. 그런데 심각한데, 문제가 되겠는걸.”

걱정과 염려보다는 솔직히 흥미가 미각을 자극하는구나. 원래가 스파이 짓 하는 것들은 본성 자체가 시니컬하다랄까.

무술년과 기해년이 나타내는 색깔은 둘 다 황금색이올시다. 돈복을 뜻하는 것이란 걸, 댁들은 아쇼?

내가 북녘땅에서 와서 정치적 감각은 다소 부족하지만, 경제적 감각에 관하여는 결코 뒤지지 않는단 말이요. 또다시 돈을 벌 기회가 온 것이야.

예수쟁이들은 유태인들이 차지한 땅 가나안이 기회의 땅이자 약속의 땅이라는 표현을 쓰던데, 모르는 소리!

“서울이 기회이자 약속의 땅인 것 아니겠소!”라며 이 돈에 미친 빨갱이 외칩니다요. 그래 땅이야. 땅! 아파트! 요런 거이가 바로 현대사회의 문전옥답(門前沃畓) 이라지? 그리고 누가 뭐래도 다음은 펀드 아니 갔어?

남조선에선 요즘 아이들에게 펀드에 대해 이렇게 가르치고 있어. 공익광고 만화에 나온 이야기야. 고대로 퍼온 것일 뿐.

“가게에서 4개가 들어있는 빵 묶음을 2,000원에 팔고 있는데, 서민 아이들은 돈이 부족한 거야. 그래서 4명이서 돈을 모아 빵을 사서 나누어 먹는 것이지. 너무 좋은 제도인 셈이지. 학교를 세우려고, 또는 불우이웃을 도우려고 모으는 것도 모두 펀드라는 거야. 너무 훌륭하죠?”

이렇게 금융당국이 코 묻은 돈까지 갈취하려 하고 있거든! 안 믿겨? 당장 인터넷 찾아 봐! 여러분은 감이 안 오나?

자본주의사회에서는 국가가 뒷구멍으로 장려하는 걸 재빨리 파악하는 눈치가 있어야 해. 예를 들어서 비트코인 같은 걸 마구 규제하잖아? 그렇지?

정부로부터 규제당한 시장은 그 분야 종사자들에게는 순식간에 레드오션, 즉 시뻘건 피바다가 되지만, 누구에게는 블루오션이 되는 거야. 쉿! 어언간 오르지 않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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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주인백(4) 21.12.24 4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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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주인백(2) 21.12.23 5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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