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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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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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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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백(5)

DUMMY

이러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 가문은 3개 국어 이상 능통자가 기본이셨지.

아바이들은 태어나 일본어를 배워야 했고, 일본 패망 후에는 러시아어를, 그리고 강제이주 후에는 우즈베크어나 카자흐어와 같은 투르크어를 배워야 했다고 말씀하신다네.

그나마 그분들은 다행이면 다행이랄까. 러시아어를 제외한 한국어•일본어•투르크어는 특이하게도 어순이 같아서 배우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는 소소한 이야기를 해줬다네.

이뿐만이 아닐세. 함경도 출신 고려인인 우리 아바이들께서는 해방 후 평양에 왔으니 북조선 표준말인 문화어를 소화해야 했지.

이러한 선조들의 내력으로 인해서 나 염소의 말투에는 각종 이북 사투리가 마구 섞여 튀어나오고, 남조선 말도 40년 전 간첩 훈련받을 때 배워서 업그레이드가 안 되어 있으니 이해하시게나.


이전에 이 땅에서 사업을 하시던 아바이들 말씀은, 남조선이 못 살았을 땐 도시에서의 인간 투척 방식은 꿈도 못 꿨다더군. 위장된 자살 또는 강요된 자살을 말하는 거라네.

북조선에서는 시베리아를 넘나들던 전사인 우리 아바이들을 남조선에 침투시켰거든. 특수임무를 띤 사라수(殺手)로 말일세.


얼쑤! 그러던 나라가 사방에 고층빌딩이 즐비한데다 세계 자살률 1위를 자랑하고 있어 일하기 쉬워졌지 뭔가.

대상을 해치워버린 후 멀리 시신을 묻을 곳을 찾거나 번거롭게 잘게 다질 필요가 없어진 것이라네.

실제로 난 몇 해 전 외국인 고객의 부탁을 받고, 남한 세포조직원을 시켜서 그의 한국인 부인을 집 밖으로 던진 적이 있걸랑. 이 고객도 유대인이었다네.

어째선지 한국인들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던걸?

부인이 한국에서 잘나가던 전 남편과 이혼하고, 외국인과 결혼한 사례일세. 남조선에선 당시 우울증에 의한 자살이 흔해빠져서 일처리가 쉬웠던 것으로 기억한다네.

한국 경찰은 외국인이 연관된 사건은 빨리 종결지으려는 경향이 농후해서지. 다 그럴 이유가 있다니까.


요즘 우리가 즐겨 쓰는 신종수법이 있다네. 복상사(腹上死)를 위장한 자살이랄까. 극락사(極樂死) 또는 황홀사(恍惚死)라고나할까.

물론 위치에 따라선 복하사(腹下死)도 있겠군그래.

작업 노하우로 말하자면 사전에 매춘부를 매수해 심장 발작을 유도하는 특수 음료를 상대방에 복용케 하거나, 아예 고도로 훈련받은 여성 동무가 대상자를 유혹하는 단계부터 최종 사망 확인까지 일괄 처리하기도 하지.

왜 경찰에 발각될 우려가 많지 않느냐고? 모르면 가만히 있게나.

화가 많이 난 배우자가 바로 시신을 화장시켜버려 외려 깔끔한 게지. 모르긴 몰라도 자식들 역시나 몹시 쪽팔려한다니까. 장례고 뭐고 빨리 끝내고 싶어 할걸?

완벽을 기하기 위해서는 검시관(檢屍官)까지도 사전 포섭한다네. 돈이 안 통할 경우는 치명적인 약점 같은 것으로 말일세. 모든 인간은 약점이 존재하거든.

그런고로 모름지기 낯선 여성을 조심하게나.


마지막으로 내 자랑을 좀 하려 하네. 난 미술에 조예가 깊은 편일세 그려.

진솔하게 말하자면, 잘 그리진 못한다네. 어릴 적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거든.

다만, 소련 유학 중 ‘드룩(친구)’이 조금 가르쳐주었다네. 이전에 얘기했던 푸시킨 말일세.

지금은 돈벌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지. 직접 그릴 줄은 몰라도 볼 줄은 안다는 의미인 게야. 이론상으로는 해박하기에 그렇다네.

마찬가지로 음악에도 높은 경지라면 지나친 자랑일까. 이것 역시 돈 때문일세.

구 소련 붕괴 후에 러시아 명품 악기를 헐값에 사서 예술의 전당 인근 악기 상인들에게 넘겼으니, 재미가 쏠쏠했겠지?

남조선 연주자들이 러시아 중고 악기에 환장하지 뭔가. 내 절친 푸시킨이 바로 악기상의 동생이었다네. 우린 그러저러한 인연 등이 합쳐져서 만나게 된 게지.

.

난 그러한 이유에서 한국에 올 때마다 예술의 전당에 자주 간다네.

2015년 그곳에서 충격적인 그림을 맞이하지 않았겠나. 추상표현주의의 거장이라는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작품인데 아시려나?

한국에서 이걸 보게 되다니 심히 놀랍구만 기래. 나중엔 이 전시회를 누가 기획했나를 알고는 ‘깜놀’했지.

처음엔 솔직히 뭐 이런 개 풀 뜯어먹는 그림이 있나, 생각했다네. 내가 좀 무식했거들랑. 알고 보니, 엄청난 예술가라면서?

고인이 되신 스티브 잡스도 흠모하는 작가인 ‘마크 로스코’ 되시겠네.

전시관에서는 관람객들이 그의 작품을 보자마자 우는 것은 기본이고, 갑자기 졸도를 한다는 ‘스탕달 신드롬’이 자주 발생할 정도라는군.

‘스탕달 신드롬’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른 자가 설명을 할 것이라네.

대신 스탕달이라는 유명 소설가의 이름을 모른다면 최근 한국의 어떤 소설가를 떠올리게나.

그분은 성(性) 관련 문제로 논란이 일자, ‘스탕달이 그랬듯 살았고 썼고 사랑하고, 살았어요···’라고 하시면서 작고하신 선배 소설가 스탕달을 긴급 소환한 적이 있잖은가.

참! 고인이 되신 마크 로스코는 역시나 유대인이었다네. 그것도 러시아계!

처음엔 나 역시 무성의하게 칠한 것으로 보이는 그의 그림 속 색 덩어리에 대해 생소함을 느꼈지 뭔가. 원근, 구도, 입체감 등등과 같은 기존 회화 방식을 송두리째 무시해버린 그림이 아니던가.

얼마쯤 지나자 색과 면으로만 인간의 감정과 본능을 자극하는 그의 표현에 매력이 가기 시작했다네. 단순함이 최고의 장점이란 걸 말일세.

많은 것을 담을 수 있기에 그렇다네.

그러한 이유로 뜬금없지만 태극기가 대단한 것이라네.

저거 보라우. 붉은색과 푸른색이 균등한 비율로 대립하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주변에 흰 바탕이 감싸고 있잖나.

그 바탕 위에는 암호화도 같은 막대 모양의 표식도 새겨져 있지? 이게 바로 건곤감리(乾坤坎離)! 한반도의 역사와 운명 그리고 미래가 담겨있는 상징일세.

색의 마술사라는 마크 로스코도 빨강과 파랑 두 가지 색만으로 자신의 세계를 표현했던 작품은 별로 없을걸? ‘Untitled 1958’이 가장 근접하나 느낌이 다르다네.

남조선 깃발을 반동적으로 편애하는 것이 결단코 아니니라. 공화국 국기도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거든. “있고말고.”

위에서부터 파랑, 빨강, 파랑, 그리고 사이사이에 가느다란 흰 선이 있지? 하양은 광명을 뜻한다네. 적색의 경우, 공산주의 투쟁과 혁명 등을 나타내며, 공산주의 사회건설을 표시하는 큰 별과 그 주변의 흰 바탕은 음양사상을 의미한다는군.

그렇다면 파랑은? 평화에 대한 국민의 희망을 상징한다네. 때문에 남한의 좌파정부가 몽땅 푸른색을 쓴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하고 헷갈려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야! 평화는 좋은 거이니까.

반면에 남조선의 우파는 무슨 생각에서 붉은색으로 도배하고 있는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의문스럽다. 야!

푸른색을 선점당해서 그런 것이지, 아니면 2002년 월드컵 신화의 붉은악마를 연상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 뭔가.

붉은악마, 그것의 유래가 어떠하든지 남조선 인민들은 붉은색과 악마라는 영적존재에 전혀 거부감을 같지 않게 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

또 한 가지는? 시민들에게 광장을 고스란히 내준 것이지. 바보들! 엄밀히 따지면 시민들을 뒤에서 조정하는 세력에게 광장을 진지(陣地)로 무상 제공한 것이라네.

진짓상을 차려드린 거랄까? 이탈리아 공산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진지전(陣地戰) 정도는 알고 있겠지?

나 역시 남조선에서 그것도 뜬금없이 이 시기에, 그자의 낡은 이론이 결실을 맺을 줄을 상상도 못했다니까.


근자에 이 땅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네. 난 광범위한 첩보수집 차원에서 좌나 우나, 빈부를 따지지 않고 사람들을 만나거든.

이 모든 것이 정확한 정보 분석을 위해서지. 이상한 점은 만나는 이들마다 다들 지금 일어나는 일들이 이해할 수 없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자들은 더욱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 않겠나?

그렇다면 당신들보다 우등생물인 내가 한 가지 가르쳐 주겠네. 한번 들어보렴. PSR(Principle of Sufficient Reason)이라는 것이 있지.

독일 철학자 라이프 니치가 제기한 ‘충족이유율’이라는 것일세. 충분한 이유가 없이는 어떤 일들도 결코 발생하지 않는다는 해설일세.

어려워서 이해하기 힘들다면, 그냥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라고 생각하게나. 유감스럽지만 지금 당신들 앞에 펼쳐지는 모든 상황들은 그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차고 넘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거든. 알겠나?

하여간 남조선은 좌나 우나 주인의식이 없어요. 주인의식이 없다는 건 문제의식도 없단 뜻인 걸 모르나? 자기 정체성에 대한 뼈를 깎는 고민 말일세.

그렇더란 얘길세. 백의민족 동무 여러분! 이상으로 거룩한 말씀을 마치겠네. 주인백.


【요사이 돌아가는 일들에 관한 단상(斷想)】


A : 저기요! 백조의 호수에 블랙 스완(Black Swan)이 나타났다면서요? 러시아 거장‘차이콥스키’의 역사적인 발레작품‘백조의 호수’에서요.


B : 무슨 얘깁니까? ‘블랙 스완’이란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현실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뜻이 아닌가요? 한편으로는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경제위기를 맞게 된다는 의미이기도하고요. ‘백조의 호수’ 원작을 볼라치면 지그프리트 왕자와 백조로 변한 오데트 공주가 호수 위에 몸을 던지는 비극이잖아요. 여기에 악마와 흑조인 오딜이 함께 등장하죠. 더불어서 말이에요.


A ; 일설에 따르면 레드 스완이 백조의 호수를 무단으로 점령하고 있었는데, 그중 한 마리가 블랙 스완이었던 것이래요. 어릴 땐 몰라봤다죠? 자기들은 환상의 짝꿍인 줄로만 알았대요. 헌데 여귀(厲鬼)였다지 뭐예요.


B : 저런!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구려. 도대체 누굽니까? 사상검증에 실패했을까요? 이래서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니까요. 좀 수상쩍지 않았나요? 그나저나 레드 스완들은 블랙 스완의 배신을 막을 묘수가 있을까요?


A : 궁여지책으로 블랙 위도우(Black Widow)를 투입해서 이이제이(以夷制夷)를 노렸다는군요. 역시나 블랙 위도우는 블랙 스완에게 ‘어딜 감히! 쉬이, 물럿거라!’라고 명령했대요. 그러자 블랙 스완은‘업어 온 중이 어찌 나가랴.’라며 버텼지 뭡니까.


B : 혹 떼러 갔다가 되려 혹 붙이고 오는 짝이네요. ‘블랙 위도우’라면? 암놈이 수놈을 잡아먹는다는 거미가 아닌가요? 그동안 블랙 위도우 한 마디에 여럿 결딴났다면서요? 최종 결말이 몹시 궁금하군요. 또! 원작에 나오는 왕자와 공주는 누구였을까요?


A : 이전엔 레드 스완은 그렇게 블랙 스완이 강직하고 개혁의지가 있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더니 이제 곧 그에게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건 아닐까요? 아이고 무시라! 시방 돌아가는 세상을 생각하자면 수심이 절로 이누나. 그만 종(鐘) 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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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흑백(2) 21.12.25 49 0 12쪽
25 흑백(1) 21.12.25 44 0 12쪽
» 주인백(5) 21.12.24 47 0 11쪽
23 주인백(4) 21.12.24 4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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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주인백(2) 21.12.23 5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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