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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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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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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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1)

DUMMY

-담백(淡白, Candid)-


백수(百獸)의 왕 사자와 이들의 먹잇감만 세렝게티 평원에 있으란 법이 어디 있으리오. 지배자와 피지배자만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란 뜻이니라.

TV 동물의 왕국 프로에서 항상 최고의 포스를 자랑하는 사자도 화면 뒤편에서는 아사(餓死) 하거나 초식동물 발길질에 차여 비참하게 죽어가는 사례가 비일비재(非一非再) 하다네요. 인간세상도 매한가지.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왕들이 포획되는 광경을 보지 못하셨나요?

앞으로도 유사사례가 재현될 것이리라! 왕관의 무게가 곧 형량(刑量)이 되었다는 현실. 왕관 따위는 아무래도 좋아요.


세렝게티의 쾌적한 사냥터 만들기 프로젝트와 먹이들의 육질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관리하기 위해서는 하이에나, 독수리 등 청소동물들의 존재가 불가피하답니다.

소위 3D업종에 종사하는 부류들 말이죠. 인간들이 우습게 보는 청소동물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닐 터. 기초대사량이 낮고, 적은 에너지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하며 감지능력도 뛰어나야 한다는 것이 동물 전문가들의 연구결과입니다.

오랜 기간 굶으며 참고 기다려 기회를 노리는 특성이 있어야 가능하단 분석이고요.

각국 정보기관도 비밀리에 이런 청소작업에 나선다는 걸 순진한 백성들은 알기나 할까요? 그래서 정보기관 힘이 빠진 국가들은 알게 모르게 생태계가 개판이 된다는 사실도요? 일반 사람들은 이런 진실을 모를걸요?

곳곳에서 동물 사체 썩는 냄새가 진동하고, 무서운 전염병마저 퍼지게 되는 연유를···. 여무명과 같은 암살분야 종사자들도 일종의 청소동물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겠어요.

한편, 청소동물은 가끔 먹잇감이 부족해지면 기존질서를 흔들며 끗발 순서를 무시하는 경향도 있다하니, 해괴망측한 노릇이 아닌가요?

더욱 심하다 못해 나중에는 최상위 포식자를 공격하여 먹잇감을 채가기도 한다고 하니 이 또한 역사상 흔한 사례죠.

개발도상국 정보기관 수장이나 정보를 장악하고 있는 최고 지도자의 경호총책들이 고급 청소부가 아닐까요?

가까이는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이 있으며, 멀리는 로마제국에서 근위대의 황제 암살 실례와 같이.

사실이 이러하기에 동물의 왕 사자의 책임과 의무 중 하나에는 제때 먹잇감을 청소용역에 넘겨야 하는 것도 포함된답니다.

하이에나와 독수리 다음에도 작은 청소동물들과 곤충 같은 미물들이 공존해요. 역사적으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여!

여무명 가족들이 하고 있는 사업에도 이런 식으로 원청과 하청이 관행화되어 있다고 한다네요. 심지어 재하청까지 존재한다나 뭐라나요.


급작스럽게 동물 이야기가 나왔는데, 세상엔 금수(禽獸)만도 못한 자들이 무지하게 많지요. 스탕달이 보고 충격을 받고, 파일럿으로 불리기도 하는 다니엘인 저와 어린왕자인 여무명을 연달아 홀려버린 여자!

그녀는 바로 ‘베아트리체 첸치’였답니다.

서양에서는 베아트리체가 흔한 이름인가 봐요. 불후의 명작인 신곡을 쓴 단테가 사랑했다는 여인도 동명인 베아트리체가 아니었던가요?

단테는 13세기 이탈리아 사람으로 그 시대 시인이자 예언자 또는 신앙인으로 기억되고 있죠. 단테의 베아트리체는 다른 남자와 결혼은 했지만 1266-1290년간 스물넷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대요.

역시나 스탕달이 그림 속에서 본 베아트리체 첸치도 1577년-1599년간 너무나 짧은 삶을 살다 간 것이거늘.

금수보다 못한 인간은 바로 베아트리체 첸치의 친부인 ‘프란체스코 첸치’래요. 그는 개망나니 귀족으로 가정폭력의 대명사이자, 친딸 베아트리체를 상습적으로 강간하는 참짐승이었으니···.

귀족임에도 족보가 없는 개족보였던 것입니다. 그와 같은 자를 제대로 된 사자성어로 의관금수(衣冠禽獸)라고 하더군요.

겉모양은 그럴듯하게 갖췄으나 속은 더러움으로 가득 차있는 사람이란 뜻이에요.

프란체스코 첸치와 같이 높으신 분들 중에 상당수 존재한답니다.

한국은 물론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처럼 높은 자리에 계심에도 불구하고 차고 넘치는 정욕을 주체하지 못해 동물의 경계인 금문(禽門) 주변을 방황하고 있는 분들이 널려있지요.

따라서 이런 놈들은 등용문(登龍門) 할 때에 항상 문지방(門地枋)에 걸려 넘어지는 것을 주의해야 하겠네요.



치명적 미모를 가졌던 불쌍한 여인에 대해 결론만 살짝 보겠어요.

당하고만 살았던 베아트리체 첸치 패밀리는 가장인 프란체스코 첸치에게 아편을 먹여 잠재운 후에 베란다 밑으로 날려 실족사로 위장하려 했다지요.

하지만 결국 발각되어 전원 사형에 처해진답니다. 위장 자살과 후속처리 실력은 조금 부족했던 것 같아 무지하게 안타깝네요. 이래서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했던가요?


여기서 잠깐만! 이 정도면 정당방어가 참작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베아트리체 첸치 가족이 모두 사형당한 배경에는 무서운 권력의 음모가 숨어있었죠. 당시 교황 크레멘테 8세께서 첸치 가문의 엄청난 재산을 가로채려 했대요.

주민과 시당국이 석방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이들 모두 고문에 처하는 만행을 저질렀어요.

교황께서요? 라고 놀라워하신다면 서양 중세사를 한 번만이라도 공부할 것을 ‘강추’해요.



어쨌거나 이탈리아 화가 ‘귀도 레니(Guido Reni)’가 처형장으로 끌려나오던 베아트리체의 모습을 화폭에 담은 것이 그녀의 초상화랍니다. ‘스탕달 신드롬’의 배경이 바로 이 그림이었다니! 놀라울 수밖에.



초상화 속 그녀는 슬퍼 보이기보다는 이제 다 끝나서 생에 미련이 없다는 담백(淡白)한 표정을 짓고 있군요.

모든 걸 내려놓은 채 죽음을 앞둔 절세미녀, 동양의 베아트리체 ‘담백’은 이런 식으로 우리에게 다가왔죠. 이제부턴 ‘담백’이라고 하겠어요.

개인적 감정이 겹쳐 화가 난 여무명이 신당을 아작 낸 그날 담백은 정체불명 클라이언트로부터 청부살인을 의뢰받았다고 실토했지요.

그녀의 자백이 얼마나 솔직 담백했던지! 눈물이 앞을 가리더라! 그러면서 어린 시절 불우했던 가정환경을 밝히며 선처를 구하지 뭐예요.

도지사 관사에서 일하던 어머니를 따라가 잡일을 도왔던 담백은 도지사로부터 몹쓸 짓을 당했다고 울부짖는 게 아니겠어요!

못된 도지사는 자신이 옛날 관찰사(觀察使)나 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계속 담백을 관찰(觀察)하다가 그녀를 최종 간택한 것이지요.

요즘 어떤 작자들과 똑같이 분명히 이들 모녀를 관노(官奴)로 여겼던 것으로 추정되네요. “쓸쓸한 백발이 붉은 꽃을 마주 대하더니 좋냐? 이놈아!”

오랜만에 어릴 적 한국에서 쓰던 반말을 해보았습니다. 놀라고 화난 김에 더욱 충격적이고 짐승만도 못한 사실을 추가해야겠어요.

도지사가 담백 외에도 이전부터 그 어머니를 건드려왔다는 것입니다.

“어찌할꼬. 이 사실을···” 성경에는 인간들의 이런 관계를 절대 금하고 있지요.

심지어 어미 새와 새끼를 동시에 취하지 말라는 말씀이 버젓이 신명기 22장에 명시되어 있음에도 이런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짓을 벌이다니!

소싯적에 여성 권익보호에 앞장섰다던 도지사는 그냥 쌍(雙) 새끼에 불과했죠. 가여운 모녀를 쌍(雙)으로 건드린 놈.

세상에 빽이라곤 1도 없는 이들 모녀는 하소연할 곳이 없었답니다.


“아무려니, 그런 분이 그랬을라고. 만약 사실이라도 오죽하면 그랬겠는가만서도··· 뭘 새삼스럽게. 괜찮아 안 죽어!”라면서 도지사 측근들은 눈썹을 추켜세우고 압박과 회유를 병행했다지 뭐예요.

이밖에도 “그거이 바로 세상을 혁명적으로 살아온 분들의 기본적인 에토스(Ethos)라오.”라고 지껄였데요. 알고 보니 측근들도 도지사와 젊은 시절을 함께 해온 동지들이었다는군요.

모녀는 어려운 말로 헛갈리게 홀리는 이들이 감당할 수 없어 신고하겠다고 하자, 마치 혼꾸멍나 봐야 정신 차릴래?라는 독기어린 표정을 지으면서 어찌 감히 그런 불경스러운 마음을 먹을 수 있냐며 겁박도 서슴지 않았지요.

더욱이 도지사가 총리도 되고 대통령도 될 수 있다는 절망적인 소식을 접한 담백의 어머니는 해코지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채 음독자살을 택해야 했답니다.

이 세상엔 이처럼 얼굴은 부처님이나 보살과도 같은 이들이 속마음은 정반대인 경우가 많이 있어요.

굳이 개신교나 구교까지는 비교하지 않겠어요. 다 똑같다고 생각하면 사는 데 큰 무리가 없을걸요? 유사한 사자성어로는 사심불구(蛇心佛口)가 되시겠습니다.


여기서 잠시만, 어머니와 딸을 동시에 취한 짐승하면 생각나는 인물이 또 있었네요. 영화 닥터 지바고에 나오는 ‘코마로프스키’, 이치는 진짜 나쁜 스키랍니다.

이 스키도 법조인이죠. 그놈은 여자 주인공 라라 엄마의 내연남인데도 나중에 라라까지 삼켰다죠?

요즘 남한에서 그런 스키가 한자리했다면 누구처럼 미투로 감옥행···, 아니면 다른 누구처럼 자살해야 하지 않겠어요?

이 스키는 제정 러시아에서도 사업가이자 변호사로 부를 축적하면서 잘 나갔고, 공산혁명 이후에는 간부 자리(블라디보스토크 법무상)를 차지하면서 더 잘 나갔다죠. 아무리 세상이 백색에서 적색으로 바뀌어도 그의 황금색은 전혀 희석되지 않았답니다.

이 영화의 배경 역시 그러잖아도 백색 군대와 적색 군대가 치열하게 싸우던 시절이었어요. 코마로프스키와 유사한 자들이 놀랍게도 이 땅에 있지 뭐예요.

열 받더라도 참고만 하세요. 저 다니엘은 그런 부류를 이렇게 부르겠어요.

무색무취(無色無臭) 한 부역자라고. 색깔이 없고 냄새가 안 나 어디든 낄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독극물로 치자면 이놈의 스키들처럼 위험한 인간들이 또 없다고요!

이런 코마로프스키가 친 명대사가 있으니 어디 한번 들어나 보세요.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존재한다. 속되지만 적응을 잘하는 인간과 고귀한 척하는 자. 하지만 세상은 너희와 같은 고귀한 자들을 속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지옥에서도 적응 잘할 나쁜 자식들 같으니라고!


여하튼 어린 담백은 그렇게 버려졌지요. 담백은 거의 미쳐서 산속을 헤매다 마침 금작두를 타고 있던 무당을 만난 것입니다.

여무명이 아수라백작으로 부르던 그 무당은 이쪽 세상에선 쌍장군으로 불리고 있었죠. 당초 쌍장군은 인간으로서는 형용할 수 없는 담백의 자태를 보고 당장 신딸로 삼으려 했지요.

허나 곧바로 신기(神氣)는 전혀 없음을 간파하고는 정식 양딸로 삼았대요. 문제는 이들 부녀가 모두 신기가 없다는 점이랍니다.

쌍장군이 타던 휘황찬란한 금작두도 손님을 끌기위한 눈속임이었다지요. 날이 없었던 것이죠. 금도금을 통해 사람들의 시선을 분산시킨 것이랍니다.

이들 부녀의 삶은 둘 다 질곡 된 한반도 역사의 복사판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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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명백(3) 21.12.29 37 0 11쪽
35 명백(2) 21.12.29 38 0 12쪽
34 명백(1) 21.12.29 39 0 11쪽
33 담백(5) 21.12.28 44 0 11쪽
32 담백(4) 21.12.28 40 0 12쪽
31 담백(3) 21.12.27 43 0 11쪽
30 담백(2) 21.12.27 45 0 11쪽
» 담백(1) 21.12.26 48 0 11쪽
28 흑백(4) 21.12.26 45 0 12쪽
27 흑백(3) 21.12.25 47 0 12쪽
26 흑백(2) 21.12.25 48 0 12쪽
25 흑백(1) 21.12.25 44 0 12쪽
24 주인백(5) 21.12.24 46 0 11쪽
23 주인백(4) 21.12.24 44 0 12쪽
22 주인백(3) 21.12.24 46 0 12쪽
21 주인백(2) 21.12.23 49 0 11쪽
20 주인백(1) 21.12.23 51 0 12쪽
19 자백(5) 21.12.22 55 0 12쪽
18 자백(4) 21.12.21 56 0 11쪽
17 자백(3) 21.12.21 50 0 11쪽
16 자백(2) 21.12.20 49 0 13쪽
15 자백(1) 21.12.20 54 0 11쪽
14 고백(5) 21.12.19 53 0 12쪽
13 고백(4) 21.12.19 5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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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고백(2) 21.12.18 6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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