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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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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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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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2)

DUMMY

소설 스탕달의 당시 배경도 18세기 아니었나? 그 시절 백마(白馬) 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총과 검으로 권력을 차지했지만, 지금, 이 땅에선 펜과 말(白)만으로도 구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세상이 펼쳐진 것이라고 해둠세.


이왕에 프랑스 소설 스탕달의 적과 흑까지 나왔으니, 내 고향 중국을 빼놓을 수가 없잖아. 장이모우 감독의 홍등(紅燈)이 색채상으로는 ‘적과 흑’을 닮았다네.

부잣집 네 째 부인인 공리가 남편으로부터 잠자리를 선택받으면 주어지는 ‘홍등’ 말이야. 전날 밤 홍등을 받은 부인은 이튿날 아침식사를 선택할 권한을 받는다지. 지금, 이 땅에는 홍등을 받으려고 발악을 하는 인간들이 너무 많아.


명심할 점이 더 있어요. 영화에서는 공리가 남편에게 미움을 받아 홍등(紅燈)이 검은 천으로 덮어지는 벌을 받거든, 다시는 남편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였지, 아마. 그게 바로 흑등(黑燈)이었다고···.

매한가지로 권력자들은 백성이 주는 홍등(紅燈)이 흑등(黑燈)으로 전락하는 그 순간을 상상이나 했겠어? 백성이 주인이라매?”


저 다니엘은 여무명의 방언과도 같은 꿈 풀이 강의를 듣고, 대다수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색깔론’에 집착해 본답니다.

빨강이라···, 붉은 군대가 떠오르네요. 까만색은 중세 검은 사제단이 겹쳐오고요. 엑소시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구마(驅魔) 의식을 행한다는, 정의를 구현하는 사제를 뜻하는 것은 아닌 것 같군요.

어쨌거나 구마를 하는가, 아님 접마(接魔)를 하는가, 잘 봐야 해요.

서양 어느 나라에서 검은색 두건을 쓰고 악마의식을 집행하고 있는 세력을 의미할까요? 하나님이 아니라 천사에게 기도하는 집단? 그게 타락한 천사인지 4대 천사장인지는 모르지만 말이죠.


그러면서 동시에 몇 년 전 중동지역에 파견 갔던 경험이 떠오르네요. 그리고 충격적인 언론의 사진 한 장!

2016년 병신년(丙申年) 9월 터키 보드럼 해변가에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이가 엎어져 있었지요. 그 애가 입고 있는 웃옷은 선명한 붉은색이고 하의는 푸른색으로 보이네요. 조금 비약하자면 태극문양···.

그런데 이 아이가 쿠르드족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걸요?

쿠르드족에 대해 세상 사람들은 ‘지구의 미아’ 내지는 ‘중동의 집시’라며 측은하게 여길 뿐이죠.

그런데요, 혹시 아시는지요? 쿠르드족이 성경에 나오는 바빌론 제국을 무너뜨린 나라인 메대 국가의 후손으로서 원래는 페르시아 제국의 모체인 바사국보다 더 셌다는 사실을···.


원래 페르시아는 메대와 바사의 연합국으로 이루어진 가운데, 메대가 늘 페르시아보다 우위에 있었지요. 바로 성경 다니엘서에 나오는 다리우스 왕이 메대 사람이거든요. 거기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3차 십자군 전쟁의 승리자이자, 인자한 영웅 살라딘이 쿠르드인이랍니다. 또 있었죠? 예수님이 탄생할 때에 달려와 경배한 동방박사도 메대 종족이고요.

하지만 지금은 3,500만 민족이 중동에 흩어져 있고, 셀 수 없는 메대 사람들이 세계 63개국에 디아스포라 되어 있지요. 유대인만 디아스포라를 한 것이 아니었군요.

그렇다면, 왜일까요? 쿠르드족이 지정학적으로 요충지에 자리 잡은 상황이었음에도 강대국들 사이에서 자기 위치를 정확히 잡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겠어요?

그들은 오늘날에도 결코 민족성이 나약한 사람들이 아니라니까요. 1차 대전 당시 과거 동로마 제국을 부숴버린 오스만튀르크에 대항해 야멸차게 싸웠고, 현재까지도 극단주의 세력인 IS와 가열차게 대결하고 있다는 데···.


이처럼 강한 민족도 역사적으로 강대국 대열에서 이탈하는 순간, 눈 깜짝할 사이에 나라 없는 패배자로 추락하는 건 시간문제인걸요. 그것이 국제정세를 제대로 이해하고 얄팍하게 보이더라도 줄을 잘서야 하는 이유죠. 절대 딴 나라에 속아서는 안 되거늘···.


고대 바사를 거쳐 페르시아의 후대인 이란은 적어도 뿌리가 쿠르드족과 같은 민족으로 보는데요. 성경 노아의 방주에 나오는 노아의 아들 야벳의 후손들이죠. 같은 인도유럽어족이고.

하지만 어느 민족은 아테네와 스파르타를 위협하는 제국을 이룬 가운데, 그 후에도 사산조페르시아를 비롯해 국가로 당당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데 반해, 어느 민족은 그냥 계속 짠했답니다.

참, 깜빡했어요. 한국전쟁 당시 참전했던 터키군 중에서 60%가 쿠르드인 징집병이었다는 사실도 기억했으면 해요.

이들은 지금도 독일에서 택시 운전을 하면서 나라 없는 설움을 겪고 있네요. 결국 ‘몸 한쪽을 들었다’는 어느 왕의 꿈속 예언에 따라 2,500여 년간을 헤매고 있구나!




나 여무명이 2018년 무술년(戊戌年)에 있었던 기막힌 일을 소개하려 한다.

어머니 백사가 급하게 회의를 소집하셨다. 염소가 특별지시를 내리셨단다.

그만큼 사안이 위중한 모양이다. 어머니 다음 차상위서열인 태백 삼촌이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힘들게 말을 꺼낸다.

“좀 보자요. 아니, 감옥에 들어앉아 있는 놈을 어드렇게 딴답데까? 쉽지 않티, 기럼 누굴 들여보낼 긴데? 어드런 방법으로?”

평소답지 않게 고향 사투리가 많이 나오는 걸 봐선 흥분한 것일 게다. 결국엔 이번 건에 적임자로 조직의 이방인 격인 나 여무명이 선택받았다.

“제가요? 그러다 신분이 탄로가 나면요? 제 외모 땜에 의심받을 수 있다고요.”

나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요지부동이다. 왜, 하고 많은 킬러들 중에서 하필 나를 지목했을까?

혹시나 어머니 백사에게 항상 아부하는 넘버 쓰리 장백 삼촌의 의견은 아니었나, 하는 의심도 해 본다. 그러나 장백도 한사코 자기는 아니란다.

“니누(너는) 왜 나르(날) 자꾸 의심하메서리 묘하게 가르보지···. 널 향한 사랑 어디메다두 못 비긴다.”

식구들은 모든 지혜를 짜내어 치밀하게 작전을 수립한다. 패밀리 역사상 이런 난제가 주어진 것은 처음이란다.

어머니께서는 이와 같은 감옥에서의 작전은 오래전에 몇 차례 해본 적이 있으나, 지금은 예전과 작업환경이 많이 다르다고 실토하시더라.

“‘KING’에 대한 여론의 관심도 남다를 테고···.”

어머니의 걱정이 많이 묻어 있는 혼잣말! 아무리 어려워도 고도의 은폐(隱蔽) 전략을 수립하고, 고차원적인 위장전술을 구사함으로써 최상의 시나리오를 설계한다는 것이 그녀의 변하지 않는 신념일진대, 더 말해 무엇하랴!


조직은 나를 잠시 정신병원에서 퇴원시킨 후 긴급작전에 투입시킨다.

나는 이번 드라마에서는 졸지에 어머니를 상습적으로 구타한 막장 패륜아가 된 것이다. 염소와 식구들의 결정에 너무도 화가 나, 어머니 백사를 상해하는 연기를 하는 과정에서도 격하게 감정이 개입되었다.

당초 계획보다도 과도하게 다친 그녀도 분명히 내 감정 변화를 거니채고 있겠지? 내가 이렇게 화가 난 이유가 있으니, 나를 정신병원에 이어 구치소에까지 보낸 것만이 아니었다.

이제 쓸모가 없어지자 마지막 불쏘시개로 마구 써먹으려는 것이 분명했기에 성질이 난다.


이윽고 동네 사람들의 신고를 받은 경찰차가 아지트에 도착했고, 곧이어 짧은 재판 과정 끝에 존속 상습 폭행죄로 1심에서 장렬히 법구(법정구속) 되었지 뭔가.

판사가 뭐라고 하는지 잘 몰랐다. 법정 용어를 그때 처음 들었고, 내용이 장황하고 구구절절해서다. 딱 한 가지 기억나는 건, 도주의 우려가 있고···. 뭐, 이따위 소리만 귓가를 맴돈다.


그런데 구치소로 끌려가기 직전 대기하는 법원 지하에는 얼핏 보아도 거물로 보이는 이들이 여기저기 수갑과 포승줄로 겹겹이 싸매여 있다. 정치범들이란다.

난 구치소에 도착한 이래 폭력 혐의 수감자들과 잡다한 범죄로 들어온 수용인들이 섞여 있는 혼거(混居) 방을 배정받았다.

역시 한국은 명실상부한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임이 입증! 존속을 때린 죄인의 처지는 이곳 옥(獄)에서도 막 다루어도 되는 사람 취급을 받더라.

CCTV로 볼 수 없는 곳에서 은밀한 구타가 자행된 것이다. 이들 폭행 동참자들을 단번에 보내드리고 싶지만, 정체가 탄로 날까 봐 꾹 참아야 했다.

같은 동에 수감되어 있던 동료 죄수들이 대부분 나를 무시하는데 반해, 유독 1호실 독방에 있는 사형수 아저씨가 나를 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그건 분명 연쇄살인범인 그가 본능적으로 나에게 일종의 동류의식을 느끼고 있다고나 할까. 마치 뭔가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미소까지 살짝 내비치면서 말이다.

10번방에 있는 나에게 손수 제조하신 김밥과 비빔밥 등을 사소(청소 등 잡일 도우미)를 통해 보내주신다.


한편, 감방 동료들의 연일 자행되는 몰매를 잠재운 건 나의 한방이 아니었다. 어머니의 헌신적인 영치금 덕분에 쉽게 해결되었거니와···.

그러자 이곳에서 나를 대하는 대우가 달라진다. 이게 바로 특수공작금이라 이거지! 지금 특수한 돈을 잘못 썼다는 죄목으로 많이 이곳에 들어와 계신다.

유사어는 특수활동비! 우리 식구들이 다니는 회사도 특수한 돈을 쓰잖아? 조심해야 할 터인데.

개인회사의 돈을 잘못 쓰면 횡령이나 배임인데 비해서 우리 회사는 북한 공작금이 조금 유입되고 있으므로 국고손실로 처벌받을 수 있단다.


다시 주어진 임무에 집중해보자. 이런, 이런! 도저히 타이밍을 잡을 수가 없지 않은가! 조만간 내부자의 협력이 있을 것이라고 들었는데···.

타깃이 독방에 있는데다, 이곳 서울구치소에 전직 대통령을 비롯하여 전 정권 고관대작(高官大爵) 적폐들은 물론 경제계 거물(소위 범털)들도 가득 차 있다.

전반적인 보안상황이나 감시 강도가 장난이 아닌 것이···. 근접작업은 물론 관찰조차 할 수 없지 않은가!

독방 수감자들은 운동시간마저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어서 사고를 가장한 살해도 어려운 실정일 테고. 구치소 내에서는 같은 죄인이면서도 약간의 이동의 자유가 허락된 도우미 역할을 하는 일명 ‘사소’가 있다.

비록 이들을 매수하여 활용한다 해도 타깃에게 접근해 임무를 완수하는 건, 어려울지 싶다.

그럼에도 어머니로부터 온 편지는 암호로 온통 독촉하고 압박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으니···.

난 일단 포기하지 않고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서 다양한 처리방식을 준비했었다. 감방 동료들에게 각자 내가 정해준 약을 구치소 측에 신청케 한다. 규정상 수감자들은 교도관이 보는 앞에서 약을 복용해야 하므로 모아두기가 어렵더라.


하지만 일부 죄수들은 약을 삼키지 않고 입안에 저장하는 것쯤은 일도 아닐 터.

이런 식으로 약을 모아 내가 필요한 약으로 다시 제조할 계획이었다.

아니면 독방에 수감된 타깃에 대해 부상을 입히거나 질병에 걸리게 한 후, 환자들만 특별 수용하는 병동(病棟)으로 옮겨 오면, 다른 공작원들로 하여금 처리하는 방식도 고민했었다.


그러나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대한민국 구치소에서는 독방에 있는 공안사범을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할리우드 암살영화에서는 고립된 섬에 위치한 난공불락의 교도소에서 그리도 쉽게 일을 끝내던데···. 이곳 현실은 만만치 않더라.


소위 말하는 빵에 들어오기는 쉬운 편이겠으나, 임무 완수 후 무사귀환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이런 ‘미션 임파서블’에 나를 단독으로 투입시킨 배경에는 결국 버리는 카드로 생각하는 게 아니겠는가? 우리 식구들은 이번 작전명을 ‘왕(king)의 귀환’으로 정했다.

원래 그분은 세상 밖이 아닌 음부에 계셨으므로 그리로 다시 모셔온다는 의미일 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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