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언데드 헌터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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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법사
작품등록일 :
2021.12.15 10:01
최근연재일 :
2022.01.25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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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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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18) 상위 길드도 깜짝 놀랐다! 그만이 할 수 있는 놀라운 스킬!

DUMMY

협상 제안.

보통 협상이라는 건 뭔가 분쟁이 있던 중에 조정 혹은 화해하기 위함이다.

그렇다는 건, 승룡 길드 쪽에서는 지금 나와 화해를 하고 싶다는 것일 터.


다만, 그 협상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왜냐하면, 저쪽은 ‘큰 길드’이고, 이쪽은 ‘개인’이니까.

보통이라면 길드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갑자기 이런 제안을 해오니, 이상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요?”

“글쎄. 지금 이건 함정이 아닐까 싶은데 말입니다.”


아우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보통 이렇게 협상을 빙자해서 뒤에서 기습하려는 일은 인간 세상에서 종종 있는 일이니까.

다만, 그럼에도 나는 선택한다.


“협상엔 나가도록 하지.”

“네? 나간다고요?”

“형님, 위험합니다. 그쪽에서 어떤 짓을 할지 알 수 없습니다.”


위험성은 있다.

다만, 그에 더해서 얻을 것도 있다.


“뭘 할지 알 수 없겠지. 그건 그쪽이 어떤 생각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까.”

“그렇다는 건?”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고 하지. 드래곤을 잡으려면 드래곤 레어로 들어가야 하고 말이야. 그러니, 그들을 잡으려면 그들의 생각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

“굳이 괴물의 입 안에 머리를 들이밀어 넣어야 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아니. 그렇지 않아. 직접 대면하지 않으면 얻지 못할 것도 있기 마련이지. 이건 꼭 필요한 일이야.”


내 설득에, 결국 아우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가 어떻게 큰형님을 이길까요? 어쩔 수 없지요. 가죠! 협상!”

“다만, 형님이 어떻게 되는 건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저희도 가겠습니다.”


참으로 걱정 많은 아우들이다.

이런 녀석들이니, 내가 아우로 삼은 것이지.

눈 속에서도 타오르는 화톳불처럼 마음이 따뜻한 녀석들.


“그래, 같이 가자. 너희들이 옆에 있으면, 더욱 든든할 테니까!”


* * *


마을의 밤. 모두가 잠든 시각.

그 시간의 뒷골목.

나는 그곳에 서 있다.


“좋아. 아무도 없는 건 확인했고.”


내 주머니 안으로 ‘의지’를 보낸다.

그러자, 그 안에 숨어 있던 동물들이 슬금슬금 모습을 드러낸다.


첫째는 유령마 베헤모스.

<은밀>과 <유령화>의 능력. 그리고 레벨 업에 따라 <실체화>와 베헤모스가 원래 가지고 있던 <저돌>도 얻게 되었다.


“푸륵, 푸륵.”


실체화된 유령마는 크기가 코끼리만큼 컸지만, 나에게 얼굴 들이대는 모습은 몸집과는 달리 귀여운 짓을 잘하는 애완동물 그 자체다.

그 커다란 눈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 준다.


둘째는 할로우 스네이크 흑리사.

<유령화>와 <부식>의 능력을 지녔고, 레벨업에 따라 <실체화>와 <사안(蛇眼)>, <인언(人言)>이라는 특이한 능력이 추가되었다.


“스스스”


사람 키만큼 몸을 세우고 있는 그 검은 뱀은 혀를 날름거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다가가고 싶지만, 부끄러움에 눈치만 보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너도 이리 와.”


그 말에 검은 뱀이 내가 내민 오른손에 감긴다.

만져지는 것보다는 내 팔을 감고 있는 것에 더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


그 두 언데드 동물의 모습은 이전보다 훨씬 ‘살아있는 것’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

이렇게 된 건, 레벨 업과 함께 얻은 <더 높은 시작점 III>과 이로 인해 얻은 지성 덕분일 거다.


지금 이 정도만 해도 확실히 동물과 같은데, 이보다 더 레벨이 높아지면 어떻게 되는 걸까?

어쩌면 사람과 같은 뭔가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좋아, 너희 둘을 부른 이유는 알고 있겠지?”


내가 말하지 않아도, <원격 명령>의 스킬을 통해서 그들은 내가 바라는 걸 모두 이해하고 있다.


“푸륵, 푸륵”

“시시시”


고개를 끄덕인 그들은 스르륵 공기 중에 투명해지며 사라진다.

이들은 이제 마을 곳곳을 돌며 정보를 수집할 거다.

그와 함께, 도플갱어들의 움직임도 확인할 거다.


“너희들이 뭘 생각하고, 뭘 원하고 있는지 모조리 찾아내어 주마.”


그들은 나를 자신의 손바닥 위에 있는 듯이 맘대로 하고 있지만, 이제부터는 아닐 거야.

이제, 그들이야말로 내 손바닥 위의 극장에서 움직이는 줄 달린 인형과 같은 존재가 될 테니까!


* * *


약속한 날이 되었다.

나와 아우들은 협상장으로 지정된 곳으로 향한다.

마을에서 가장 큰 식당. 그곳이 바로 협상장이다.


식당이 협상장으로 지정된 건 ‘암살의 위협’을 조금이나마 줄여보려 한 것일 터다.

이렇게 탁 트인 다른 사람도 많은 곳에서 암살을 저지르면, 누가 뭘 했는지 다른 사람도 알아버리니 말이다.


그게 일반적인 생각이지만, 도플갱어라는 괴물의 특성이 합쳐지면 그 장소의 의미는 달라진다.

도플갱어는 이간질과 선동, 암살등을 주 무기로 삼는 괴물.

‘다른 사람’이 있다는 이 장소의 특성은 도플갱어에게 ‘다른 사람’이라는 무기를 쥐여주는 것과 같은 일이다.


겉으로는 공정해 보이는 장소지만, 실제로는 어느 한쪽에 유리한 장소.

도플갱어라는 음흉한 마물에 걸맞은 곳이라 할 수 있다.


“예약 손님이십니까?”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직원이 물어온다.

그 물음에 고개를 끄덕여 응답한다.

직원이 나를 테이블로 안내한다.


안내에 따라 이동하면서 식당 내의 손님들을 바라본다.

그들 가운데 도플갱어로 확인된 이들이 내 눈에 들어온다.


좌측 테이블에 둘. 우측 테이블에 셋.

이 식당 내부에 있는 이들까지 총합계 여덟.


그들이 도플갱어라는 건 어제 동물 유령들을 탐색하게 하여 알아낸 거다.

도플갱어는 어둠의 괴물.

밤에 좀 더 활발하게 움직이는 이 녀석들은 정보 공유를 위해 어두컴컴한 곳에 모여든다.

그곳을 관찰하며 추적하면 누가 도플갱어인지 확인이 되는 거다.


“형님. 식당 내 사람들이 모두 우리를 바라보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식당 안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걸, 아우들은 ‘감’으로 알아차렸다.

모두가 평소처럼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은근히 쏠리는 시선이 그 ‘감’을 자극하는 거다.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적일 수 있다고 생각해라. 도플갱어가 어디에서 나타날지는 알 수 없으니까.”

“알겠습니다요, 큰형님.”


안으로 들어가 어느 테이블에 이른다.

그 테이블에는 이미 한 사람이 앉아 있다.


“어서오시오. 내가 승룡 길드의 첫째, 심도룡이오.”


이전에 보았던 승룡 길드의 둘째, 심정룡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인상은 전혀 다른 이가 나에게 악수를 청해온다.


그는 도플갱어일까 아닐까.

다른 놈들은 거의 다 확인했지만, 이 자가 도플갱어인지 아닌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만약 심도룡이 도플갱어라면, 이 협상은 완벽한 함정이다.

주변에 있을 여러 도플갱어와 함께 나를 암살할 함정.


하지만, 도플갱어가 아니라면, 그는 ‘다른 일’을 위한 제물일 가능성이 크다.

과연 어떤 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처음 보는군. 반가워.”


심도룡과 악수를 나눈다.

그와 동시에 심도룡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진다.

그래, 나의 ‘메시지’를 받은 모양이지.

지금 심도룡의 몸 안에는 나의 뱀, ‘할로우 스네이크’가 유령화하여 들어가 있다.

그 녀석이 나의 명령에 따라 <인언>의 스킬로 나의 말을 직접 전달할 것이다.


물론, 그 말은 바깥으로는 들리지 않는다.

소리의 크기는 거리가 가까울수록 거리의 제곱만큼 커지고, 멀수록 거리의 제곱만큼 작아지니까.

할로우 스네이크와 심도룡의 고막 간 거리를 1이라 한다면, 다른 자와 심도룡의 고막 간 거리는 1,000이상.

즉, 할로우 스네이크의 목소리는 다른 사람에 비해 1,000,000배 작아도 다른 사람과 똑같이 들린다는 소리다.

그렇다는 건, 1,000,000배 작게 말해도 된다는 것이니,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으면서 그에게만 들리는 말이 가능해진다.


“그럼 앉으시지요.”


심도룡은 ‘내가 지시한 말’에 따라 태연한 표정으로 나와 함께 자리에 앉는다.

나와 심도룡은 할로우 스네이크의 말과 심도룡의 행동으로 대화를 하고 있지만, 아무런 말을 안 하고 있으면 다른 도플갱어들이 의심할 터.

그러니 겉으로도 대화를 개시한다.


“협상하겠다고? 무슨 협상을 하겠다고 나를 불렀지?”

“이후에 일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불렀습니다. 그 전에 하나 물을 게 있는데, 답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어떤 걸?”

“이 마을에 오자마자, 살인 사건에 휘말리셨다는데, 그에 관해 묻고 싶군요.”

“살인 사건? 그건 내가 묻고 싶은 건데 말이지. 이 마을에 오기 전에 어느 마을에서 일이 있었는데 말이야. 거기서 너희 길드 사람을 봤거든. 그놈이 왜 거기 있었는지가 더 궁금한데?”


마을에서 사하긴의 알로 사람들을 몰살하려던 자의 일을 꺼낸다.

그러자, 주변 분위기가 점점 더 냉랭해져 간다.

그 사건이 나오자, 초조해진 듯한 심도룡이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드린다.


“정갈록을 말하는 겁니까?”

“그런 이름이었나?”

“그게 그 일과 무슨 상관이라는 겁니까?”

“정갈록을 죽였을 때, 정갈록이 마물로 변했다. 그리고 그 마물이 이 동네에도 나타났지. 그럼 의심할 만하지 않나?”

“마물이라니! 설마, 우리 길드에 마물이 있다고 의심하는 겁니까!”


심도룡이 주먹으로 테이블을 치며 일어선다.

그런 심도룡의 행동을 주변 부하들이 부추긴다.


“도련님, 이런 건 더 참을 수 없습니다.”

“검을 뽑읍시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도 나는 차분하다.

그들의 행동과 의도가 슬슬 보이기 시작한다.

왼쪽 다리를 들어 올려 꼬면서, 심도룡에게 말한다.


“이런 짓을 해 놓고 협상을 하겠다는 생각은 참 대단해. 마치 나보고 당하기만 하고 보복은 하지 말아 달라고 하는 것 아닌가?”

“그럼, 당신이 바라는 대가는 뭡니까?”

“대가? 그거야.”


심도룡과 내 눈이 서로 마주 본다.

그와 함께, 나는 그 대가를 말한다.


“네 길드, 그 전부.”

“뭐라고? 이 자식이!”


심도룡의 주변에서 경호하고 있던 부하들이 모두 일어서서 나에게 향한다.

그 순간, 옆 테이블에 있던 한 사람이 일어선다.

옷에서 나온 그자의 손에 단검이 들려있다.


“심도룡! 우리 길드를 엉망으로 만든 대가를 받아라!”


달려오는 그자를 본 심도룡의 눈이 커진다.

심도룡이 곧바로 검을 뽑아 든다.

기습적으로 달려온 그자의 단검을 심도룡의 검이 가까스로 쳐낸다.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그대로 찔렸을 검이었다.


단검이 땅에 떨어진다.

그 순간, 그자가 품에서 주먹만 한 뭔가를 던진다.


“칫! 실패라니! 아서스 씨, 뒤를 부탁합니다!”


연막탄이다.

그 연막탄에서 나온 연기가 주변을 가득 메운다.

연막 속에서 소리치는 수없이 많은 말들이 들린다.


“아서스! 더러운 놈답게 협상을 깼구나!”

“이 건방진 자식! 반드시 죽여버리겠어!”


그런 그들의 말을 들으며 나는 피식 웃는다.

이 모든 게 웃기기 짝이 없는 연극으로 느껴진다.


“아우들아, 있느냐?”

“예, 형님.”

“이 허접한 연극은 그들끼리 하라 하고, 우리는 빠져나가자 꾸나.”


* * *


자욱한 연막의 속.

그 안에 있던 심도룡은 조금 전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협상을 위해 불렀던 그.

그가 테이블로 다가오자, 심도룡의 귀에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목소리는 너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다. 다른 사람에게 알릴만한 행동을 하지 마라. 그런 행동을 하면, 나는 곧장 이곳에서 나갈 거니까.”


심도룡은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표정 관리를 했다.

그 이후로 나온 이야기는 참으로 놀라웠다.


“이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은 도플갱어에 의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너는 그 범인이 도플갱어에 의한 것이었음을 들었는가?”


도플갱어. 사람을 흉내 내는 괴물.

과거에 존재했으나, 지금 아카데미의 학원장으로 있는 왕륜창에 의해 사라졌다는 괴물이다.

인간을 흉내 내며, 사회를 혼란하게 만든다는 괴물.

그 괴물의 이름이 어찌하여 여기서 나온단 말인가?


“듣지 못했다면, 내가 너희 길드에 관한 말을 할 때, 초조한 척하면서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려라.”


그는 정확하게 초조할 만한 반응이 나올 말을 유도했고, 심도룡은 테이블을 두드렸다.

그러자, 그의 말이 이어졌다.


“그렇군. 넌 지금 정보를 통제받고 있다. 그것도 가장 측근인 부하에게 말이지. 그럴 수 있다. 네가 ‘정갈록’이라 말한 자도 도플갱어였으니까. 그 정도로 네 길드에 도플갱어가 숨어 있다는 거겠지.”


정보를 통제받고 있다.

그 말에 심도룡은 등에서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충격받았다.

측근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길드 내에서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것과 같기 때문이었다.


심도룡은 주변의 부하들을 보았다.

그 부하들의 행동이 하나하나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갑자기 끊어진 정갈록과의 연락, 과도할 정도로 ‘아서스’에 관해 적게 들어오는 정보.

그걸 떠올리자, 이제야 자신의 마음속에 있던 왠지 모를 듯한 답답함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왜 이렇게 초조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


“나는 그 도플갱어들을 조사했다. 지금 이 식당 내에 있는 자들 중 누가 도플갱어인지도 알고 있지. 정말 알고 싶다면, 내가 화나게 할 만한 소리를 할 때, 테이블로 주먹을 내리치며 일어서라.”


그 말에 따라 심도룡은 그렇게 했다.

행동은 ‘겉으로 이야기되는 말’과 잘 어우러졌기에,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이중으로 이루어지는 대화는 아직 들키지 않았다.


“왼쪽에 둘, 오른쪽에 셋, 이 테이블의 옆에 하나, 뒤에 하나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위험한 건.”


그가 왼쪽 다리를 오른쪽 다리 위에 올리며 꼬았다.

왼쪽 다리의 끝이 까딱거리며 한 사람을 지시한다.


“저자로군.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단검을 챙겼다. 아마도 혼란한 틈을 타서 나 혹은 너 둘 중 하나를 암살하려는 속셈이겠지. 그러니 조심해라.”


심도룡은 시선은 앞으로 하면서 신경으로는 그가 가리킨 옆을 경계했다.

그의 말은 진짜였다.

암살자가 그쪽에서 달려와 심도룡을 찌르려 한 것이다.


그 암살은 날카로웠다.

만약 그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그 단검에 찔렸을 거라고 심도룡은 확신했다.


암살자가 던진 연막탄이 터지고, 식당 안에 연기가 자욱해졌다.

그 연기 속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지막으로 제안 하나 하지. 네 목숨과 네 길드 전부를 바쳐서라도 부하들을 구할 생각이 있는가? 있다면, 이 가짜 인간들의 세상을 끝낼 방법을 알려주마. 그 답변은 ‘네가 이곳에서 살아나갈 생각이 있는가없는가’로 듣겠다.”


그 말을 끝으로, 연기가 점점 사라진다.

이곳에서 살아나갈 방법.

그건, ‘그’와 싸워 사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바로, ‘도플갱어’에게서 살아나갈 방법을 말하는 거다.

심도룡은 그 방법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연기가 사라진 그곳에서 단검을 주워든 부하가 소리친다.


“이, 이건 청연 길드의 문양! 단검에 청연 길드의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자가 청연 길드에 이를 알려 암살을 사주한 게 틀림없습니다!”


부하들 속에 숨어든 괴물들.

그리고 지금의 암살.

그건 분명 도플갱어들이 심도룡을 ‘전쟁의 불씨’로 삼으려 했던 증거다.


이 상황에서, 이도저도 아니게 무마한다면, 그들은 다시 심도룡을 죽여 전쟁의 명분으로 만들려 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 상황에서 심도룡이 살 방법은 단 하나였다.


“그가 이렇게 도발해 왔으니, 이제 참을 수 없다. 내 계파에 속한 길드원 전원을 소집하라! 그와의 싸움을 준비한다.”


* * *


식당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이르렀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광장과 같은 곳.

승룡 길드는 거기까지 쫓아오지는 않았다.


“형님, 승룡 길드와 전면전을 하게 생겼으니, 이제 어떻게 합니까?”


둘째는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는 듯이 걱정하는 말을 했다.

‘겉’만 보기에는 역시 승룡 길드와의 싸움이 시작되기 직전일 터다.

하지만, ‘속’은 아니겠지.


“괜찮아. 싸움은 벌어지지 않아.”

“벌어지지 않는다고요?”

“그래. 내가 그 협상에 응한 목적이 뭐였지?”

“승룡 길드의 상황을 보고, 그 의도를 떠보기 위함이었죠.”

“그렇지. 지금의 것을 보면, 적어도 승룡 길드의 첫째라는 자는 싸울 생각은 없어.”

“네? 그걸 어떻게 압니까?”


아우들이 의아해하며 물어온다.

나는 스윽 주변을 바라보며 도플갱어가 있는가 확인한다.

주변에 도플갱어는 없는 것 같으니, 천천히 걸으며 말한다.


“싸우려면 이유가 있어야 하지. 하지만, 승룡 길드의 첫째에게는 이유가 없어.”

“이유가 없다니요? 협상 중에 화를 내는 이들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그리고 그들은 도플갱어였지.”

“도플갱어요? 어떻게 아시는데요?”

“그들의 행동과 말을 봐라. 심도룡은 싸울 의도가 없어 보였지만, 그 주변에 있던 이들은 틈만 나면 싸움을 부추기는 행동을 보였지. 부하와 수장의 괴리감. 뭔가 이상하지 않나?”

“아, 그럼 그 차이가!”


이제야 좀 알아먹는 것 같구만.

내 아우들은 싸움도 잘하고 말도 잘하지만, 머리를 쓰는 건 좀 부족한 것 같아.

될 수 있으면, 이런 모략이나 계략과 같은 걸 겪고 공부하게 해주고 싶지만, 그럴 시간이 별로 없다.


“거기에, ‘다른 계파’의 일임에도 그렇게 화를 낸다는 건, 너무 이상한 상황인 거야.”

“애초에 싸울 생각이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아니, 그러면 처음부터 ‘협상’을 하려 하지 않았겠지. 협상은 평화를 전제로 하는 거니까, 일을 저지르더라도 상대방이 중간에 도망가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평화를 위하는 척은 해줘야 해. 그리고 거기서 심도룡이 도플갱어가 아닌 두 번째 이유가 나오지.”

“두 번째 이유요?”

“그래. 그건 바로.”

“바로?”

“암살 시도를 내가 아닌 그쪽에 당했다는 거다.”


협상장에서의 암살 시도.

그 암살 시도가 심도룡에게 향할거라고는 나도 생각지 못했다.

아주 약간의 가능성은 생각했지만, 99대 1의 확률로 나에게 오지 않을까 했던 거다.


“둘째야, 네가 보기에 그 암살 시도는 ‘진짜’인 것 같았나, 아니면 가짜인 것 같았나?”

“진짜인 것 같았습니다. 찔러오는 기술이 군더더기 없이 날카로웠습니다.”

“그렇지? 그건 ‘진짜’였어. 그렇다는 건, 도플갱어들이 심도룡을 진짜 죽이려 했던 거지.”

“설마 자기들끼리 죽이려 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 가능성은 없어. 도플갱어라는 괴물은 남을 위해 희생한다는 그런 이타심은 없는 놈이니까. 그건, 너희들도 이전 마을에서 보지 않았나?”


사람의 희생이라는 걸 생각지도 않고 벌였던 사하긴의 알 사건.

그걸 떠올린 아우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러면, 심도룡이 도플갱어에게 조종당할 가능성은요?”

“심도룡은 이미 부하가 도플갱어일 가능성을 생각해 두고 움직이고 있어. 지금 이렇게까지 쫓아오지 않는 걸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물론, 그 생각은 유령 동물들을 통해서 알아낸 것이지만, 그걸 아우들에게 말해줄 수는 없다.

제대로 된 사실을 알려주는 건, 조금 뒤.

적어도 왕륜창은 제거한 뒤가 되어야 한다.


“형님의 생각을 모두 이해했습니다. 그럼 가장 중요한 건...”

“도플갱어의 제거지. 최대한 빨리 제거해야 해. 심도룡이 부하들을 ‘준비’ 타령하며 묶어둘 수 있는 기한은 하루도 되지 않은 거니까.”

“그럼 그 전에 도플갱어를 제거할 방법은 있어요?”

“있지. 다만, 중요한 게 부족해.”


필요한 단 한 가지.

그건 이 마을에 들어온 뒤 금방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거였다.

하지만, 아무리 의뢰를 받아도, 아직, 정보가 들어오지 않았다.


“분명, 이때쯤이면 뭔가의 의뢰가 나올 때가 되었는데 말이야.”


그때, 광장을 지나던 마을 사람 중 한 사람이 나에게 다가왔다.


“어? 헌터 님 아니십니까?”

“맞다. 무슨 일이지?”

“그게, 의뢰할 게 있어서 왔습니다. 괴물들이 나타나서 안개를 만들며 서리를 해대서 말입니다.”


그 말을 듣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드디어, ‘사소하기 짝이 없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매우 중요한’ 의뢰가 도착했다.


“빙고. 이 의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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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1) 희망이 절망을 이겨낼 때. 22.01.24 61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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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29) 절망과 희망이 끝없이 교차할 때. 22.01.22 79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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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0) 감동과 경이! 길드가 내 앞에 무릎꿇다! +1 22.01.12 119 2 15쪽
24 (19) 제대로 열받은 헌터! 미세먼지 토끼를 통째로 박살? 22.01.11 117 2 17쪽
» (18) 상위 길드도 깜짝 놀랐다! 그만이 할 수 있는 놀라운 스킬! +1 22.01.10 134 4 20쪽
22 (17) 탐정 놀이에도 몽둥이가 필요한 법. +1 22.01.09 141 4 18쪽
21 (16) 그들의 진짜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되는 거야! +1 22.01.08 147 2 14쪽
20 (15) 화려한 불쑈! 끝까지 보여드리겠습니다! 22.01.07 150 2 12쪽
19 (14) 이래서 이길 수 없는 건가! 그들이 이길 수 없는 과학적 이유! 22.01.06 151 2 17쪽
18 (13) 폭주족을 따라가 도착한 마을에서 횟집 차린 썰 22.01.05 166 2 14쪽
17 (12) 사람을 찾으면 닌자가 나타나 모두를 쓰러뜨린다! 22.01.04 185 2 16쪽
16 (11) 이봐! S랭크! 작은 언데드 킹의 무서운 맛을 보여주마! 22.01.03 211 2 17쪽
15 (10) 그녀의, 그녀를 위한, 그녀에 것. 22.01.02 215 2 16쪽
14 (9) 지하에 박힌 고척돔에서 야구는 안하고 싸움만 해 22.01.01 210 2 15쪽
13 (8) 길드에 들어갔더니 내 검이 고대 유물? 21.12.31 245 2 15쪽
12 (7) 충격! 배신자가 벌벌 떨고 여자가 부러워하는 헌터? 21.12.30 282 4 12쪽
11 (6) 이 던전은 초보자 던전입니다. (※ 구라임) - 4 21.12.29 252 4 17쪽
10 (6) 이 던전은 초보자 던전입니다. (※ 구라임) - 3 21.12.28 260 4 14쪽
9 (6) 이 던전은 초보자 던전입니다. (※ 구라임) - 2 21.12.27 274 4 12쪽
8 (6) 이 던전은 초보자 던전입니다. (※ 구라임) 21.12.26 305 4 14쪽
7 (5) 술과 함께 의형제를 맺었더니 하루가 삭제된 건. +1 21.12.25 355 5 19쪽
6 (4) 첫 수업에 들어갔더니 교관이...말대꾸? +1 21.12.24 392 5 13쪽
5 (3) 입학 시험 역대 최강 괴수가 허접 헌터들에게 쓰러진다고요? - 2 +1 21.12.23 477 5 16쪽
4 (3) 입학 시험 역대 최강 괴수가 허접 헌터들에게 쓰러진다고요? +1 21.12.22 584 9 15쪽
3 (2) 베헤모스의 대가리가 깨지면 벌어지는 일 - 2 +1 21.12.21 823 21 15쪽
2 (2) 베헤모스의 대가리가 깨지면 벌어지는 일 +4 21.12.20 1,287 23 18쪽
1 (1) 배신당해 잠들었더니 도봉구의 언데드 왕이 되어버렸다 +12 21.12.20 1,815 46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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