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언데드 헌터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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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법사
작품등록일 :
2021.12.15 10:01
최근연재일 :
2022.01.25 19:3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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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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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22) 숨이 꺼져가는 자의 눈 앞에 붉은 이빨이 달린다.

DUMMY

“그 옛날부터 인간의 공포, 혼돈의 마물이었던 우리가, 왜 이렇게 된 것인가.”


과거 극장으로 쓰이던 둥근 지붕의 건물 안.

이제는 그 어떤 조명조차도 비추지 않는 무대 위에 수십의 그림자들이 서 있다.


“우리의 굴욕, 그건 ‘상자의 도구’에 지배당했기에 생겨난 것.”

“우리는 다시는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자유를 얻기 위해.”

“이제 그 자유를 얻을 때가 다가오리라.”


모든 그림자는 서로의 손을 연결하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했다.

그들은 제각각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사는 이들이지만, 이때만큼은 그들은 하나와 같았다.


“아서스에게서 동족의 죽음을 딛고 얻은 하나. 저 먼 동쪽에서 얻은 하나. 남쪽의 큰 섬에서 얻은 하나. 이제 남은 건 둘. 그 둘만 얻으면, 우리는 자유가 될 수 있다.”


원형의 그 극장 바닥에서 붉은색의 선이 그어진다.

외곽의 가장 큰 원을 시작으로 안을 향해 복잡한 구조가 그려진다.

피같이 붉은 선이 그린 어지러운 선 안에 남은 작은 원이 다섯.

그 다섯 중에 셋의 위에는 도구들이 올려져 있다.

그 마법 도구들 모두 ‘아티팩트’라 불리는 강력한 힘을 가진 마법 도구들이다.


“이제 남은 둘. 그 둘을 인간들이 만들어낸 혼란 속에서 입수해야 한다.”

“수많은 인간의 탐욕이 느껴진다. 수많은 강자가 목표를 노리며 움직인다.”

“허나, 위험한 건 단 하나. 인간을 속이는 우리마저 농락한 그, ‘아서스’뿐.”


마법의 진이 점점 붉게 변하며 붉은 선을 만들어낸다.

그 선이 혈관처럼 그림자들의 몸을 타고 올라온다.

두근거리는 그 붉은 선이 그림자들에게 힘을 공급한다.


“다른 이들은 모두 어리석은 이들 뿐이니, 그들에게서 얻어낼 것이니라.”

“우리를 위한 자유의 열쇠를.”


붉은 선이 점점 모이는 끝에, 그곳에는 단 하나의 그림자만이 남게 되었다.

어떠한 빛도 없음에도, 수십 갈래의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하나의 검은 기둥.

그 검은 기둥이 움직인다.


“우리를 구속한 족쇄를 풀어 내리라!”


인간의 아귀 소굴로 시작된 쟁탈전.

그 판도를 바꿀 하나의 괴물이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 * *


==========


<진화> 미션 성공!

- 경험치 10 획득!


==========


식당 안에 있는 이들을 모두 처리하기까지 걸린 시간 3초.

미션은 성공했지만, 만족감은 들지 않는다.

10이라는 경험치는 ‘옛다 가져라’ 수준의 것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너무 쉬웠군.”


진화 미션의 경험치는 나와 상대방의 상대적 강함과 내가 건 조건의 난이도로 결정된다고 알고 있다.

그 상황에 나와 아우들은 너무 강했으며, 식당 안에 있던 이들은 너무 약했다.

내가 별로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내 아우들만으로도 다 쓸어버릴 만큼 말이다.


“몸이 정말 가벼운 것 같습니다, 형님.”

“근데, 우리 정말 대단한 거 아니오? 다 쓰러뜨려 놓고 보니까, 허리춤에 C급 헌터 인장이 있던 사람도 있던데, 그런 사람도 손쉽게 해치워 버리다니! 강해졌지만, 이렇게나 강해졌을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힘 자랑하는 아우들을 보니, 절로 미소가 나온다.

그들의 힘은 이제, 과거에 보았던 A급 헌터, 김봉덕의 수준은 되는 걸까.

꽤 강해지긴 했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적어도 이 세상에서 영웅이라 칭하는 그 배신자들의 검을 한 번쯤은 막을 수 있어야 해.

그래야, 죽지 않을 테니까.


“가자. 이런 곳에서 시간 쓸 여유는 없다.”

“예, 형님!”


숙소의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왔다.

마을의 모습은 고요했다.

사람의 인기척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먼지가 섞인 바람만 균열이 간 도로 위를 스쳐 지나갈 뿐이다.


“너무, 조용하군요. 큰형님.”

“마치 폐허가 된 도시 같습니다.”


이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그런 도시를 많이 보게 된다.

사람도 없이 그저 부서진 건물들만 가득한 도시를 말이다.

지금의 마을 풍경은 그런 도시에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인기척이 없는 마을.

그런 사라진 인기척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터.

그 이유를 확인하려고 앞으로 나와본다.


저 멀리 건물 너머에서 보랏빛의 연기가 스믈스믈 밀려 들어오는 게 보인다.

매우, 불길해 보이는 연기다.


“아우들아, 모두 숙소 안으로 들어가 있어라. 창문과 문을 모두 닫고 있으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거다.”

“하지만, 형님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나는, 아마도 괜찮을 거야.”

“형님만 두고 갈 수는 없습니다.”

“들어, 가라!”


강하게 그들에게 의사를 내비친다.

아우들의 눈이 나를 처음 보는 듯이 바라본다.

그만큼 지금의 모습은 보인 적 없는 것 일터.


“나는 너희들을 잃고 싶지 않다.”

“알겠습니다. 형님.”


결국 아우들은 터덜터덜 숙소로 들어간다.

그들을 이렇게 보내는 나도 기분이 좋지 않다.

뭔가 방법이 있다면, 그들을 데려갈 수 있으련만.


“씁쓸하군.”


아카데미에 들어온 이후, 꽤 오랫동안 아우들과 같이했기에, 다시 나 혼자가 되는 기분이 참 외롭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가야 할 길.

다가오는 보랏빛 구름의 벽을 향해 발을 내디딘다.


* * *


숙소로 들어온 두 의형제.

그들은 숙소에 들어오고 나서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정말, 이렇게 있어야 하는 걸까.”


둘째는 그리 생각하며, 탁자 옆 의자에 앉았다.

그런 둘째와는 달리, 막내는 주변을 돌아보고 있었다.


“둘째야, 뭐 하는 거냐?”

“뭐하긴요. 물건을 찾는 거죠.”

“물건? 무슨 물건을?”

“바깥으로 나가기 위한 물건 말이요. 이대로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나도 그리 생각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으냐. 바깥에 저렇게 독가스가 가득한데.”

“형님, 이 세상은 별의별 것이 다 생겨나는 세상이요. 어디서 뭔가가 나올지 알 수 없는 그런 세상. 그런 세상에서 당연히 뭐가 있을지는 모르는 것이잖아요?”


막내의 이상한 논리.

논리적인 것을 좋아하는 둘째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이지만, 그래도 그 마음속으로는 납득하고 싶은 무언가가 느껴진다.

그게 가능성이 없을지라도, 뭐라도 해보고 싶다는 그 마음이 움직인다.


“그래, 네 말이 맞아. 뭐가 있을지 모르는 거겠지. 나도 함께 찾겠어.”

“예! 열심히 찾아봅시다! 분명, 뭔가 있을 거예요!”


* * *


나는 온통 보라색으로 가득한 그곳을 걷는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보라색의 공기가 내 안으로 들어온다.

공기가 들어올 때 느껴지는 폐를 작은 바늘로 수없이 쑤시는 듯한 느낌.

그건 분명 내가 들이쉰 게 ‘독’이라는 걸 알려주는 거겠지.


그런 독을 들이쉬고도 나는 죽지 않는다.

다만, 지독한 고통에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뿐.

그런 고통 가운데서 누군가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인간을 버려라. 그리하면 고통은 사라질 것이다.”


나를 유혹하는 목소리.

분명 어디선가에서 들어본 듯한 목소리다.

어디서 들었을까.


그래, 그 동굴이다.

내가 일어났던 동굴.

거기서 들려왔던 소리다.


“사마신.”


나를 언데드 킹으로 만든 자.

그자가 나를 유혹하고 있다.


“네놈, 이제 와서 나에게 그런 소리를 하는 이유가 뭐냐.”

“그건, 네가 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지.”

“네 생각대로?”


역시, 그놈이 공짜로 나를 언데드 킹으로 만들었을 리 없다.

뭔가의 생각으로 만들었을 터.

그런 생각에 넘어갈 터냐!


반항이라면 자신 있다.

견디는 것도 자신 있다.

절대로 굴하지 않을 것이야!


“저항하지 말라. 네 몸을 보라. 이미 인간을 버리려 하는 네 몸을 보라.”


나의 팔을 바라본다.

팔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팔뿐만이 아니다.

온몸에서 검은 연기가 흘러나온다.

건물의 창문 유리를 통해 보이는 나의 모습은 두 개의 붉은 눈이 박힌 검은 연기와 같았다.


“그 모습이 바로 너의 ‘언데드 킹’으로서의 본 모습이다. 너는 인간이 아님을 항상 기억하라.”


지랄, 염병하지 마라.

누구 맘대로 뭐가 아님을 기억하라는 건가?

네놈의 명령 따위에 굴복할 수 없다.


“크으윽!”


내가 인간임을 계속해서 각인할 때마다 온몸에 고통이 치밀어 오른다.

공기 중의 독이 내 몸 안의 인간을 깎아내려는 것처럼 느낀다.


고통과 함께, 분노가 솟는다.

배신자에 대한 분노.

이 마을에서 쟁탈전이라 말하고, 살육전이라 부르는 짓을 벌인 자에 대한 분노.

그 짓에 동조하며 이 난장판을 벌이는 자에 대한 분노.

그 모든 분노가 끝에 달한다.


“크으으!”


분노를 발산해야 한다.

이 분노가 내 마음의 모든 걸 부수기 전에 내보내야 한다.

그 대상을 찾으려고 눈이 바쁘게 움직인다.


눈이 그 대상을 찾았다.

보랏빛 안개 속에 있는 인간들을 찾았다.

그 인간들을 보며, 마치 언데드처럼 말을 흘린다.


“죽인다, 인간, 죽인다!”


* * *


보랏빛 안개가 자욱한 그곳의 한 가운데,

거기에는 철제 공기통이 가득한 곳이 있다.

그 주변에서 공기통 위에 앉아 있는 이들이 있다.


주변이 온통 독성이 가득한 보랏빛 안개로 뒤덮였지만, 그들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그건 그들이 얼굴에 쓴 방독면 때문이었다.


“후후, 이제 이정도면 이 주변 지역에는 아무도 못 들어오겠지?”

“크크크, 이제 이 부근에 있는 아티팩트는 모두 우리의 것이야.”


낄낄거리며 웃고 있는 그들의 위로 방송이 흘러나왔다.


“첫 번째로 알릴 아티팩트의 위치 세 곳을 말하겠다. 하나는 바로 나에게 있다. 두 번째 아티팩트는 마을 서쪽의 도서관이라 적힌 건물. 그리고 세 번째는 동쪽에 솟아오른 큰 건물에 있다.”


안내 방송을 들은 그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그들이 ‘보랏빛 안개’로 차지한 구역 중 한 곳에 아티팩트가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좋아. 바로 뒤로군. 곧바로 찾은 뒤에, 우리의 구역을 더 넓혀 보자고!”


그들은 신나게 그 건물을 향해 달려갔다.

그런 그들의 앞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검은 연기로 둘러싸였으며, 붉은색의 눈을 가진 자가 말이었다.


“넌 누구지?”


그 말에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그의 분노를 상징하는 붉은 검을 뽑아 들며 그들에게 달려들 뿐이었다.


“크르르... 크아아!”


달려드는 그를 향해 그들은 각자의 무기를 뽑아 들며 대항하려 했다.

그런 그들의 앞에 검은 자의 검격이 휘몰아쳤다.


“<이상검> 1식 – 타이검!”


무식하고 거칠며 사나운 검격.

맹수가 발톱으로 찢어발기는 듯한 그 공격에 그들은 모두 바깥으로 튕겨 나갔다.


“크, 크아악!”

“커헉, 뭐, 뭐야? 저놈은 도대체 뭐야? 왜 이 안개 속에서도 살아서 돌아다니는 거야?”

“하는 짓거리를 봐서는 미친놈이 틀림없다. 한 명이 유인하고 나머지는 안으로 돌입해! 아티팩트만 얻으면 상황은 역전할 수 있어!”

“그, 그렇지만 누가?”

“네가 가라. 네가 가서 유인해!”

“시, 싫어! 저런 놈에게 유인은커녕 죽을 거야!”

“나에게 죽을래, 아니면 내 명령에 따를래? 빨리 가서 유인하라고!”


그들 중 가장 강한 자의 윽박에 결국 한 사람이 앞으로 나선다.


“야, 야! 나, 나에게 오지 마! 저, 저 멀리 가란 말이야!”


유인이 임무긴 하지만, 강한 두려움에 말이 헛나온다.

하지만, 말과는 달리, 그자는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으, 으아아! 제, 젠장!”


유인을 맡은 자는 필사적으로 달렸고, 검은 그자는 그 뒤를 쫓았다.

이제, 건물 앞은 아무도 없게 되었다.

그걸 본 가장 강한 자가 다른 이들에게 지시한다.


“들어가자! 최대한 빨리 아티팩트를 얻어야 해! 다른 놈들이 오기 전에!”


그들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바깥에서 비명이 들린다.

유인하던 자가 결국 그자에게 잡힌 것이다.


“으아아아아아악!”


그들은 그 비명에 얼굴을 찌푸렸지만, 이내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죽은 자의 모습 따위, 확인해봐야 시간 낭비라는 걸 그들은 알고 있었다.


달려가던 그들은 뒤에서 굉음을 들었다.

유인하던 자를 처치한 그 검은 안개 인간이 그들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젠장, 마법사, 감지는 안 되냐?”

“하고는 있어. 곧, 곧 확인이 될 거야!”

“너무 늦어! 너희 셋, 저놈을 막아라!”

“뭐? 미친 거 아냐? 저런 걸 막다가는 죽을 거라고!”

“길게 막을 필요는 없어. 단 5분만 막아!”


무기를 들고 협박하는 그자에게 대항할 수는 없었다.

그들 셋은 아티팩트가 최대한 빨리 찾아지기를 바라며 검은 안개 인간과 전투를 시작했다.


“젠장, 이판사판이다!”


돌격하는 소리와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를 뒤로 하며, 가장 강한 자는 계속 앞으로 달렸다.

동료를 모두 보낸 지금, 이제 남은 자는 그와 마법사뿐이었다.


“어디야, 어딘지 빨리 말해!”

“저, 저기! 저기서 마나가 느껴져!”


마법사가 가리킨 그곳.

반쯤 무너진 기둥의 위에 반짝이는 뭔가가 보였다.


“찾았다!”


그자는 기둥 위를 향해 달렸다.

그때, 검은 기운이 일렁이는 자가 가까이 다가왔다.


“젠장, 네가 막아!”

“뭐, 뭣?”


마법사가 검은 기운을 가진 자에게 던져졌다.

약간의 마법 말고는 전투 능력이 전혀 없던 마법사.

그랬기에, 순식간에 검은 자에게 썰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 덕분에 번 아주 짧은 시간이 그자에게 아티팩트를 얻도록 해주었다.


“드디어 얻었다! 짐승 이빨의 너클을!”


승룡 길드의 상징 중 하나인 짐승 이빨의 너클.

마치 맹수의 얼굴처럼 생긴 그 너클을 손에 끼운 그자는 검은 기운으로 일렁이는 자를 바라본다.


“이제, 넌 죽었어!”


* * *


내 정신이 분노에 잠식된 지 얼마나 지났던가.

가쁜 숨과 함께 아래를 보자, 붉은 피가 바닥에 떨어지는 게 보인다.


피와 함께 망울지며 몸을 훑어 내리는 끔찍한 고통.

온몸을 찢는 듯한 고통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고통이 나를 분노에서 깨웠다.


“허억, 허억.”


그래, 고통이란 내가 ‘살아있다’라는 증거.

살아있기 때문에, 나는 고통을 느낀다.

고통을 잊으면 나는 죽음에 잠겨 들겠지.


그 상태로 앞을 바라본다.

피로 인해 붉게 칠해진 시야의 너머로 어떤 사람이 보인다.

그가 내가 분노로 이성을 잃었던 동안 싸웠던 자인가.


“크크크, 대단해, 아주 대단해! 이렇게나 강할 줄이야! 이정도라면, 쟁탈전에서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길드에서 한자리해 먹을 수 있겠어!”


그 말을 들으며 상태를 살피니, 지금의 상황이 확실해졌다.

내 앞에 있는 자는 생생히 살아 있고, 나는 죽기 직전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또다시 ‘죽음’을 느끼기 직전이라는 거겠지.

여기서 한 번 더 죽음을 느끼면 어떻게 될까.

‘나’라는 존재는 과연 남을 수 있는 걸까.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지.”


그래, 사라질 수 없다.

아직 내가 해야 할 일은 끝없이 남아 있다.

복수도, 가르침도, 삶도, 해야 할 게 많은 내가 어찌 죽을 수 있겠는가.


“크흐흐, 아직도 서 있는 걸 보니, 너도 대단하구나. 네가 그 ‘아서스’라는 놈이라고 했나? 덕분에 이 내가 아티팩트 2개를 가질 수 있게 되었구나!”


너 따위에게 죽을까 보냐!

그런 건 절대로 용납하지 못한다.


검을 든다. 억지로 몸을 곧게 편다.

깨어나오는 정신과 함께, 분노가 다시 잠식하려 한다.

그런 분노를 어떻게든 떨쳐내고 검에 온 정신을 집중한다.


내 앞에 있는 자가 너클에 힘을 집중한다.

너클이 붉게 빛나며 나에게 내질러진다.


“죽어라, 아서스! 나의 미래를 위한 제물이 되어라!”


너클에서 나온 붉은 기운이 점점 크게 입을 벌린다.

그 입에는 거대한 이빨들이 가득 나와 나를 물어버리려 한다.

그게 바로 아티팩트 <짐승 이빨의 너클>의 힘, 「찢어발기는 괴물의 이빨」!


그 이빨이 다가오는 걸 보며, 생각한다.

과연 지금의 힘으로 저 이빨에 대항할 수 있을까?

나는 저 힘에 살아남을 수 있는 걸까?


그 괴로운 생각 끝에 검을 휘두르려 했다.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님!”


내 앞에 한 사람이 나타난다.

나의 의형제, 그 둘째가 나타나 붉은 이빨을 막아선다.


“하압! <백련대방창>!”


방어에 특화된 창술이 그 손에서 발휘된다.

제대로 막기에는 버거워 뒤로 밀렸지만, 그럼에도 단 한 순간 막아내었다.


“큰형님! 역시, 아티팩트가 있는 곳에 계셨군요! 방송 듣고 오길 정말 잘했어요!”


막내가 활을 쏘며 아티팩트를 가진 자를 견제한다.

덕분에 둘째와 내가 빠져나갈 시간이 벌렸다.


“너희들. 내가 괴물로 보이지 않는 거냐.”


지금의 내 모습은 분명 괴물의 형태일 터다.

끔찍한, 보는 사람을 두렵게 만드는 그런 괴물 말이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형님의 그 어떤 게 괴물이라는 겁니까? 형님은, 형님입니다.”

“몸에서 검은 연기가 풀풀 나오는 걸 보니, 뭘 태워 드신 거요? 맛있는 거 있으면 나눠 먹읍시다, 큰형님!”


그들은 내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나’라는 이유로 따라주는 이들인 거다.


나는 떠올렸다.

그들의 나를 향한 믿음을.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나와 함께 있어 줄 것이란 신뢰를.


“그래, 이 내가, 동생들 앞에서 추한 꼴을 보였구나.”


내 몸에 있던 검은 연기가 점점 사라진다.

몸에 있던 상처 또한 점점 아물어 간다.

나의 몸은 다시 인간의 그 몸으로 돌아간다.

지금의 나는 괴물이 아니다.

인간이자 그들의 큰형인 자, 아서스다!


“[나는 더는 고통을 겪지 않고, 저자를 해치우겠다!]”


계약의 말이 나의 몸을 감싼다.

그와 함께 검에 힘이 들어간다.

이 상태의 몸이라면, 더 강한 검술도 가능하리라.


“이 잔챙이 놈들! 저리 꺼져!”


아티팩트 소유자가 너클을 휘두르며 아우들을 밀쳐낸다.

그대로 나를 향해 달려오며, 끝을 내려 한다.


“이 한방으로 완전히 죽여주마! <적아(赤牙)>!”


그 너클에서 나온 기운이 거대한 입을 벌린다.

붉은 입의 끝과 끝이 바닥과 천장에 닿아 건물을 갈아버리며 다가온다.

그 입에 달린 이빨은 기둥과 같았고, 거기에 실린 기세는 산줄기를 장악한 거대한 대호(大虎)와 같았다.

인간 따위는 닿는 즉시 갈가리 찢긴 휴짓조각만도 못하게 될 기운.

그 기운의 앞에 내가 선다.


“<이상검> - 10식”


30년, 그리고도 몇 년 전.

검으로 첫 번째 깨달음을 얻었을 때 창안한 초식.

인간의 뜻이 깃든 검이라 하여, 나는 이렇게 불렀다.


“인이검(人異劍)”


수십, 수백의 잔영이 거대한 붉은 입을 지나간다.

잔영이 지날 때마다 붉은 입의 기운은 작은 조각으로 해체되어간다.

그 잔영이 지난 자리에 남는 건 오로지 이전과는 달라져 버린 잔해들뿐.

아무리 거대한 기세와 힘마저도 모두 사라져 버린다.

사라진 그 자리에 끝없이 몰아쳐 오는 잔영들과 붉은 검이 한 사람을 향해 다가온다.


“도, 도대체 이게 무엇이야!”


보는 자는 이해할 수 없다.

오직 깨달은 자만이 알 수 있다.

실체는 단 하나뿐이라는 것을.


“너의 악행은 이것으로 종료다.”


검이 그를 가른다.

인간이었지만, 괴물보다 더한 악행을 저질렀던 자는 헌터의 손에 괴물과 같은 최후를 맞이한다.


“끄으으...제, 젠장.”


그자는 쓰러지고, 나는 아티팩트를 회수한다.

그와 함께, 결말을 알리는 메시지가 뜬다.


==========


<진화> 미션 성공!

- 경험치 6830 획득!

- 레벨 69 -> 76(Lv up!)

- 스킬 <왕의 권위>를 획득했습니다.


==========


승리했지만, 아직 얻은 아티팩트의 개수는 하나뿐.

갈 길은 아직 멀었다.

다음 아티팩트를 향해 아우들과 함께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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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28) 거대한 분노를 가라앉힐 가장 좋은 방법은 큰 제물을 바치는 것이다. 22.01.21 84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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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26) 가짜 진짜 진짜 가짜 짜짜짜짜짜파게티 22.01.18 91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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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4) 진실로 추구해야 했던 것. 22.01.16 101 2 18쪽
28 (23) 죽음의 사이에 칼날의 길이 열리고. 22.01.15 101 2 16쪽
» (22) 숨이 꺼져가는 자의 눈 앞에 붉은 이빨이 달린다. +1 22.01.14 115 2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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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0) 감동과 경이! 길드가 내 앞에 무릎꿇다! +1 22.01.12 119 2 15쪽
24 (19) 제대로 열받은 헌터! 미세먼지 토끼를 통째로 박살? 22.01.11 117 2 17쪽
23 (18) 상위 길드도 깜짝 놀랐다! 그만이 할 수 있는 놀라운 스킬! +1 22.01.10 133 4 20쪽
22 (17) 탐정 놀이에도 몽둥이가 필요한 법. +1 22.01.09 141 4 18쪽
21 (16) 그들의 진짜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되는 거야! +1 22.01.08 147 2 14쪽
20 (15) 화려한 불쑈! 끝까지 보여드리겠습니다! 22.01.07 150 2 12쪽
19 (14) 이래서 이길 수 없는 건가! 그들이 이길 수 없는 과학적 이유! 22.01.06 151 2 17쪽
18 (13) 폭주족을 따라가 도착한 마을에서 횟집 차린 썰 22.01.05 166 2 14쪽
17 (12) 사람을 찾으면 닌자가 나타나 모두를 쓰러뜨린다! 22.01.04 185 2 16쪽
16 (11) 이봐! S랭크! 작은 언데드 킹의 무서운 맛을 보여주마! 22.01.03 211 2 17쪽
15 (10) 그녀의, 그녀를 위한, 그녀에 것. 22.01.02 215 2 16쪽
14 (9) 지하에 박힌 고척돔에서 야구는 안하고 싸움만 해 22.01.01 210 2 15쪽
13 (8) 길드에 들어갔더니 내 검이 고대 유물? 21.12.31 245 2 15쪽
12 (7) 충격! 배신자가 벌벌 떨고 여자가 부러워하는 헌터? 21.12.30 282 4 12쪽
11 (6) 이 던전은 초보자 던전입니다. (※ 구라임) - 4 21.12.29 252 4 17쪽
10 (6) 이 던전은 초보자 던전입니다. (※ 구라임) - 3 21.12.28 260 4 14쪽
9 (6) 이 던전은 초보자 던전입니다. (※ 구라임) - 2 21.12.27 274 4 12쪽
8 (6) 이 던전은 초보자 던전입니다. (※ 구라임) 21.12.26 305 4 14쪽
7 (5) 술과 함께 의형제를 맺었더니 하루가 삭제된 건. +1 21.12.25 355 5 19쪽
6 (4) 첫 수업에 들어갔더니 교관이...말대꾸? +1 21.12.24 392 5 13쪽
5 (3) 입학 시험 역대 최강 괴수가 허접 헌터들에게 쓰러진다고요? - 2 +1 21.12.23 476 5 16쪽
4 (3) 입학 시험 역대 최강 괴수가 허접 헌터들에게 쓰러진다고요? +1 21.12.22 583 9 15쪽
3 (2) 베헤모스의 대가리가 깨지면 벌어지는 일 - 2 +1 21.12.21 823 21 15쪽
2 (2) 베헤모스의 대가리가 깨지면 벌어지는 일 +4 21.12.20 1,287 23 18쪽
1 (1) 배신당해 잠들었더니 도봉구의 언데드 왕이 되어버렸다 +12 21.12.20 1,815 46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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