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님의 놀이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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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괴
작품등록일 :
2021.12.15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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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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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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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화.

DUMMY

딱 네 번 돌릴 수 있는 [정령 뽑기] 10연챠.


확정에서 원소 정령이 뜰 확률은 70%.

확정에서 특수 정령이 뜰 확률은 29%.

확정에서 선택 정령 소환 티켓이 뜰 확률은 1%인데, 이건 솔직히 바라지도 않는다.


‘제발... 그냥 금빛!’


마치 올림픽에 나가는 선수들의 마음처럼 간절하게 찬란한 금빛을 꿈꾸며 가챠를 돌렸다.


반짝반짝.


슬쩍 눈을 떠서 빛만 확인했다.


‘...떠, 떴다!’


황금색 빛이다. 지구였으면 좋아하지 않았을 노란 빛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흐를 뻔했다.


“눈나! 됐어! 잠, 잠깐만!”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인 것 같다. 가챠를 돌리면서 4성이 아니라 3성 확정이라고 이렇게 좋아하다니. 하긴 이세계에 빙의를 해서 게임 시스템도 가지고 있는데, 3성에 좋아하는 것이 이상할 급은 아니다.


[조각] [물의 정령의 조각]

[조각] [만능 정령의 조각]

[조각] [운전의 정령의 조각]

[조각] [나무의 정령의 조각]

[조각] [대지의 정령의 조각]

,,,

,,,

,,,


두근두근.


과연 원소 정령이 뭐가 걸렸을까?


‘나무면 좋겠다.’


[원소] [물의 정령] [★]


앗! 물의 정령을 겟또다제! 우효~!


비록 1픽인 나무나 2픽과 3픽인 대지와 금속의 정령은 아니지만, 그래도 물이면 쓸 만한 원소 정령이다. 자고로 판타지 소설에서 물의 정령은 정령계의 귀족 아닌가. 카드에서의 활용보다는 생활 활용 면에서는 1티어이지 않을까?


꽉!


주먹을 불끈 쥐고 좋아했더니 레이시아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누나! 떴어! 원소 정령 떴어!”

“네? 네. 축하드립니다!”

“헤에. 물의 정령이야! 물이라고! 물!”


물은 답을 알고 있다. 사람의 생존에 물은 필수이고, 바다 옆이라는 지리적인 특성상 물의 정령이 좀 더 힘을 발휘... 어라?


‘잠깐만... 그런데 조각이 왜 이렇게 적지...?!’


조각이라기보다는 위에 뜬 것이 9개가 안 되는 것 같은...


[조각] [사육의 정령의 조각]

[조각] [번개의 정령의 조각]

[조각] [불의 정령의 조각]


역시나 아래로 몇 개의 결과물이 더 있었다.


[원소] [나무의 정령] [★]


그리고 마지막 결과물까지도 아직 허공에 빛이 나며 떠 있었다.


“...헐!”


그러니까 내가 잘 못 본 것이 아니라 앞서 물의 정령은 확정이 아닌 것에서 정령이 나온 것이었다. 무려 확률 7%를 뚫고, 확정이 아니라 자기가 제 발로 나온 것이란 말이었다. 일타쌍피, 아니, 일석이조一石二鳥로 한 방에 지금까지 쌓아 온 스택을 화려하게 터트리는데, 나는 성공했다.


“누나아아아아아!”


나도 모르게 레이시아의 손을 잡은 채로 두 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네에?”

“대박! 떴어! 원소 정령 또 떴어! 두 개 떴다고!”

“정, 정말입니까?”

“그래! 물이랑 나무랑! 한꺼번에 떴다고! 나무! 나무가 떴어! 이제 만들어볼 수 있다! 대박이야! 으하하하!”


레이시아의 손을 잡고 방방 점프를 하는 동안 레이시아는 빨개진 귀로 손을 위아래로 올리며 협조를 해줬다.


“우와! 이것 봐.”


허공에 일렁거림 두 개가 있다.

푸른 일렁거림은 물의 정령, 녹색 일렁거림은 나무의 정령이다.


“누나, 물의 정령이랑 나무의 정령은 누나도 알지?”

“네. 원래 정령이랑 같은 겁니까?”

“응! 물은 물은 다스리고 나무의 정령은 식물의 생장을 돕고 식물을 움직이게 하는 거. 같은 거 같은데? 맞지?”

“네. 나무의 정령은 매우 희귀하고 특별한 능력이지만, 제가 알기로는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영주님, 축하드립니다.”

“감사. 그런데 진짜 대박 맞지?”

“네... 그런데 대박이 뭘 말씀하시는 겁니까?”


식은땀을 흘리며 대박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나서 시간을 확인해보니 어느새 꽤나 늦은 밤인 듯했다. 레이시아가 마나석을 구해온 것이 저녁때쯤이었고, 그때부터 가챠를 돌리기 시작한데다가, 마나 영약으로 1시간 이상을 보냈었으니까...


“에고고. 누나 아까 그거 때문에 피곤할 텐데 내가 너무 붙잡고 있었네. 미안.”


배려가 부족했다. 스스로 점수를 3점정도 깎아야겠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에이~ 아까 오러 다스리느라고 꽤나 고생했잖아.”

“정, 정말 괜찮습니다.”

“아니야. 아니야. 그리고 이미 해 떨어져서 그렇잖아. 직접 만들어보는 건 내일 시간 괜찮을 때 하는 걸로 하자. 어때?”

“...알겠습니다, 영주님.”

“응. 자 어서 가서 쉬자. 내가 데려다줄게.”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아니야. 하녀들이 누나 방을 깨끗이 청소는 했겠지만, 그래도 누나 마음에 안 들 수 있잖아. 피곤할 텐데 언제 정리하고 자. 나 청소 정령 있으니까 깨끗하게 청소하고, 세수할 물도 만들어주고, 어 또. 자장가는 좀 그렇겠지? 아하하.”


스윗하게 자장가를 불러주는 것도 나름 로망이었는데 내가 생각해도 아직은 좀 이른 것 같긴 하다.


“...딱 청소만 하고 나올게. 어때?”

“...알겠습니다.”

“헤헤. 가자.”


어차피 레이시아의 침실은 나의 침실의 맞은편에 있다.


‘와. 한수호 출세했다. 내가 여자 방을 다 들어가 보네.’


지구에서는 한수정의 방을 수시로 들락거렸지만, 그건 인간이 아닌 짐승우리니까 패스.


“음. 나랑 방이 비슷하네.”


침대 하나, 책상 하나, 옷장 하나가 전부다.


“네. 같은 구조로 알고 있습니다.”

“음... 그런데... 에이~ 삭막하게 이게 뭐야. 좀 꾸며야 되는데. 나 때문에 여기까지 따라와서 고생이네. 미안.”

“아,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누나.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

“일단 오늘은 청소만 해주는데 내가 나중에는 진짜 예쁘고 안락하게 잘 꾸며줄게.”


주제도 모르고 잔뜩 꾸며대다가 결국 돼지우리로 전락한 한수정의 방보다야 훨씬 더 공주방을, 아니, 여왕방을 만들어 줄 것이다.


“...괜찮습니다.”

“내가 안 괜찮아.”

“......”

“으아아! 청소라도 열심히 해야겠다. 청소의 정령아! 깨끗하게 부탁할게.”


여기 베렌령의 영주관의 침대는 단순한 나무 프레임 위에 동물 가죽을 여러 장 깔고 덮는 구조다. 그나마 영주관이라 털이 길고 부드러운 가죽이지만, 지구처럼 깔끔하게 무두질이 된 것이 아니라 야생 동물들의 가죽도 얼기설기 오래되어 절대로 깔끔하다고는 할 수가 없었다. 만약 군대였으면 한 달 내내 일광건조를 시키고 팔이 빠져라 터는 것으로도 모자라 매일 점호 때마다 당직사관이 확인을 해야 할 정도의 극악한 청결도를 자랑하고 있다.


“...어?”


그런 가죽 이불이다 보니 당황스러울 정도로 많은 먼지가 청소의 정령에게 밀려서 뭉쳐져 나온다. 인생 처음 호감 가는 이성의 방이라 설렜던 가슴에 어색함이 대신 차오른다.


“제, 제가 그런 것이 아니라...”


레이시아가 당황할 정도로 많은 먼지와 정체불명의 털들과 각질 같은 것이 주먹보다 더 크게 뭉쳐 있다.


“...알, 알지. 누나 여기서 잔 거 몇 번 안 되잖아... 어... 음... 청소하길 잘 했지?”

“...네. 감사합니다.”“음... 내 방도 청소하고... 여기 하녀들도 언제 한 번 날 잡아서 청소 좀 해줘야겠다. 하하하. 음. 누나 어서 쉬어. 나 이제 가볼게.”


청소의 정령이 먼지를 소멸시킬 수 있는 건 아니었으므로 둥둥 먼지를 앞세워 방을 빠져나왔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영주님.”

“응. 누나도 잘 자. 내 꿈 꿔~.”

“......”“응? 왜 대답이 없어?”

“...아, 아닙니다.”

“뭐가 아닌데? 내 꿈꾸기 싫어?”

“그, 그게 아니라... 꾸, 꾸겠습니다.”

“흐흐흐. 그래. 많이 꿔. 나도 누나 꿈 꿀 테니까, 서로 서로 쌤쌤하자.”

“......?”

“어. 쌤쌤이란 서로 서로 똑같이 한 걸로... 주고받고 해서 서로 빚진 것이 없는 걸로 치자는 말이야. 아하하.”

“...네. 알겠습니다.”

“응. 나 갈게. 잘 자~.”

“네. 영주님도 안녕히 주무십시오. 그럼 내일 아침에 뵙겠습니다.”


레이시아의 문이 닫힌다.


끼이익.


그에 반비례해서 내 가슴에는 허전함의 문이 열리는 것 같다.


‘...음.’


이게 밤에 여자 친구를 데려다주고 외롭게 집으로 향하는 남자의 마음인가? 썸녀에게 고백 실패 후 씁쓸히 돌아가는 기분은 잘 알았는데, 이 기분은 뭔가 달콤쌉싸름한 기분이다. 앞에는 고삼차인데 이 기분은 카카오가 많이 들어간 초콜릿 같은 느낌이랄까?


끼이익.


내 방으로 돌아와 문을 닫고, 방을 동동 구르며 묘한 감정에 난리 부르스를 쳐본다.


‘달다 달아. 와 씨. 존나 달아서 이가 다썩을 것 같네. 하... 씨발 나쁜 새끼들. 이 좋은 걸 지들만 누렸어?’


야동보다 짜릿하고 게임보다 중독성이 있다. 아니, 야동보다 중독성이 있고 게임보다 짜릿한가? 아무튼 좋다.


“하아. 인생은 이런 거구나.”


지구에서의 23년 인생은 정말 헛살은 것 같다.


“흐흐흐.”


계속 웃음이 나와서 한참을 웃다가 아직 하얀 일렁거림이 먼지뭉치를 소중하게 끌어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흠칫 그리고 뻘쭘.


일단 청소부터 끝마치기로 했다.


“와 씨. 여기는 더 더럽네.”


아무래도 레이시아의 방에 비해서 내 방은 전에 파견된 감찰관들이 주로 사용하던 방이라서 그런지 레이시아의 침대에서 나온 먼지의 세 배 가량이었다. 10년 동안 장롱 밑에 쌓인 먼지도 이 정도는 아닐 것 같다. 털이 긴 대형견의 털을 뭉쳐놓은 것처럼 거대한 먼지, 털, 각질 뭉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나는 슬며시 창문을 열었다.


“저기~ 저기~! 저어기 안 보이는데 있잖아. 어? 가까이 버리면 날리니까. 저 멀리 땅에 가서 꼭꼭 버리고 와. 오케이?”


대답 없는 하얀 일렁거림이 꼬물꼬물 밤하늘을 날아가 먼지를 버리고 온다.


‘...역시 거리가 멀어질수록 마나가 많이 드는구나.’


이게 원래 정령이란 것이 정령과 정령사의 감응이 주된 특징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나는 시스템의 보정을 받기 때문이지는 몰라도 아직 반나절도 지나지 않았음에도 정령을 쓰는 것도 익숙해지는 것 같다.


‘물의 정령아.’


청소의 정령이 손뿐만 아니라 온몸을 깨끗이 해줬음에도 감성적으로 씻는다는 행위가 필요해서 물의 정령을 불렀다.


‘허공에 손 씻을 물.’


대야도 물동이도 없이 둥실둥실 밤하늘의 허공에 손 씻을 물들이 덩어리가 되어 떠오른다.


‘음. 역시 마나 소모량이 제법 되네.’


주변에 특별한 수원이 없으므로 아예 허공에서 물을 생성하는 데는, 새끼 손톱만한 물방울 기준으로 마나 1이 드는 것 같다.


스윽 그리고 첨벙.


두 손을 허공에 뜬 물 덩어리 안에 밀어 넣었더니 세면대나 대야 같은 곳에 받아둔 물속에 손을 넣는 것 같다.


‘윽... 손 시려.’


역시 북부의 물을 차다. 이렇게 손을 씻을 건 아닌 모양이다. 참고로 물의 정령은 실온에서 얼음까지 온도 조절이 가능한데, 애석하게도 그렇게 온도를 낮추는 건 3성부터 가능해진다. 정령에 관한 지식은 Tip이 아니라 무언가 본능적으로 알게 되는 것 같다.


“...모두 수고했다.”


하얀 일렁거림과 푸른 일렁거림이 사라지고,


“아 아 아.”


괜히 한 번 불러본 소리의 정령과 나무씨앗을 데굴거리던 나무의 정령까지 모두 소환을 해제하고 진짜 홀로 남은 나는 침대 속에 누워서 생각한다.


‘후우... 이거 카드로 건설 진짜 되겠지? 이렇게까지 했는데 안 되고 막 그러면... 에이. 되겠지. 오늘 이 정도면 만족한다.’


물론 레이시아가 무사히 익스퍼트 상급이 된 것을 생각하면 만족을 넘어 대성공적이었다.



* * *



베렌령은 북부의 얼음산맥의 끝과 동부의 바람산맥의 끝이 자연스럽게 좁은 입구를 만들어 협곡 사이의 험로를 사흘 이상 말로 달려야만 들어올 수 있는 분지 지형의 어촌이었다.


■■■■■■■▨▨▨▨▨▨▨

■■■■□□⑤▨▨▨▨▨▨▨

■■■④□③□①▨▨⑦⑦▨▨

□⑥□□■□□■▨▨▨⑦⑦▨

■■■■■■②■■▨⑦⑦⑦▨

■■■■■■■■▨▨▨▨▨▨


■: 산맥 및 절벽 □: 평지 ▨: 바다


①: 항구 ②: 영주관 ③: 촌장의 집 및 광장 ④: 병영 ⑤: 조선소 ⑥: 관문 ⑦: 무인도


군사적 목적은 과거에 사라진지 오래였고, 여기는 상업적인 이득도 없으므로 해로海路가 끊긴지는 100년도 넘었다. 험한 육로陸路는 한 달에 한 번씩 오가는 베렌령의 자체상단과 1년에 한 번 타나티안 백작령에서 세금 및 관리를 위해 오가는 감찰관을 제외하고는 거의 오가는 이가 없는 천혜의 요지凹地가 바로 여기 베렌령이었다.


“오! 누나, 저 정도 산 중턱이면 괜찮지 않을까?”


제이크의 탈을 쓴 한수호는 영주관 뒤편 산 중턱에서 나무 정령, 아니, 놀이기구 제작 발표회를 열기로 했다.


“네. 안 그래도 촌장이 말하기를 저기가 과거에 베렌령에 임관한 기사들이 비전을 수련하던 수련장이 있다고 합니다.”

“오. 비밀 수련장이네?”

“네. 그러니 도련님이 말씀하신 비밀 장소로는 적당할 것 같습니다.”


사실 레이시아는 아직 제이크의 말을 100% 믿고 있지는 못한 상태였다. 일단 정령은 확인했지만, 그 정령으로 만들어낸다는 것에 대해서 조금 받아들이기 힘든 구석이 있기 때문이었다.


‘놀이동산이라니... 천상에는 오로지 유희만을 위한 공간이란 것이 정말 있단 말일까? 마의 종자들을 몰아내는 것도 아니고 굳이 왜 그런 힘을 주시는 거지?’


나스 대륙의 모든 인류는 기본적으로 여신을 믿고 따르는 존재들이다. 일단 신성력이 실재하는 세상이고, 현재도 항상 마물의 위협 속에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여신이 마신과 공멸하여 기나긴 차원의 틈에서 안식을 취하고 있다는 건 대륙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 중에 상식.


‘음... 설마... 제이가 아직 조금 아픈 건 아닐까?’


그래서 그녀가 내린 결론은 제이크가 아직 제정신이 아닐 수도 있다는 슬픈 종착지였다.


씨익.


반면에 이런 레이시아의 의심과 근심을 모르는 제이크는 눈을 마주 치자 해맑게 웃어보였다.


‘...제이가 내게 거짓말을 할 리는 없는데... 그렇지만...’


믿고 싶지만 믿을 수 없는 역설적인 상황에 애정 가득한 누나이자 충실한 여기사인 레이시아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티를 내지 않고 싶어서 제이크 몰래 한숨을 쉬며 레이시아는 살짝 걸음을 늦추었다.


“영주님, 조심해서 걸으십시오. 길이 험한 것 같습니다.”


망가진 오러홀.

그 후 무리한 수련의 여파.

거기에 술집과 도박장을 전전하느라 망가진 제이크의 몸은 도리어 수련을 하지 않은 일반 남성보다 약했다.


“응. 누나, 걱정해줘서 고마워. 감동... 크흐. 누나도 조심해.”

“...감사합니다.”


자신을 향해 싱글벙글 웃는 제이크의 모습에 레이시아는 자신이 그를 믿어주지 못했음에 약간의 죄책감이 들었다. 물론 그 이전에는 제이크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컸다.


‘후우... 혹시 잘 안 되면 어떻게 하지? 하아, 뭐라고 말을 해줘야 하나... 이거 조금 곤란하네.’


그러니까 사실은 아직도 믿고 있지는 않다는 말이었다.


‘이야~ 이런데 텐트 쳐놓고 고기 구워먹으면 진짜 개꿀맛이겠는데? 공기 참 좋다. 생각해보면 그냥 냄새 오지는 영주관이 아니라 이런데 살까? 와 여기 뷰도 좋은데? 미쳤다. 마물만 아니면 리조트 만들면 개꿀딱이겠는데?’


물론 뒤따라 걷는 제이크는 지금은 레이시아가 자신을 믿든 말든 전혀 상관없었고, 경치 좋은 곳에 초미녀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마냥 웃고 있었다.


슬쩍.


그때 레이시아가 제이크가 잘 따라오고 있나 염려스러워 뒤를 돌아보았다.


‘어우야, 진짜 뒤태 보... 아이 깜짝이야. 눈치 못 챘겠지?’


몰래 뒤태를 감상 중이던 제이크는 황급히 싱긋 웃어보였다.


‘후우... 그래도 요즘은 예전 제이로 돌아오는 것 같네. 나한테 심술궂게 굴었던 건 정말 일부러였던 건가? 그렇겠지? 우리 제이는 원래 착한 아이니까. 그래. 제이잖아. 내 동생 제이라고. 괜찮을 거야. 내가 괜찮게 도와주면 되겠지?’


레이시아는 함께 웃어줄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대신 걸으며 제이크의 발에 거치적거릴 것들을 열심히 치우는 레이시아였다. 그렇게 두 사람이 동상이몽을 하는 와중에 어느덧 적당한 곳에 다다랐다.


작가의말

어제 예약을 잘못 올려놓은 걸 늦게 확인했습니다. 죄송합니다. 8화는 수정해놨습니다. 다음부터는 좀 더 주의해서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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