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님의 놀이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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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괴
작품등록일 :
2021.12.15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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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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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3화.

DUMMY

편의시설에서 5성은 [지구 기념품 가게].


‘이건 또 뭘까? 지구 기념품 가게라... 아무래도 말 그대로 지구 물건을 팔 수 있는 거겠지? 차원 이동 열차도 5성이니까 이쪽도 차원 너머 물건 정도는 가져올 수 있겠지. 그래. 그러면... 도대체 뭐가 있으려나? 기념품이면 진짜 그냥 머리띠 그런 건가? 아니면 진짜 지구물건? 편의점 그런 데서 파는 물건이려나? 혹시 우리집 물건? 아니지. 나 자취방에서 넘어왔으니까... 에라이, 이것도 알 수가 없네. 쩝. 전자제품이면 진짜 좋을 텐데... 아니야. 어차피 5성은 뽑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지 말자. 괜히 헛바람 넣지 말고 4성부터 보라고.’


4성이나 보자.

모터보트나 모노레일 같은 이동수단이 나온다면 일단 베스트가 될 것 같다. 레스토랑이나 분식천국, 수상카페가 어떤 식으로 구현될지는 모르겠지만, 건물도 항상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아무리 못해도 마나석 값은 뽑겠지. 그런데...’


...유독 4성에서 거슬리는 것이 있다.


‘아니, 탈의실이 4성에 왜 있어. 뭐 옷이라도 자동적으로 갈아입혀줘? 아이언맨이야 뭐야? 스파이더맨 같은 걸 바라기에는 저작권 때문에 안 되겠지? 그래. 그건 아닐 거야. 하아, 그러면 음식 관련한 것들도 일단은 넘어가고. 음... 의무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네. 응급의 정령이란 녀석이 있는 걸 봐서는 직접 치료도 해줄 거 같은데...’


여기 세상에서는 사제가 있긴 하지만, 신성력이 만능은 아닐뿐더러 신성력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나 여신이 공멸한 뒤로는 더더욱. 여기 베렌령에 있다는 사제는 고위급도 아니고 고작 하급사제에 불과했으니, 만약 의무실이 치료를 해줄 수 있는 시설이라면 꼭 하나 가지고 싶긴 하다.


‘쩝. 그래도 병원은 무조건 하나는 있어야지. 음... 이단 판정만 피하면 영리병원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이거 여신 어쩌고도 있으니까 이단판정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쪽에서 인정을 받을 수는 없나? 흠... 아니야. 그건 좀 더 생각해보자. 음... 이동시설? 이동 시설 좋지.’


4성의 모노레일, 3성의 트램, 리프트, 엘리베이터. 하다못해 2성의 자전거 대여소까지가 일단 목표고, 가로등이나 바닥등도 당장 나오면 편할 것 같다. 물론 여기는 빛을 발산하는 마법물품이 있긴 하지만, 지구의 가로등에 비하면 비싸기도 비싸고 불편하기가 짝이 없다. 여기 물은 대체로 바로 마셔도 깨끗하지만, 그래도 식수대도 나오면 편할 것 같다. 간혹 마물이나 질병으로 인해서 오염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는 식수의 존재는 언제나 옳다.


‘아! 화장실!’


생각해보니 1성의 [이동식 화장실]과 2성의 [화장실]만 떠도 참 감사할 일이다.


‘그래. 차라리 여기서 1, 2성에서 화장실을 노리는 것이 낫겠다. 음... 화장실에 비데 있으려나?’


여기 영주관의 화장실 시설은 정말 끔찍하다. 뭐 우리나라도 과거에는 다 그랬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단순히 구덩이를 파고 위에는 나무 발판을 올려놓은 푸세식 화장실이었기 때문이다. 제이크의 기억에서 타나티안 저택은 그래도 관을 통해서 오물을 멀리 이동시키는 시설이 존재했고, 교국과 드워프 왕국의 수도에는 상하수도 시설이 존재한다고 했지만, 여기 어촌 마을과 별반 다르지 않은 베렌령은 딱 푸세식이라고 부르는 재래식 화장실 수준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중세 영화에 나오던 것처럼 길거리에 똥을 싸지 않는 것만으로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아무튼 같은 재래식이라도 깔끔한 이동식 화장실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니 1성도 괜찮네. 크기가 어디까지 확장될지는 모르겠지만, 내 마나가 미치는 범위까지라고 하면 길 만드는 카드도 괜찮은 거 아닐까? 최소한 길만 제대로 정비되어도 마차 같은 거 속도 쭉쭉 나오는 거 아닌가?’


굳이 이동기구가 나오지 않아도 1성의 흙길과 나무길, 2성의 돌길만 되어도 충분히 유용할 것 같다.


‘생각해보니 동산 쪽이 꿀이었네?’


현재 단계에서는 놀이시설보다는 일단 인프라 확충이 좀 더 좋아 보인다. 심지어 동산 시설은 다이아도 490으로 놀이 시설에 비해서 절반 플러스 10 다이아가 더 저렴하지 않는가.


“그렇네.”


그리고 경복궁과 남산타워부터 시작해서 만리장성, 자유의 여신상, 에펠탑, 피라미드, 피사의 사탑, 파르테논 신전 등의 22종의 랜드마크도 기대가 되고,


‘그렇지? 굳이 성이 아니라 경복궁을 뽑아도 대박이잖아?’


4성의 확률은 2.9%.

랜드마크의 확률은 1%.

만약 10연챠면 4성은 29%로 올라가니 여전히 1%인 랜드마크보다 4성이 훨씬 쉽겠지만, 그렇다고 1%도 아주 안 나올 건 아니다.


‘원래 같은 1%라도 꼭 이런 게 잘 뜬단 말이야. 이거 랜드마크도 잘 쓰면 대박인데... 크. 피라미드나 스핑크스, 모아이나 자유의 여신상이랑 에펠탑 같은 거 말고... 건물이 좋겠지? 건물이면 경복궁, 타지마할, 루브르 박물관, 엠파이어 빌딩, 퀼른 대성당, 오페라 하우스, 앙코르 와트도 건물로 쳐야 하나? 일단 치고, 그러면... 파르테논 신전까지?’


부동산은 옳다.

그건 여기 세상도 마찬가지다.

물론 지구와는 조금 다른 의미이긴 하지만, 치안력이 확보된, 그러니까 마물이 넘어와도 비교적 안전할 곳의 부동산은 그렇지 못한 곳에 비해서 미친 듯이 비싸다. 기사, 마법사 등의 전투계급의 몸값이 비싼 이유와 같다. 그래서 지구보다 이곳에서는 더더욱 안전한 곳에 번듯한 집을 가진다는 것이 힘든 일이다.


‘원래 타나티안성에서도 여기 저택만한 집이 많지는 않았지.’


그러한 이유로 비싼 땅에는 거대한 저택도 많지가 않다.


과거 신마전쟁과 마물들과의 오랜 전쟁으로 인해서 대륙에서는 보통 주변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석재들은 죄다 성벽에 투입되었었다. 특히나 대륙 중앙에 자리 잡은 교국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그 모습은 더했다. 안정기에 접어든 최근에는 그나마 멀리서 석재를 운송하여 저택을 올리긴 하지만, 당연히 석재 운송이라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라 석조 주택은 여전히 그 수가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제이크의 고향인 타나티안령을 포함하여 북부에서 건물이라 함은 보통 나무로 세운 것이나 벽돌로 지은 것이 아니면, 흙을 풀과 함께 굳혀서 만든 것들뿐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랜. 드. 마. 크. 가 등장한다면?’


지구에서도 오랫동안 인정받는 역사적인 랜드마크들이라면 당연히 여기 세상에서도 꽤나 높은 가치를 가질 것이 분명하다.


‘흐흐흐. 빅벤이 떠도 되겠다. 시계탑 대신에... 흐흐흐.’


14종의 테마(어트랙션 등에 합성)는 굳이 따지면 별 필요는 없으니까 넘어가자.


‘와 씨. 이러면 결국 간절컨이 되겠는데...?’


이미 내 마음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간절해져버렸다.


‘후우.’


[동산 뽑기] 10연챠는 490 다이아.


‘으으으. 모르겠다. 제발!’


절실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주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나는 가챠를 돌릴 마음의 준비를 끝마쳤다.


[동산 10회 연속 뽑기를 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오]


네라고 마음을 먹는 순간에 펑 빛이 터진다.


“......?!”


하얀 빛, 노란 빛, 무지개 빛 중에서... 3성 이상 하나가 확정적으로 출연해야 하니까 당연히 노란 빛과 무지개 빛 중에서...


“젠장.”


또 노란 빛이 뜨고 말았다.

하급 마나석을 구해준 레이시아에게 참으로 면목이 없는 순간이다.



* * *



[동산 뽑기] 10연챠의 결과는?


[조경시설] [잔디밭] [★]

[편의시설] [벤치] [★]

[편의시설] [식수대] [★★]

[조경시설] [나무 울타리] [★★]

[조경시설] [나무] [★]

[편의시설] [안내소] [★★]

[조경시설] [연못] [★★]

[테마] [이집트]

[편의시설] [나뭇잎 파라솔] [★★]

[조경시설] [동상] [★★★]


어우, 젠장.

3성도 기분이 나쁜데...

하필이면 가장 쓸모없을 거라 여겼던 [동상] 카드가 튀어나왔다.


‘왜?! 왜 하필! 왜?! 젠장.’


심지어 [이동식 화장실]이나 [화장실]도 나오지 않았다. 3성도 아니고 1성과 2성인데... 젠장. 심지어 1성과 2성에 깔린 ‘길’들도 하나도 나오지 않은 거 정말 실화란 말인가? 정말 최악의 뽑기였다.


“...하아.”


일단 참자. 참아야지. 인내심을 발휘하며 그래도 3성이라고 굳이 기어 나와 주신 [동상]을 눌러 확인해본다.


[조경시설] [동상] [★★★]


[크기: ???]

[건설비용: 1,000 마나+α]

[필요재료: 살아있는 나무 또는 나무씨앗 or 흙 또는 바위 or 금속 or 눈이나 얼음]

[필요정령: 나무의 정령 3성 이상 or 대지의 정령 3성 이상 or 금속의 정령 3성 이상 or 물의 정령 3성 이상]

[제작시간: 3시간+α]


“...눈이나 얼음?”


일단 놀이시설 카드들에서는 보지 못했던 재료가 추가되었다.


‘물로 안 되는 건가? 하긴 동상이면... 아니, 그러면 나중에 스키장 같은 것도 눈이나 얼음이 있어야만 만들어? 아니지. 물의 정령이 3성이면 얼음을 만들 수 있잖아. 아잇 깜짝 놀랐잖아. 젠장. 이러면 정령을 진짜 뽑아야 하는 거 아닐까? 후우. 그나저나 이 동상은 모양은 뭐야? 무슨 동상인데? 모양에 대한 설명은 없어?’


일단 현재 보유한 마나량이 1,000에 미치지 못하니 건설이 불가능하고, 그렇다보니 홀로그램으로 확인도 불가능하다.


‘음... 이렇게 되면 역시 마나도 진짜 중요하긴 하겠네... 마법사들이 쓴다는 마나포션 먹으면 채워지려나?’


현재 내 최대 마나량은 329.

회복량은 한 시간에 1%.

그럼 하루에 72의 마나를 확보할 수 있으니 카드가 많다고 무턱대고 만들 수는 없다.


‘후우... 1만만 찍어도 하루에 2,400씩이면 충분할 것 같긴 한데...’


마나량 1,000부터 1 마나량을 늘리는데 드는 다이아의 양은 10. 그러면 1만까지 드는 다이아의 양은 9만개. 하급 마나석이 평균 11 다이아 정도를 충전해주니까, 대충 8,200개 정도가 필요하다. 그런데 다이아 9만 개면 [놀이 뽑기]를 90번은 돌릴 수 있는 양이었다.


‘...결국은 또 선택의 기로네.’


물론 어쨌든 꼴을 보아하니 결국은 정령도 죄다 5성으로 만들고, 마나량도 3단계까지 풀로 찍어야 [차원 이동 열차]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만...


‘...서순의 문제가 총 시간으로 연결 될 수도 있단 말이지.’


특히나 가챠 결과에 따라서 10년이 100년이 될 수도 있고, 10년이 3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단 점에서 고민도 되고 갑갑해지기도 한다.


“...젠장.”


어차피 처음부터 당장에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시스템을 알면 알수록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과 과연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불안감이 롤러코스터를 탄다. 이게 다 꽝인 동상 때문이다.


“하아... 골치가 아프네. 왜 하필 제일 쓸 데 없는 게 만들지도 못하고 지랄이야. 젠장.”


그렇게 투덜거리는 도중에 똑똑똑 노크 소리가 있었다.


“누구... 어? 누나?! 눈나!”


레이시아였다.



* * *



내가 몸과 기억을 추스르는 동안에 레이시아는 하급 마나석도 덥석 구해오더니, 상단주와 협의 끝에 상행의 스케줄도 확정시키고 왔다고 했다.


‘와... 우리 레이시아짱은 도대체 못 하는 게 뭐야? 착하고 예쁜데 능력도 있고 부지런하기까지 하잖아. 캬. 완벽하다 완벽해. 진짜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출 것 같아. 레이시아짱, 우리 꼭 같이 지구로 가자. 내가 진짜 꼭 호강시켜줄게.’


그리고 레이시아가 건넨 말은 자신이 상행을 나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의 호위 문제와 영지 운영 문제를 위해서 영지의 주요 인사들과 만날 약속을 잡자는 것이었다.


“응. 나는 누나가 하자는 대로 할게.”


상견례 같은 거면 더 좋겠지만, 누나는 고아니까 그런 건 기대를... 응? 나 좀 실례되는 생각을 한 건가?


“......”

“누나가 나한테 해되는 일은 안 할 거 아냐. 믿는다고 했잖아.”

“...영주님.”

“흐흐. 그러면 그건 누나가 시간 잡아주고, 내가 할 말을 해볼까?”


레이시아가 구해준 하급 마나석으로 [동산 뽑기]를 했던 것에 대해서 설명해줄 차례였다. 레이시아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더니 어쩐지 예쁘게 결연한 표정으로 자세를 고쳐 잡았다.


‘...와 씨. 내 말에 이렇게 귀 기울여주는 사람은 레이시아가 처음이 아닐까? 하아... 그냥 다 포기하고 레이시아랑 여기서 알콩달콩 살까?’


일단 나는 동산 시설들에 대해서 설명했다.


“누나.”

“네.”

“내가 얼마 전에 설명한 거 알지. 내가 무작위로 빌려오는 거.”


내가 카드를 뽑는 건 여신께 공물을 보내 기원을 하여 일회성 은총을 받는 것으로, 가챠의 랜덤성은 차원의 불안정성으로 인한 무작위 확률로 설명해둔 바 있다.


“네. 영주님.”

“이번에는 말했던 대로 여신님의 동산에 대한 기원을 해봤는데...”

“네.”

“이런 것들이 나왔거든.”


내가 이번에 뽑은 것들은...


[조경시설] [잔디밭] [★]

[편의시설] [벤치] [★]

[편의시설] [식수대] [★★]

[조경시설] [나무 울타리] [★★]

[조경시설] [나무] [★]

[편의시설] [안내소] [★★]

[조경시설] [연못] [★★]

[테마] [이집트]

[편의시설] [나뭇잎 파라솔] [★★]

[조경시설] [동상] [★★★]


설명을 듣던 레이시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죄송하지만, 이집트란 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일단 이집트 테마에 대한 의문이었다.


“어? 어. 저기... 어. 어! 사막 쪽에 어울릴 법한 디자인일 거야. 아하하.”


사실 나도 어떻게 구현될지는 잘 모르겠다.


“죄송합니다만, 디자인은 또 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디, 디자인? 어. 양, 양식이라고. 원래 우리 왕국이랑 저 밑에 왕국들이랑 건물 같은 거 모양이 다르잖아. 우리는 추우니까 따스하게 지워야 하고 저쪽은 더우니까 집을 시원하게 짓는 거. 알, 알지?”

“네.”

“그런 걸 여신님이 디자인이라고 부르시나봐. 아하하. 천상계의 말 그런 거랄까?”


어차피 시스템 자체부터가 말이 안 되는 일이라 레이시아는 대충 납득했다.


“그러니까 잔디 씨앗과 금속이랑, 비싼 과일나무나 특별한 나무씨앗, 꽃씨랑 약초 씨앗도 필요하다는 말씀이십니까?”

“응.”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구해오겠습니다.”

“아니, 누나는 최선 안 해도 돼. 이미 너무 잘 하고 있잖아. 그니까 너무 무리하지 마. 그냥 하급 마나석만 구해와도 괜찮아. 아니, 하급 마나석 못 구해와도 괜찮아. 무사히만 돌아와. 최대한 빨리. 응?”

“네. 영주님.”

“진짜 무리하면 안 돼. 그런 것보다 나한테는 누나가 제일 소중하니까. 알지?”

“......”

“누나~ 대답해. 알겠어?”

“...네. 영주님. 조, 조심하겠습니다.”


레이시아는 부끄러워하는 모습도 보기가 참 좋다.


‘와 씨, 왜 이렇게 귀엽냐? 크. 원래 가챠 게임은 이런 걸 파는 건데...’


원래 미소녀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이나 괜히 의지에 찬 모습이나 감성 또는 미모가 돋보이는 특별한 일러스트들을 비싼 값에 팔아먹는 것이 가챠 게임의 본질 아니었던가.


‘생각해보면 레이시아도 5성급 가챠이긴 해.’


초미녀, 완벽한 몸매, 착한 성격, 멀리 오지까지 따라오는 충성심, 소꿉친구, 누나, 실력 있는 여기사란 특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캐릭터가 5성이 아니면 무엇일까. 어쩌면 여신강림 카드가 이미 사용된 것일 수도 있다.


“영, 영주님.”


나는 없던 신앙심이 절로 나게 만드는 레이시아의 두 손을 붙잡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누나.”

“네...”

“누나 우리 평생 같이 가는 거다. 알았지?”


이게 영주와 기사라는 지위를 이용한 갑질이라도 좋다.


‘뭐 내가 하면 로맨스지 뭐.’


남이 보기에는 성추행일지는 몰라도 나는 정말이지 찐사랑이다.



* * *



레이시아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영지 일을 레이시아에게 맡길 셈이다.


‘...원래 부부끼리 돕고 사는 거지 뭐. 흐흐.’


어차피 제이크가 타나티안령에서 망나니 이미지였고, 이곳 세상의 영주 중에서는 영지 일에 아예 무관심한 이들이 많았기에 딱히 문제 될 건 없었다.


여기 세상은 그랬다.


지구의 헌터물에서와 같이 마물이 언제 어디에서 나타날지 모르는 세상에서 왕과 귀족에게 주어진 특권은 피전투계급을 대신하여 그것들과 싸우는 대가로 주어진 것이기에 당연히 ‘행정’의 가치는 ‘치안’보다 낮을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대부분의 영주들은 수련을 하느라 집무를 볼 시간이 없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한 연유로 문화 발전 수준에 비해서 전문 행정관이나 집사 같은 것이 발달한 것처럼, 나는 레이시아에게 영지 업무까지 모두 맡기기로 했던 것이었다.


똑똑똑.


그래도 명색이 영주이기에 한번쯤은 사람들을 만나 얼굴 도장 정도는 찍어둬야 했으므로, 이번에 레이시아가 자리를 비우기 전에 베렌령의 주요 인물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영주님, 준비되었습니다.”

“응. 그래.”


나는 짐짓 없는 위엄을 짜내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나는 귀족이다. 나는 귀족에 영주고, 저쪽은 세입자, 아니, 부하들이야. 이쪽이 집주인이라고. 어? 그러니까 쫄지 말자.’


OT 첫 날이나 자대에 처음으로 배치될 때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떨렸지만, 나는 뒤에서 걷고 있는 레이시아를 생각하며 엉덩이에 힘을 꽉 주고 다리가 덜덜 떨리는 것을 참아내었다.


끼이익.


이모뻘의 하녀장이 총총총 앞에서 문을 열었다.

육중한 나무문이 비명을 지른다.

내심 내가 속으로 지르고 싶은 비명을 대신하여 영주관의 식당 겸 회의실의 문이 열리고, 그 안에 나를 기다리고 있던 이들이 일제히 인사를 해왔다.


“베렌령의 주인을 뵙습니다!”


떨리는 두 다리에 힘을 꽉 주고 나는 깡으로 버티며 대답했다.


“반갑습니다. 모두들 일어나시죠.”


옆에 서 있던 레이시아를 흘끔 보니 잘 했다는 듯이 은근한 미소로 나를 지켜봐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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