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님의 놀이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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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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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5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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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화.

DUMMY

병영의 입구에서부터 경례 소리가 들려온다.


“충!”

“충!”


누군가는 작은 어촌 마을이라고 치부할지 몰라도 작은 베렌령의 얼마 안 되는 병사들은 모두 정예병이었다. 가혹한 북부의 산맥과 거친 바다와 싸우는 베렌령의 남자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사내들만이 병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일례로 선임병들 역시 다른 영지에서는 충분히 기사의 말석에 이름을 올릴 정도. 그러니 베렌령의 병사들에게는 소수정예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음... 역시 헤카인 님이 병사들을 잘 키워내셨구나.’


레이시아도 남자들이 자신에게 이성적인 매력을 느낀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수도 없이 많은 구애를 받았는데 그것도 모른다면 애니메이션 캐릭터든가 눈치가 없다 못해 질병 수준으로 없든가 일 테니까, 어쨌든 말이 안 되는 일이지 않을까? 그런데 레이시아가 보기에는 병영을 지나는 병사들은 자신을 보면서 깜짝깜짝 놀라긴 하지만, 그렇다고 멍청하게 넋이 나가지는 않고 있었다.


‘평소에 훈련이 잘 되어있다는 거야.’


실제로 레이시아가 기사학교를 다니던 시절 수도에서는 제법 빈번한 일이었고, 명문가인 타나티안령에서도 종종 불미스러운 시선을 느꼈던 것을 생각한다면, 이것만 보더라도 베렌령의 병사들은 충분히 정예병이라고 할 만한 일이었다.


“충! 기사님, 이리로 들어오십시오.”


산을 등지고 있는 병영에서 산자락의 아래인 최심처에 경비대장의 집무실이 있다.


“충! 영주 대리를 뵙습니다.”


그리고 경비대장 헤카인이 먼저 경례를 해왔다.


“앗. 선배님, 과분한 인사는 거두어주십시오.”

“선배님이라고 불러주시니 저야말로 과분합니다. 허허허.”


베렌령의 경비대장 헤카인은 평소의 그답지 않게 농을 했다. 왜냐하면 헤카인은 진심으로 레이시아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실력도 좋고 인성도 좋고... 역시 든든하겠구나.’


물론 주책없이 연모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베렌령의 영지민들을 지켜줄 실력 있는 기사로서 레이시아를 환영하고 있는 중이었다.


헤카인의 올해 나이는 55세.


오러 익스퍼트 기사의 강건한 육체는 아직 30대의 젊음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날아오는 세월을 언제까지고 무시할 수는 없었다. 특히나 이미 육체적인 전성기는 지난 지 한참 된 헤카인은 오래전부터 열심히 키워낸 두 명의 제자들이 있긴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들은 헤카인 본인만큼의 재능은 없었다. 본인처럼 타나티안 가문의 지원을 받아 왕국의 기사 시험을 볼 수도 없었기에 헤카인은 매번 자신의 사후 또는 자신이 검을 들지 못하는 순간을 걱정해왔었다.


그랬기에 새로운 영주 제이크를 따라온 젊고 실력 있는 여기사의 등장을 보고 베렌령에서 제이크의 취임을 가장 반긴 이가 바로 왕국 기사 헤카인이었다.


“그래요. 그럼 후배님이라고 합시다.”

“그냥 후배라고 불러주십시오. 이름을 불러주셔도 괜찮습니다. 말씀도 편히 해주시고요.”

“아니오. 그래도 영주 대리이지 않습니까. 이 정도가 딱 적당한 것 같습니다. 허허허. 그렇지 않습니까?”


사실 헤카인은 레이시아를 바라보는 제이크의 눈에서 앞으로 그녀가 남작 부인이 되리라고 생각해서 선을 그은 것이었고, 레이시아는 제이크를 대신하여 영주 대리라는 것을 헤카인이 존중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선배님의 뜻이 그러시다면 알겠습니다.”


제이크의 안위나 명예에 관한 일이 아니기에 완고한 헤카인 경에게 한참 후배인 레이시아가 양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음... 그런데 후배님?”

“네. 선배님.”

“허허. 이거 실례라면 실례일 수 있겠군요. 뭐 하나 물어봐도 괜찮겠습니까?”

“네? 네. 답변해드릴 수 있는 거라면요...”

“흠흠. 이거 나이를 먹다보니 궁금한 건 또 풀고 가야 하더라고요. 뭐 그렇게 대단치도 않지만, 나이를 먹다보니 괜한 재주가 생겨서 그러는데... 혹시 후배님, 저번에 뵀을 때 보다 실력이 더 좋아진 거 같은데... 어떤가요?”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의 경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오러의 양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직접 검을 맞대기 전까지는 상대의 오러의 양을 계량할 수 있는 수단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니까. 다만 오랫동안 제자 및 병사들을 키워온 헤카인이었기에 레이시아의 몸가짐이 조금 범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던 것이었다.


‘저번에는 내가 착각한 건줄 알았더니...’


사실 이미 헤카인과 레이시아는 영약을 먹고 오러 익스퍼트 상급에 올라서고 만나긴 했었지만, 그건 아직 레이시아가 자신의 것으로 체화시키기 전. 지금은 레이시아가 상행을 하는 동안 짬짬이 수련으로 완벽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몸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헤카인은 알 수 있었다. 좀 더 정확히는 레이시아가 완전히 체화 전인 어중간한 상태라서 헤카인이 도리어 좀 더 쉽게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


레이시아는 살짝 갈등했지만 어차피 밝혀질 일이었고, 제이크와도 이미 답을 정한 적이 있었다.


“역시 선배님의 눈은 피할 수 없는 모양이군요. 네. 얼마 전에 운이 좋게 익스퍼트 상급이 될 수 있었습니다.”


혹시나 싶어서 물어본 것이 정말이었다고? 지금껏 여유로웠던 헤카인이 자기도 모르게 입을 쩍 벌린 채로 탄식을 내뱉었다.


“맙소사.”


지구로 치자면 개천의 용. 최근 수백 년간 베렌령이 배출한 최고의 아웃풋인 헤카인 역시 익스퍼트 상급에 발을 내민 것은 35살 때의 일이었다. 비록 귀족 가문의 후계자들에 비하면 늦었지만, 어릴 적에 제대로 된 지도를 받지 못하고 뒤늦게 기사의 길에 투신한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성취였다.


‘...그런데 이 아가씨가 몇 살이었더라? 22살? 맞아. 22살이라고 했었지. 허 참... 중급만 해도 엄청나다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상급이라고?’


레이시아는 담담히 미소를 지었다. 미소의 의미는 젊은 나이에 높은 경지를 밟았다는 자부심이 아니라 제이크의 검으로서 최소한 부끄럽지는 않다는 자긍심이었다. 영주에게 있어서 기사는 때로는 영주의 또 다른 얼굴이기도 하다.


“끄응... 후배님. 정말 미안하지만...”

“네. 선배님. 편히 말씀하십시오.”

“허허... 그렇다면 한 수 겨뤄 봐도 되겠습니까? 음. 제가 후배님을 믿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네. 압니다. 저도 기사인걸요.”


만약에 한수호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혹여 대련 중에 다칠까 절대로 막았겠지만...


“다만 아직은 비밀로 하고 싶습니다.”

“아...”

“그리고 영주님께 허락도 구해야 하고요. 후후.”


순간의 실망감과 기대감에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헤카인에게 레이시아는 훗날을 기약했다.



* * *



수련장에 훈풍이 분다.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가 아니라,

엄연히 불의 정령과 바람의 정령의 힘이었다.


“랄라라~♬ 나는 정령사라네♪”


정령사라는 번듯한 직업(?)을 얻고 나니 뭔가 세상이 긍정적이고 밝아진 것 같다.


23세, 한수호, 군필, A형, 고향은 울산.


사실 지구에 있을 때는 무위도식하는 건물주가 꿈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돈 많은 백수.

그렇지만 그건 불가능한 것이었기에 일단 직업을 가져야만 했다. 사실 법대는 로스쿨을 노린 것이 아니라 성적에 맞추어서 간 것이었고, 나름 현실적으로 타협한 것이 철밥통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었다.


‘흠... 여기 영주도 공무원이라고 봐야하나?’


아니,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정령사인 것이 중요한 거지!’


지구에 판사, 검사, 의사가 있다면, 나스 대륙은 기사, 마법사, 사제, 정령사가 있었다. 참고로 물리적 전투를 행하는 모든 이들은 기사에 포함되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따지고 들 수도 있겠지만, 여기 세상에서는 궁수 역시 분류상 기사에 집어넣는다.


‘기사는 공부라고 보면 되려나?’


내가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기사의 오러는 누구나 수련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딱히 무협지의 심법처럼 특별한 운용법 같은 건 없었고, 모든 사람은 육체를 수련함으로 자연스레 오러를 쌓는 것이 가능했다. 다만 그것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느냐 하지 못하느냐의 차이일 뿐 일단 모두에게 열린 길이었다.


“사랑은 열린 문~♪♬”


물론 사랑 역시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다는 점과...


‘결국 서울대가는 애들은 정해져 있는 것처럼 모두가 다 잘 할 수는 없는 거지만...’


제이크의 기억을 뒤져보던 나의 감상은 그러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제이크도 원래는 서울대 갈 종자였는데... 머리가 너무 좋아서 선행 학습하다가 탈이 난 거지. 음. 뭐라고 해야 할까... 공부를 못하게 되는 병이 뭐가 있지? ...난독증?’


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으니 일단 넘어가자.

AD 다음은 AP.

나스 대륙에서 신성력이나 마법은 묶어서,


“이건 예체능이지.”


신성력이나 마법은 오러에 비하면 더욱 재능을 많이 타긴 하지만, 일반인도 죽어라 노력하면 어떻게든 사용을 할 수는 있었다. 물론 아예 마나를 느끼지 못하는 특별한 이들을 제외했을 때의 말이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그렇지 누구든 평생을 수련하면 1써클이라도 마법을 사용할 수는 있었고, 고작 근육통만 치료하는 것만이라도 기도를 꾸준히 하고 올바른 삶을 살면 누구나 신성력을 발할 수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이것 역시 이론적으로는 모두에게 열린 문이기는 했다.


“마법도 열린... 아니. 그만.”


단지 재능에 따라서 많이 기울어진 문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굳이 따지자면 꿈을 가지고 노력을 할 수는 있었다. 공부와 예체능을 빼면 타고나야만 성공할 수 있는 걸 뭐라고 해야 할까? 얼굴? 그런데 요새는 성형이 워낙 흔한 일이니까... 엄빠가 재벌?


“흠... 제이크 엄마가 진짜 정령사이긴 한데... 아빠는 백작이고.”


아무튼 금수저다. 노력으로 금수저를 이겨먹을 수는 있어도, 노력한다고 흙수저가 금수저가 되는 건 아니지 않는가. 자수성가는 자식의 수저 색깔을 바꿀 수 있는 거지 본인의 수저 색깔을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러니까 태어날 때 정해진 수저의 색깔처럼 정령사는 정말이지 타고나야만 가능했다.


“와... 그게 접니다. 그제 저예요. 여러분... 아름다운 날입니다. 행복한 날이고요.”


그야말로 킹갓 정령사.

이름부터 참으로 좋은 울림이었다.

‘정령사’에는 울림소리 ‘ㅇ’과 ‘ㄹ’이 세 개씩이나 들어가 있지 않는가. ‘기사’나 ‘사제’는 한 개도 없고, ‘마법사’는 고작 ‘ㅁ’ 한 개뿐이었다.


부르르.


어쩐지 꼬리뼈가 간질간질하다. 왠지 짜릿하다. 왜냐하면 정령사만큼은 타고나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불가능을 시스템이라는 치트키로 가능으로 바꾸면서, 9종의 원소 능력을 사용하는 대륙의 정령사와는 달리 무려 19종의 정령 능력을 사용할 수가 있는 특별한 정령사이다.


‘...이게 주인공이지.’


어제까지만 해도 정령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귀환 수단에 수많은 다이아를 잡아먹을 걸림돌일 뿐이었는데, 막상 수많은 정령을 부리면서 욕실부터 개선하고 나니 새삼 인식이 달라지게 되었다.


“나 주인공 맞네... 정령물의 주인공이었네. 흐흐. 역시 정령이 짱이긴 해.”


지금 내가 꼭 정령사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지구에서 ‘기사’, ‘마법사’, ‘사제’, ‘정령사’ 넷 중에 하나를 택하라고 했어도 정령사를 택할 것 같다.


“하악, 내가 킹갓령사라니...”


직접 칼을 맞대고 싸우는 기사나 복잡하게 마나를 배열해야하기에 골머리를 쥐어짜내야 하는 마법사 같은 3D 업종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바로 나스 대륙의 정령사였다.


“와 씨... 그나저나 진짜 다행이다. 원래 특이한 능력이라서... 후우.”


참고로 정령사는 일단 여기 대륙에서도 특별한 능력이고, 차원의 불안정성으로 인해서 힘만을 빌려오는 방식이라 사람마다 같은 정령이라도 다양하게 발현되는 힘이 결정되니 더더욱 종잡을 수가 없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물의 정령만 해도 비를 내리는 이가 있고, 얼음 능력을 사용하는 이가 있고, 피를 부리는 사람이나 채찍처럼 사용하는 이도 있다.


아무튼 정령사는 정령과 개인적인 능력별로 일괄적으로 묶을 수 없는 능력들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때문에 내가 어렵지 않게 놀이동산 시스템이라는 특별한 능력을 사용할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고유 마나석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 중에서도 간혹 특별한 사람들이 있기도 하니까.’


마물에만 돌연변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중에도 돌연변이가 있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그래. 어차피 마족의 기운은 사제들이 판별할 수 있다고 하니, 그 테스트만 통과하면 대충 정령사라고 둘러대도 남들은 모르겠지...?’


물론 당연히 다 오픈할 생각은 없었다.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넣어가며 자신을 PR해야 하는 지구와는 달리 이 세상의 명성은 조금 다른 개념이었다.


특히나 이곳 세상은 지구보다 가문과 개인의 명예와 책임, 특히나 힘이 있는 자는 마물들과 싸워야 하는 어떠한 의무 같은 것이 중요한 편이라, 능력을 잘못 자랑했다가 혹여 강대한 마족 같은 놈들을 상대로 움직여야 해야 할지도 몰랐다.


‘혹시나 여신강림이 아니라 마신강림 같은 것이 일어날 수도 있고... 젠장, 괜히 생각했나? 왜 이리 찝찝하냐? 후우. 갑자기 끌려온 것도 억울한데, 최소한 위험업무는 안 맡아도 되잖아.’


그러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요즘 독자들은 좋아하지 않는 힘숨찐의 길을 가는 것이 옳은 선택.


‘성좌님, 여신님... 혹여 지켜보고 계시다면 소인의 초반 행보가 자극적이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나는 다른 건 모르겠고 최대한 안전하게 꿀을 빨다 지구로 돌아갈 생각이다.


‘잊지 말자. 내 장르는 영지물이라는 것을... 아니, 지구 귀환물이지. 흐흐.’


거기에 꼭 덧붙일 것은 무조건 로맨스 판타지다.


“뭐 로판이 별 거 있나?”


선남선녀가 만나서 알콩달콩 사랑하면 다 로맨스 판타지이지 않을까라고, 로판을 한 번도 읽어보지 않은 나는 생각했다.


‘19세가 아니더라도 애는 낳지 않나?’


‘19세가 아니더라도 애는 낳지 않나?’


일단은 생각만 해본다.

꿈이니까 뭐. 흐흐.

이제 내 꿈은 공무원 따위가 아니라 지구로 돌아가 알콩달콩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다.



* * *



저 멀리 레이시아가 오는 소리가 들린다.


“영주님, 저 왔습니다.”

“응! 누나 어서 와!”

“네... 음... 뭔가 많이 변했군요.”


레이시아가 상행을 떠날 때는 미끄럼틀 하나만 있었지만, 일단 그 사이에 [벤치]와 [나무 그네]가 추가되었고, 나무 정령과 청소 정령의 힘으로 수련장을 깔끔하게 정비했으니 레이시아는 많이 변했다고 충분히 생각할 법했다.


‘나야 매일 보니까 그런데 레이시아는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1성 나무 정령의 힘으로는 순식간에 씨앗에서 성목까지 키워 내거나 전투에 유용할 정도로 나무를 조종할 수는 없지만, 제멋대로 자란 나뭇가지를 원하는 대로 조금씩 굽거나 피게 하는 것은 할 수 있었다. 지구에서 따지자면 몇 달에 걸쳐서 할 분재盆栽를 하루 만에 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그러한 능력으로 내가 한 건 수련장을 둘러싼 나무들의 가지를 서로 엮어 울타리처럼 만든 것뿐이었다.


“어때?”

“...네. 역시 영주님께서는 참으로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에이, 대답이 뭐 그래. 누나, 누나는 언제 말 편하게 할 거야?”

“......”

“알았어. 오케이. 천천히~ 기다릴게. 천천히. 응? 너무 부담 갖지는 마. 자 그러면 누나, 우리 이거나 해볼까?”


레이시아가 대답을 하지 못하고 침묵하는 동안에 씨앗을 꺼내 든다.


“누나가 씨앗 가지고 온 건 여기 내가 가져다놨어.”

“제가 가지고 왔어도 되는데...”

“에이 뭐. 누나는 아침부터 바빴잖아. 그럼 역시 이거부터 할까? 아니다. 누나 뭐부터 할까?”


레이시아가 구해온 여러 개의 과일과 나무씨앗 중에서 처음으로 1성의 [나무] 카드로 만들어볼 건?


“...이게 어떨까요?”

“와! 누나! 나도 똑같이 생각했었는데! 역시! 누나는 나랑 엄청 잘 맞는다니까!”

“그, 그렇습니까.”

“그럼~! 우리 진짜 잘 살겠다. 그렇지?”

“...네.”

“흐헤헤. 그럼 바로 만들어볼게!”


그래서 식목일이 아니지만 나무를 심는다.


무슨 나무냐고?


강철목이라고 불리우는 매우 단단한 하레드 나무와 빛깔도 곱고 스스로 수복하는 성질이 뛰어나며 향기도 좋아서 보통 고급 가구의 소재로 사용되는 데트린 나무씨앗도 있지만, 일단 레이시아와 내가 처음으로 택한 나무의 이름은 바로...


흔히 엘프 나무라고도 불리우는 엘피스.


거대한 숲을 지탱하는 세계수가 있는 엘프의 숲에서만 자란다는 엘피스는 그 과실의 당도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영양소가 매우 풍부하여 채식주의자인 엘프들의 건강에 필수인 과일이며, 이 술로 만든 엘프주는 그 특유의 매혹적인 향과 맛에 더불어 건강에도 좋아서 매우 비싼 값에 팔리는 것이 그 특징이었다. 다만 엘피스 열매는 엘프의 숲이 아니고서는 키우기가 용이하지 않고, 또한 엘프의 숲에서 자란 엘피스 열매는 어린 엘프들의 성장에 매우 중요한 것이라서 보통은 엘프 왕국 외부에서 구하기가 참 힘들 수밖에 없는 과일이었다.


“여행 나온 엘프가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상단에 판매했던 것 중에 하나를 구해온 것입니다.”


한 마디로 운이 좋게 구한 나무이니만큼 첫 스타트로 좋을 것 같다.


[조경시설] [나무] [★]


[크기: ???]

[건설비용: 100 마나+α]

[필요재료: 살아있는 나무 또는 나무씨앗]

[필요정령: 나무의 정령 1성 이상]

[제작시간: 1시간+α]


엘피스 열매를 손에 쥐고 [나무] 카드를 연다.

푸른색 반투명한 홀로그램이 뜬다.

줄기도 가지는 곧지만 잔가지가 많고, 달린 잎들은 넓적하지만 둥글고 작게 생긴 과일 나무의 모습이었다. 일단 기본적인 엘피스 나무는 이렇게 생긴 모양이다.


‘...이왕이면 큰 게 좋겠지?’


나무의 크기를 키운다. 필요한 마나량이 100에서부터 금세 200이 넘고, 금세 300에 다다른다.


‘...응?’


그리고 327쯤에서 더 이상은 크기가 커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나가... 왜지? 장애물도 없는데? 혹시 뿌리가 문젠가? 아닌데... 옆에서도 똑같고. 음... 혹시 마나가 모자라기 이전에 크기에도 한계가 있나? 식물도 생명이니까 생명체의 한계 같은 거?’


때마침 Tip이 뜬다.


[Tip. 카드와 재료에 따라 만들 수 있는 크기에는 한계가 달라집니다.]


‘음? 재료? 아. 그러면 엘피스 열매가 아니라 다른 나무로 한다면 더 크게 만들 수 있단 말이겠네? 나무마다 크기가 다르니까. 음... 아니면... 엘피스 열매도 씨앗의 상태별로 다른 걸까? 공산품이 아니니까 각자 다를 거 아냐. 그것도 그렇겠네. 아 몰라. 지금은 일단 심고나 보자.’


미끄럼틀이나 벤치를 만들 때와는 다른 점이 있다면, 나무씨앗이 땅으로 파고든다는 것이다.


“오!”


새싹이 돋아났다. 그리고 새싹이 빠르게 자라나 줄기가 쑥쑥 자라난다. 신기한 장면이긴 하지만, 이것도 여러 번 보다보니 딱히 궁금하진 않다.


“누나, 이거 자라는 동안에 뭐 하지?”


누군가는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사과나무를 심는다고 했지만, 나는 레이시아와 함께 사랑의 씨앗을 심어보는 건 어떨까? 그렇지만 레이시아는 조심스럽게 오늘 오전에 행정관과 촌장, 경비대장 등과 만난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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