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대로 회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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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일
작품등록일 :
2021.12.17 08:56
최근연재일 :
2022.01.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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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0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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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프롤로그

DUMMY

-끼익. 끼익.


철제의자에선 연신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난다.

매번 앉을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낡고 흔해빠진 의자지만 왠지 편안하다.

하긴 이 의자, 내가 다니던 사무실에 있던 의자랑 똑같다. 쉬는 시간에만 앉을 수 있었던 그 의자다.


내 앞의 한 남성은 무심한 표정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따닥따닥-


작은 지구대인 이곳은 우리 둘을 제외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고, 키보드 소리만 울려퍼지고 있었다.


경찰은 한 눈에 봐도 힘 좀 쓸 것같은 몸을 갖고 있었다.

또한 몇 일째 면도도 못했는지 드문드문 자라있는 수염이 눈에 띈다.

무심한 눈동자를 나에게 보이며 나에게 이름을 물었다.


“이름이 뭐죠?”


“장형태 입니다.”


“주소는요?”


“광문시 광문동 d빌라 301호.”


“연락처는요?”


“011-XXXX-XXXX"


“그래요. 사건 경위에 대해 말 좀 들어봅시다. 그 사람은 왜 때린겁니까? 적당히좀 하지. 생긴 건 호리호리하게 생겨서 주먹도 잘 못 쓸 것 같이 생긴 양반이...쯧.. ”


그렇다. 난 매우 연약하게 생긴 외모를 가졌다.

조금만 더 살이 없었다면 앙상하다고 들을 정도로 빼빼마른 몸과, 남을 때려 본 적도 없는 그런 삶에서 살고 있었다.

그렇지만 제법 깡다구는 있는 녀석이란 소리도 제법 들어봤다. 내가 일했던 물류센터에서 말이다.


-쾅쾅


경찰은 책상을 손으로 내리치며 나에게 집중을 요구했다.


“이봐요! 내 말 안 들립니까? 왜 대답이 없어요?”


갑자기 높아진 말투에 깜짝 놀랬다. 큰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소심한 간덩이다.


“네? 아 아닙니다. 잘 들려요. 그냥 . 뭐.. 그렇게 됐습니다.”


“그냥 그렇게 됐다라.. 저기요. 누가 먼저 시비를 건겁니까? 당신이요? 아님 지금 구급차에 실려간 그 양반이요? 당신은 멀쩡한 걸 봐서 당신이 일방적으로 때린 게 분명한 듯 싶은데?”


구급차라. 아까 이야기했다시피. 싸움과는 전혀 거리가 먼 내가 그 사람을 패서 병원에 실려가게 했다라. 믿기지가 않는군. 심지어 나는 한 대도 맞지 않았다. 혹시 나는 이쪽에 소질이 있었던게 아니었을까..!?


“또 대답이 없으시구만.. 폭행사건... 왜 때린 겁니까? 시비가 붙던 싸움이 붙던. 폭행은 죄 라는거 아시죠? 이력 보니까 무슨 교통딱지도 한번 안 떼고 이렇게 산 양반이 폭행이라니..쯧쯧.. 아무리 상대방이 욕지랄을 하면서 도발을 하든 뭘 하든 때린 사람이 잘못인거 알죠?”


정말이지 조용히 살았던 나였다. 물론 면허증만 있고, 차는 없지만 서도 정말이지 얌전하고, 조용히 살았던 나였다.


“이봐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길 해야 도움을 줄 거 아닙니까? 왜 하필 cctv도 없는 골목에서 일이 벌어진 건지.. 아무튼 목격자가 없어요. 확인할 방법도 없고..쳇..”


앞에선 열심히 그가 할 일을 하고 있지만, 나는 그냥 이상황이 신기할 뿐이었다.


“허허.. 계속 이럴겁니까? 왜 이름이랑 주소말고 입을 안 열까. 여기서 그냥 입 다물고 있는다고해도 도움될게 하나도 없어요. 알고있죠?”


한참을 그렇게 딴생각을 하다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잠시.. 딴 생각에 좀 잠겨있었네요. 죄송합니다. 근데.. 저 .. 뭐라고 불러야 할지..? 순경? 경찰관님?”


“후자로 합시다. 그건 그렇고, 계속 입다물고 있을겁니까?”


갑자기 경찰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위이이잉. 위이이이잉.


“음? 집에서 전화네. 잠시만...”


경찰은 자리를 피해 전화를 받았다.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뒤돌아서 조용히 이야기 한다고 하지만 목청이 워낙 좋은 사람이라 조용히 이야기 한다고 해도 다 들렸다.


“어 여보. 왜? 내일 .. 어. 병원비? 뭐? 500? 하.. 참... 그래 알았어. 아 그래 알았으니까. 구해서 연락해볼게.”


전화를 끊고 자리로 돌아오는 와중 혼잣말이 들렸다.


“아.. 참.. 갑자기 500을 어디서 구하냐....”


그리고 그는 자리로 돌아와 다시 나에게 묻기 시작했다.


“자 그럼..하던 거 마저 해봅시다. 왜 이야길 안 하는거요?”


하지만,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이 사건 따윈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누굴 때렸느냐 가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누굴 때렸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다.

나도, 내가 사람을 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남자였다는 것이 중요한 거였다.


고개를 돌려 벽에 걸려있던 시간을 보니 저녁 9시 50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그 형사님. 이거.. 가지세요.”


나는 주머니에서 고이 접어진 종이를 건넸다. 근데 그냥 종이가 아니었다. 좀 있으면 발표할 노또번호 발급용지였다.


“뭐야? 로또? 거 딴소리 하지말고. 사건 이야기나 해요. 후딱 끝내고 좀 쉽시다. 이런 거 오래끌어봐야 좋을거 하나 없어. 그니까 경위에 대해 이야기 해보라니까요.”


“아... 잠깐 종이하고 펜 좀 줘보실래요?”


“말로하긴 쑥스러워하는 타입이쇼? 참내..”


그가 건넨 메모지에 망설임 없이 써내려갔다.


“자. 여기.”


건넨 메모엔 간단한 글귀와 싸인이 되있었다.


“뭐요. 사건쓰는 시간치고 너무 짧은데? 보자. 나는 이 로또용지와 일체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이봐요. 지금 장난해? 지금 사건조사가 장난인줄 아냐고! 어디서 이런 종이쪼가리 하나가지고 장난질을 칠려고 그러는거야?”


그는 장난을 치는 줄 알고 표정이 험악하게 변했다.


“아 그런게 아니구요. 잠깐만요. 잠깐만 쉬었다 가자구요. 곧 추첨시간인데 이것만 좀 보고 하면 안될까요? 네?”


나는 능글맞게 그에게 휴식시간을 권해봤다.


“허허.. 참.. 이양반이..여태까지 쉬었으면서.. 참내.. 이거 추첨방송이면 뭐 얼마 안 걸리겠구만. 내 한번 봐주지. 대신 이거 끝나곤 바로 이야기 하는겁니다? 아시겠습니까?”


경찰관도 내심 내가 건네준 로또의 결과가 궁금했을것이다.


“네네~ 그럴게요.”


“참내.... 그래요 담배나 한 대 피우고 와야겠다. 에헤이..”


담배를 챙겨서 문밖으로 나가는 그. 그러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슬쩍 용지를 주머니에 넣어서 챙겨갔다.

아마도 앞에서 대놓고 확인하긴 조금 멋쩍은 모양이다.


그는 담배를 핑계삼아 밖으로 나갔지만, 이곳은 정말이지 넓지 않은 지구대였고, 우리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는 곳이기에 일부러 잘 들리게 볼륨을 키웠다.

그리고 난 의자에 앉아 그의 표정이 어떻게 변할지 기대하며 물끄러미 바라봤다.


- 여러분 반갑습니다. 이번주 98회차 노또 번호 추첨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마침 추첨을 시작하려던 때였다. 담배를 입에 물며, 그는 슬며시 주머니에서 용지를 꺼내 숫자를 확인했다.


“음.. 12.24.25.26.29.30.36 이렇게 인가.. 무슨 숫자 조합이 이래? 별로 번호도 좋은 것 같지 않구만..”


그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첫 추첨번호가 흘러 나왔다.


-자 이번 주 당첨 시작하겠습니다. 첫 번째 숫자는 26입니다.


자연스레 용지에 다시 시선이 가는 그.


“오.. 하나 맞췃네. 그럴린 없겠지만.. 만약 5000원이라도 당첨되면 내 담배값이나 하면 되겠네.”


-자 다음 숫자는 30....36....12....


“오오.. 4개 맞았네. 하긴 나도 운좋으면 3~4개 정돈 맞을때가 있더라고.. 허허”


그는 기분좋게 한 모금을 더 태웠다.

그러면서 아마도 그는 혹시나 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을 것이다.

누구나가 그렇듯이 말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다음 번호가 차례대로 불러지자 그의 표정은 점차 환희를 포함한 복잡 미묘한 표정이 절로 지어지고 있었다.


“에헤이.. 설마 .. 에이 .. 그럴 리가..”


벌써 숫자발표가 마지막 2개만 나뒀을 때. 담배는 이미 손 끝에 다 타버린 뒤였다.


“앗! 뜨거!! 쓰읍..!”


숫자 발표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담배가 다 타버린 줄도 모르고 그냥 들고 있었던 모양이다.


-다음 숫자는 29입니다.


그는 눈을 크게 뜨고 용지를 다시 찬찬히 살펴봤다.

아무리 봐도 지금까지 숫자 6개가 들이 맞은 상황이었다.

총 7개의 숫자 중 지금 6개만 맞춰도 제법 상금이 큰 편이었다.

아직 숫자 발표가 하나 남아 있다.


용지를 들고 있는 그의 손은 점점 떨리기 시작했으며, 그의 마른 침을 삼키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 했다.


-자 마지막 숫자 발표가 있겠습니다. 이번 주 당첨금은 얼마죠? 154억. 154억 되겠습니다.


“에이..설마..24겠나..”


-마지막 숫자는 24.


마지막 숫자까지 들어맞자.


“헉!”


그와 동시에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버리는 그.



-이번주 당첨자 축하드립니다. 번호는 12. 24. 25. 26. 29. 30. 36.


다시 알려드립니다. 12. 24. 25. 26. 29. 30. 36. 자 이번 주 당첨금은 154억이네요.


당첨자는 진심으로 축하드리면서 그럼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으억!! 154억!!!!!!!!!!!!!!!!!!!진짜 1등이다!! ”


그의 눈빛엔 환호가 가득 했고, 나를 바라보며 의심과 고마움의 눈초리를 보냈다.

설마 했는데 진짜 1등할거란 생각은 추호도 없었을 테니 말이다.

막상 진짜 1등이 되어버렸으니 돌려달라고 마음 변하면 어쩌지란 생각이 가득했을 것이다.

이래서 내가 미리 서명한 종이까지 주지 않았던가.


-끼익


나는 삐걱대는 의자에서 일어나 문 앞에 주저앉아 있는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극도로 행복과 놀라움의 수치가 표출되면 몸이 아마도 이렇게 떨리는 모양이다.

하긴, 나 역시도 그랬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이런 환희에 가득 찬 표정을 보는 것도 제법 흐뭇한 일이였다.

주저앉아있던 경찰은 나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이.....이거.. 진짜 이거 내꺼죠?”


“그럼요. 경찰관님 1등 축하드립니다. 병원비에 잘 보태 쓰세요.”


능글거리는 미소를 보이며 축하를 건넸다.


“와... 선생님 감사합니다. 와.. 이런 대인 이신 줄도 모르고.. 와...세상에... 이거 어떻게 해드려야 하나.. 진짜... 살면서 이런 경험을 해본적이 없어서.. 뭐 어떻게 고마움을 표현해하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너무 감사합니다. 혹시 안아드려도 괜찮을까요?”


그제서야 그는 본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고마움의 표정과 감사의 표현들을 나에게 뿜어내고 있었다.

경찰한테 이런 감사의 표현을 받아보는 것도 처음이지만, 정말 멋쩍은 장면이 한창 동안 이어지고 있었다.

계속되는 표현에 부담스러운 나는 귀가 요청을 한번 해봤다.


“저 그럼.... 어디 안 갈테니까요. 전화도 잘 받을거고. 오늘은 집에 들어가 봐도 될까요?”


“아 그럼요. 선생님.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이번 사건은 걱정하지마세요. 제가 알아서 해놓을테니. 제가 합의금을 주던 뭘 하던 제 선에서 알아서 하겠습니다. 궁금한 거 있으면 그때 연락드리겠습니다. 가시죠 선생님.”


“아 아닙니다. 피곤 할텐데 쉬세요. 혼자 서도 잘 갈 수 있습니다.”


“그럼.. 뭐.. 조심히 들어가세요 선생님. 연락드리겠습니다.”


그의 최대한의 호의였지만, 그 속엔 혹시나 다른 마음이 생겼을까봐 속히 보내려는 마음이 눈동자 속에 잠깐 보였다.


지구대와 서서히 멀어지자 그제야 기지개를 한번 쫙 폈다.


“이런 기분도 뭐 나쁘지 않네. 나름 재미난 하루였어... 저런 표정이라.. 크.. 기가막히는 표정이네. 요즘.. 정말 하루하루가 살 맛 나는구나..!”


로또1등을 남에게 선물로 줘 보는일. 이게 가능이나 한걸까.


작가의말

설정 수정했습니다. 안경에서 손목시계로. 배경년도는 05년 입니다. 스마트폰이 나오기도 전의 상황입니다. 


찌질한 남자의 성공이야기로 그려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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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화 꿈 21.12.26 292 11 13쪽
15 14화 전화위복(2) +2 21.12.25 308 11 17쪽
14 13화 플랜 (2) 21.12.24 328 9 15쪽
13 12화 전화위복 21.12.23 348 13 14쪽
12 11화 연애 +1 21.12.23 362 12 15쪽
11 10화 호감 +2 21.12.22 365 13 14쪽
10 9화 플랜 +1 21.12.22 405 12 14쪽
9 8화 동창회의 목적(3) +3 21.12.21 424 10 12쪽
8 7화 동창회의 목적(2) 21.12.21 452 13 12쪽
7 6화 동창회의 목적 (1) +3 21.12.20 503 18 15쪽
6 5화 +2 21.12.20 549 20 14쪽
5 4화 21.12.20 601 20 16쪽
4 3화 21.12.20 640 22 14쪽
3 2화 +6 21.12.20 700 30 14쪽
2 1화 +6 21.12.20 856 32 14쪽
» 프롤로그 +9 21.12.20 1,043 3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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