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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일
작품등록일 :
2021.12.17 08:56
최근연재일 :
2022.01.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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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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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화 동창회의 목적(2)

DUMMY

시간은 흘러 금요일이 되었고, 점심부터 분주하게 옷장을 뒤지고 있었다. 하지만 도통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찾기가 어려웠다.


“아~ 씨, 아무래도 이 옷이랑 이 옷이랑 별로 안어울리잖아.. 이럴줄 알았으면 내가 옷을 고르는게 아니었는데..씨....”


그렇다 나는 패션센스가 거의 없는 편에 속했기에, 거의 흰색 아님 검은색, 회색 이런색 위주의 옷밖에 없었고, 얼마 전 아울렛에서 새로산 옷도 대충 평소와 비슷한 패턴의 옷이였다.


“아.. 참.. 어떡하냐.. 이왕이면 옷이라도 멋지게 입어야 할건데.. 대충 5~6시간 남았는데.. 이 안에 준비를 다 할 수 있을까? 혹시 모르니 아무래도 이쯤에서 저장포인트를 해놔야 겠다...”


서랍에서 망가진 안경을 꺼냈다. 그리고 익숙한 듯 작동시키자.


[지금까지 상황을 저장 하시겠습니까?]


“네 저장이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저장 할때는 아무런 반응이 없기에 제대로 저장이 되었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그렇지만 어쩌겠나 믿어야지. 작동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불러오기를 함부로 쓰긴 아깝기 때문이었다.


“음.. 그럼 우선 뭐부터 해야 할까? 코디가 문제 일땐, 옷가게를 가는 게 맞지. 가서 추천해달라고 해야겠다.”


그래서 번화가에 옷가게가 모여 있는 거리로 향했다. 역시나 나는 이곳과 친숙하지 않다. 그렇기에 어떤 가게에 좋은 옷이있는지, 요즘 트렌드가 뭔지 전혀 알지 못했기에, 우선 남자답게 가까운 남자 옷 전문점에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저 코디 좀 추천좀 해주실수 있나요? 제가 옷고르는데 영 소질이 없어서..”


“혹시 어떤 드레스코드를 원하시나요? 편한거? 아님 세련되게?”


“음.. 이왕이면 요즘 트렌드에 맞춰서,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 좀 골라주실수 있으신가요?”


“아... 네 뭐.. 알겠습니다. 우선.. 제가 봤을땐 손님 체형이 좀 마르신 편이니까.. 이거랑, 이거랑, 이거.. 이렇게 한번 입어보시겠어요? 탈의실은 저쪽입니다.”


그가 권해준 옷은 다행히 화려하진 않고 단정해 보이는 옷이었다. 하지만 색상이 그동안 내가 입었던 옷들과는 상이했기에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전문가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추천 해준대로 입긴했는데. 정말 뭔가 안 어울리는 듯한 옷이었다.


“이렇게 입는거 맞아요? 뭔가, 색깔이 조화롭지가 않은 것 같은데..”


“요즘은 이게 유행이에요. 거리에 젊은 남자들 돌아다니는거 봐보세요, 비슷하죠?”


그 말을 듣고 거리에 오가는 남자들을 쳐다봤지만, 전혀 모르겠다. 이게 유행이라고..?


“어..음.. 뭐.. 잘 알겠습니다. 우선 좀 둘러보고 올게요.”


그렇게 여러군데를 전전했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옷을 찾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오.. 이러다 시간 다가겠네... 벌써 4시야.. 이젠 어쩔수 없다. 그냥 무난한거 사서 가는수밖에..’


그렇게 향한 마지막 보세 옷가게. 이곳엔 나를 제외하곤 손님이 한명도 없었다.


‘안복잡해서 좋긴하네. 찬찬히 봐도 되겠어.’


그렇게 옷들을 둘러보는데 운이 좋게도,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옷이 여러 벌 보였다.


“저기요. 이거 사이즈 좀 찾아주실 수 있나요?”


“네 어떤 옷이죠?”


그 말과 함께 내 옆으로 다가오는 직원에게 옷을 건네주며 처다보는 순간, 눈동자가 커지며 조금 불쾌했던 그때의 기억들이 되살아나려했다.

옆에 온 사람은 편의점과 헬스장에서 나와 마찰이 있었던 그 여자였다.


‘왜? 왜 또 여기서 마주치는 건데? 아..씨.. 그냥 나갈까..?’


“아 이거요, 어떤 사이즈를 원하시는데요?”


‘아니야 뭐.. 옷만 사는데 죄를 미워해도 사람을 미워하지 말자... 그래.. 참아야지.. 빨리 옷만 사고 나가면 되잖아?’


“그냥 95사이즈로 주시면 될 거 같은데요?”


그런데 이 여자, 날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 변했다.


“어, 잠시만요. 혹시 우리 어디서 본적 있지 않나요? 낯이 익은데.. 여기 단골이신가?”


“아니요.. 뭐, 그건 아니고.. 헬스장에서나 편의점에서 봤어요.”


“헬스장이랑 편의점에서라...아! 그때 그 사람이구나! 아~ 어쩐지..”


그제서야 누군지 기억이 났다는 듯이 날 위아래로 훑어보기 시작했고, 그녀가 입에선 뜻밖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참.. 죄송해요. 그땐 안 좋은 일이 계속 겹쳐서 괜히 짜증 부렸어요. 정말 죄송했어요.”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하자, 좀 당황스러웠다.


‘세상에, 이 사람.. 사과란 걸 할줄 아는 사람이었어? 근데 이미 진상으로 헬스장에서 소문이 쫙났는데..? 뭐지 그럼 날마다 안 좋은 일이 생기는 사람인가..? 그게 말이돼..?’


“아니에요~ 뭐.. 살다보면..그럴수도 있죠. 어쨌든 이거 사이즈 좀 찾아주시겠어요?”


“아, 네 금방 찾아드릴게요. 잠시만요~”


그리고 잠시 후, 그녀는 옷을 들고 나에게 건네 줬다.


“자 여깄습니다. 탈의실은 저쪽이니까 한번 입고 와보세요.”


그렇게 환복하고 거울 앞에 서자, 제법 괜찮아 보였다.


“와 정말 손님하고 딱 잘 어울리네요. 이 옷입고 데이트하러 가도 되겠다~”


뻔한 칭찬이었지만, 왠지 쑥스러웠다. 데이트를 해도 되겠다니..ㅎ


“그럼 이걸로 주시구요.. 어 혹시 다른 옷 좀 골라주실수 있으실까요?”


아까의 사과와 그녀의 칭찬으로 인해 불쾌했던 기억들은 점차 희미해졌고, 어느새 옷을 고르며 그녀와 많은 대화를 하고 있는 나를 볼 수 있었다.


“혹시 안 좋은 일이 자주 있으신 편인가봐요? 딱 두 번봤는데 하필 다 안 좋은 일이 있으셨다고 하니까..”

“아.. 뭐.. 그냥 요즘 일들이 너무 잘 안풀리네요. 남자친구랑 헤어지기도 했고, 사업도 잘 안되고..”


그럼 헬스장에 퍼졌던 건 오해였을까. 아님 지금 이 여자가 친절한척 연기를 하는걸까? 물론 지금당장 알수는 없지만, 어쨌든 이야기를 나눠볼수록 그렇게 나쁜 사람쳐럼 보이진 않았다.


“아 직원이 아니시구나? 여기 직접 운영 하시는거에요?”


“네 그럼요, 직원 쓸 돈이 어딨어요. 혼자 열심히 해야지..”


“오.. 그럼 아침에 운동하고 바로 여기와서 일하시는구나.. 와.. 대단하시다..”


“대단하긴요...몸 생각해서 운동 하는거죠 뭐.. 옷은 다 고르셨어요? 혹시 더 사실려구요?”


어느새 셔츠, 코트 바지, 이렇게 새 옷을 입고 있었다.


“아뇨. 이정도면 될 것 같아요. 그럼 다해서 얼마죠?”


“17만원만 주세요. 조금 할인해드렸어요~”


싱긋 웃으며 가격을 말해줬을 뿐이었지만, 뭔가 살짝 설레였다. 좀 이쁘장하게 생겼다고 생각했었는데, 웃으니까.. 이뻤다.


“여깄습니다.”


그렇게 카드를 건넸고, 다시 나에게 카드를 돌려주며.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번일은 정말 다시 한번 죄송해요. 그런 의미로 언제 커피라도 한잔 쏠게요. 그럼 또 뵈요!”


“아...네 알겠습니다. 또 뵈요..”


그렇게 가게를 나왔지만 뭔가 마음이 살랑살랑 했다.


‘커피를 사준 댄다. 혹시 이게 그린 라이트인가? 에이.. 그럴 일은 없겠지? 그냥 인사치레로 하는 걸 거야..’


***

눈앞에 보이는 약속장소. 상당히 큰 고깃집이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해보니 6시 50분을 막 지나고 있었다.


‘음.. 다행히 늦진 않았군..!’


근데 막상 들어갈려니까 왠지 머뭇거리게 되었다. 그냥 오랜만에 얼굴 보는 게 이리 쑥스러울줄이야.


“어? 야 너 형태 아니냐? 자식 얼굴 그대로네~ 이게 얼마만이야~ 반갑다야~ 와줘서 고마워. 아마 고2때 보고 처음 아니냐? 근데 안 들어가고 여기서 뭐해?”


뒤를 돌아보니 연락 줬던 반장이었다. 녀석도 얼굴은 변함이 없었다.


“어~ 그래. 너도 그대로구나?”


“자자 춥다 어서 들어가자~”


막상 들어가 보니 약 20명 정도가 모여 있었고, 그때 한반이 35명이었으니 안온사람도 제법 많아보였다. 쓰윽 훑어보니 정말 얼굴들이 다 익숙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눈에 들어오는 미진. 역시나 내 눈에는 여전히 예뻐보였다.


“자자 아무데나 가서 앉아라, 뭐 어떠냐. 오랜만에 만난 친구끼리. 어~ 저기 빈자리있네. 저기로 가서 앉어라.”


반장이 안내한 빈자리는 하필이면, 미진이 옆이었다. 미진이는 같은 반 시절내내 혼자 짝사랑했던 아이였는데, 외모도 좋고, 성격까지 활달한 편이라 인기가 제법 많았다. 덕분에 그땐 제대로 말도 한번 못해본 사이였기에, 말 그대로 정말 혼자만 좋아하고 말았었다.


“야~ 오랜만이네. 너도 올줄은 몰랐다야. 워낙 조용히 지냈었잖아. 잘지냈어?”


먼저 반갑게 인사하는 그녀였다.


“어.. 뭐 잘지내지. 넌 어떻게 지냈어?”


“뭐 이 나이되면 다 똑같은 거 아니겠니? 출근 퇴근하고, 그런 일의 연속이지. 넌 요즘 무슨일해?”


백수라고 어떻게 사실대로 말하겠는가.


“아 뭐..그냥 이것저것 하는데 요즘 들어 나름 부족함 없이 지내고있어. 넌 무슨 일하는데?”


“그냥 뭐.. 작은 회사 다니지. 그나저나 반갑다야~ 안본사이에 많이 남자다워진 것같다? 옷차림도 괜찮아 보이고..”


‘아니.. 갑자기 이게 무슨일이지..? 나한테 관심을 보이다니..?!’


그녀의 반응은 정말 뜻밖이었지만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 이후로 그녀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술잔을 나누며,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어렸을땐 정말 말 한자리 못 붙여봤었지만, 어른이 돼서 이렇게 이야기를 나눈다는 사실만으로도 뭔가 기뻤다.


“야 너 주위에 괜찮은 사람있으면 소개 좀 해주라. 어때? 그래도 같은 반 친구였잖아.”


“소개..? 왜? 남자친구 없는거야?”


“응 없어. 솔로야. 너를 보면 주위에 괜찮은 사람이 있다는 느낌이 딱 오는걸? 그래서 해줄 거야 말 거야?”


“어..? 소개? 알았어 한번 찾아볼게..!”


소개는 무슨 내가 잘해볼 속셈이다.


“자 그럼 연락을 주고 받아야 되니까는~ 핸드폰 줘봐.”


짝사랑했던 그 감정이 다시 되살아난 덕분인지, 이런 아무것도 아닌 일에 뭔가 심장이 두근두근 거렸다. 고작 연락처하나 얻었을 뿐이었지만 말이다.


“그럼 꼭 연락해! 알았지?!”


“어! 당연하지 연락할게!”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미소를 띄고있던 내 옆에 갑자기 어떤 남자가 찾아왔다.


“어!? 형태 아니냐? 캬~ 너도 이런데 왔구나? 어때 어른 되니 살맛나냐?”


낯선 남자의 목소리. 고개를 돌려 얼굴을 보니, 철국이가 있었다. 철국. 2학년 내내 나를 괴롭혔던 개새끼. 놀리고, 때리고.. 이 새끼 볼까 두려워서 안올까 했지만, 설마 오겠어. 그 양아치새끼가.. 했던게 이 녀석도 와 있었다.


‘젠장.. 이새끼는 왜 오고 지랄이람..아..씨...기분 잡치네..’


“이야~ 우리 형태 이제 어른 다됐네? 술도 먹고? 한잔 받아라. 내가 한잔 줄께!”


“아..아냐. 괜찮아.. 술 별로 안좋아해서..”


“이쌔끼 어디서 어른앞에서 구라를 치고있어? 먹는거 다 봤다. 자 한잔 받어. 내가 그땐 좀 철이 없었다. 미안.”


‘어라? 이 새끼가 왜 사과를 하지? 그런놈이 아닌데?’


난 녀석이 따라주는 술을 받았다.


“자 짠~ 야 담배피냐? 담배 피러갈래?”


“어.. 담배는 피긴하는데..”


왠지 머뭇거려졌다. 이 녀석한테 사과를 받긴했지만, 그래도 같이 어울리고 싶진 않기 때문이었다.


“야 그러지말고 같이 좀 가자. 내가 너 잡아먹기라도 하겠냐? 그땐 미안했다고..그러니까 가자~”


“어...그래 알았어, 가자.”


그렇게 자리를 일어서자 옆에 앉아있었던 미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형태~ 빨리 갔다와라~”


“어..! 알았어 금방올께!”


그래도 미진이랑 친해진게 너무나도 기쁜 오늘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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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화 꿈 21.12.26 292 11 13쪽
15 14화 전화위복(2) +2 21.12.25 308 11 17쪽
14 13화 플랜 (2) 21.12.24 328 9 15쪽
13 12화 전화위복 21.12.23 348 13 14쪽
12 11화 연애 +1 21.12.23 362 12 15쪽
11 10화 호감 +2 21.12.22 365 13 14쪽
10 9화 플랜 +1 21.12.22 405 12 14쪽
9 8화 동창회의 목적(3) +3 21.12.21 424 10 12쪽
» 7화 동창회의 목적(2) 21.12.21 453 13 12쪽
7 6화 동창회의 목적 (1) +3 21.12.20 503 18 15쪽
6 5화 +2 21.12.20 549 20 14쪽
5 4화 21.12.20 601 20 16쪽
4 3화 21.12.20 640 2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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