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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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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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O : ....or Maybe Dead! (4)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넌 지금까지 매우 훌륭한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있어. 이번 영화가 네 커리어에 흠집이 날 수도 있다고!”


워낙에 대작이라서 박스오피스 폭탄이라도 터지게 된다면 회복불능의 데미지를 입을 수도 있다.


“내가 커리어 신경 쓰는 사람이야?”

“이, 이 고집쟁이가....!”


지인들은 항상 걱정이다.

충분히 안전한 길로 갈 수 있음에도 쓸데없는 부분에 힘을 쏟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REMO>가 개봉 될 때 즈음이면 Eye-MAX 3D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스크린이 500개까지 늘어날 거야. 지금까지 할리우드 영화가 가지지 못했던 새로운 수입원이 생긴다는 거지. 적어도 박스오피스 수익의 1/5은 Eye-MAX에서 나올 테니까 너무 걱정 마.”


<REMO> 최종편의 손익분기점은 P&A 비용에 따라서 3.7억 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

제 아무리 세계시장을 상대로 한다고 해도 쉽지 않은 박스오피스 수입이다.

참고로 <REMO> 최종편의 투자는 GARAM Ventures와 GARAM Invest Hollywood Fund가 절반을 조달했고,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19%), G&P 할리우드 영화 펀드(16%), JHO Pictures(7%), 기타(6%)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까지 JHO Pictures 제작 영화들 수익률은 매우 훌륭했다.

영화 펀드들이 서로 들어오려고 하는 프로젝트들이 많았다.

안타깝게도 <REMO> 최종편은 인기가 없다.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판단에서다.

평소 20~30% 투자금이 들어오던 G&P가 투자를 절반으로 줄였을 정도다.

대신 류지호 개인이 운영하는 펀드 비중을 높였다.

투자는 인기가 없었지만, PPL 인기가 좋았던 것이 위안이랄까.


“대신 아카데미 후보에 들 수 있는 기간에 개봉하는 걸로 해!”


앨런 포스터가 그것만큼은 양보 못한다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주요 부문 수상은 힘들더라도, 시각효과, 음향편집, 분장 부문은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화 포스터에 아카데미 수상작 마크가 달리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박스오피스에서 매우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다.


“알겠어. 대신 포스트프로덕션 수퍼바이저를 너무 압박하진 말아줘.”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진행할 거야.”

“이제 잔소리 안 할 거지?”

“잔소리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니. 조언.”


앨런 포스터는 전형적인 예스맨과 거리가 멀었다.

류지호가 월급을 준다고 해서 듣기 좋은 말만 하지 않았다.

때로는 류지호와 다툴 정도로 직설적으로 말하곤 했다.

물론 업무적인 부분에서만 그렇다.

사적으로는 류지호의 좋은 동료이자 친구다.

10살이라는 나이 차이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할 정도로.

JHO Pictures의 주인이 류지호라서 마음대로 할 것 같지만, 딱히 그렇진 않다.

경영 부문은 피터 웰스에게 일임했고, 영화제작 부문은 앨런 포스터가 책임지고 있다.

류지호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막중한 권한까지 넘겨주는 편이다.

앨런 포스터는 충분히 유능한 프로듀서다.

조금 더 할리우드 네트워크를 쌓아간다면,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처럼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사실 앨런 포스터는 그런 길로 향하는 양탄자를 류지호가 깔아주길 기대하는 마음을 일찌감치 접었다.

비록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에는 자신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지만, 나머지 빅 식스가 있고 MSM Studios의 사장이 될 수도 있으며 ParaMax급의 준메이저 회장으로 옮겨가지 말란 법도 없다.


“산은 올라야 하는 거잖아. 산에 있는 나무가 되고 싶진 않아.”


세상은 평범한 이들에게는 전쟁터다.

반면에 류지호 같은 이들에게는 놀이터다.

누구나 전쟁터가 아니라 놀이터에서 지내고 싶어 한다.

앨런 포스터라고 다르지 않았다.


❉ ❉ ❉


뎁스 버젯(Depth budget), 뎁스 밸류(Depth Value), 영점(Convergence point), 입장감(Presence Effect) 등.

3D 영상에 있어서 기본이 되는 용어들이다.

3D 영화 제작과정에서 입체기술 전반을 책임지는 전문가를 스테레오그래퍼라고 하는데, 그들은 영화의 기획 단계부터 최종 프린트까지 거의 전 과정에 참여해 입체영상에 관한 기술 작업과 창작활동을 지휘한다.

<REMO> 최종편에서는 <Zombie Apocalypse>에 이어 3D 전 과정을 레오 립톤이 관여하고 있다.

UCLA 동문 로이 캠벨과 아담스 블랙이 팀에 합류해서 어시스턴트로 일하고 있다.

레오 립톤은 각 장면마다 깊이를 표시한 3D영화의 스크립트를 완성했다.

100개가 넘는 요소들과 아트워크의 복합적인 레이어들이 필요한 몇 장면들을 집중적으로 준비하며, 최대한의 3D 디테일과 풍부함을 담아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반지의 제왕>에서 골룸 모션캡처를 작업한 TreeWeta Studios를 방문해 관련기술을 참조하기도 하는 등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다.

Hues & Rhythm Studios는 동물 CG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REMO> 최종편에서 등장하는 언데드 몬스터를 구현하기 위해서 고릴라, 침팬지, 곰 같은 동물들의 행동을 연구했다.


“동물들을 연구하기 위해 실제 고릴라를 스튜디오로 데리고 왔어. 아티스트들이 어떻게 동물들이 움직이는지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아주 좋았지. 유명한 동물 TV쇼를 진행하는 동물전문가가 동물들을 데리고 방문하기도 했고. 아주 흥분되고 유용한 순간이었지.”


숀 킴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Hues & Rhythm Studios에서 근무하는 한국계 아티스트들의 맏형 격인 인물이다.

<REMO> 최종편의 VFX 기술 총책임자로 지명했다.

당연히 <REMO> 최종편을 하다보면 배우는 것도 많을 터.

그를 키워주기 위해 중요한 자리에 앉혀 놨다.

숀 킴을 보좌하는 파키스탄 출신의 VFX 아티스트 알리가 말했다.


“포스터씨에게 이야기는 들었어. 무조건 8개월 내에 끝내라고 하더군.”

“내년 연말에 개봉하고 싶은 모양이야.”


알리는 최근에 Hues & Rhythm Studios에 입사했지만,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티스트다.

현재는 20세기 PARKs의 <Day After Tomorrow> CG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벌써 배급 스케줄이 잡혔어?”

“완성도에 달렸겠지. 아무리 늦어도 내후년 1월에는 개봉하지 않을까 싶어.”

“한국의 WaW Digi Lab과 인도 델리 스튜디오를 가동하면 충분할 것 같긴 해.”

“<REMO>가 델리 스튜디오의 첫 작업이지?”

“응. 파이프라인 구축과 인력 배치를 얼마 전에 끝마쳤거든.”

“커뮤니케이션에는 문제없어?”

“문제없어. 똘똘한 애들을 많이 뽑은 것 같더라.”


인도를 대표하는 명문 공과대학인 인도델리공과대학 졸업생들을 비롯해 미국대학의 인도출신 졸업생들이 실리콘밸리에 많이 들어와 있다.

알리처럼 파키스탄 명문대학 출신들 역시 청운의 품을 안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난 두 사람만 믿을게. 잘 부탁해.”


숀 킴과 알리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자신감을 드러냈다.


“맡겨줘!”


<REMO> 최종편에서는 기본 CG 작업 외에 3D 컨버팅 작업도 해야 한다.

2D에서 3D 전환과정에만 조명, 레이아웃, 효과, 그리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60명이 넘는 3D아티스트들이 동원될 예정이다.

<REMO> 최종편을 위한 전용 인하우스 소프트웨어도 개발되어 사용될 예정이다.

참고로 이전 삶에서 <아바타> 2D와 3D 작업에 쓰인 툴만 각각 11개 12개였다.

참여한 스튜디오는 모두 14곳이었다.

새롭게 선보인 각종 기술만도 수십 종이었다.

Eye-MAX 3D <REMO> 최종편은 실사 영상 위주이기 때문에 <아바타>보다는 규모가 작았다.

그렇다고 해도 이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각종 신기술의 총집합체가 될 예정이다.


“애니메이션 업계에 한국계들이 많이 유입되고 있다고?”

“한국의 애니메이션 시장이 완전히 죽어버려서 유능한 인재들이 미국으로 많이 넘어오고 있어.”


애니메이터 개인에게는 미국이 기회의 땅일 수도 있지만, 한국 애니메이션계는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Playa Vista 캠퍼스로 이주를 완료하면 몇 명의 직원이 근무하게 되는 거야?”

“본사에서만 500명 정도.”

“새로운 슈퍼컴퓨터는 정해졌고?”

“응.”

“백업은?”

“라이브러리 백업은 Go Daddy 데이터 센터에 하기로 한 것으로 알아.”


Hues & Rhythm Studios는 한 대의 슈퍼컴퓨터를 추가로 구입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작업한 모든 것들이 들어있는 라이브러리는 자체적인 백업 외에 어바인의 Go Daddy 데이터센터에도 두기로 했다.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CG비용을 동결시켜서 중소형 스튜디오들이 이익을 포기하고 일감을 수주하고 있어. Hues & Rhythm의 수익성도 그리 좋지 못하다고 해.”


때문에 본사 인력을 충원하는 대신 인건비가 저렴한 인도 지사를 확대개편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출신들이 자국으로 돌아가며 IT 강국의 기반을 다져가고 있는 인도다.

사실 인도를 IT 강국으로 이끈 것은 미국 유학생 및 실리콘밸리 출신 때문만은 아니다.

지리적인 위치도 크게 한몫했다.

인도는 국토의 중앙부를 동경 80도가 통과한다.

IT의 메카 실리콘밸리 지역과 12시간 정도의 시간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퇴근할 때 개발하고 있던 부분을 인도로 보내면 아침을 맞이한 인도의 기업에서는 작업 분량을 그대로 받아 개발을 이어서할 수가 있다.

미국과 밤낮이 정반대인 12시간 시차 활용.

인도의 MIT라고 불리는 인도공과대학 등의 우수한 인적 자원.

저렴한 인건비.

인도는 미국의 IT기업들이 지사 진출이나 협업을 이룰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치명적인 단점도 존재했다.

보안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때문에 중요한 프로젝트를 인도 현지에 모두 맡길 수 없다.

애니메이션이나 영상 CG 작업은 상관없다.

일감을 토막토막 나눠서 작업을 맡기기 때문이다.


“한국과의 협업은 어때?”

“솜씨는 좋은데 인건비가 인도에 비해서 비싸니까.”

“한국의 인건비가 비싸면 인도는 도대체.....”


1990년대까지는 한국에서 애니메이터로 그럭저럭 먹고 살만 했다.

한국 정부의 만화탄압과 외환위기 등이 겹치면서 만화와 애니메이션 산업이 몰락 수순을 밟고 있어서 이 시기 즈음부터 일본과 미국으로 인력유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미국 애니메이션 시장은 인재풀이 넓고 고용이 유연하며 상향평준화가 된 편이다.

전 세계에서 ‘난다긴다‘ 하는 인재들이 즐비하게 포진해 있다.

문제는 미국의 애니메이션 업계 전망이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외주사들(한국, 일본, 중국)의 애니메이터들 실력이 빠르게 향상되고 몸값은 미국인들보다 훨씬 저렴해서 미국 제작사들이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너도 나도 외주를 늘리게 된다.


“혹시 할리우드에서 일하는 한국계 애니메이터 커뮤니티가 따로 있어?”

“몇 명이나 된다고 커뮤니티씩이나.”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 있으면 한 번 만들어보라고 해.”

“Hues & Rhythm에서는 올해 더 이상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 없는 걸로 알아.”

“BOSS까지 무너졌잖아. 몇 년 안에 중급 규모의 업체들이 문을 닫을 거야. 수백 명의 경력자들이 시장에 풀린다는 뜻이야. 비경력자가 직장을 찾기가 지금보다 훨씬 어렵겠지.”


2010년대에 가면 캐나다, 싱가포르, 인도 등지의 미국 회사 애니메이션 외주를 받아 일하던 사람들이 몇 년의 경력, 영어 실력, 애니메이터 실력을 갖고도 미국에서 취업을 못 할 정도로 구직난이 심각해진다.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지만, 애니메이션 업계도 잘 나가는 이들은 돈을 잘 벌지만 거기까지 올라가는데 드는 시간과 노력이 만만치 않잖아. 한국계들끼리 정보도 공유하고 서로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지 않겠어?”

“알겠어.”


잘 모르거나 연관이 없는 분야라면 신경도 안 쓰겠지만, JHO Company Group 산하에 애니메이션 회사만 두 개다.

뛰어난 인재들을 품을 수 있으면 서로에게 윈윈이다.


“한국계 중에서 아카데미 시각효과상 수상자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고.”


❉ ❉ ❉


영화감독이 되고 처음으로 류지호는 여유로운 프리프로덕션을 진행하는 것 같았다.

세 번째로 손발을 맞추는 스태프들이 대부분이라서 류지호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면 각 파트들이 알아서 착착 준비했다.

류지호는 편한 마음으로 벨에어 주택의 서재에 틀어박혀서 줄콘티에 매달렸다.

줄콘티가 완성된 후, 스테레오그래퍼 레오 립톤과 두 명의 어시스턴트를 집으로 불렀다.

그들이 작성해 온 뎁스 스크립트(Depth Script Design)에 맞춰 콘티를 보완했다.

뎁스 스크립트는 시나리오 작가가 시나리오를 통해 영화의 스토리텔링을 만들듯이 입체감을 기준으로 시나리오를 해석한 일종의 3D 콘티 밑 작업이다.

영화의 기승전결의 흐름에 따라 Shot/Scene/Sequence 단위별로 입체감을 정량화해서 공간 안에서 피사체와 피사체의 돌출영역과 후퇴영역을 구분해서 제시한다.

즉 입체감을 가장 강력하게 이입할 수 있는 영역과 반대로 입체감을 평이하게 적용할 영역을 스테레오그래퍼가 임의로 해석하여 적용하는 작업이 바로 뎁스 스크립트 디자인이다.

때문에 일반적인 영화 문법과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스토리보드는 스테레오그래퍼가 디자인한 뎁스 스크립트가 나온 후 작업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감독, 촬영감독, 미술감독, 스테레오그래퍼가 모여 최종 뎁스 스크립트를 논의한다.

 <REMO> 최종편은 이전 시리즈와 달리 단순한 스토리다.

대부분의 아이디어가 관객을 감탄시킬 3D영상 그 자체를 위해 설계되었다.

따라서 뎁스 스크립트가 콘티의 기본 토대가 되었다.

영상의 구도, 인물의 배치 같은 미장센이 3D를 가장 효율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했다.

그렇다고 감독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모든 것을 총괄하는 것은 감독이니까.

아무리 기술집약적인 영화라고 할지라도 감독은 무엇을 할 것인가 강력한 목적의식으로 영화 전반을 지배해야 한다.

류지호는 수차례 메인 스태프들과 함께 뎁스 스크립트를 논의했다.

그 과정에서 포기할 것과 힘을 줄 것을 골라냈다.

3D 영화 촬영의 기본 개념은 간단하다.

영점이라고 하는 주피사체를 결정하면, 그것을 중심으로 돌출영역과 후퇴영역을 나누는 것이다.

그때 금기시되는 문법이나 상황이 있다.

지나친 시각적인 자극이나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부적절한 조건을 만들어선 안 된다.

또한 입체감의 급격한 변화는 관객에게 심리적인 불편함과 시각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때문에 관객이 수용할 수 있는 정도의 깊이감을 설정해야 한다.


“때로는 촬영된 피사체가 부피감을 갖지 못해 매우 얇은 종이처럼 보일 때가 있어. 관객에게 현실세계와 유리된 느낌을 유발하는 현상이 생길 수도 있지. 이를 CUTOUT현상이라고 하는데, 주로 망원렌즈로 촬영할 때 이러한 현상이 발생해.”


레오 립톤이 다시 한 번 주의할 것들을 정리해서 들려줬다.


“촬영 시 축간격을 과도하게 벌리는 경우 피사체가 마치 축소된 세계처럼 왜곡되어 보이는 현상이 생겨. 이를 미니어처 효과라고 하는데, 컴퓨터 그래픽으로 장면을 완전히 창조하지 않는 한 언제든지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서 주의가 필요하지.”


레오 립톤은 자신이 작업했던 레퍼런스 영상을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갔다.


“지금 보는 것처럼 피사체를 온전하게 보여주지 않고 자르거나 특정 물체를 과도하게 클로즈업 할 경우 관객에게 인지과정의 혼선을 주면서 시각피로를 유발해.”


촬영감독과 미술감독이 얼른 쓰고 있던 3D안경을 벗었다.

어지럼증을 느낀 듯 잠시 호흡을 골랐다.


“한편으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마치 창문을 통해 안에서 바깥의 피사체를 들여다보는 느낌을 원하지만 입체감을 가진 창문 밖 피사체는 오히려 튀어나와 보이는 모순을 갖게 되면서 우리의 인지과정에 혼선을 가져오기도 해.”


지금까지 레오 립톤은 3D 영상의 좋은 사례만 보여줬다.

하지만 스토리보드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잘못된 사례를 자주 보여줬다.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레오 립톤은 <REMO> 최종편을 보는 내내 입체로 보이려고 Depth를 찾아 눈을 이리저리 굴려보며 어디까지 입체인지를 확인하는 재미로 끝나버리지 않기를 원했다.

즉 관객에게 신기한 체험을 2시간 동안 제공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류지호가 누누이 강조한 것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3D 입체영화가 왜 필요한지 근본적인 이유를 제대로 표현하고 싶었다.

3D 입체영상의 기본적인 원칙은 관객이 가상의 세계를 실제 공간처럼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입체적인 구성 속에서 관객이 가상의 공간에 같이 존재하며 3인칭의 시점에서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며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현 시점에서 완벽하게 구현할 순 없다.

심지어 3D 영화의 부흥을 이끌었던 <아바타>도 성공하지 못했다.

진정한 3D 체험은 VR(virtual reality)에서 가능할까.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술을 뛰어넘는 스토리텔링.

3D 효과를 일정 부분 포기하더라도 관객에게 감정적 울림을 주는 것.

바로 그것에서 해답이 있다고 봤다.

이전 삶에서 LOG 애니메이션의 3D 컨버팅 영화가 취했던 방식이다.

바로 ‘뎁스 스코어’(depth score) 방식의 3D다.

영화에서 감정적 부분을 울림 있게 표현하기 위해 크고 낮은 음악 스코어를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기법이다.

영화의 스토리상에서 아주 낮은 감정적 파고가 있는 부분은 레벨1로, 감정이 극도로 고양된 부분이나 클라이맥스는 레벨10으로 장면마다 그 깊이를 표시한 뎁스 스크립트를 제작해 LOG 애니메이션 3D 작업에 활용했다.

관객 쪽으로 튀어나오는 입체감보다는 정서적 깊이감을 부각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런 접근방식으로 눈의 피로감 없는 3D를 표현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류지호는 아직 나오지도 않은 뎁스 스코어 개념을 <REMO> 최종편에 도입했다.

레오 립톤이 천재니 어쩌니 추겨 세웠지만, 뎁스 스코어 개념이 누구도 생각지 못할 그런 개념은 아니었다.

촬영감독 레이먼드 쿤디가 류지호에게 물었다.


“Eye-MAX에서 Solido를 몇 대나 내줄 수 있다던가?”

“3대를 내줄 수 있다고 하네요.”


현재까지 Eye-MAX 3D Solido는 모두 다섯 대가 제작되었다.

한 대는 프랑스 다큐멘터리팀이 장기 임대해 아프리카에서 3D 영화를 촬영하고 있다.

다른 한 대는 약간의 파손과 작동이상으로 수리 중이다.


“두 대만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들었는데, 천만다행이군.”

“마음 같아서는 몇 대 더 제작하고 싶은데,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 중이기에 더는 제작될 것 같진 않아요.”

“디지털 카메라가 나온다면 부피가 좀 작아지겠지?”

“당장은 힘들어요.”

“Eye-MAX로는 한동안 무리라고 하더라도, 일반 디지털 영화 카메라에 리그를 달아서 촬영할 수도 있겠지.”

“새롭게 부착하게 될 블림프는 쓸모가 있던가요?”

“여전히 동시녹음은 불가능해. 대신 작업 스트레스는 좀 줄어들 것 같아.”

“다행이네요.”


Eye-MAX Solido용 Sound Blimp(소음차단 덮개)는 단 두 개만 특수 제작했다.

기존 카메라가 작동될 때 소음이 전기톱 돌아가는 수준이다.

불가피하게 소음을 줄이기 위해 방음재로 쓰이는 섬유를 이용해 사운드 블림프를 특수 제작해야만 했다.


“촬영현장에서 한 번에 두 대만 가동할 수 있어요.”

“그것만 해도 감지덕지야.”


1,000피트로 3분 조금 넘는 시간을 촬영하지만, 릴 교체에만 대략 15-20 분이 소요될 예정이다.

3D 영화 촬영에는 두 개의 릴이 동시에 돌아간다.

3분 촬영하고, 약 35분은 릴 교체로 허송세월해야만 한다.

그래서 여분의 카메라를 준비해서 필름 로딩 시간을 절약하도록 하고 있다.

촬영하는 시간 동안 여분의 카메라에 릴을 교체해두는 방식은 류지호가 <복수의 꽃>을 작업하면서 시작된 방식이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하고 싶어도 못한다.

카메라를 임대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35mm 필름 카메라의 무게는 약 18Kg, Eye-MAX 필름 카메라는 30Kg 안팎인 반면에 Eye-MAX Solido의 무게는 무려 109Kg이다.

카메라를 옮기기 위해 매번 4인 1조로 움직일 수밖에 없어서 전담 그립팀이 필요했다.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봐야 1.5억 달러짜리 영화에서 사람 몇 명 더 고용한다고 해서 티도 나지 않겠지만.


“자넨 루카스의 이상과 아들러의 야망 그리고 저 옛날 워너 형제만큼의 권력을 가지고 있어. 다음에는 또 어떤 식으로 할리우드를 놀라게 할지 기대가 되는 군.”

“다음 영화를 거론하기에는 너무 이른 것 같네요.”

“하하하. 내년에도 영화를 찍는다면서?”

“한국에서 프랜차이즈 시리즈 한 편 찍을 것 같아요.”

“디지털로?”

“아니요. 필름으로 작업하려고요.”

“...굳이?”

“CG 없는 순수한 35mm 필름 룩으로 돌아가려고요.”

“Eye-MAX가 아니라?”

“한동안 첨단 기술에만 집착했던 것 같아요.”

“아쉽군.”


확실히 에드먼드 쿤디는 특수촬영과 첨단장비에 무척 관심이 많았다.

류지호처럼 디지털 영화나 Eye-MAX 영화를 거리낌 없이 제작할 수 있는 프로듀서와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극소수다.

그 극소수의 감독들은 파트너 촬영감독이 따로 있다.

즉 자신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는 의미다.


“사적인 이야기는 저녁식사하면서 나눠요.”

“술 한 잔 하는 겐가?”

“혈압 관리 하셔야죠.”

“끄떡없네.”

“식후에 가볍게 와인 마시는 걸로 해요. 제일 비싼 걸로 주문하세요.”

“큼. 그렇다면야....”


어느 새 크랭크 인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사실 류지호는 Eye-MAX 3D 영화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최종 결과물에 대한 감이 오질 않았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할리우드 인프라가 세계 최고라고 하더라도, 안 되는 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제이미 캐머론이 <행성880> 프로젝트를 무려 18년이나 묵혀두었던 것이다.

다만 본인의 영화가 진정으로 입체영상에 적합한지, 또 입체기술을 응용하면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무척 궁금하긴 했다.


‘큭. 내 돈지랄이 누군가에게는 좋은 선행학습이 될지도....’


자신의 작업이 거름이 되고, 모든 영광을 다른 누군가 가져가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관련 기술과 업체들을 류지호가 모두 선점하고 있다.

천하의 제이미 캐머론의 3D 영화조차 류지호의 손바닥 안에 있다.

류지호로서는 무조건 남는 장사다.


‘나중에라도 돈, 기술, 노하우를 쪽쪽 빨아 먹어서 <아바타>가 해내지 못한 걸 하면 되지. 메시지든, 스토리텔링이든, 영상이든.....’


작가의말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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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5 REMO : ....or Maybe Dead! (10) +4 23.08.03 2,728 107 26쪽
574 REMO : ....or Maybe Dead! (9) +3 23.08.03 2,504 97 24쪽
573 REMO : ....or Maybe Dead! (8) +7 23.08.02 2,657 111 26쪽
572 REMO : ....or Maybe Dead! (7) +3 23.08.02 2,633 99 24쪽
571 REMO : ....or Maybe Dead! (6) +3 23.08.01 2,658 109 22쪽
570 REMO : ....or Maybe Dead! (5) +5 23.08.01 2,561 97 23쪽
» REMO : ....or Maybe Dead! (4) +6 23.07.31 2,737 108 24쪽
568 REMO : ....or Maybe Dead! (3) +7 23.07.31 2,674 98 23쪽
567 REMO : ....or Maybe Dead! (2) +3 23.07.29 2,903 111 26쪽
566 REMO : ....or Maybe Dead! (1) +4 23.07.28 2,966 106 24쪽
565 낄 데 안 낄 데 분별을 못하고 있어! +6 23.07.27 2,941 114 26쪽
564 영화감독은 우연을 창조하는 사람! +3 23.07.26 2,933 112 25쪽
563 형이 갖고 싶었던 건 아니고? +6 23.07.25 2,961 123 29쪽
562 Love Of a Lifetime. (4) +4 23.07.24 2,840 118 23쪽
561 Love Of a Lifetime. (3) +3 23.07.24 2,688 93 24쪽
560 Love Of a Lifetime. (2) +8 23.07.22 2,985 116 26쪽
559 Love Of a Lifetime. (1) +2 23.07.21 2,955 113 24쪽
558 어련히 알아서 할까..... +6 23.07.20 2,958 118 29쪽
557 두고두고 가문의 영광이겠지..... +9 23.07.19 2,903 122 25쪽
556 MJJ Music Records. (4) +4 23.07.18 2,853 110 24쪽
555 MJJ Music Records. (3) +2 23.07.17 2,837 114 21쪽
554 MJJ Music Records. (2) +5 23.07.15 2,939 125 22쪽
553 MJJ Music Records. (1) +5 23.07.14 2,994 103 22쪽
552 내 것이 없으면 언제고 한계가 닥치게 되어 있어. (2) +3 23.07.13 2,993 113 23쪽
551 내 것이 없으면 언제고 한계가 닥치게 되어 있어. (1) +5 23.07.12 2,982 112 23쪽
550 나도 아직 시도하지 않은 건데..... +4 23.07.11 3,014 118 27쪽
549 내 이럴 줄 알았다! (2) +8 23.07.10 3,017 118 27쪽
548 내 이럴 줄 알았다! (1) +4 23.07.08 3,028 112 25쪽
547 앞으로 할 일이 참 많아..... +4 23.07.07 3,032 112 25쪽
546 반지 링은 얇아도 다이아몬드 알은 굵어야.... +7 23.07.06 3,042 109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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