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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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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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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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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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O : ....or Maybe Dead! (6)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Eye-MAX 3D 상업영화는 분명 할리우드에서도 새로운 시도다.

새로운 시도라도 어떤 위험을 부담하는지 나름이다.

완전히 새로운 시도는 할리우드에서조차 힘들다.

새로운 기법을 시도 했을 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또 다른 문제이기에.

새롭다고 해서 반드시 통하는 것도 아니고.

낯설고 이질적이란 이유로 배척을 받은 사례는 무수히 많았다.

할리우드는 투자자의 영향력이 특히나 심한 곳이다.

투자자의 입맛에 따라 배우가 정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감독이 촬영현장에서 해고되는 일은 특별한 뉴스도 아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커다란 모험을 싫어한다.

그래서 ‘참신하다’라고 평가받은 할리우드 영화 대부분은 실제로 새로운 것이라기 보단 기존의 것을 살짝 비틀거나 무언가를 가미한 경우다.

류지호의 <REMO> 최종편 역시 완전히 새로운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Eye-MAX 3D 애니메이션이 엄연히 존재했다.

이미 몇 편이 개봉되었다.

극영화보다는 위험부담이 적은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3D 진척이 활발했다.

Eye-MAX Corp.은 미국의 4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과 Eye-MAX 3D 애니메이션 계약을 체결했다.

류지호는 <REMO> 최종편을 통해 새로운 시도로 참신함을 만들 생각도 없고, 과거 3D 영화 황금기로의 회귀를 노리지도 않았다.

관객의 눈높이는 높아질 대로 높아져 있다.

어설픈 시도는 안하느니만 못하다.

<복수의 꽃>의 주요 목표 중에 하나가 CG가 아니라 실제 배경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었다.

그것도 수정이나 보완을 많이 하지 않은 채로.

최대한 자연미를 살려서.

그 방법은 고전 기법을 이용한 것이었다.

현란한 온갖 기술과 연출 기교로 인해 거의 묻혀버린 과거의 영화적인 기법들이었다.

Eye-MAX를 빼고 지금에 와서는 퇴물이나 다름없는 영상 문법들도 있었다.

반면에 <REMO> 최종편은 지금 시점에 보여줄 수 있는 온갖 현란함으로 영화를 치장할 생각이다.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각종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영상에 가해지는 수정과 보완이 어느 수준까지 가능한지도 보여줄 생각이다.

세월이.... 시대가 변했다.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일 뿐, 대부분의 영상에 이런저런 기술들이 들어간다.

마냥 거부하는 것은 예술혼이 아니라 똥고집일 뿐이다.

화면의 포맷에 따라 미장센도 달라진다.

2D와 3D는 단순히 미장센이 달라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영상문법 자체가 바뀐다.

2D에서 강력한 영상기법인 클로즈업과 익스트림 롱쇼트는 3D에 그 의미가 퇴색된다.

거창하게 새로운 극영화의 영상언어나 문법을 창조할 야망 따위는 없다.

다만 이 시기에서 구현할 수 있는 영상의 끝을 보여줄 생각은 있었다.

적어도 <아바타>가 나오기 전까지 관객들이 경험할 수 있는 입체영화의 최고점을.

영화비평계 쪽에서는 좋은 소리를 못 들을 각오를 하면서 추구하고 있다.


‘완벽하게 매표구에 아부하는 영화이니까.’


철저하게 대중영합적인 태도로 작품을 대하고 있다.

입체영화는 한 때 반짝 유행했을 뿐, 오래 가지 못했다.

입체영화에 대한 환상으로 인해 부실한 스토리텔링 영화를 양산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기술이 서사와 캐릭터의 매력을 압도했다.


‘최대한 기술이 안보이도록.....!’


스테픈 잡스와 실랑이 하다가 상기하게 된 원칙이다.

<REMO> 최종편이 3D 영화이자 판타지 액션영화이기 때문에 영상 기술이 보이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그 불가능에 최대한 가까워지는 것이 류지호의 목표다.

투자자와 스튜디오에 끌려 다녀야 한다면 그 같은 접근방식은 어림도 없었을 터.

류지호 마음대로 운영되는 JHO Pictures이기에 가능한 시도이자 도전이다.

<컷스로트 아일랜드>, <워터월드>, <13번째 전사>, <파이널 판타지> 등.

그들 영화가 박스오피스 폭탄을 터트릴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혹여 <REMO> 최종편이 박스오피스 폭탄이라도 터트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느긋한 사람은 류지호 뿐이다.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 흥행 대참패를 한 경우는 없다.

적어도 1~2편을 관람한 관객은 다시 찾아오게 되어 있으니까.


‘그래서 영화팬들과 매스컴으로부터 안 좋은 소리를 들어도 기를 쓰고 스튜디오들이 시리즈물을 기획하고 만드는 이유지.’


❉ ❉ ❉


<REMO> 프랜차이즈는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스케일이 커졌다.

최종편은 작정하고 판을 벌인 느낌이다.

뉴욕 맨해튼의 블록 한 곳을 빙 둘러 경찰 통제선이 쳐져 있다.

맨해튼 분위기를 물씬 풍기면서도 평소 왕래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그래서 할리우드 영화의 주요 단골 촬영지다.

도로 양편의 건물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자주 영화가 촬영되는 광경을 구경할 수 있다.

메인 도로 뒤편의 골목에는 배우 대기실로 사용되는 5대의 트레일러와 분장차, 야외 간이 화장실, 앰뷸런스, 케이터링 서비스 트럭, 각종 장비 트럭들, NYPD 파견 차량 등이 주차되어 있다.

도로통제는 NYPD에서 하고 촬영현장 통제와 경호경비는 JHO Security Sevice 직원들이 수행했다.

주요 촬영 무대인 왕복 2차 선 도로에는 수많은 차량들이 운전자 없이 도로에 늘어서 있다.

그 사이를 스태프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인도 쪽에는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평범한 뉴욕시민이 아니다.

<REMO> 제작진이 고용한 보조출연자들이다.

한쪽에는 좀비분장을 한 스턴트맨과 전문배우들이 연기를 가다듬고 있는 광경도 보였다.

메가폰을 든 조감독 터커 레이튼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현장을 지휘했다.

DOP 레이먼드 쿤디는 자신의 팀들을 데리고 다니며 A Unit의 슈퍼크레인과 지상의 B Unit을 꼼꼼하게 점검했다.

스턴트 코디네이터 빅키 햄휴즈도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했다.

몹씬을 촬영할 때 가장 느긋한 사람은 감독이다.

스태프들이 준비한 것들을 확인하면 되니까.

류지호가 레이먼드 쿤디에게 다가가 요청했다.


“레이, 전체적인 걸 한 번 보고 싶어요.”


레이먼드 쿤디가 슈퍼크레인을 내려줄 것을 지시했다.

Eye-MAX Solido를 올려놓은 슈퍼크레인은 한 눈에 보기에 범상치가 않았다.

Nettmann Systems가 105Kg짜리 육중한 기체를 올려놓기 위해 특수제작했다.

최대 15m 높이까지 올라갈 수 있다.

오퍼레이터가 비워준 작업대 좌석에 류지호가 엉덩이를 대자, 그립팀원이 얼른 안전벨트를 채워주었다.


“고마워.”


류지호가 자세를 잡자, 슈퍼크레인의 암이 천천히 떠올랐다.

안전을 고려해서 8m 높이까지만 올라갔지만, 류지호는 더 올려달라고 손짓했다.

레이먼드 쿤디가 양팔로 X자를 만들어 거부의사를 전했다.

할리우드에서 10m 이상의 높이로 올라가서 카메라 오퍼레이터가 직접 촬영을 해야 한다면 공사장 크레인 한 대를 더 설치해서 촬영 오퍼레이터와 포커스풀러의 몸에 안전 와이어를 채워서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할리우드 현장에서는 끔찍하게 안전을 챙긴다.

배우와 스태프가 조금이라도 위험에 노출되면 촬영을 거부한다.

그러니 제작사 측에서 먼저 발 벗고 나서 위험한 촬영을 사전에 차단해야만 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처리로 인해 금전적 손해는 크게 없다.

문제는 차후에 벌어질 각종 민사소송이다.

또한 조합으로부터 페널티를 부여받는다.

위험천만한 상황을 연출해서 촬영하지만, 최대한 인명피해가 없도록 안전하게 진행하는 것이 할리우드의 룰이다.

위험한 장면을 위험하게 촬영해서 리얼리티를 얻어낸다고 자화자찬하는 충무로와 안정을 최우선 순위로 놓고 촬영하는 할리우드 중에서 어떤 것이 좋은지 점차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지는 류지호다.

감독으로써의 욕심과 안전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Eye-MAX Solido 뷰파인더로 거리를 한 눈에 조망한 류지호가 중얼거렸다.


“그럴 듯하네....”


이어서 직접 카메라 트라이포드 기어헤드를 조작했다.

미국에서 사용하는 핸들형 기어헤드는 전문적으로 조작하는 스태프가 따로 존재한다.

팬(Pan)과 틸트(Tilt)를 위해 핸들을 조작하는 방향이 정반대이기 때문에 숙련된 스태프가 아니면 사용하기 쉽지 않다.

가령 PAN이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린다면 TILT는 왼쪽으로 돌리는 것이다.

팬과 틸트가 동시에 벌어지는 상황이라면 오른손과 왼손이 따로 움직여야 하고, 그 리듬과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져야 원활한 촬영이 된다.

류지호가 다소 서툰 기어헤드 조작으로 촬영장 전체의 화면 프레이밍을 확인했다.


“35mm죠?”


함께 탑승하고 있던 포커스 풀러가 대답했다.


“맞습니다.”


35mm 렌즈부터 광각렌즈 범위에 들어가게 되는데, 표준렌즈보다는 화각이 넓고, 24mm 이하 초광각렌즈에 비해 화면 속 먼 곳의 왜곡이 덜 했다.


“내려 달라고 하세요.”


슈퍼크레인이 다시 지상으로 내려앉았다.


“무빙 한 번만 천천히 해주세요.”


류지호의 요구에 슈퍼크레인을 다루는 그립팀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슈퍼크레인이 다시 공중으로 천천히 떠올랐다.

류지호가 뷰파인더에 눈을 대자 포커스풀러가 재빨리 포커스를 맞춰주었다.


“무브!”


류지호 대신 포커스풀러가 무전기에 대고 지상에 지시를 내렸다.

슈퍼크레인이 부드럽게 지상을 향해 내려오다가 앞쪽으로 천천히 밀고 들어갔다.


“한 번 더!”


류지호는 두 번을 더 슈퍼크레인 무빙 쇼트흫 확인했다.

슈퍼크레인에서 내려온 류지호가 터커 레이튼을 불렀다.


“왼쪽 차량 뒤쪽으로는 엑스트라를 배치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잘 보이지도 않으니까.”

“옛 서얼~”


레이먼드 쿤디에게는 카메라 리허설을 주문했다.

모든 촬영준비가 끝나지 않았지만, 부분 리허설이 진행되었다.

리허설은 레이먼드 쿤디가 직접 크레인에 탑승해서 크레인의 움직임과 속도 등을 지휘했다.

본 촬영은 오퍼레이터가 진행할 테지만,

하루 종일 촬영준비와 리허설로 시간을 보냈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리허설만 진행했다.


✻ ✻ ✻


나흘 째 되는 날.

윌리 워커, 오순탁, 샘 잭슨, 앨리나 와츠가 촬영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할리우드에서는 원래가 리허설을 지독하고 철저하게 진행한다.

류지호는 그 이상으로 리허설을 진행했다.

로케이션 현장의 리허설은 3일 간 진행했지만, 이미 몇 주 전부터 좀비연기를 해야 할 수십 명의 배우들이 모처에서 빅키 스턴트팀과 트레이닝을 했다.

그만 하면 됐다는 말을 들을 때까지 자체적으로 리허설을 진행했다.

그 과정이 다 돈이다.

할리우드 영화가 비싼 이유다.

웅장한 세트와 화려한 컴퓨터그래픽, 최첨단 사운드 등 할리우드영화에서 떠올리는 일반적인 이미지를 생각해 제작비가 무지막지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헌데 할리우드 영화 제작비의 대부분은 인건비다.

영화제작에 소요되는 시간들을 세분화해놓고 체계적으로 마련된 시간별 임금이 적용되는 할리우드 제작현장에서는 스태프와 배우의 노동시간이 곧바로 돈으로 직결된다.

리허설만 참여해도 당연히 돈을 지불해야 한다.

배우조합의 경우 주요 배우, 스턴트, 엑스트라, 특수배우 등을 구분해서 최저일급과 주급이 계약단위 및 배우 수준에 따라 정해져 있다.

저예산영화일 경우에도 50만 달러 이하, 200만 달러 이하, 275만 달러 이하 등으로 제작비 차별을 두어 여기에서 30% 정도 절감된 최소임금이 정해진다.

100만 달러 정도의 저예산영화라 할지라도 일당 100달러, 주급 400달러 이하로 내려가는 일은 흔치 않다.

제작부에 속하는 DGA의 훈련생이나 프로덕션·편집 파트의 경우 편집자조합의 견습편집자 를 고용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최소한 500달러 정도의 주급(54시간 기준)이 지급된다.

견습생이라고 하지만, 각 조합이 운영하고 있는 교육시스템에서 일정 시간을 교육받은 뒤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사람이다.

그러니 무임금으로 막 부려먹을 수 없다.

이 밖에 대학의 영화과 학생들이 학점 이수를 목표로 무급인턴으로 고용되는 경우가 있다.

보안문제 때문에 고예산이나 문제작에서는 고용하지 않지만, 일반적인 영화에서는 무급 인턴을 자주 볼 수 있다.

JHO Pictures 역시 견습생이나 무급인턴을 적극 활용하는 편이다.

주로 UCLA와 USC 학생들을 많이 고용했었는데, <REMO> 최종편에서는 뉴욕대를 중심으로 동부 대학 영화과 재학생들을 인턴으로 고용해 잡일을 맡겼다.

미국에서 전국구급인 배우와 작가조합을 제외한 나머지 조합들은 동부와 서부로 나뉜 지역별 최저임금을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

즉 할리우드가 있는 서부지역과 뉴욕주를 중심으로 한 동부의 최저임금이 달랐다.

물가로 인해 뉴욕이 캘리포니아보다 최저임금이 높다.

한 영화가 제작될 경우 이들 조합에 소속된 인원을 쓸 때는 조합에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세금 납부, 복지기금, 소속 조합원 관리 등 매우 체계적으로 돌아갔다.

조합이 제시한 최저임금을 바탕으로 스태프의 숙련정도에 따라 각기 다른 등급의 임금으로 계약하게 된다.

나이가 많다고 더 가져가고, 어리다고 적게 가져가는 그런 거 없다.

나이가 많은데 커리어가 적으면 당연히 적은 임금이 책정되고, 갓 대학을 졸업했는데 카메라를 잡았다고 해서 촬영감독 임금을 받지도 않는다.

조합에서 제시하는 기준에 합당해야 그에 걸맞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영화 크레디트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계약서에도 명확하게 명시한다.

임시로 고용된 일당직 스태프의 경우 하루 8시간, 주급계약의 경우 주당 44시간을 기준으로 계약한 임금이 지급된다.

시간외수당의 경우 초과 2시간까지는 임금의 1.5배, 이후 두 시간은 2배로 계산되며, 공휴일 촬영에도 2배 원칙이 적용된다.

독립영화의 경우 하루 12∼14시간의 촬영이 있을 순 있지만, 다음날 촬영까지 모든 스태프들에게 최소한 8∼10시간의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하며, 금요일 주말부터 월요일 사이에는 57시간의 휴식시간을 가지는 것이 원칙으로 돼 있다.

만약 공휴일에 불가피하게 촬영을 해야 한다면 두 배 임금지불과 공휴일 다음날부터 57시간의 휴식시간을 무조건 보장해 주어야 한다.

이래서야 빡빡하고 숨 막혀서 도대체 어떻게 영화를 찍을까 싶다.

미국에서는 대학 영화과부터 이런 훈련이 잘 되어서 프로 세계로 나온다.

또 각 조합의 교육프로그램에서 훈련을 실시하기 때문에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웅성웅성.


맨해튼 촬영현장에 수백 명의 엑스트라들이 각자 위치에 서있다.

블록의 길 끝에는 거대한 그린 스크린이 쳐져 있다.

CG합성을 위한 것이 주된 이유고 부수적으로 행인들로부터 촬영현장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GO!”


류지호의 큐사인이 떨어지자, 마치 정지되었던 시간이 다시 흐르듯 엑스트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행인들 사이를 콘 맥클리(샘 잭슨)가 전화통화를 하며 거리를 걷고 있다.

위성전화를 통해 한국에서 머물고 있는 레모 윌리엄스와 통화하고 있다.

능글맞음과 진지함 사이를 부드럽게 오가는 샘 잭슨의 연기는 세계금융의 중심 맨해튼의 활기와 대비되며 어딘지 이질적이다.


꽝!


샘 잭슨 너머 도로에서 자동차 추돌사고가 벌어진다.

근처에서 도보순찰 중이던 NYPD가 사고가 난 자동차로 달려가고, 뉴욕 시민들은 잠시 호기심을 보이다 자리를 떠난다.

콘 맥클리 역시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걸음을 옮긴다.

자동차 접촉사고는 언제든 벌어지는 일상이었으니까.

그런데, 사고차량을 확인하던 NYPD의 모습이 어딘지 이상하다.

무전으로 9·11에 신고를 접수한 동료 경찰이 뒤늦게 다가온다.


탕!


느닷없는 총소리에 콘 맥클리는 반사적으로 사고지점을 돌아본다.


“컷!”


거리가 난장판이 되기 전 장면과 콘 맥클리 위주로 촬영을 진행했다.


[레모, 자네 휴가는 끝났네. 당장 뉴욕으로 돌아와.]

[......]

[뉴욕에 문제가 생겼어. ....괴물이 출몰했네. 그것도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괴물이.]


콘 맥클리는 좀비로 변한 시민을 공격해본다.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아직은 뇌를 파괴해야 좀비의 활동이 완전히 멈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물론 ‘좀비영화‘ 팬들은 콘 맥클리의 대응이 어리석어 보이겠지만.


[1, 2, 3 .... 12, 13, 14, 15... 27!]


아수라장으로 변한 상황에서도 콘 맥클리는 NYPD에게 물린 시민이 정체불명의 괴물로 변하는 시간을 확인한다.

27초.

기존 좀비영화의 좀비화 과정과 비교하면 길 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참고로 <월드워 Z>의 좀비화 시간은 12초다.

일부 좀비영화는 물리는 즉시 좀비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좀비화에 걸리는 시간이 조금 긴 추세로 가고 있다.

좀비가 되어가는 가족 혹은 연인과 충분한 정서적 상황을 연출하기 위함이다.

류지호는 적당히 긴장감을 줄 수 있고, 드라마도 연출할 수 있는 그 중간을 선택했다.

실제 변하는 시간은 27초지만, 연출과 편집으로 심리적 시간을 늘리거나 줄일 수가 있다.

영화가 어떻게 보여주는가에 따라서.

27초는 영화 속에서 흐르는 시간이지 현실의 관객은 더 짧게 혹은 더 길게 느낄 수가 있다.


✻ ✻ ✻


꽝!


자동차들이 연속해서 추돌하고.

차안에 있던 운전자들이 좀비에게 공격받고.


꺄아악!


여성의 찢어지는 비명에 주변 좀비들이 몰려든다.

이곳에서 소리가 나면 이곳으로 좀비들이 떼 지어 몰려들고, 저 쪽에서 큰 소리가 나면 그쪽으로 좀비떼가 몰려간다.

좀비영화를 즐기지 않는 관객들을 위해 좀비의 특성을 설명해주는 장면들이다.

이렇게 깔아놓은 복선들은 영화 중간에 중요한 드라마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오 마이 갓!]


길이 120m 도로는 난장판으로 변해버렸다.

좀비로 인해 수백 명의 시민들이 우왕좌왕하는 것들을 하루종일 반복해서 촬영했다.

아수라장으로 변한 거리에 각종 자동차 출동사고가 벌어지고, 사람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뛴다거나, 곳곳에 총성이 울리고, 앰뷸런스가 환자(?)에게 공격당하거나, 경찰관이 좀비를 향해 총을 난사한다거나, NYPD가 떼로 몰려오다 주춤한다든가 기타 등등.

롱쇼트, 익스트림 롱쇼트, 슈퍼크레인 촬영 위주로 찍었다.

구경하는 입장에서는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촬영에 참여하는 입장에서는 정신이 하나도 없다.

무척 고된 일이다.

매 순간 긴장의 끈을 느슨하게 할 수 없는 촬영이다.

다음 날도.... 그 다음날도.

큰 그림 위주로 촬영했다.

카메라카, 스카이캠 등 다양한 장비가 동원되었다.

모든 쇼트를 Eye-MAX Solido를 활용하진 않았다.

입체 카메라로 촬영하기 어려운 영역이 아직까지는 존재했다.

현재 3D 촬영에서 촬영 각도, 포커스, 빛 등이 촬영 현장 상황에 따라 결과물의 질을 균일하게 유지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장면에 따라 비중의 차이가 있지만, 2D로 촬영을 한 뒤 3D로 변환해야만 했다.

좀 더 기술이 발전한 미래에도 그 부분은 바뀌지 않는다.

효율과 합리성을 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맨해튼 거리 촬영에는 일반 Eye-MAX 카메라도 동원됐다.

2nd Unit은 전적으로 스펜서 베어드 감독이 지휘했다.

그가 여러 대의 모니터 중에서 맨 오른쪽의 화면을 가리키며 류지호에게 말했다.


“좀비가 첫 등장하는 건 이 장면이 더 임팩트가 있겠는 걸?”

“사전 징조 없이 확 치고 나오는 게 재밌긴 하죠?”

“혹시 모르니까 증권거래소 로비 장면도 찍는 게 좋겠어.”

“스케줄이 잡혀있는 걸 안 찍을 이유는 없죠.”


이런 풍경은 할리우드에서 매우 낯설었다.

일단 촬영현장에 나오게 되면 촬영감독이나 편집자가 감독에게 무언가를 조언하거나 요구하지 않는다.

월권이고 간섭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류지호의 현장은 조금 달랐다.

류지호는 꽤나 열린 소통을 추구하는 감독이었으니까.

본격적으로 영화촬영이 시작되면 감독의 시야는 좁아지게 마련.

머릿속에 그려놓은 영화세계에 흠뻑 빠져든다.

남의 조언이나 아이디어가 귀에 잘 들어오지 않게 된다.

류지호는 충무로에서 작업할 때는 이렇게 하지 않는다.

개나 소나 다 감독에게 충고질하고 지적질을 할 테니까.

할리우드이기 때문에 취하는 방식이다.

이곳에서는 자신의 일만 한다.

다른 파트에 전혀 관여를 하지 않는다.

계획한대로만 움직이는 것이 룰이다.

작업 진행 부분 외에 창작적인 부분에 대해 감독에게 훈수를 두는 건 금기나 마찬가지다.

창작적인 부분에 간섭하는 것은 오로지 메이저 스튜디오 임원과 프로듀서뿐이다.


“3D 효과는 뉴욕 시가지 장면이 더 멋질 것 같은데?”

“아무래도 공간감도 깊고, 피사체들로 여러 레이어를 이루니까요.”

“증권거래소 로비 장면은 관객을 놀라게 하려는 의도지?”

“조금 심하게 혐오스러움을 표현해보려고 생각 중이에요. 이후 장면부터는 좀비의 혐오스러움을 최소화시켜서 그 잔상만으로 관객이 상상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영화 내내 좀비의 혐오스러운 행동을 지켜보는 건 마니아가 아니라면 매우 힘든 일이지.”

“맞아요. 그래서 편집 과정에서 혐오가 느껴질 만한 장면들의 분배와 조절을 잘해야 하죠.”

“동의해.”


여전히 좀비장르는 B급 영화 마니아층 위주로 즐기고 있다.

<레지던트 이블>이 좀비물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열어젖혔다면, <28일 후>가 좀비장르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워킹 데드>가 좀비물을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도록 만들기 전 <REMO> 최종편이 가교역할을 해주길 류지호는 내심 기대하고 있다.


작가의말

활기차고 즐거운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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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4 REMO : ....or Maybe Dead! (9) +3 23.08.03 2,504 97 24쪽
573 REMO : ....or Maybe Dead! (8) +7 23.08.02 2,657 111 26쪽
572 REMO : ....or Maybe Dead! (7) +3 23.08.02 2,632 99 24쪽
» REMO : ....or Maybe Dead! (6) +3 23.08.01 2,658 109 22쪽
570 REMO : ....or Maybe Dead! (5) +5 23.08.01 2,561 97 23쪽
569 REMO : ....or Maybe Dead! (4) +6 23.07.31 2,736 108 24쪽
568 REMO : ....or Maybe Dead! (3) +7 23.07.31 2,674 98 23쪽
567 REMO : ....or Maybe Dead! (2) +3 23.07.29 2,903 111 26쪽
566 REMO : ....or Maybe Dead! (1) +4 23.07.28 2,966 106 24쪽
565 낄 데 안 낄 데 분별을 못하고 있어! +6 23.07.27 2,941 114 26쪽
564 영화감독은 우연을 창조하는 사람! +3 23.07.26 2,933 112 25쪽
563 형이 갖고 싶었던 건 아니고? +6 23.07.25 2,961 123 29쪽
562 Love Of a Lifetime. (4) +4 23.07.24 2,840 118 23쪽
561 Love Of a Lifetime. (3) +3 23.07.24 2,688 93 24쪽
560 Love Of a Lifetime. (2) +8 23.07.22 2,985 116 26쪽
559 Love Of a Lifetime. (1) +2 23.07.21 2,955 113 24쪽
558 어련히 알아서 할까..... +6 23.07.20 2,958 118 29쪽
557 두고두고 가문의 영광이겠지..... +9 23.07.19 2,903 122 25쪽
556 MJJ Music Records. (4) +4 23.07.18 2,853 110 24쪽
555 MJJ Music Records. (3) +2 23.07.17 2,837 114 21쪽
554 MJJ Music Records. (2) +5 23.07.15 2,939 125 22쪽
553 MJJ Music Records. (1) +5 23.07.14 2,994 103 22쪽
552 내 것이 없으면 언제고 한계가 닥치게 되어 있어. (2) +3 23.07.13 2,993 113 23쪽
551 내 것이 없으면 언제고 한계가 닥치게 되어 있어. (1) +5 23.07.12 2,982 112 23쪽
550 나도 아직 시도하지 않은 건데..... +4 23.07.11 3,014 118 27쪽
549 내 이럴 줄 알았다! (2) +8 23.07.10 3,017 118 27쪽
548 내 이럴 줄 알았다! (1) +4 23.07.08 3,028 112 25쪽
547 앞으로 할 일이 참 많아..... +4 23.07.07 3,032 112 25쪽
546 반지 링은 얇아도 다이아몬드 알은 굵어야.... +7 23.07.06 3,042 109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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