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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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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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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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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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직 시도하지 않은 건데.....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스테픈 잡스를 한창의 나이에 무릎 꿇린 췌장암은 수술 후 5년 생존율 약 7.6%로 암 중에서 완치율이 가장 낮아 최악의 암이라 부른다.

췌장은 후복막에 다른 장기들에 둘러싸여 있고,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어서 조기 진단이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암이 진행된 후에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발견 당시 수술로 절제가 가능한 경우가 20% 이내이다.

스테픈 잡스의 췌장암은 진행 속도가 느려서 완치율이 높은 희귀성 종양이란다.

천만다행이라고 할까.

조기 발견했기에 치료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의 암 진단 사실은 또 누가 알고 있죠?”


류지호가 수석참모 데이빗 브레이텐바크에게 물었다.


“검사를 진행한 주치의, 가족, 보스 그리고 저를 포함해 정보팀입니다.”


두 사람은 벨에어 주택 지하의 영화감상실에 앉아 있다.

주기적으로 도청관련 장치를 확인하고 있기에 은밀한 이야기를 나누기 안성맞춤인 장소다.

간혹 트라이-스텔라 영화를 비밀리에 내부 시사를 하기도 해서 이곳에서의 대화가 경쟁사에 흘러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청을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진단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받았겠죠?”

“그렇습니다.”

“UCLA 메디컬센터로 데리고 올 순 없을까요?”


UCLA 메디컬센터는 미국 시사주간지 US&NW가 매년 선정하는 미국 최고병원 순위에서 4~5위 사이를 오가고 있다.

반면에 스테픈 잡스가 암 진단을 받은 캘리포니아주립대 샌프란시스코병원은 10위권에 드는 해가 있고, 아슬아슬하게 밀려나기도 하는 등 UCLA 메디컬센터보다 조금은 손색이 있는 병원이다.


“그보다 암 분야에서 유명한 뉴욕의 메모리얼 슬로운-케터링 암센터나 MD앤더슨 암센터, 혹은 존스홉킨스병원이 나을 것으로 보입니다.”


MD앤더슨 암센터는 오성그룹 회장이 암치료를 받아서 국내에서도 유명한 곳이고, 다른 두 곳은 암 분야에 있어서 두 말할 필요가 없는 유명 병원이다.


“문제는 잡스씨가 순순히 내 말을 따를 거냐는 거겠죠.”


류지호가 자주 겪어보진 못했지만, 스테픈 잡스는 고집이 무척 세다.

자기중심적이며 다분히 교주적인 성격의 인물이다.

즉 자신이 특별한 존재이기에 남의 인격과 감정을 무시하는 경향이 강했다.

가족과 친한 친구의 충고도 듣지 않는 성격이다.

그러니 생판 남남인 류지호의 조언을 들을 리가 없다.


후우.


류지호가 옅은 한숨을 흘렸다.

자신이 왜 스테픈 잡스의 암까지 고민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가 인류공영에 이바지한 위인도 아닌데.

영화 스토리, 영화계 비하인드스토리 같은 영화와 관련된 것이라면 많은 걸 기억하고 있고, 또 과거로 돌아온 후 발 빠르게 비밀노트에 기록해두기도 했다.

MacIntosh와 관련해서 아는 것은 많지 않았다.

신제품이 대강 언제 쯤 출시됐고, 잡스가 몇 년도 사망했으며, 그가 얼마나 위대한 혁신가로 칭송을 받았는지 대략적으로 아는 정도.

<잡스>라는 영화가 어렴풋이 기억이 나긴 하는데, 사실 그대로 잡스의 인생을 담았는지 확신할 순 없었다.


‘좋은 사람은 아니었네...’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는 영화 내용을 떠올리며 류지호가 내린 결론이었다.

MacIntosh의 수장 스테픈 잡스는 얼마 안 가서 위대하다는 칭송을 듣게 될 터.

IT 분야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걸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심지어 더 높이 치켜세우기 위해 안달하는 사람이 수두룩해진다.


“어떻게 하고 있대요?”

“평소대로 하고 있습니다.”

“어지간히 정신력이 강하거나 포커페이스군요?”

“MacIntosh 왕국의 군주니까요.”


류지호의 얼굴에 웃음이 걸렸다.


피식.


데이빗 브레이텐바크의 표현이 웃겼기 때문이다.

류지호가 기억하기로 스테픈 잡스는 MacIntosh 정도 사이즈의 군주가 아니라 IT분야의 제왕에 오르게 된다.


“내 외가 쪽 가족력을 내세워 전 세계 암치료 전문 센터에 문의해 보세요.”

“보스의 가족 말입니까?”

“MacIntosh 쪽과 연관 지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겁니다.”

“이해했습니다.”


데이빗 브레이텐바크가 류지호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벨에어 주택을 떠났다.

잠시 영화감상실에 앉아 있던 류지호가 메인 거실로 올라왔다.


‘짜증나네....’


냉정하게 보면 잡스는 자신과 소유 기업이 투자한 수많은 기업의 CEO 중 한 명일뿐이다.

에드워드 버펫이나 에드윈 터너처럼 인연이 오래되지도 않았다.

그의 병세가 류지호가 기억한 것과 다르다고 해서 손해날 것도 없다.

잡스를 잃은 MacIntosh가 하루아침에 몰락하는 것도 아니고.

다만 잡스가 남기고 떠난 유산을 물려받은 평범한 거대기업이 될 뿐.

그럼에도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고공행진을 보이는 시대의 아이콘이 되지만.

워낙에 최저가에서 MacIntosh 주식을 긁어모으고 있기 때문에 잡스가 없더라도 막대한 이익실현은 따 놓은 당상이다.

이왕이면 잡스가 본래 역사대로 MacIntosh를 이끄는 것이 좋다.

류지호가 개입함으로 잡스의 삶이 연장된다면, 그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MacIntosh에서 자율주행자동차를 만들고 AI 분야 속도가 원래 역사보다 더 빨라질 수도 있다는 것 정도.


‘지독한 마이페이스인 잡스를 어떻게 수술을 받도록 만들지?’


남 신경 쓰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성격.

타인의 말이나 행동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스타일대로 나가는 성격.

좋게 말하면 신념이 굳고 주관이 뚜렷한 성격이다.

나쁘게 말하면 자기중심적이고 겸손함이란 눈곱만치도 없는 독선적인 성격이다.

류지호가 최대주주라고 해서 굽실거리지도 않을 뿐더러, 막강한 영향력을 가졌다고 해서 ‘예예’하는 성격이 절대 아니다.

까칠한 성격이지만, 얼마나 달변인지 대화를 통한 설득에 굉장히 능했다.

류지호도 말빨에서 잡스와 맞상대가 쉽지 않았다.

별의별 생각 끝에 깔끔하게 정리했다.


‘협박도 안 통하면. 잡스는 포기....!’


영화만 고민하고 살기에도 빡빡했다.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걸린 일도 아니기에 자신에게 이익이 될 만큼만 관여하기로 했다.


❉ ❉ ❉


오랜만에 한껏 멋을 부린 류지호가 그로만 차이니즈 시어터(Grauman’s Chinese Theater)에 모습을 드러냈다.

극장에는 레드카펫이 깔려 있고, 유력한 연예 매체들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주요 매체를 포함해 전 세계 100여 개의 매체가 레드카펫에 참여했다.

할리우드 스타들을 보기 위해 몰려든 영화팬들도 많았다.

레드카펫 행사에 맞춰 극장에 도착한 류지호는 이명수 감독, 출연배우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오늘 그로만 차이니즈 시어터에서 영화 <Daredevil> 프리미어가 열릴 예정이다.

이명수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이다.

한국의 특파원도 많이 보였다.

정확히 오후 6시가 되자, <Daredevil> 레드카펫 행사가 시작되었다.

영화관계자들과 함께 레드카펫을 통과하며 류지호는 주요 매체들과 인터뷰를 했다.


꺅!

와아아~


영화 OST에 참여한 록 밴드가 등장하자 팬들 사이에서 열광적인 함성이 터졌다.

영화 레드카펫 행사가 록 밴드 콘서트장으로 돌변한 착각이 들 정도다.

이어서 프리미어를 관람하기 위해 특별 게스트로 참석한 <REMO>팀이 레드카펫에 모습을 드러내자 레드카펫 주위가 뜨겁다 못해 폭발해 버렸다.

팬들의 열광적인 분위기를 통해 윌리 워커와 엘리니 와츠의 인기와 높아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 순탁!

“하이. 미스 세릴.”

- <Daredevil>의 스틱에 캐스팅 제안이 갔던 걸로 알려졌는데, 왜 거절했습니까?”

“내가 치운과 스틱을 동시에 연기하게 되면, 영화나 TV시리즈에서 두 무술고수가 대결하는 걸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 혹시 맷 머독과 레모 윌리엄스의 크로스 오버도 볼 수 있습니까?"

“나는 알지 못합니다. 디렉터 류에게 물어보세요.”


곳곳에서 <REMO> 최종편과 관련된 질문이 쏟아졌다.

일행은 그 같은 질문을 철저히 무시했다.

<Daredevil>을 홍보하는 자리다.

다른 영화를 언급하는 것은 예의도 아니고 적절하지 않았다.

오후 6시 정각에 시작된 레드카펫에서는 주인공들은 물론 그들의 지인까지 수많은 샐럽들이 참석해 할리우드 시상식장을 방불케 했다.

모든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영화 개봉을 세상에 알렸다.

류지호가 개입함으로써 <Daredevil>의 실사화는 이전 삶과 많은 부분에서 달라졌다.

먼저 80년대부터 여러 영화사를 돌아다녔던 판권이 Timely로 완전히 회수되었다.

감독은 한국 출신의 이명수를 앉혔다.

개빈 페이지를 수장으로 하는 Timely 창작위원회도 몇 년 앞 서 꾸려졌지만, <Daredevil>에는 관여하지 못했다.

류지호가 프로듀싱을 했기 때문이다.

스크립트는 이명수 감독 손을 많이 탔다.

제작비 부분에서도 5,000만 달러로 잘랐다.

제작과정에 혼선이 없었기에 이전 삶처럼 7,800만 달러가 집행될 요소가 없었다.

등급도 무리해서 PG-13으로 맞추지 않고 R등급으로 개봉하기로 했다.

배급사에서 관람등급을 PG-13에 맞춰 재편집 해 줄 것과 러닝타임을 120분에서 100분으로 줄려달라는 요구를 했다.

Timely Entertainment에서는 편집에서 잘려나간 맷 머독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를 다시 넣어줄 것을 요구했다.

관람등급도 낮춰달라고 부탁했다.

안 들어줘도 그만이었지만, 류지호는 타협점을 찾았다.

욕설을 입에 달고 사는 불스아이(Bullseye)의 욕설을 일부 묵음으로 처리했다.

맷 머독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도 좀 더 풍부하게 편집에 넣었다.


- 아버지 잭 머독은 아들 맷을 돌보기 위해 돈도 안 되는 삼류복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갱단원이 된다.

아들에게 권투를 가르치던 것도 단념하고 대학에 보내기 위해 공부를 시킨다.

자연스럽게 어린 맷 머독은 독서광이 된다.

매번 책만 읽고 허약한 맷 머독을 학교 친구들이 괴롭힌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불우한 학창생활을 하는데.


[헤이. 데어데블.]


왕따였던 맷 머독을 조롱하며 친구들이 불렀던 별명이다.

그런데 어린 맷 머독은 별명처럼 무모하고 두려움이 없는 남자라는 걸 증명한다.

폐기물처리 트럭에 치일 뻔한 시각장애인을 구해줌으로써.

그 사건으로 자신 역시 시력을 잃게 되지만.

누군가를 돕기 위해 용감하게 행동했지만, 돌아온 것은 영광이 아니라 장애일 뿐이라는.

류지호가 좋아하는 아이러니 서사다.


“빼도 크게 어색하지 않네.”


- 불스아이는 윌슨 피스크로부터 암살 의뢰를 받는다.

헬스 키친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옆 좌석에 앉은 할머니가 말을 시키고 시끄럽게 군다.

불스아이는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입을 다물게 하고 싶다.

불스아이는 먹고 있던 땅콩을 앞좌석에 날려 쓰리쿠션으로 할머니의 입속에 튕겨 넣는다.

할머니는 땅콩이 기도에 걸려 질식사한다.

불스아이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 죽어있는 할머니를 본 승무원은.


[할머니가 곤히 주무시네요.]

[.....네.]

[뭐 필요한 건 없으세요?]

[땅콩 좀 더 주세요.]

[예. 곧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불스아이는 승무원이 가져다 준 땅콩을 천연덕스럽게 먹는다.

이 정도 묘사로는 트집잡히지 않았다.

최종 편집본에는 각종 살인도구가 툭하면 사람 몸을 관통했다.

직접적으로 묘사되는 쇼트들을 다 빼버렸다.

불스아이가 클립을 날려 사람의 목을 꿰뚫는다든가, 엘렉트라의 무기인 쌍차로 사람의 몸통이나 목을 꿰뚫는 것들은 모두 삭제되었다.

맷 머독과 엘렉트라의 성행위 장면도 들어냈다.

그럼에도 PG-13 관람등급을 받지는 못했다.

재미있는 점은 꿰뚫는 상황은 안 되고, 꿰뚫린 상태가 묘사되는 건 괜찮았다는 것이다.

류지호가 보기에 오락가락하는 잣대다.

배급사에서 영화협회 등급위원회에 로비를 하지 않았을까 추측했다.

어쨌든 최종본을 손 봤음에도 17세 미만 부모 동반 관람등급인 R등급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명수 감독답다!’


한국영화팬이라면 첫 장면부터 바로 알 수 있었다.

이명수 감독 특유의 키치하면서 스타일리시한 화면 연출이 돋보였다.

첫 장면은 애송이 안티히어로 데어데블이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 장면이다.

불살주의 원칙을 세운 데어데블은 원수마저 법정에 세워 감옥에 보내려고 한다.

헌데 법은 완벽하지 않다.

히어로로서의 삶과 불살주의 신념에 대해 고뇌하는 맷 머독은 직접 악당을 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타타탁.


기괴한 코스튬을 입은 정체불명의 괴한을 피해 늙은 갱단원이 죽을힘을 다해 달아난다.

결국 건물 옥상에서 진퇴양난에 빠지고.

여기서 이명수 감독 특유의 유머가 드러났다.

데어데블이 입고 있는 코스튬은 초창기의 촌스러운 노란색 슈트다.

상당한 격전을 치른 듯 온 몸에 피칠갑을 하고 있고 코스튬은 걸레처럼 찢어져 있다.

영화 중반부에 가면 맷 머독이 데어데블 코스튬으로 노란색 슈트를 입게 된 이유가 나오는데, 그 설정 또한 웃기면서 슬펐다.

노란색은 삼류복서 아버지가 은퇴경기에서 입었던 가운을 상징하니까.


[넌 누구냐?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늙은 갱단원은 데어데블을 피해 달아나다 그만 옥상 난간에서 미끄러진다.

데어데블은 난간에 매달려 있는 갱단원에게 손을 내민다.

갱단원은 가까스로 데어데블의 손을 붙잡는다.


[나와 함께 기도하자.]

[.....?]

[내 아버지를 위해 기도하자. 너와 네 부하가 잔인하게 죽였던 나의 아버지.]

[기억났어. 잭 머독... 그 놈의 아들이냐?]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날 죽인다고 분이 풀리지 않을걸! 넌 평생 죄책감에 시달릴 거야! 그러니까.... 살려줘.]


갱단원이 간절하게 호소하는 사이 그의 손을 잡고 있던 데어데블의 팔이 부들부들 떨린다.

힘겹게 갱단원을 끌어올리려다가 그만 손이 풀려버린다.

갱단원은 추락해 죽어버린다.

데어데블은 아니 맷 머독은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다.

결국 아버지의 원수는 죽었다.


[아멘....]


영화 <Daredevil>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십자가를 껴안고 있는 뿔 달린 코스튬을 입고 있는 맷 머독.

테마뮤직 ‘Bring Me To Life‘가 흐르며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된다.

불우했던 맷 머독의 어린 시절이 묘사된다.

학교에 왕따를 당하며 독서에 열중하기도 하고, 삼류복서인 아버지를 따라 지하 복싱경기에 응원가기도 하고, 마약판매 심부름을 하다 형들에게 얻어터지는 흑인 꼬마를 구해주고 그 때문에 봉변을 당하기도 하고, 어떻게 시력을 잃게 되었는지, 갱단원으로 들어간 아버지는 어떻게 살해되었는지 등.

마약을 심부름하는 꼬마와 봉변을 당하는 장면에서 갑부의 아들의 도움을 받게 된다.

자신을 대니얼 토마스 랜드카이라고 소개한 혼혈 소년은 Timely Comics에서도 비주류이며 인기도 별로 없는 캐릭터 아이언 피스트다.

류지호의 요청에 의해 <Daredevil>에 Timely Knights 멤버들을 암시하는 것들이 숨겨져 있다.

컬럼비아 대학 로스쿨 동기이자 절친 퍼기 낼슨과 맷 머독이 펍에서 술을 마시며 법과 정의에 대해 토론할 때 TV뉴스에서 ‘갱단에게 습격당한 참전용사 가족의 비극적인 죽음‘이 나온다.

이라크 참전용사 프랭크 캐슬이 무자비한 The Punisher로 변하는 계기가 되었던 바로 그 사건이다.

TCU 모든 영화에서 뉴스채널은 WHIH로 통일된다.

애틀랜타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가상의 뉴스채널인데 왠지 CNN을 암시한 것 같다.

이미 <블레이드> 시리즈부터 TCU의 뉴스채널로 등장한 바 있다.

<The Punisher>를 류지호가 연출하게 됨으로써 프랭크 캐슬이 이라크 전쟁 참전군인으로 바뀌었다.

시의성 있는 배경으로 설정을 교체했던 것.

원작을 존중하되 굳이 베트남전까지 세월을 거슬러 올라갈 이유는 없으니까.

캐스팅에도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퍼니 낼슨 배역에 비록 류지호가 입학 하고 한 번도 학교에서 마주친 적도 없고 중퇴를 하긴 했지만 UCLA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배우겸 가수, 코미디언 톰 블랙을 캐스팅했다.

<Daredevil>은 어둡고 우울하며 진지한데다가 심지어 쓸쓸하기까지 하다.

톰 블랙 특유의 장난스러운 분위기가 우울한 맷 머독 캐릭터를 희석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UCLA에 재학 중일 때는 인연이 없었지만, Azuresky Studios의 <아이스 에이지> 목소리 출연과 <스쿨 오브 락>을 통해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로비 잭슨의 숙원 프로젝트인 <킹콩>에도 캐스팅 되면서 여사친 앨리나 와츠와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킹핀 윌슨 피스크는 198Cm의 신장을 자랑하는 빅터 본이 클라크 던컨 대신 캐스팅 됐다.

코미디 영화와 TV시리즈를 오가며 활약하고 있는 빅터 본은 할리우드에서도 손꼽히는 장신 배우다.

카리스마가 부족할 것 같아서 전성기 헐크호건처럼 몸을 키웠다.

코믹스 속 뚱뚱한 킹핀처럼 보이도록 약간의 특수분장도 첨가했다.

여담으로 킹핀은 스파이더맨의 숙적으로 처음 등장했다.

그러다 인기가 없는 데어데블을 살리기 위해 시리즈에 빌런으로 등장하기 시작해, 퍼니셔 시리즈까지 확장했다.

Timely Knights 세계관에서는 헬스 키친(Hell's Kitchen)의 절대 악으로 고정될 예정이다.

추후 StreamFlicks에서 <뉴 올 디펜더> TV시리즈가 제작된다고 해도 TCU가 아니라 완전히 독립된 Timely Knights 세계관에서 활동하며 일렉트라와 고스트 라이더, 문나이트 캐릭터까지 합류시킬 계획이다.

종국에는 은근슬쩍 한국계 캐릭터도 집어넣을 속셈도 가지고 있다.

암튼 빅터 본은 Timely Knights 세계관의 총 다섯 편의 영화 출연계약을 맺었다.

류지호가 연출할 예정인 <The Punisher>에도 등장할 예정이다.

윌슨 피스크는 뉴욕의 낮과 밤을 모두 장악하려고 한다.

헬스 키친을 범죄소굴로 내버려둘 수 없기에 자신이 자본과 권력을 모두 쥔 후 통제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신념에 차 있다.


[범죄는 영원히 박멸되지 않아. 그렇기에 누군가가 강력한 힘으로 통제해야 해.]


그 권력을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가져야 한다고 믿었다.

정치체제 중 가장 나쁜 것이 독재다.

사람들을 가두려고 하기 때문이다.

획일적 사고방식과 절대권력자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는 독재는 인간을 비인간화시킨다.

이명수 감독은 그것에 더해 종교에 대한 생각을 영화에 묻혔다.

정치적 독재보다 더 질이 안 좋은 것이 바로 갇힌 종교라면서.

자기종교 신념 이외의 것을 허용하지 않는 종교는 신자들을 광신도로 만든다.

자기가 세뇌 받은 것 이외는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눈을 뜨고 있어도 심리적 맹인 상태와 다름없다는 메시지를 영화에 슬쩍 넣었다.

독재는 민중의 투쟁을 불러오게 마련이다.

헬스 키친을 무대로 활동하는 Timely Knights 캐릭터들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히어로들이라고 해서 모두가 같은 신념과 목표가 일치하진 않는다.

갱단에게 가족을 잃은 복수의 화신 프랭크 캐슬은 악당과 범죄자는 존재 이유가 없기 때문에 말살하여만 하고, 정의를 위해서는 폭력이 불가피하지만 살인만은 정당하지 않다고 믿는 불살주의 데어데블과 충돌한다.

또한 낮에는 변호사 밤에는 자경대원으로 활약하는 데어데블처럼, 낮에는 기부와 선행을 베푸는 선량한 기업가 행세를 하고 밤세계를 암중에서 지배하는 월슨 피스크는 억만장자 아이언 피스크의 부모님이 일군 기업까지 욕심을 부린다.

흑인빈민가 출신 히어로 루크케이지는 형제를 소모품처럼 취급하고 자신의 동네를 범죄소굴로 만든 장본인 윌슨 피스크를 좋게 볼 수가 없다.

결국 데어데블, 퍼니셔, 아이언피스크, 루크케이지가 힘을 합쳐 뉴욕시장이 되어 낮과 밤을 모두 장악한 윌슨 피스크와 최후의 싸움을 벌이게 된다.

Timely Knights의 솔로 무비는 단 한편씩 제작될 예정이다.

최종편이라고 할 수 있는 <킹핀>은 이전 삶의 <어벤저스 : 엔드게임> 브루클린 사이즈로 정의했다.

일명 <헬스키친 프로젝트>는 <어벤져스>가 시작되기 전에 마무리 될 예정이다.


‘독실한 크리스천이라고 하더니... 이 감독이 작정했네.’


이명수 감독의 영화는 최근에 발매된 코믹스보다 한 발 더 나아갔다.

대놓고 적그리스도를 영화에서 드러냈다.

요한묵시록 13장에 등장하는 두 번째 짐승.

즉 거짓 예언자를 대놓고 대사로 표현해버렸다.


[나는 또 땅에서 다른 짐승 하나가 올라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짐승은 어린양처럼 뿔이 둘이었는데 용처럼 말을 하였습니다.]


아버지가 갱단원에게 살해당한 후 들어가게 된 성 아그네스 고아원 원장으로부터 맷 머독이 듣게 되는 말이다.

맷 머독은 신비조직의 무술 고수 스틱으로부터 각종 무술을 배우게 된다.

영화에서는 수련과정과 성 아그네스 고아원 생활은 묘사하지 않았다.

안티히어로 데어데블 탄생의 주요 시기가 되는 컬럼비아대학 시절과 로스쿨 시절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스틱의 또 다른 제자인 엘렉트라 나치오스와 연인이 되고, 퍼기 낼슨과 우정을 쌓는 드라마도 비교적 밀도 있게 그려냈다.

불의를 보고 지나치지 못해 밤마다 아버지가 남기고 간 은퇴경기 가운으로 코스튬을 만들어 입고 다니며 소소한 악당을 처리하는 과정이 <스파이더맨>의 하위호환 같아 조금 아쉽긴 했다.

그럼에도 멜빈 포터라는 닉네임을 가진 글레디에이터와 충돌하는 걸 담기 위해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았다.

데어데블은 멜빈 포터를 범죄세계에서 은퇴시킨 후에 조력자로 만든다.

멜빈 포터가 바로 영화 엔딩에서 불스아이와 대결을 벌일 때 입게 되는 코스튬과 향후 전용무기가 되는 시각장애인 특수 지팡이를 제작해주는 인물이다.


“오오!”

“와우!”


간간이 관객들의 탄성이 터졌다.

주로 이명수 감독 특유의 상상력이 발휘된 기상천외한 액션장면들이 나올 때였다.

할리우드에서 제작되었지만, 영화의 톤 앤 매너는 이명수 감독 특유의 미학이 듬뿍 담겨있었다.

언뜻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가 떠오르고, 한 발 더 나아가 <형사>의 느낌까지도 받았다.

1분이 넘는 롱테이크 액션 시퀀스가 있다.

그림자 결투다.

배우를 보여주지 않고 거대한 벽의 그림자로만 액션을 묘사했다.

할리우드 상업영화에는 절대 가능하지 않은 시도다.

하마터면 편집에서 빠질 뻔했다.


“내가 책임질 게요. 그냥 놔둡시다.”


류지호가 확신에 차서 말하자, 삭제를 주장했던 이들이 입을 다물었다.

영화 전편에 걸쳐서 느와르 영화처럼 콘트라스트가 강조되었다.

그럼에도 색상이 꽤나 다채로웠다.

이명수 감독은 샤갈의 그림을 놓고 촬영, 미술팀과 화면을 만들었다.

마르크 샤갈은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최고 화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의 작품은 수많은 영화감독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사실 난해하면서 읽어내기 어려운 그림이다.

그럼에도 감각적인 영상을 추구하는 많은 영화인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일명 그림자 세계 (shadow world).


Hues & Rhythm Studios가 모든 역량을 발휘해 CGI로 구현한 소나 센스 시퀀스를 일컫는 말이다.

사운드 디자인팀은 초월적인 청각을 갖게 된 맷 머독의 상황을 창의적인 방식으로 풀어냈다.

Vic & Jay Action Design은 주짓수를 바탕으로 유도·태권도·무에타이는 물론 카포에라까지 접목시켜서 기존 쿵푸 액션과 전혀 다른 액션 디자인을 선보였다.

미술감독은 이명수 감독 특유의 키치 느낌을 잘 살려냈다.


“5,000만 달러 예산 안에서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셨네.....”


영화를 끝까지 다 본 류지호의 감상이었다.

영화 중간에 진심 미쳤다고 류지호가 생각한 것은 한국 민중가요가 삽입되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민중가요 ‘아침이슬’이 영화 클라이맥스와 엔딩에서 쓰였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낮의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영화 중반에 삽입된 것은 영어로 록 보컬 스타일로 편곡되었고, 클라이맥스에서는 흑인 성가대의 장엄한 영어 가스펠 풍으로 편곡되어 쓰였다.

‘아침이슬’은 민중가요로 널리 불리지만, 실상은 청년의 고뇌와 시름 그리고 의지가 표현된 곡이다.

한 청년의 실존적 고뇌와 결단이 가사의 내용이다.

고민과 마음의 정돈, 시련이 예정되어 있는 광야로 나아가고자 결단하는 노래는 맷 머독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노래의 심리적 흐름이, 밤에서 새벽을 거쳐 아침과 한낮으로의 시간 변화로 표현되는 것 또한 밤에는 폭력적인 자경단원으로 새벽에는 고민하는 경계인으로 낮에는 변호사로 여러 가지 모습을 가진 맷 머독과 잘 어울릴 것도 같았다.


“나도 아직 시도하지 않은 건데....”


물론 편곡된 곡의 영어 가사는 한국어가 가진 진한 정서와 감정을 모두 담아내진 못했다.

그럼에도 영화에서 적절하게 쓰이긴 한 것 같았다.


“그레엄이 편곡한 거지?”

“그것도 틀렸어. 네 동생이 작업했어.”

“순호가?”

“데모를 만들어서 디렉터 리에게 들려줬나봐. 마음에 들었는지 디렉터가 직접 그레엄을 설득하더라.”


류순호는 형의 명성에 기대지 않고 조용하지만 나름 내실 있게 영화음악가로 활동하고 있었다.

미국 서부 독립영화계에서 나름 평가도 좋은 편이다.


“어때 극장 개봉편을 본 소감이?”

“로맨스가 조금은 지나치게 들어간 건 아쉽지만... 그런 대로 잘 빠진 것 같아.”


원작의 설정처럼 대학시절 맷 머독과 엘렉트라가 연인으로 묘사됐다.

결국 비극으로 끝나는 관계인데, 류지호가 보기에 어딘지 한국식 로맨스 느낌이 풀풀 풍겼다.


“종교, 법과 정의, 시각장애 영웅 등 <Daredevil>을 표현할 단어들은 몇 가지가 있을 거야. 근데 개빈 페이지가 말 한 것처럼 You don't have to reveal your identity to stop violent crime이 진정한 테마가 아닐까? 마치 누구처럼?”


앨런 포스터가 류지호를 빤히 쳐다봤다.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영원한 비밀도 없고, 감춘다고 해서 감춰지는 것도 아니다.

우연도 반복되면 필연이 되는 것이고.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류지호가 지금까지 LA지역의 우범지대를 위해 얼마나 많은 기부를 하고 어떤 자선사업을 벌여 왔으며 정치권에 인종갈등 완화를 위해서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또 범죄자로 빠질 수 있는 청소년들을 바른 길로 유도하기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지를.

앨런 포스터는 ‘폭력범죄를 막기 위해 당신의 정체를 드러낼 필요는 없다’는 말을 인용해 류지호가 지금까지 보인 선행에 대해 존경과 감사를 표했다.


“낯간지럽게 갑자기.....?”


작가의말

복날입니다. 삼계탕 한그릇 든든하게 하시고 즐거운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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