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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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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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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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겨, 결혼이라고? - 2

DUMMY

알현실 안으로 경쾌한 음악이 울려 퍼졌다.

마치 여왕의 앞날을 축복하는 듯한 신나고 빠른 음악들. 하지만 듣고 있는 현과장의 입장에서 볼 때에, 이 신명나는 음악들은 완벽한 장송곡에 불과했다.

알현실 안에는 많은 군인들이 모여 있었다. 한 결 같이 완전 무장상태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군인들. 만에 하나를 대비한 것일까. 그들의 눈동자에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이제 신랑입장이 있겠습니다. 신랑입장!”


사회의 말에 맞추어 현과장의 몸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의지와 아무런 상관없이. 원인은 다름 아닌 그가 입고 있던 그 오색찬란한 옷. 정신병자를 위한 구속복도 이 정도 까지는 아니다. 도대체 결혼을 위해 얼마만큼의 준비를 한 것일까. 이런 대단한 물건까지 만들어 내놓다니. 현과장은 여왕의 이런 획기적인 또라이 짓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어느덧 주례석 앞까지 다다른 현과장. 그가, 아니 그의 옷이 걸음을 멈추자. 사회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이제 여왕님 입장이십니다!”


사회의 말에 알현실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여왕. 그녀의 몸에서 당당함과 무자비함. 그리고 희미한 광기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

이윽고 당당한 걸음걸이로 현과장의 곁에까지 오게 된 여왕. 현과장의 입에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나랑 결혼하는 게 마음에 안 드십니까?”

“네.”


여왕의 질문에 아무런 망설임없이 대답하는 현과장. 하지만 이런 대답을 듣고도 여왕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시질 않았다.


“정복하는 맛이 있겠네요.”


어흥선생의 말이 맞다. 이 여자 완전히 또라이다.

게임 안에서는 이런 여자가 나왔을 때,

「누나! 누나! 헤으응! 날 구속해 주세요!」

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게 평범한 일일지 몰라도, 여긴 다르다! 완전히 다르다! 여긴 원더랜드, 아니 강한 자들의 원더랜드, 강원랜드.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에 매력을 느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물며 오타쿠인 현과장이 이런 반응을 보일 정도니. 현실 사람들 중에는 그 누구도 이런 여성분을 원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럼 주례사를...”

“주례사는 생략한다.”


사회자를 보며 두 눈을 희번뜩이는 여왕. 식을 진행하던 사회자도, 인사말을 준비하던 주례자도 모두 얼어붙은 채로 여왕을 바라보았다.


“한 번 더 말해야 하나?”

“아, 아닙니다! 그럼 다음 순서를...”


여왕의 눈빛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 사회자는, 서둘러 주례자에게 눈치를 줬다. 그러자, 재빠르게 도망치는 주례자. 주례자가 자리를 비우자, 여왕이 직접 주례자의 자리에 오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늘은 짐이 혼례를 올리는 축복받고 행복한 날이다.”


그녀의 말에,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여왕을 바라보는 군인들. 그 중에는 그녀의 동생 우유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금 시간부로 금혼령을 철회할 것을 밝힌다.”


여왕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리에서 일어서는 군인들. 그들은 칼을 뽑아들고 큰소리로 외쳤다.


“여왕 폐하 만세! 만세! 만세!”


현과장은 어이가 없었다. 아니, 자신의 결혼을 위해 금혼령까지 내걸었던 거야? 그렇다는 건, 이 인간들 금혼령을 풀기 위해 제물을 바쳤다는 소리잖아! 그리고 그 제물이 바로...


“현과장, 곧 있으면 우리는 부부랍니다.”


현과장, 본인이고.

그의 머릿속에 온갖 나쁜 생각이 마구마구 뿜어져 나왔다. 호떡을 대량으로 만들어 이 인간들에게 뿌릴까? 아니면 금혼령을 더 연장하라고 말해? 온갖 지독하고 악독한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 가득 찼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

“이미 끝난 거 같은데.”


현과장은 화를 억누르며 입을 열었지만, 여왕은 미소를 지으며 현과장의 현실을 지긋이 인식시켰다. 마치 먹잇감을 약 올리는 포식자처럼.


“누가 그러더라고요.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그런 마음을 꺾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여전히 여왕의 얼굴에 흐르는 미소. 약이 오를 대로 올랐지만, 참아야 했다.

아직 때가 아니었다. 아직 모두에게 카운터펀치를 날릴 때가.


“그럼, 다음 순서로 여신의 축복이 있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여왕은 다시 현과장의 옆으로 돌아왔다. 그녀가 현과장의 옆에 서자, 알현실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강렬한 빛줄기. 이내 그 빛줄기는 현과장의 머리 위에서 멈춰, 천천히 그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오색찬란한 신랑 복이 점점 빛을 잃고 사라져갔다. 신랑 의복이 사라지자 점차 나오는 현과장의 핫핑크색 맨투맨 티셔츠. 하지만 빛줄기는 현과장의 다리까지 다가가지는 못했다.

계산 착오, 아니 계획 실패다. 축복이 내려오던 순간 도망치려던 현과장. 아무래도 이렇게 축복이 상반신만 비추는 건, 여왕의 오랜 실패가 안겨준 교훈이 아닐까.


“난 바보가 아니랍니다. 하반신은 우리의 첫날밤에 풀어 드리지요.”


아름다운 여인의 미소가 이토록 지저분하고 더럽게 느껴졌던 적이 있을까.

현과장은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반려자를 향해 그런 태도는 좋지 않은데.”

“아니, 몸도 못 움직이게 해놓고. 이러는 건 좀 아닌 거 아닙니까?”


날선 현과장의 목소리에, 순간 알현실의 분위기가 확 가라앉았다. 다시금 긴장감이 맴도는 군인들의 눈동자. 아무리 눈치가 없는 현과장이라도, 이 정도의 분위기가 무엇을 말하는 지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아니, 내가 인사를 하고 싶어도 다리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데...”

“인사? 인사는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여왕의 나긋한 목소리에, 군인들 얼굴에 피어났던 긴장감이 싸그리 사라졌다. 한껏 물렁해진 분위기. 이 기회를 놓칠 현과장이 아니었다.


“어차피 못 도망간다면, 마음을 내려놓고 인사를 올리겠습니다. 내 방식으로.”

“그래요? 그럼 어디 한번 그렇게 해보시지요.”


현과장을 향해 미소를 짓더니, 이내 박수를 한번 치는 여왕. 그러자, 알현실 후방에 서있던 군인들이 일제히 알현실 문을 감쌌다.


“이제 다리도 자유롭게 해드리지요. 뭐, 잠시 뿐이지만.”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자유롭게 움직여지는 현과장의 다리. 현과장은 일시적이지만, 온몸에 자유가 돌아오자, 여왕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바보 아니라면서, 이렇게 자유를 줘도 되는 겁니까?”

“도망치지도 못 할 텐데. 맘껏 발버둥 쳐 보세요. 여흥정도로 생각할 테니.”

“오호라, 처음부터 내 생각을 전부 다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들리네요.”


여왕은 대답대신 살며시 눈웃음을 쳤다. 그녀의 온몸에 감도는 확신 가득한 자신감.

하지만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현과장이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를.


“그럼 인사를 올립니다.”

“정말 인사를 하는 건가요?”

“물론이죠! 남자는 한 입가지고 두 말 하는 게 아니니까.”


알현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당연하게도 대부분이 비웃음이었다. 현과장의 어리석은 몸짓을 향한 비웃음. 그런데,


“사죄의 호흡, 제 1형! 그랜절!”


순간 공중으로 몸을 날리는 현과장을 보고 두 눈이 번뜩이는 군인들. 이어진느 그의 그랜절에 모두들 긴장감을 머금고 현과장 주변을 에워쌌다.

이윽고 축복을 받아 점점 사라지는 신랑 의복 하의. 어느덧 현과장의 하의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붉은색 트레이닝 복으로 바뀌어 있었다.


“의복이 사라졌다고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겁니까?”


여왕이 눈짓을 주자, 점차 군인들이 현과장을 향해 다가왔다. 그런 바로 그때,


“비 그랜절! 라간!”


오직 팔 힘으로만 바닥을 차오르는 현과장. 이어서 그는 온 몸을 비틀며 천장 높이 날아올랐다.


“내 그랜절은 천장을 뜷는 그랜절이다!!”


우렁찬 포효와 함께 천장을 향해 회전 킥을 선보이는 현과장. 미쳐 생각하지도 못 했던 탈출 방법에, 여왕과 군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자, 잡아야 한다!”


여왕의 다급한 외침이 알현실 안에 울리자, 그제야 헐레벌떡 움직이기 시작하는 군인들. 하지만 이미 상황은 늦어있었다. 현과장은 알현실 천장을 뚫고 이미 도주한 지 오래. 성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갓패치가 그의 비 그랜절 라간을 보고 서둘러 차원문을 만들어 그를 대피 시킨 뒤였다.

그렇게 축복만을 받은 채, 원더랜드로 도망칠 수 있었던 현과장.

하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이번 사건이 그렇게 호락호락 끝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왜냐고? 알잖아. 강원랜드의 여왕은 또라이니까.


***


축복만을 받은 채로 집에 돌아온 현과장은, 서둘러 호떡을 만들어 보았다.

하지만 고개를 기울이며 당최 먹으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 그들의 얼굴에는 의심이 가득했다.


“정말 저주가 사라졌을까나?”


단단히 용기를 머금고 호떡을 집은 채야. 하지만 쉽사리 입으로 가지고 가지는 않았다. 현과장표 호떡에 호되게 당했던 탓이 컸었다. 어쩔 수 없다는 듯 이내 호떡을 내려 놓은 그녀. 그녀는 이내 고개를 돌려 갓패치를 바라보았다.


“갓패치가 먹어보면 어떨까나? 제일 좋아했다랄까나.”

“제정신이야? 겨우 끊었는데 또 먹으라고? 응, 먹을 거야.”


의심가득한 얼굴이었지만, 자신의 식욕을 어쩌지 못한 채 그대로 호떡을 집어 먹는 갓패치. 그렇게 한참을 집어 먹던 갓패치는 갑작스레 어흥선생과 채야를 바라보며 자신의 가슴을 내리쳤다.


“읔! 저주가!”

“이거 연기다냥.”


그의 행동을 단번에 파악하더니, 곧바로 남은 호떡을 허겁지겁 먹는 어흥선생. 이어서 그도 가슴을 내려치며 채야를 바라보았다.


“읔... 저주가... 이건 연기가 아니다냥...”

“이건 채한 거지.”


그런 어흥선생을 향해 시원한 커피를 내미는 현과장. 어흥선생은 커피를 단번에 들이키더니 해맑은 미소로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덕분에 저주가 사라졌다냥! 고맙다냥!”

“그건 저주가 아니라 그냥 채한 거라니까.”


두 사람의 대화를 유심히 듣고만 있던 채야. 그녀도 용기를 단단히 내어서 호떡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예전처럼 중독성은 강했지만,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은 호떡. 축복이 잘 작동한 것일까. 더는 저주가 느껴지지 않았다.


“저주가 정말 사라졌다랄까나!”

“보람이 있었네.”


완전히 사라진 저주. 모두들 그렇게 믿고 있었다.

실제로 호떡의 저주는 사라져있었으니까. 하지만, 하나를 잃는다면, 다른 한 가지를 얻는 법. 현과장은 아직 그 무서움을 알지 못할 뿐이었다.


“그럼 여왕님에게도...”


현과장은 최근 만나지 못 했던 원더랜드의 여왕이 살며시 걱정이 되었다. 그녀 역시 호떡의 피해자. 빨리 고통 속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편이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호떡이 문제가 아닙니다만!”


어느새 거실에 앉아 호떡을 와구와구 집어 먹고 있는 여왕. 그녀의 말과 다르게 그녀의 입은 눈앞의 호떡에 완전히 빠져있었다.


“키토님, 이리 와서...”

“제정신이야? 내 호떡을 지름 이렇게 먹는데 저주를 풀어줄 생각이야?”


다급하게 현과장을 막아서며 고개를 젓는 갓패치. 그는 이내 여왕에게 다가가 험악한 인상을 쓰며 말했다.


“제정신이야? 감히 내 호떡을 먹어?”


그러자, 눈에 불을 켜며 갓패치를 바라보는 여왕. 그는 무척이나 화가 난 목소리로 갓패치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호떡이 문제가 아닙니다만! 용자들이 다시 쳐들어 왔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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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134.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2 23.07.13 26 3 11쪽
133 133.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1 23.07.12 23 3 12쪽
132 132. 지하 도시 - 2 23.07.11 27 3 11쪽
131 131. 지하 도시 - 1 23.07.10 23 3 11쪽
130 130. 보물 찾기 - 4 23.07.09 23 3 12쪽
129 129. 보물 찾기 - 3 23.07.08 24 3 12쪽
128 128. 보물 찾기 - 2 23.07.07 26 3 12쪽
127 127. 보물 찾기 - 1 23.07.06 27 3 11쪽
126 126. 다시 켜진 「신의 방패」 23.07.05 28 3 11쪽
125 125. 변태 왕녀, 우유나 23.07.04 27 3 12쪽
124 124. 용자 침입 - 4 23.07.03 23 3 12쪽
123 123. 용자 침입 - 출격! 건달! 23.07.02 22 3 11쪽
122 122. 용자 침입 - 2 23.07.01 26 3 12쪽
121 121. 용자 침입 - 1 23.06.30 27 3 11쪽
» 120. 겨, 결혼이라고? - 2 23.06.29 29 3 12쪽
119 119. 겨, 결혼이라고? - 1 23.06.28 22 3 11쪽
118 118.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3 23.06.27 25 3 12쪽
117 117.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2 23.06.26 22 3 12쪽
116 116.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1 23.06.25 26 3 11쪽
115 115. 저주 그리고 축복 23.06.24 27 3 11쪽
114 114. 보이지 않는 손, 아니, 목소리. 23.06.23 29 3 11쪽
113 113. 천장 뚫고! 그랜절! 23.06.22 24 3 12쪽
112 112. 전설의 댄서 - 4 23.06.21 26 3 11쪽
111 111. 전설의 댄서 - 3 23.06.20 24 3 11쪽
110 110. 전설의 댄서 - 2 23.06.19 23 3 12쪽
109 109. 전설의 댄서 - 1 23.06.18 21 3 11쪽
108 108. 악당의 말로 23.06.17 20 3 12쪽
107 107. 대비책 - 2 23.06.16 26 3 12쪽
106 106. 대비책 - 1 23.06.15 24 3 12쪽
105 105. 역모가 코앞인데 이렇게 한가롭다고? 23.06.14 2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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