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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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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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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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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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전설의 댄서 - 2

DUMMY

“게다가, 경연에서 역 그랜절을 선보인다고? 아니, 사람 어느 누가 기억도 안 나는 기술에 점수를 매겨. 그렇잖아. 이건 필살기가 아니가 자살기라니까.”


현과장의 말이 맞았다. 그 누가 기억조차 안 나는 기술에 점수를 줄까. 피클의 온몸에 좌절감이 차올랐다. 그랜절 말고는 결코 편파 판정을 꺾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역 그랜절을 보여주는 순간 시합을 포기 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 모순적인 상황에 직면하고 만 것이었다. 그런 그때,


“하나, 딱 하나. 방법이 있지.”


절망적인 분위기 속 진지하게 뿜어져 나오는 현과장의 목소리. 모두의 시선이 현과장을 향했다. 물론 키토와 리코의 시선도 함께.


“비(飛) 그랜절, 라간(羅間)”


그랜절, 라간이라고? 아상하게 어디서 한 번쯤 들어본 듯한 이름이지만, 일단은 넘어가자. 일단은.


“그랜절이 끝남과 동시에 하늘로 솟구치는 기술! 바로 그랜절의 응용 기술이지!”


사죄의 호흡이라든지, 제 몇 형이라든지, 이런 말이 안 붙는 것을 보면, 정식 기술은 아닌 모양. 하지만, 절망적인 피클에게는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는 간절할 뿐이었다. 새로운 그랜절을 익히는 것에.


“저, 저에게 기술을 알려 주시겠습니까?”


피클의 말에 살짝 망설이는 현과장이었지만, 이내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유는 다름이 없었다. 팀 오씨가 불쌍해서? 천만의 말씀. 그저 댄서들을 바라보는 리코와 키토의 눈동자가 너무나 애처로웠기 때문에. 단지 그 뿐이었다.


“나도 나이가 있으니까, 한 번 밖에 못 보여줘. 그러니까 잘 보도록 해.”


말을 마친 현과장은, 곧바로 자세를 잡은 후, 그랜절을 선보였다.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우아하고 멋들어진 현과장의 그랜절. 그 장면을 감상하고 있는 댄서들과 두 귀염둥이들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이윽고 머리부터 땅으로 떨어지는 현과장. 그랜절의 완성이었다. 바로 그때,


“잘 봐! 이게 비 그랜절 라간이다!”


순간, 단지 팔 힘만으로 땅을 박차고 오르는 현과장. 그의 몸은 다리부터 빠르게, 마치 나선의 드릴처럼 빙글빙글 돌면서 하늘을 향했다. 마치 승천하는 한 마리의 용같이.


“내 그랜절은 하늘을 뚫는 그랜절이다!”


당차고 높게 솟은 그 모습을 그저 넋 놓고 바라보는 댄서들. 키토와 리코는 당당하고 아름다운 그 모습에 있는 힘찬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이, 이게 비 그랜절, 라간?!”


그 중 제일 감명을 받은 건, 역시나 리더 피클. 그의 눈은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무척이나 진지하고 진중하게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한 마리의 용이 되어 날아가는 듯한 현과장을.


그 모습을 본 건 비단 팀 오씨의 댄서들만이 아니었다.

중앙 분수 공원 주변의 사람들도 함께 관람하게 된 상황. 사건의 앞뒤를 전혀 몰랐던 사람들은, 하늘로 날아오르는 현과장을 바라보며, ‘승천하는 현과장’ 혹은 ‘승천현’이라 불렀다.


이 사건 이후로 비 그랜절 라간을 전수 받은 팀 오씨의 멤버들은 지난날의 수모를 갚아주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이 모르고 있던 사실이 있었으니.

승천하는 현과장을 본 사람 중, 성 안의 댄스팀 인원이 있었다는 사실. 그것도 바로 팀 오씨 안 사람, 즉 배신자 말이다.


***


그렇게 찾아온 시합 당일.

정확히는 그랜절 전수가 시작되고 단 2시간 뒤였다.

장소는 바로, 인간 체스의 예선전이 벌여졌던 바로 그 곳.

그래, 현과장과 인연이 깊은 그 스튜디오였다.

매번 같은 장면에 지겹지 않냐고? 그런 소리 하지 마시길! 성 밖에 있는 스튜디오 중 제일 최신의 장비를 자랑하는 스튜디오니까.


“역시, 실외에서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그랜절을 쓰다가 천장에 부딪힐 수도 있는데.”

“어차피 피날레로 쓸 예정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피날레 기술이랑 천장이랑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피날레 전에 이길 수 있다는 말일까. 현과장은 피클의 답변에 작은 의구심을 가졌다. 그에게서 더는 적극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랜절을 배웠다는 자신감이 그를 이렇게 만든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불길한 느낌이 현과장 주위를 감돌았다. 너무나 선명하게 느껴지는 불길한 기운이.


“안녕하세요! 아나운서 나마래입니다!”


역시나 진행은 항상 만났던 그 여자 아나운서다. 전생에 현과장과 원수라도 진 걸까. 아니면, 현과장의 일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쫓아다니는 걸까. 현과장은 그 익숙한 얼굴에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왜 그러세요?”

“아니, 저 아나운서만 만나면 일이 좀 꼬이더라고.”


현과장의 대답에, 살며시 미소를 짓는 피클. 그 웃음에서, 현과장은, 작은 위화감을 느꼈다.

긴장감을 억제하기 위해서 지은 미소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 농담에 반응한 그런 웃음도 아니었다.

약간 비웃는 듯한, 그런 느낌적인 느낌, 느낌.

수많은 의미가 담긴 듯한 그런 미소였다. 그것도 무척이나 부정적인 의미가 듬뿍 담긴.


“저 빠르게 실례 좀 하겠습니다. 급똥이...”

“어? 이제 곧 등장해야 하는데?”


스테이지 뒤에서 준비를 하고 있던 팀 오씨의 멤버들. 그런데, 리더인 피클이 배를 움켜쥐며 빠르게 뛰어나갔다. 이 순간 눈치를 챘어야 했다. 이 모든 것이 잘못된 일이었다는 것을.

그렇게 뛰어나가는 피클을 붙잡지 못한 현과장.

사실, 급똥은 인정이잖아. 못 붙잡는다고. 겸험해 본 사람들은 다 알아. 급똥이 얼마나 무서운 상황인지를. 언제 괄약근을 풀어헤치고 나올지 모르는 묽은 똥의 위협. 그리고 식은땀을 줄줄 나게 만드는 아랫배의 고통. 완전히 지옥이 다름없다고.


“팀 오씨, 스탠바이 해주세요! 이제 곧 등장하십니다!”

“저기, 리더가 똥 싸러 가서 아직 안 왔는데요.”

“그래도 준비 해주세요. 여기로 오면 발로 올려 보낼 테니까.”


현과장의 말에도, 진행요원은 무작정 팀 오씨의 멤버들을 대기시켰다.

뭔가 잘못 되었다. 뭔가 크게 잘못 되었다. 현과장은 그제야 눈치 챘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그가 말릴 새도 없이, 팀 오씨의 멤버들은 무대를 향해 뛰어 나가고 있었다. 각오 다부진 표정으로 중무장한 채로.


“이번 단두대 매치의 도전자, 팀 아웃 캐슬, 팀 오씨입니다!”


나마래 아나운서의 힘찬 목소리와 함께 스테이지에 오르는 팀 오씨의 멤버들. 그들의 눈에는 투지가 가득했다. 아니, 가득했었다. 스테이지를 오른 지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그 투기는 완전히 꺾여 버렸으니까.


“그럼 챔피언을 소개합니다! 팀 오버파워, 팀 오피입니다!”


팀 오피의 맨 선두에서 손을 흔들며 나오는 익숙한 실루엣. 그 정체는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팀 오씨의 리더 피클이었다.

스테이지 뒤에서 화면으로만 보고 있던 현과장은, 밀려오는 당혹감에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배신감을 느끼는 건, 현과장의 주변에 있던 리코와 키토도 마찬가지. 두 귀염둥이의 눈빛이 사뭇 날카로워 졌다.


“그럼 팀 오피의 리더 피클 씨부터 인사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잠깐, 팀 오피의 리더가 피클이라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안녕하세요. 팀 오피의 리더이자, 전 팀 오씨의 리더 피클입니다.”


게다가 당당하게. 그리고 뭐? 전 팀 오씨의 리더? 아니 당신은 지금도 리더잖아!

이런 현과장의 마음과 같은 모양인지, 팀 오씨의 멤버들은 항의하는 듯 피클을 향해 다가갔다. 일촉즉발의 상황. 다행히도 현장요원들의 제지로 일단락되긴 했지만, 큰 유혈사태가 일어나도 전혀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 스테이지 위의 분위기는 험악했다.

그렇게 가까스로 떨어지게 된 팀 오씨와 팀 오피의 사람들. 그러나, 이 모든 사건의 원흉, 피클의 인터뷰는 계속해서 진행되었다.


“현과장이 제 팀 오씨을 빼앗아 갔습니다. 그래서 복수를 하러 나왔습니다.”


현과장은 얼토당토안한 그의 주장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랜절 라간을 가르쳐 줬더니? 뭐? 팀을 빼앗았다고? 팀을 빼앗긴 인간이 지금 적 팀의 팀장이 되어 있는 거야? 처음부터 현과장을 노린 덫이었던 걸까. 아니면, 현과장은 그냥 피해자인 걸까. 아직은 알 수 없었지만, 하나 만큼은 확실했다. 피클이 모두의 염원을 팔아넘긴 배신자라는 사실은.


“그럼, 팀 오씨의 리더 현과장을 만나 보겠습니다.”


나마래의 목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스테이지 위로 떠밀리는 듯 나오게 된 현과장. 방청석으로부터 그를 향한 경멸의 시선이 칼날처럼 날카롭게 날아들어 왔다. 진실을 알고 있는 건 오직 팀 오씨의 멤버들 뿐. 그러나 그들은 리더가 자신들을 버렸다는 배신감과 분노에 파묻혀 현과장의 존재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 누구도 현과장을 도와 줄 수 없는 상황. 이 모든 건 현과장이 혼자만의 힘으로 직접 처리해야만 했다.

나마래와의 인터뷰에서도, 현과장은 결코 아무런 말도 입 밖으로 꺼내 놓지 않았다.

차오르는 분노 때문에? 아니었다. 어차피 무슨 말을 해도 곱게 들릴 리 만무했기 때문에. 이럴 바에는 그냥 입 다물고 있는 편이 덜 욕을 먹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긴 사회생활이 그에게 가져다 준 노하우 중 하나였다.


그렇게 시작된 팀 오씨와 팀 오피의 댄스 배틀.

당연하게도 팀 오피의 압도적 승리였다. 아무리 연습을 많이 했다라고 해도, 팀의 중심인 리더가 빠진 상황에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그들은 나름 선방했지만, 결과를 뒤집을 만큼은 아니었다.


“2라운드 결과, 80 대 20, 팀 오피의 승리입니다!”


나마래의 우렁찬 목소리가 스튜디오에 울려 퍼졌지만, 팀 오피의 댄서들은 단 1도 좋아하는 구석은 없었다. 오히려 무덤덤하게 반응하는 팀 오피의 멤버들. 마치 당연한 결과라는 듯이 그들은 무표정으로 팀 오씨의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몇몇 오씨의 멤버들이 심사인단에게 항의를 하려 다가갔지만, 경비원들은 세차게 그들을 몰아냈다. 억울함을 토로할 구석도 없는 것이다.

그래, 완벽한 패배다. 팀 오씨의 완벽한 패배.

아직 5개의 라운드가 남았지만, 결과는 뻔했다. 행여나 「개행운과 초불행」이 발동 되어 끝내주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하더라도, 결과는 뒤집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번 심판들도 지난 시합들과 마찬가지로 매수되어 있는 게 틀림없을 테니까.


“스튜디오에서 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었군.”


팀 오씨의 마지막 안무는 팀 전원의 그랜절 라간. 그 어떤 판정도 단번에 뒤집을 그런 퍼포먼스의 끝판왕이었지만, 낮은 스튜디오의 천장 때문에 완전히 막혀버렸다. 모두 계산된 장소 섭외였을 것이다.


“이대로는 진다.”


현과장은 팀원들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긴장감이 가득한 팀원들의 얼굴. 몇몇의 표정에서는 절망감마져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이길 수는 없다. 실력적인 면은 문제가 될 게 없었지만, 이미 정신적인 면에서 많은 데미지를 입은 상황. 이 사람들이 우승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아니 그냥 그 자체가 불가능이었다.

현과장은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만 했다. 모든 상항을 뒤집을 단 하나의 방법을.

바로 그 순간, 현과장의 머릿속을 스치는 한 가지 아이디어. 결코 선보이고 싶은 방법은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딱히 좋은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으니까.


“모두들 잘 들어. 이제 팀 오씨는 없어. 모두들 스테이지 밑으로 내려가.”


현과장의 말에, 서로의 눈치를 보더니, 하나 둘씩 내려가는 멤버들. 이윽고 스테이지 위에는 현과장 혼자만 남게 되었다.


“지금 무슨 짓인 거죠? 설마 시합을 포기하는 건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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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132. 지하 도시 - 2 23.07.11 26 3 11쪽
131 131. 지하 도시 - 1 23.07.10 21 3 11쪽
130 130. 보물 찾기 - 4 23.07.09 21 3 12쪽
129 129. 보물 찾기 - 3 23.07.08 23 3 12쪽
128 128. 보물 찾기 - 2 23.07.07 25 3 12쪽
127 127. 보물 찾기 - 1 23.07.06 24 3 11쪽
126 126. 다시 켜진 「신의 방패」 23.07.05 27 3 11쪽
125 125. 변태 왕녀, 우유나 23.07.04 25 3 12쪽
124 124. 용자 침입 - 4 23.07.03 21 3 12쪽
123 123. 용자 침입 - 출격! 건달! 23.07.02 21 3 11쪽
122 122. 용자 침입 - 2 23.07.01 24 3 12쪽
121 121. 용자 침입 - 1 23.06.30 26 3 11쪽
120 120. 겨, 결혼이라고? - 2 23.06.29 27 3 12쪽
119 119. 겨, 결혼이라고? - 1 23.06.28 22 3 11쪽
118 118.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3 23.06.27 23 3 12쪽
117 117.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2 23.06.26 21 3 12쪽
116 116.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1 23.06.25 23 3 11쪽
115 115. 저주 그리고 축복 23.06.24 25 3 11쪽
114 114. 보이지 않는 손, 아니, 목소리. 23.06.23 26 3 11쪽
113 113. 천장 뚫고! 그랜절! 23.06.22 23 3 12쪽
112 112. 전설의 댄서 - 4 23.06.21 25 3 11쪽
111 111. 전설의 댄서 - 3 23.06.20 23 3 11쪽
» 110. 전설의 댄서 - 2 23.06.19 22 3 12쪽
109 109. 전설의 댄서 - 1 23.06.18 21 3 11쪽
108 108. 악당의 말로 23.06.17 19 3 12쪽
107 107. 대비책 - 2 23.06.16 24 3 12쪽
106 106. 대비책 - 1 23.06.15 22 3 12쪽
105 105. 역모가 코앞인데 이렇게 한가롭다고? 23.06.14 2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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