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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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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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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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3

DUMMY

호떡을 이용해 우유나를 자신의 수하로 만들어버린 현과장.

그는 이번엔 그녀를 이용해 경찰서를 빠져나왔다. 그나저나 5급 용자라는 직함이 보통 대단한 게 아닌 모양이다. 경찰서 서장이 직접 나와 머리를 숙일 정도였으니까.


“축복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해?”

“그 전에, 너무 반말 아닙니까?! 이래봬도 5급 용자인데!”


현과장이 보인 태도가 영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일까. 우유나는 인상을 쓰며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이내 그녀를 향하는 현과장의 시선. 이어서 그는 그녀를 향해 입술을 움직이려고 하는데...


여기서 잠깐!

이야기를 진행하기에 앞서, 단단히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있다.

천신만고 끝에 속박의 몸에서 벗어난 현과장이었지만, 그가 벗어나지 못한 게 한 가지 있었다. 그건 바로 클리셰. 지금 그의 주변에 흐르는 이 기류는 꼭, 용자가 된 남자 주인공 옆에 말괄량이 여자 주인공이 붙어 있는 모양이 아닌가. 이런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다. 현과장은 그런 말랑말랑한 이야기에 어울리지 않는 주인공이다.


“5급 용자든 뭐든...”


현과장이 무슨 말을 해도 이 뒤에 이어질 분위기는 뻔했다.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러브라인이 만들어지겠지. 40년 모태 쏠로 지켜야 한다. 현과장의 정체성이야 말로, 이 이야기의 아이덴티티니까.

현과장이 막 말을 마치려던 그때, 하늘에서 갑자기 내리는 빗줄기. 마치, 아니 꼭 현과장의 입을 다물게 만드려는 듯 엄청난 빗줄기가 그들의 위로 덮쳤다.


“우선, 비 좀 피하자!”


급작스럽게 내린 비 덕분에, 용자물의 순수한 클리셰를 피할 수 있었던 현과장과 우유나. 하지만 내가 이렇게 관여한 것에도 불구하고, 진부한 이야기의 흐름은 끝이 날 줄 몰랐다.

현과장과 우유나는 무작정 거리를 달렸다. 그렇게 달리던 도중, 현과장을 보게 된 우유나. 그녀는 비를 맞고 있는 현과장이 안쓰럽게 느껴졌던 것일까, 외투를 벗어서 현과장의 머리 위로 살며시 씌워줬다. 마치 클래식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뭐, 그 영화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 머리 위에 외투를 씌워주지만.


이 장면을 보고 있자니, 머릿속에서 저절로 음악이 흘러나왔다.

꼭, 해질녘 노을처럼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 같은 장면.

온 세상이 이 두 사람의 러브라인을 응원하는 듯, 둘 사이에 이상한 기류가 형성되었다. 이 두 사람의 눈빛이 말랑말랑해졌다. 절대 안 된다! 절대 안 돼! 이런 건 내가 용납을 못 한다!


“어... 이제 안 온다.”


갑작스레 온 비가 너무나 갑자기 멈춰버렸다.

모든 것이 부자연스럽다. 인위적이면서 동시에 작위적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클리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누구도 아닌 내가 전력을 다해야만 했으니까.

비가 개니까,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두 사람. 다행히도 어색하고 서먹한 분위기만 형성되었다. 그래, 현과장! 그렇게 어색하게 지내다가 축복만 받고 가는 거야!


“축복을 어떻게 받지? 아직 대답 안 했는데.”

“그, 그건 여왕님께 부탁하면 됩니다.”


여왕이라고? 아니 여기까지 와서 또 여왕이야?

현과장은 어안이 벙벙했다. 지금까지의 말랑했던 감정들을 전부 잊을 정도로 머릿속이 멍해졌다.


“여, 여왕이라고?”

“그럼 우선, 성으로 가실까요?”


순간 짜증이 올라오려고 했던 현과장이었지만, 이어지는 우유나의 말에, 그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냥 성으로 가기만 한다면 여왕을 만날 수 있는 것일까. 함정일 것이란 느낌이 없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호떡에 사로잡힌 그녀가 자신을 위험하게 만들 것이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럼 안내 부탁해.”


현과장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우유나의 뒤를 따랐다.

그런데 이것도 클리셰 아니야? 퀘스트를 받기 전 꼭 왕이나 여왕을 만나잖아? 아닌가? 그냥 내 노파심인 걸까?


***


그렇게 우유나의 손에 이끌려 용자들의 성으로 오게 된 현과장.

여왕이 사는 성은, 보통 판타지 에니메이션에서 나오는 그런 성과 다를 바가 전혀 없었다. 화려하고 깔끔했다. 먼지 하나 티클 하나 없이.


“우와... 이건 누가 다 치우고 정리해? 이 정도 규모면 한 사람으로 못 하겠는데?”


역시나 집 안 일을 좀 한 사람은 보는 눈이 다르다.

깔끔함과 아름다움에 눈이 가는 게 아니라, 어떻게 청소할 지가 걱정되는 현과장. 그는 성의 복도를 지나며 연거푸 고개를 저었다. 복도 청소를 진행할 하인들을 진심으로 걱정하면서.

그렇게 걱정만을 느끼며 앞으로 걸어 나가던 현과장. 이윽고 그는 거대한 문 앞에 도착하게 되었다. 압도적이 위압감이 느껴지는 거대하고 화려한 문. 현과장은 확신이 들었다. 이 문의 뒤에 여왕이 있다는 확신이.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말을 마친 우유나는 직접 문을 열고 현과장을 안내했다.

문이 열리자, 현과장의 시야로 들어오는 거대한 방. 역시나 그는 방을 치울 걱정이 제일 먼저 들었다.


“어서오세요, 현과장.”


그가 들어오자, 옅은 웃음을 지으며 현과장에게 다가오는 화려한 드레스의 단아한 여인. 누가 봐도 이 여인이 이 성의 주인인 것이 분명했다.


“제가 이 나라의 주인입니다.”


현과장의 예상대로 문 뒤에 있는 것은 용자나라의 여왕. 반전은 아무 것도 없었다.

자, 잠깐만! 보통 때라면, 『현과장 인 원더랜드』가 이렇게 진행되지 않는다.

방심하고 있는 뒤통수에 냅다 충격을 선사하는 반전!

작은 단서들이 이끄는 획기적인 결말!

이런 신선하고, 재미있는... 아니야? 안 그래? 나름 자부심이 있었는데, 아니었어?

어쨌든! 이렇게 밋밋하지 않다, 이 말이야!

도대체 왜 이렇게 클리셰 범벅이 되어버린 것일까. 막으려고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온다. 이 미친 듯한 클리셰의 물결이.


“축복을 원하신다고요.”


그리고 어떻게 현과장의 상황을 아는 것인지, 직접 말하지 않아도 전부 다 아는 여왕. 설마 그런 거 아니야? 알고 보니 지금의 여왕은 가짜 여왕이고, 현과장의 곁에 있는 우유나가 진짜 여왕이었다, 뭐 그런 거. 조금 전 경찰서장이 나와서 인사했다고 했잖아. 고개까지 숙이면서. 정말 그런 게 아닐까? 그런데 그런 반전도 식상하잖아. 그런 거 전부 클리셰라고.


“축복은 쉽게 드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여왕은 현과장을 향해 나긋하면서도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 이렇게 말하고 퀘스트를 주겠지. 마왕을 잡아오라느니, 마물을 잡으라느니. 공주를 구출해 오라느니, 어쩌구저쩌구. 내가 아무리 회귀 판타지를 쓰고 싶어 하지만, 이런 전개는 아닌데. 이런 건 재미없어. 재미없다고. 내 망한 역사 추리물 보다 재미없다고.


“방법이 뭡니까?”


이미 현실 세계에서 이런 종류의 게임이나 웹소설, 그리고 웹툰으로 단련이 되어있던 현과장. 그는 망설임이 없었다. 어차피 빨리 해결하고 돌아가면 될 일. 그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데,


“저와 결혼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건 좀 달랐다. 갑작스런 결혼이란 조건에 순간 당황하고만 현과장. 결혼이라고? 거두절미한 건 둘째치고 이렇게 뜬금없이?

이거 조금... 새로운 데?


***


신랑대기실에 드리우는 어두운 분위기. 현과장은 우울한 표정으로 거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말렸던 거다냥!”


그런 그때,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흥선생이었다.


“아니, 이럴 줄 누가 알았어? 난 그냥 축복만 받고 올 생각이었다고.”


자신의 잘못인 줄 알면서도 괜스레 한 번 목소리를 높이는 현과장. 그러나 그 허세도 얼마 못 가 전부 빠지고 말았다. 허세를 부린다고 상황이 좋아질 리 없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식 전에 빨리 가면 된다랄까나.”


어흥선생을 따라온 채야가 성급하게 현과장을 끌어당겼다. 하지만, 전혀 끔쩍도 하지 않는 현과장. 그러고 보니, 현과장의 옷이 이상하다. 붉은색 바지와 핫핑크의 맨투맨 티셔츠는 어딜 가고, 오색찬란한 정장이 그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소용없다니까. 도망칠 수 있었으면 진즉 도망쳤지.”


현과장은 채야를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어떻게 하면 돼냥? 내가 하겠다냥!”

“방법이 없어. 결혼식 마지막에 축복이 떨어지면 풀린다고 하더라고.”


어흥선생의 말에, 현과장은 허세가 완전 빠진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바로 그때, 갑자기 차원문이 열리면서 불쑥 튀어나오는 갓패치. 그는 당황한 얼굴로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제정신이야? 축복을 받으면 결혼 성립이잖아! 지옥의 시작이라고!”

“누가 몰라! 나도 내가 여기서 결혼할 지는 전혀 몰랐다고!”


갓패치와 마찬가지로 현과장의 얼굴에 가득 드러나 있는 당혹감. 갓패치는 그런 현과장을 위해, 직접 현과장의 발밑에 차원문을 만들었다. 하지만,


“소용없어. 소용없다고.”


현과장의 말대로 전혀 소용이 없는 차원문. 현과장은 차원문 안으로 떨어지기는커녕, 그 위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마치 차원문이 없는 것처럼.


“원더랜드와 용자 나라의 모든 마법에 면역이라네, 이 옷이.”

“앗! 그럼 정말 좋은 방어구다냥!”


어흥선생은 손뼉을 치며 활짝 웃었다. 어흥선생, 지금 그런 걸 좋아할 때가 아니잖아. 현과장의 인생과 이 웹소설의 정체성이 걸려있는 문제라고.


“미안하다냥! 내가 너무 들떴었다냥.”

“아니야,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어.”


현과장의 얼굴엔 당혹감에 이어 체념이 깊게 자리 잡았다.

마치 모든 희망이 끊어진 듯한 현과장의 얼굴. 그의 얼굴에는 나타난 건 단순한 절망감이 아니었다. 그의 얼굴에 피어난 건, 세상의 끝을 맞이하는 자의 표정. 그래 현자의 표정 그 자체였다.


“정말 방법이 없는 걸까나?”

“없어. 축복이 내려오기 전엔 절대 못 벗어나.”


신랑대기실 안에 어두운 분위기가 내려앉았다.

이렇게 『현과장 인 원더랜드』가 끝나는 거야? 그럼 다음 이야기부터는 현과장의 신혼일기를 써야하나? 19금을 걸고? 아니, 그럴 수는 없다. 절대 그럴 수는 없다.


“이럴 때 누군가가 딱 나타나서 딱 해결해 주면 좋겠다냥.”


정말 뜬금없이 천장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하는 어흥선생. 그거 나보고 들으라고 하는 말이지? 그치? 이봐 어흥선생, 내가 개입하면 더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는데, 괜찮겠어? 많이 당해 봤잖아.


“아! 취소다냥! 취소! 이건 우리가 해결할 수 있다냥!”

“해결은 무슨! 이대로 인생이 끝나게 생겼는데.”


어흥선생에게 핀잔 아닌 핀잔을 준 현과장은 그를 따라 천장을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천장이 많이 낮게만 느껴졌다. 아니 실제로 많이 낮았다. 원더랜드에서 마주했던 천장들에 비하면.

잠깐, 천장이라고? 그 순간 현과장의 머리에 떠오른 한 가지 아이디어. 그러나 그가 떠올린 방법은, 방법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찰나의 순간이었다. 심지어 그에는 「개불행과 초행운」이라는 말도 안 되는 변수도 존재하는 상황. 성공을 보장하기에는 걸림돌이 너무나 많았다.


“으아아악! 모르겠다! 일단 부딪혀! 난 붉은색의 현과장이니까!”


자신의 마음을 좀 먹는 불안을 기합과 함께 날려버린 현과장.

그렇게 그의 앞으로 결혼식 시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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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133.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1 23.07.12 23 3 12쪽
132 132. 지하 도시 - 2 23.07.11 26 3 11쪽
131 131. 지하 도시 - 1 23.07.10 22 3 11쪽
130 130. 보물 찾기 - 4 23.07.09 21 3 12쪽
129 129. 보물 찾기 - 3 23.07.08 23 3 12쪽
128 128. 보물 찾기 - 2 23.07.07 25 3 12쪽
127 127. 보물 찾기 - 1 23.07.06 24 3 11쪽
126 126. 다시 켜진 「신의 방패」 23.07.05 27 3 11쪽
125 125. 변태 왕녀, 우유나 23.07.04 25 3 12쪽
124 124. 용자 침입 - 4 23.07.03 21 3 12쪽
123 123. 용자 침입 - 출격! 건달! 23.07.02 21 3 11쪽
122 122. 용자 침입 - 2 23.07.01 24 3 12쪽
121 121. 용자 침입 - 1 23.06.30 26 3 11쪽
120 120. 겨, 결혼이라고? - 2 23.06.29 27 3 12쪽
119 119. 겨, 결혼이라고? - 1 23.06.28 22 3 11쪽
» 118.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3 23.06.27 24 3 12쪽
117 117.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2 23.06.26 21 3 12쪽
116 116.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1 23.06.25 23 3 11쪽
115 115. 저주 그리고 축복 23.06.24 25 3 11쪽
114 114. 보이지 않는 손, 아니, 목소리. 23.06.23 26 3 11쪽
113 113. 천장 뚫고! 그랜절! 23.06.22 23 3 12쪽
112 112. 전설의 댄서 - 4 23.06.21 26 3 11쪽
111 111. 전설의 댄서 - 3 23.06.20 23 3 11쪽
110 110. 전설의 댄서 - 2 23.06.19 22 3 12쪽
109 109. 전설의 댄서 - 1 23.06.18 21 3 11쪽
108 108. 악당의 말로 23.06.17 19 3 12쪽
107 107. 대비책 - 2 23.06.16 24 3 12쪽
106 106. 대비책 - 1 23.06.15 23 3 12쪽
105 105. 역모가 코앞인데 이렇게 한가롭다고? 23.06.14 2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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