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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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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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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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23. 용자 침입 - 출격! 건달!

DUMMY

- 오토 배틀 시스템 체크, 그린. 다음 시퀀스로 이동합니다.

파일럿 싱크로 시스템 체크. 그린. 마지막 시퀀스 체크로 이동합니다.


가만히 앉아있는 우유나의 귓가로, 많은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과장표 호떡의 영향 때문인지, 슬픔을 가득 머금고 있는 그녀의 눈동자. 그녀는 잠시라도 그런 기분을 잊기 위해 입술을 꽉 깨물었다. 단 한 순간만이라도.


- 라이프 쉴드 체크. 그린. 시퀀스 체크, 올 그린.

- 시스템 체크, 클리어. 브릿지(함교)로 컨트롤 권한 이양합니다.

- The Bridge has a control. 올 시퀀스 리체크. 메인 시스템 체크, 그린. 세미 시스템 체크, 그린...


무슨 사양체크가 이렇게 긴 건지. 벌써 5번 째 체크다. 권한이 이양될 때마다 체크를 처음부터 다시 시행하다니. 도대체 얼마나 고지식한 거야. 자신들이 만든 기체에 이렇게 자신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한번이라도 더 먼지고 싶어서 이러는 것일까. 너드 공돌이들의 정신세계는 정말이지 전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 시스템 체크, 클리어. 출격 시퀀스 준비 완료. 파일럿에게 컨트롤을 이양한다.

“휴...”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드디어 끝이라니.

출격 명령을 받고 한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기체에 올라탔고, 또 다른 한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출격 준비가 끝마쳐졌다.


“I have the control. 5급 용자 우유나 마샤, 출격 준비 완료. 출격합니다.”


우유나는 천천히 기체의 조종 패널을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전혀 움직이지 않는 그녀의 기체. 얼굴 위로 당혹감이 점차차오르기 시작했다.


“출격 명령 확인. 우유나 마샤, 출격합니다.”


다시금 조종 패널을 만져봤지만,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는 기체. 귓가를 어지럽혔던 무전에서도 이제는 적막감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니, 이게 왜...?”

- 우유나 용자, 자네 지금 뭐 하는 건가?


당혹감에 허우적거리던 그때, 그녀의 귓가에 중후한 남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사령관님! 기체 결함이 있습니다. 전혀 움직이지 않습니다!”

- 자네, 우리가 만든 걸 단순한 기체라고 생각하나?“


그녀의 귓가에 묵직하게 내려앉는 사령관의 음성. 그 음성 안에는 엄청난 인내심과 그 인내심도 막지 못한 분노가 동시에 느껴지고 있었다.


- 열혈이 부족해! 열혈! 로봇 출격장면을 한번도 보지 못한 건가?! 내가, 우리가 그렇게 많은 레퍼런스를 보내줬는데?!

“아...”


우유나는 사령관의 분노 가득한 목소리가 그녀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것만 같이 느껴졌다. 사령관이 무엇을 원하는 지 완벽하게 알 것만 같았다.


- 이건 연습 출격이 아닌, 진짜 출격이다! 제대로 하란 말이야, 우유나 용자!


그녀는 이를 꽉 물었다. 아니, 이 변태보다도 더한 인간들. 우울증에 빠진 환자에게 그런 부끄러운 발언을 하라니. 얼굴이 붉어지고 눈물이 핑 돌았다. 차라리 우울증에 허덕이다 병원으로 들어가는 편이 더 좋을 듯했다. 아니, 차라리 죽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았다.


- 여성 파일럿의 출격 장면은 더욱 귀중하지. 시대의 억압과 굴레를 이겨내고 마침내 승리를 거머줜, 그런 한 편의 영화 같은 장면! 꼭! 꼭! 꼭! 부탁하네, 우유나 용자!


이건 부탁이 아니라, 강요였다. 어차피 그들이 원하는 대로 말하지 않으면 출격은커녕 이 자리에서 영영 못 나갈 수도 있으니까.


“건달 렌시아, 출격합니다...”


우유나의 입에서 자신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 자신감을 가져라! 용자! 큰 목소리로! 우렁차게!


윽박지르듯 고함을 치는 사령관. 그녀의 머릿속으로 그 묵직한 음성이 이리저리 튕겨 다녔다.


“건달! 렌시아!! 출! 격! 합! 니! 다!”


사령관의 말대로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조종 패널을 만지작거리는 우유나. 하지만 기체는 전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치 그녀에게 무언가를 더 원하는 것처럼.


- 자네, 기체명만 말하면 안 되지. 기체 번호도 잘 말해줘야지.

“아, 진자 가지가지 하네!”


사령관의 까다로운 주문에 끝끝내 폭발하고 만 우유나, 덕분에 우울증이고 뭐고 깡그리 사라졌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근 부끄러움과 이 부끄러움을 이기기 위한 깡다구뿐. 이내 그녀는 두 눈동자에 분노를 활활 태우며 큰소리로 외쳤다.


“대 공습전용 인간형 전투병기, 번호 KW-23GP01, 기체명 GUNDAL 렌시아 출격! 됐냐! 이 씹덕 놈들아!!!”

- 승인한다!


우유나의 목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흔쾌히 외치는 사령관. 그렇게 우유나가 탄 기체가 함대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누가 봐도 오리지널 모형이 전혀 아닌, 유명한 로봇의 모델을 뒤죽박죽 섞어선 만든 듯한 외형. 매력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다. 이럴 거면 베끼지를 말지. 과연, 이 모습을 본 본 투 비 오덕, 현과장이 얼마나 괴로워할까. 정말이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이런 한탄을 늘어놓는 사이 어느새 시야 밖으로 완전히 사라진 건달 렌시아. 점점 결전의 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

늦은 밤.

한편, 원더랜드를 향해 로봇이 오고 있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있던 현과장과 가족들. 그들은 거실에 앉아 효율 좋게 용자들을 물리칠 방법에만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물론 호떡 타임을 곁들여서.


“호떡을 몇 장씩 쥐어 줄까?”

“제정신이야? 그 호떡 날 줘! 내가 날려 보내 버릴 테니까!”


호떡이라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갓패치. 이미 저주도 사라진 마당에, 그는 예전보다 더욱 심하게 호떡을 탐하고 있었다.


“죽이는 건 쉽다냥. 하지만 그렇게 하면 우리도 같은 인간이 된다냥. 그건 나도 반대다냥.”

“나도 성가시긴 하지만 죽이는 건 반대랄까나. 묻을 장소도 마땅치 않고.”


순간, 현과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묻을 장소? 암매장하겠다는 건가? 아니면 죽은 자들을 위한 묫자리가 없다는 걸까. 지금부터라도 좋은 땅을 알아봐야 하나. 이상하게도 걱정이 하나 더 늘은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냥 현과장을 주면 끝나는 일입니다만. 그럼 오케이입니다만.”


모두를 향해 여왕이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물론 양손 가닥 호떡을 쥔 채로.


“제정신이야?! 호떡이나 놓고 그런 말을 하던가!”

“이건 현과장이 날 위해서 만든 호떡입니다만! 갓패치는 빠져야합니다만!”


여왕의 말에 날 선 반응을 보이던 갓패치는, 급기야 여왕을 향해 몸을 던졌다. 당연히 그의 목적은 여왕의 제압이 아니다. 여왕이 절대 놓지 않고 있는 그 호떡들이지.


“내놔! 내 놓으란 말이야! 이 망할 여왕!”

“갓패치 같으면 줄 겁니까? 이 망할 식충이!”


다시금 발발한 제 3차 호떡 전쟁. 아니, 도대체 얼마나 맛있기에 이러는 거야?


“하긴, 현과장의 호떡은 둘이 먹다 열이 죽어도 모르는 맛이다냥.”


둘이 먹었는데 열 명이 죽어? 말도 안될 정도로 맛있다는 거야? 정말 한번 먹어보고 싶네. 나도 호떡 좋아하는데. 쩝쩝. 커피도 물론 좋아하고.


“호떡 이야기는 그만하고, 어떻게 용자들을 돌려보낼지...”


말을 이어가려던 현과장은, 순간 모든 동작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바람 가르는 소리. 거대한 무언가가 바람과 함께 다가오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설마 기습?”

“그럴 리 없다냥. 용자들은 정정당당한 걸 좋아하는...”

[피융!]


용자들을 옹호하려는 바로 그때, 어흥선생의 머리 위로 총알이 스쳐지나갔다. 무안함에 얼굴이 시뻘게지는 어흥선생. 이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그는, 곧바로 현관으로 달려나갔다.


“이 멍청한 놈들은 그냥 죽이는 편이 나을 것 같다냥!”

“여기는 안 된다랄까나! 더는 묻을 곳이 없다랄까나!”


그런 그를 따라서 헐레벌떡 뛰어나가는 채야. 아니, 잠깐만! 더는 묻을 곳이 없다는 게 무슨 뜻이야? 텃밭을 꾸려서 시체를 묻을 곳이 없다는 말이지? 텃밭에 시체가 묻힌 건 아니지? 두려움이 올라온 현과장도 채야의 뒤를 따라 텃밭으로 달려나갔다.


텃밭에 나가보니, 그들에게 총알을 날린 것은 다름 아닌 로봇. 그래, 우유나가 탄 바로 엉망진창인 그 기체였다. 그 로봇을 보자마자, 순간 치밀어 오르는 분노. 현과장은 결코 눈앞의 존재를 용납할 수 없었다.


“더는 안 된다랄까나. 묻을 곳이 없다랄까나.”


채야는 밖으로 나온 두 사람에게 정중하고 또 다소곳이 부탁했다. 하지만,


“아니, 채야! 저 모습을 보고 지금 그런 말이 나오는 거야?! 저 흉측한 모습을 보고?!”


두 눈에 쌍심지를 켜가며 로봇을 응시한 현과장은, 그녀의 말에 크게 반감을 가졌다. 아니 저런 근본 없는 모습으로 오타쿠의 앞에 나타나다니. 이건 도전이다. 아니, 전쟁선포다. 누가 설계한 건지 몰라도 잡아서 사지를 찢어 죽여도 모자라다. 아니, 사지를 찢어서 들판에 버려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저건 그냥 고철이다냥.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라냥.”


현과장이 흥분한 게 이해가 되지 않은 모양인지, 어흥선생은 그를 향해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자, 오히려 더욱 광분하며 팔짝팔짝 뛰는 현과장. 그는 입에 게거품을 물더니, 엄청난 오타쿠의 지식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형태는 2007년! 등에 달린 부스터는 1992년! 무기는 1995년! 이게 뭘 말하는 거냐고! 방영년도다! 방영년도!”


그의 입술은 방영년도에 그치지 않고 어떤 작품의 무슨 모델인지 쉴 새 없이 늘어놓았지만, 전혀 알아 들을 수는 없었다. 하긴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 뭘 알겠어. GN-001이라든지, GP01이라든지. 게다가 뭐 트윈버스터 어쩌구? 그건 또 뭐야?


“아무튼! 저건 끔찍한 혼종이라고! 존재해서는 안 될 엄청난 괴물이라고!”


현과장은 당장이라도 떨어뜨릴 기세로 그 짝퉁 기체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로봇을 보더니 시큰둥하게 반응하는 어흥선생. 조금 전 분노를 불태우며 밖으로 나왔던 그와 다르게, 지금의 어흥선생에게서는 아무런 투지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저건 그냥 고철 덩어리다냥. 사람이 아니다냥.”

“그래도 저런 게 텃밭에 떨어지면 외관상 보기 안 좋을까나.”


어흥선생과 마찬가지로, 현과장의 생각에 크게 동의하지 않는 채야. 마치 두 사람은 눈앞의 거대한 존재를 너무나 가볍게 여기는 것만 같았다. 기존의 용자들보다 더 하찮은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저런 건 힘없는 애들이 힘자랑 하려고 만든 거다냥.”

“그렇다랄까나.”

[탕!탕탕! 탕탕탕! 타라라라락!]

[피융! 피융! 피융!]


바로 그때, 현과장과 그 일행을 향해 날아오는 무수히 많은 총알들. 아! 소리 한 번 저렴하다! 순식간에 텃밭은 물론이고 채야의 집과 그녀가 애지중지 숨겨 놓았던 젊음의 엑기스가 홀라당 깨져 사라지고 말았다.

한바탕 총알 샤워가 끝나자, 로봇 쪽으로부터 흘러나온 당당한 목소리. 그 목소리 안에는 거대한 증오와 분노가 함께 녹아 있었다.


“현과장, 널 죽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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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134.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2 23.07.13 26 3 11쪽
133 133.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1 23.07.12 23 3 12쪽
132 132. 지하 도시 - 2 23.07.11 27 3 11쪽
131 131. 지하 도시 - 1 23.07.10 22 3 11쪽
130 130. 보물 찾기 - 4 23.07.09 23 3 12쪽
129 129. 보물 찾기 - 3 23.07.08 24 3 12쪽
128 128. 보물 찾기 - 2 23.07.07 26 3 12쪽
127 127. 보물 찾기 - 1 23.07.06 26 3 11쪽
126 126. 다시 켜진 「신의 방패」 23.07.05 28 3 11쪽
125 125. 변태 왕녀, 우유나 23.07.04 26 3 12쪽
124 124. 용자 침입 - 4 23.07.03 23 3 12쪽
» 123. 용자 침입 - 출격! 건달! 23.07.02 22 3 11쪽
122 122. 용자 침입 - 2 23.07.01 25 3 12쪽
121 121. 용자 침입 - 1 23.06.30 27 3 11쪽
120 120. 겨, 결혼이라고? - 2 23.06.29 28 3 12쪽
119 119. 겨, 결혼이라고? - 1 23.06.28 22 3 11쪽
118 118.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3 23.06.27 24 3 12쪽
117 117.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2 23.06.26 22 3 12쪽
116 116.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1 23.06.25 25 3 11쪽
115 115. 저주 그리고 축복 23.06.24 27 3 11쪽
114 114. 보이지 않는 손, 아니, 목소리. 23.06.23 28 3 11쪽
113 113. 천장 뚫고! 그랜절! 23.06.22 24 3 12쪽
112 112. 전설의 댄서 - 4 23.06.21 26 3 11쪽
111 111. 전설의 댄서 - 3 23.06.20 24 3 11쪽
110 110. 전설의 댄서 - 2 23.06.19 22 3 12쪽
109 109. 전설의 댄서 - 1 23.06.18 21 3 11쪽
108 108. 악당의 말로 23.06.17 20 3 12쪽
107 107. 대비책 - 2 23.06.16 26 3 12쪽
106 106. 대비책 - 1 23.06.15 23 3 12쪽
105 105. 역모가 코앞인데 이렇게 한가롭다고? 23.06.14 2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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