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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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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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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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용자 침입 - 4

DUMMY

“내가 널 죽이겠다 이 잡것! 이 호로 잡놈!”


그 말에 반응하는 건, 현과장이 아니라 바로 채야. 그녀는 깨진 엑기스 병들을 바라보며 통곡의 눈물을 짓고 있었다.

아니, 그건 그렇다고 쳐도. 지금 현과장을 잡으러 온 거 아니었어? 현과장을 죽이러 온 거야?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지금?!


“날 죽인다고? 정말 날 죽인다는 거야?”

“각오해라! 현과장!”


개인적 원한일까. 아니면, 명령 하달 중 발생한 실수일까. 우유나는 죽일듯한 기세로, 아니 정말 죽일 기세로 현과장을 향해 덤벼들었다. 수 많은 총알들이 현과장 위로 쏟아졌다. 순식간에 거대한 구덩이가 만들어진 현과장 주변. 당연히 현과장은 멀쩡했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바로,


“할매, 비밀 묘지가 다 드러난 거 같다냥.”

“저 미친 것이 정말!”


텃밭에 숨겨놓은 시체들이 빼꼼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번 급습했던 암살자들을 포함해, 수많은 시체와 뼛조각들. 옷가지도 완전히 삭은 사체도 종종 눈에 띄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늦은 밤이라 아직 현과장이 시체들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한 것. 하지만 더욱 그녀의 분노에 기름을 뿌린 건 변함이 없었다.


“고양이! 현과장을 부탁한다!”

“비밀은 묻어둬야 한다냥. 걱정 마라냥.”


그녀는 성난 불길을 이끌고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그녀가 떠나자, 재빨리 현과장을 데리고 텃밭에서 멀어지는 어흥선생. 현과장은 갑작스런 전개에 잠깐 놀라긴 했지만, 멀리서 불꽃을 내뿜는 채야를 보며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놈의 엑기스가 뭔지.”

“그러게 말이다냥.”


멀찌감치 떨어진 숲속에서 거대 로봇과 미인 마녀의 싸움을 지켜보는 현과장과 어흥선생. 치열한 공방이 오고갈 것 같았지만, 결과는 너무나 일방적이었다. 전신에 붙은 불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버린 우유나의 로봇, 건달 렌시아. 급기야 우유나가 콕핏에서 나와 소화기를 마구 뿌렸지만, 방염(防炎)처리도 제대로 된 게 아닌 걸까. 로봇에 붙은 불길은 쉽사리 꺼지려고 하지 않았다.


“아니, 예산을 어디다 쓴 거야! 불길에 로봇이 쓰러지는 게 말이 돼?”

[투둑, 투두둑.]


우유나의 마음과 다르게 로봇의 겉면은 속절없이 떨어져 내렸다. 그 순간, 우유나의 눈에 들어온 로봇의 조각. 그 조각을 응시하던 그녀는 이내 부들부들 떨며 분노의 포효를 내질렀다.


“이 미친 개발부 놈들!!”


「made in 짭국」. 조각들 사이에서 그녀의 시야로 들어온 글자였다.


“국산 쓰라니까, 짭국 걸 썼어?! 품질 이하인 짭국 물건을? 이런 미친놈들!!”


우유나는 넘치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그만 쥐고 있던 소화기를 그대로 내동댕이치고야 말았다. 그러자, 그 소화기에서도 보이는 글자, 「made in 짭국」. 도대체 국산제품은 없는 것일까. 우유나는 이런 기막힌 상황의 연속에, 자신도 모르게 실소가 터져 나왔다. 개발부의 비리 때문에 이렇게 허무하게 죽게 되다니.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네 이 잡것!”

“그래, 죽여라 마왕.”


이미 모든 것을 내려놓은 우유나. 그녀는 얼굴 가득했던 미소를 거두고 담담하게 채야를 바라보았다.


“소원대로 죽여주지.”


그녀의 말이 끝나자, 로봇을 둘러쌌던 화염이 우유나의 곁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발끝부터 점차 그녀의 몸을 잠식하기 시작하는 하얀 불꽃. 이윽고 그 하얀 화염은 그녀이 얼굴까지 잠식했다.


“잠깐, 잠깐, 잠깐! 아직 쓸모가 있다니까!”


바로 그때, 헐레벌떡 채야의 곁으로 달려온 현과장. 그의 등장 덕분에 우유나의 몸을 덮고있던 불길이 단번에 사라지고야 말았다.


“왜? 노예로 쓰게?”


여전히 화가 나있는 것일까. 채야의 말끝에는 아직 말꼬리가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어허! 그렇게 화를 내지마, 예쁜 얼굴에 주름이 진다니까.”

“누가 주름이 진다랄까나!”


예쁘다는 말에 조금은 마음이 풀린 것일까. 곧바로 말꼬리를 붙이는 채야. 정말이지, 단순하다. 너무나 단순해.


“어이, 용자. 오래간만이네.”

“배신자! 현과장!”

“배신은 무슨! 지가 여왕에게 날 여왕에게 바쳤으면서!”


현과장의 말에 반응한 건, 뒤에 서 있던 어흥선생이었다. 배신자라는 말에 두 귀를 쫑긋 세웠던 어흥선생. 자초지종을 알게 된 그가, 가족의 위협이 되었던 그녀를 결코 살려둘 리 없었다.


“그쪽이 현과장을 팔아먹은 거냥?”


스멀스멀 우유나의 발밑으로 다가가는 어흥선생의 그림자. 이윽고 그 그림자는 서서히 그녀의 발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문제가 있다면, 아직 현과장의 능력이 꺼지지 않았다는 점이랄까.


“현과장, 빨리 「신의 방패」를 꺼라냥. 내가 단번에 처리하겠다냥. 시체도 남지 않는다냥.”


어흥선생의 말에, 우유나와 현과장은 동시에 마른 침을 삼켰다. 너무나 진지하고 평온한 어흥선생의 눈빛. 죄의식이라고는 맑은 하늘의 미세먼지만큼이나 보이지 않았다.


“죽이면 안 된다냥! 그럼 큰일 난다랄까나!”


험악한 일이 일어나기 전에, 서둘러 어흥선생을 말린 현과장은, 다시 우유나 쪽으로 돌아왔다. 현과장의 얼굴 가득한 비열한 미소. 악랄한 그의 표정에 우유나는 그만... 본색을 드러내고야 말았다.


“날 어떻게 더럽힐 거냐! 악마! 짐승!”


무자비한 단어 선택에 비해, 너무나 황홀감에 젖어 즐기고 있는 그녀의 표정. 순간, 현과장과 어흥선생은 뭔가가 단단히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현과장은 아차 싶었다. 그녀가 현과장에게 변태라고 했을 때부터 의심했어야 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하지 않았는가. 변태인 그녀의 눈에는 오직 변태만 보였을 뿐이었다.


“난 그런 취향 응원한다랄까나.”


변태끼리는 통하는 것이 있는 걸까. 채야는 흐뭇하게 우유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동지를 만난 듯한 표정으로.

모두 알다시피 이런 조합이 더욱 위험한 법이다. 생각 없는 채야와 변태성욕자 우유나가 계속 부딪히면, 정말 이야기의 장르가 백합물로 변질될 가능성이 짙어진다. 이 건 당연히 막아야 한다! 모두가 원하는 그림이겠지만, 당연히 막아야 한다. 뭐, 하고 싶다면 2차 창작물은 말리지 않겠다. 정말 말리지 않겠다. 정말, 진짜, 정말이라고.


“자자! 시끄럽고!”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재빨리 우유나와 채야의 사이를 떨어뜨린 현과장은, 다시금 우유나를 바라보며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너무나 좋아해도 어쩔 수 없었다. 그냥 말하면 맛이 살지 않으니까. 대악당 다운 맛이 살지 않으니까.


“넌 이제, 내 포로다.”

“하악!”


현과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실신해버린 우유나.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현과장과 어흥선생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아, 이거 뭔가 단단히 잘못된 거 같은데. 그렇지 어흥선생?


“그런 거 같다냥. 뭔가 단단히 잘못된 거 같다냥.”


***


한편, 우유나가 현과장의 손에 떨어졌다는...

아니, 그의 포로가 되었다는...

아, 어떤 단어를 써도 이상하네. 어쨌든 그녀가 잡혔다는 소식을 듣지 못한 무리나는, 원더랜드에 세운 임시 주둔지에서 오직 그녀의 귀환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작전이 시작한 지도 수 시간이 지난 상황.

동이 트기 전 시작되었던 작전은, 해가 중천에 떴음에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그런데 그때,


“여, 여왕 폐하!”


투구가 벗겨질 정도로 미친 듯이 무리나의 앞으로 달려오는 한 군인.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무슨 일이냐.”

“우유나 공주가... 우유나 공주가...”


우유나라는 이름을 들은 그녀는 지체하지 않고 그대로 군인이 달려온 쪽으로 뛰어 갔다. 그러자, 그녀의 앞에 보이는 것은 양손이 포박되어 끌려온 자신의 동생, 우유나. 그리고 그런 그녀를 마치 노예 취급(?)을 하고 있는 듯한 현과장과 어흥선생이었다.


“감히 내 동생을...!”

“자, 잠깐 이거 우리가 이런 거 아니야! 자기 혼자 이런 거라고!”


현과장이 목청 높여 사정을 설명하려고 했지만, 동생의 몰골을 본 무리나에게는 아무런 말도 들릴 리 없었다. 피붙이에게 끔찍한 일이 벌어졌는데 가만히 있을 가족이...


“내가... 졌다.”


여기 있네. 여기 있어.

자신의 남편이라고 되찾으러 올 때는 언제고 그녀는 현과장과 눈조차 마주치려고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무리나는 우유나의 이상성욕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모양인데.


“야! 너 여왕! 너 다 알고 있었지?! 다 알고서 이런 짓을 벌인 거지!!”

“난 모른다. 아무 것도 모른다.”


그녀는 마치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어쩔 수 없는 게 아니잖아. 그냥 협상만 잘하면 되는 거라고.


“아니, 와서 데리고 가...”

“우린 철수한다! 내 동생이 잡혀있는 이상 함부로 원더랜드를 건드릴 수는 없다!”


급기야, 군을 철수 시키는 무리나. 그녀는 아니 그녀와 군대는 단 1분도 채 걸리지 않아 현과장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원더랜드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이, 이게 무슨 일이야?”

“짐을 떠맡은 거다냥.”


너무나 기가 막힌 상황에, 현과장과 어흥선생은 사건의 원흉인 우유나를 멀뚱히 쳐다보았다, 그러자,


“날 어쩔 것이냐! 마왕! 하악...”


혼자 말하고 혼자 발정이 나버린 우유나. 정말 답이 없었다. 너무나 답이 없었다. 어디에선가 이런 변태를 본 거 같은데. 아... 『이 멋진 세계에 ‘축복’을』! 설마 ‘축복’을 얻어야 해서 이런 식으로 풀린 거야? 단지 ‘축복’이란 단어가 들어가서 그런 거야? 이런 설정이 튀어 나온 거냐고.

아니, 내가 이 글의 작가인데, 왜 내가 모르는 전개나 설정이 나오는 걸까.

잠깐 이 부분 좀 짚고 넘어가야 할 거 같은데.


“뭘 짚고 넘어가냥. 그냥 돌아가자냥.”

“그래, 돌아가자. 우유나, 당신도 그만 일어나. 집에 가야지.”

“지, 집?! 집에 가서 감금... 하악!”


그래, 지금은 전개나 설정을 따질 때가 아니다. 우선 이 19금 캐릭터 좀 어떻게 해야지.

***


집으로 발길을 돌린 현과장과 어흥선생, 그리고 우유나.

집에 돌아와 보니, 텃밭은 물론이고 집도 주변 나무도 완전히 원상복구가 되어있었다.

이렇게 기쁜 소식이 있으면 당연히 나쁜 소식도 있는 법. 현과장과 어흥선생이 몇 번이고 우유나의 손에 채워진 수갑을 풀고, 발에 채워진 족쇄도 버렸지만, 잠깐 한눈을 팔면 그녀의 손과 발에는 단단한 쇠붙이가 채워져 있었다.


“난 포기다냥! 이 여자 단단히 미쳤다냥!”

“어흥선생, 포기하면 안 돼! 그럼 나만 남는다고!”


현과장이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매달렸지만, 어흥선생은 완강히 그를 떨쳐냈다. 그렇다고 해서 채야에게 우유나를 맡길 수는 없는 상황. 현과장은 둘이 만나면 어떤 시너지를 낼지 정말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상상은 조금 했을까나.


“미치겠네!”

“미쳐? 쳐? 날 칠 거냐?! 악마! 마왕! 어서 쳐라! 매우 쳐!”


그녀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대로 현과장을 바라보며 큰 대자로 누워버렸다. 감당불가 캐릭터의 등장으로 이야기 속의 캐릭터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되기 일보 직전. 하지만 딱히 방법이 없었다. 그런 그때,


“내가 데리고 가겠습니다만.”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앳된 목소리. 바로 여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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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133.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1 23.07.12 23 3 12쪽
132 132. 지하 도시 - 2 23.07.11 26 3 11쪽
131 131. 지하 도시 - 1 23.07.10 22 3 11쪽
130 130. 보물 찾기 - 4 23.07.09 22 3 12쪽
129 129. 보물 찾기 - 3 23.07.08 23 3 12쪽
128 128. 보물 찾기 - 2 23.07.07 25 3 12쪽
127 127. 보물 찾기 - 1 23.07.06 24 3 11쪽
126 126. 다시 켜진 「신의 방패」 23.07.05 27 3 11쪽
125 125. 변태 왕녀, 우유나 23.07.04 25 3 12쪽
» 124. 용자 침입 - 4 23.07.03 22 3 12쪽
123 123. 용자 침입 - 출격! 건달! 23.07.02 21 3 11쪽
122 122. 용자 침입 - 2 23.07.01 24 3 12쪽
121 121. 용자 침입 - 1 23.06.30 26 3 11쪽
120 120. 겨, 결혼이라고? - 2 23.06.29 27 3 12쪽
119 119. 겨, 결혼이라고? - 1 23.06.28 22 3 11쪽
118 118.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3 23.06.27 24 3 12쪽
117 117.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2 23.06.26 21 3 12쪽
116 116.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1 23.06.25 23 3 11쪽
115 115. 저주 그리고 축복 23.06.24 25 3 11쪽
114 114. 보이지 않는 손, 아니, 목소리. 23.06.23 28 3 11쪽
113 113. 천장 뚫고! 그랜절! 23.06.22 23 3 12쪽
112 112. 전설의 댄서 - 4 23.06.21 26 3 11쪽
111 111. 전설의 댄서 - 3 23.06.20 23 3 11쪽
110 110. 전설의 댄서 - 2 23.06.19 22 3 12쪽
109 109. 전설의 댄서 - 1 23.06.18 21 3 11쪽
108 108. 악당의 말로 23.06.17 19 3 12쪽
107 107. 대비책 - 2 23.06.16 24 3 12쪽
106 106. 대비책 - 1 23.06.15 23 3 12쪽
105 105. 역모가 코앞인데 이렇게 한가롭다고? 23.06.14 2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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