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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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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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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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3. 천장 뚫고! 그랜절!

DUMMY

“아니, 내가 왜?”


라고 말하기엔, 스튜디오 천장의 복구비용이 너무나도 컸다.

마땅한 대안이 없었던 현과장. 그가 비틀어져 가는 현실을 눈치 챘을 때는, 이미 늦어도 너무 늦은 후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치 귀신에 홀린 듯 계약서에 서명을 남기는 현과장.

이 순간 이후, 현과장의 인생은 비틀어지다 못 해 뒤틀리기 시작하고야 말았다.


“자, 촬영 들어갑니다! 출연진 준비해 주세요!”


어느새 다시 스튜디오에 와 있다. 그 인연 깊은 스튜디오에.

자신의 주변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 리코와 키토도 분주히 움직였다. 심지어 채야와 나마래 까지.


“아니, 내가 왜?”


생각만 하려던 말들이 저절로 입 밖으로 흘러 나왔다.

여긴 누구? 난 어디?

도대체 왜 여기에 이렇게 서 있는 거지? 이유가 뭘까?

설마, 아직도 데빌 위딘 안에 갇혀 있는 걸까?

온갖 추측과 가설들이 머릿속에서 폭풍처럼 몰아쳤다. 도대체 왜 현과장은 이런 꼴이 되어야만 했던 것일까.


“네, 오늘도 상쾌한 아침이 밝았습니다!”


이런저런 생각들로 정신이 없는 사이, 어느새 시작되어버린 녹화. 나마래가 힘찬 목소리로 촬영의 시작을 끊었다. 그런데,


“천장 뚫고!”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힘차게 외친 현과장. 완전히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이거 완전 파블로프의 개잖아. 도대체 얼마나 이 짓을 했던 것일까. 싱그럽게 웃는 표정 뒤로 이런 암울한 생각들만 가득했다.


“그랜절!!”


현과장의 외침 뒤로 수많은 출연자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천장 뚫고 그랜절』 그래, 이게 지금 현과장이 담당하고 있는 아침 에어로빅 방송의 제목이다. 도대체 에어로빅과 그랜절이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방송 관계자와 스폰서 업체들은 이 제목이 무척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차라리 지붕을 뚫어버리고 하이킥을 날리는 게 낫지. 천장 뚫고 그랜절이 뭐야, 천장 뚫고 그랜절이.


이런 불평 불만이 머릿속에서 뭉게뭉게 피어나고 있는 사이, 어느새 기본 오프닝 춤사위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얼마나 연습을 했기에, 남자 아이돌들의 군무처럼 동작이 딱딱 맞는 것일까. 손가락의 각 마저 살아있다.


“수고하셨습니다. 5분 쉬고 다음 동작 촬영갈 게요.”


이윽고 동작이 끝나자, 조감독이 올라와 출연진들에게 인사를 했다. 바로 그때,


“아니다냥! 다시 따야 한다냥!”


조감독 뒤에서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무나 익숙한 그 「냥」이.


“다, 다시요?”

“그렇다냥! 현과장이 딴 생각을 했다냥!”


조감독의 뒤를 따라 천천히 무대 위로 모습을 나타낸,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 화려한 하얀 한복과 블링블링한 장신구. 목소리와 얼굴만 제외하면, 누가 봐도 악덕 사장의 모습 그 자체였다.


“어르신의 말씀이 그러하시다면, 바로 감독에게 알리겠습니다.”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후다닥 무대를 내려간 조연출은, 그대로 구석에서 졸고 있는 남자에게로 달려갔다. 그러자, 단번에 잠이 깬 것일까.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무대 위의 어흥선생을 향해 시선을 보내는 남자. 그는 연신 어흥선생을 향해 굽신거리며 그의 눈치를 살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무대로 돌아온 조연출. 그는 곧바로 어흥선생의 앞으로 걸어왔다, 최대한 정중하게.


“협찬사 사장님의 말씀이 그러하시다면 다시 가야죠.”


이윽고 조연출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진중하고 진지한 목소리.

그건 그렇고, 어흥선생이 뭐? 협찬사 사장? 협찬사 사장이라고?


“마음에 안 드는 거 같다냥.”

“돈찍누도 정도 것 하셔야지. 이런 사소한 것까지 간섭하시면.”


순간 어흥선생의 눈빛에 살기가 감돌았다. 조연출의 버릇없는 행동 때문은 결코 아니었다. 그가 아무리 현과장에 버금가는 꼰대라 할지라도.


“돈찍누가 뭐냥?”


드디어 어흥선생의 허ㅏ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래, 돈찍누가 뭔데, 이... 응? 갑자기 돈찍누? 웬 돈찍누? 돈찍누를 몰라? 설마 거기서 화가 난 거야?


“도, 돈으로 찍어 누르는 거입니다...”

“아하! 그런 거냥! 오늘 하나 배웠다냥!”


돈찍누의 뜻을 알자, 환하게 웃는 어흥선생. 아니 거기서 그렇게 웃으면 안 되지. 지금 조연출 나부랭이가 감히 협찬사 사장님께 반기를 들었잖아! 돈줄 끊이면 어쩌려고!


“내가 협찬 안 해 줘도 이 프로그램은 잘 돌아간다냥. 이 프로에 돈을 대고 싶은 기업들이 줄을 섰다냥.”


어흥선생은 함박미소와 함께 천천히 무대 밑으로 내려갔다. 바로 그때, 갑자기 뒤돌아서면서 조연출을 바라보는 어흥선생. 환한 미소와 다르게, 그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독설, 아니 저주 그 자체였다.


“그러니까 저쪽 인간은 잠을 처자도 감독인 거고, 넌 눈 뜨고 움직여도 조연출인 거다냥.”


어흥선생의 매서운 독설에, 완전히 표정이 굳어져버린 조연출. 어흥선생은 그렇게 무대 위에 살벌한 분위기만을 조성한 채, 이내 스튜디오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럼, 5분 쉬고...”


어흥선생이 완전히 나가버리자, 다시금 모두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려던 조연출. 그는 애써 굳어진 표정을 풀고 초대한 밝은 목소리를 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런데,


“아니, 다시 찍는다니까 무슨 휴식이야?”


갑자기 무대 위로 뛰어 올라오는 남자. 구석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던 그 남자, 바로 감독이었다.


“오프닝은 이 정도면 충분한 거 같은데요.”

“내가 잘 좀 보라니까! 넌 왜 만날 이 모양이야? 너 연출 안 할 거야? 조연출로 그냥 끝나고 싶어?!”


벼락같은 호통을 친 감독은, 이어서 현과장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더니,


“아니, 현과장님. 현과장님은 메인이라서 어떤 카메라든 전부 다 걸린다고요. 딴 생각한 거 티 다 나요. 다 난다고.”


감독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두의 시선이, 마치 짠 것처럼, 현과장을 향했다.

젠장, 현과장 때문인 거야? 그건 그렇다고 쳐.

그런데 갑자기 이 분위기 뭐야? 왜 이렇게 진지해?

이 웹소설, 그런 웹소설 아니라고. 시기와 암투가 난무하는 사내 정치물 같은 그런 진지한 글이 아니라고.


“그럼 지난 오프닝을...”

“너 빡대가리냐? 지금 사람들 의상 안 보여? 이게 지난번과 의상과 같냐? 그렇게 찍을 거면 차라리 재방만 때려. 사람들이 질려서 안 볼 때까지.”


감독의 난입으로 더욱 험악해진 무대 위 분위기.

아니, 내가 쓰려던 이야기는 이런 심각한 이야기가 아닌데, 왜 이렇게 된 거야?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댄스 배틀? 아니면 미드나잇 클럽?

그것도 아니면 현과장의 방송출연?

도대체 어디서 뿌린 씨앗이 이렇게 거대한 똥덩어리가 되어서 돌아온 것일까.

아무튼, 지금은 이 엄청난 이야기의 흐름을 바꿀 필요가 있다. 더 엉망진창으로 변하기 전에. 모두에게 미안하지만, 강제적으로 개입을 좀 해야겠다. 비록 작위적이겠지만, 모두 이해해 주시길.


“그런데, 어르신은 어쩜 피부가 이렇게 고와요?”


감독과 조연출의 실랑이가 따분했던 것일까. 나마래가 살며시 채야의 옆으로 다가왔다. 어? 내가 준비하려던 건 이게 아닌데. 난 지금 갓패치를 투입하려고 했는데.


“특별한 비법은 없다랄까나~”


그래, 여자들은 항상 그렇게 말을 하지. 특별한 비법은 없다고. 화장품만 몇 십 개씩 바르지만 비법은 없다. 피부 관리만 일주일에 10번 넘게 받지만, 특별한 건 하지 않는다. 순전히 거짓말쟁이들.


“그래도 있으시잖아요. 내가 들은 정보가 있는데.”


나마래는 두 눈을 반짝이며 채야에게 한껏 더 다가섰다. 그러자,


“그럼 하나만 말해 줄까나?”


나마래의 애교에 못 이기는 척 자신의 비법을 털어놓으려는 채야.

참고로, 채야의 비법은 전혀 없다. 진짜 없다. 모두에게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녀는 타고난 거다. 수백 년이 흘러도 그녀의 미모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 왜냐고? 그녀의 설정이 처음부터 그랬으니까. 채식을 한다고 젊음이 유지되면 세상에 늙은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을까? 아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자신의 특이 채질을 잘 알지 못하는 채야. 그녀에게 있어서 젊음의 비결은 아마도...


“비약이 있다랄까나~”


그래, 비약. 현과장의 육체노동이 함축된 액기스로 만든 비약.

그녀에게 있어서 젊음의 비결은 이 땀내 풍부한 비약이 전부였다.


“무슨 비약인데요? 어르신?”


나마래의 눈동자가 초롱초롱 빛났다. 그녀를 바라보는 채야의 눈동자도 초롱초롱 빛났다.

바로 그때, 우연인지 아니면 필연인지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고 만 현과장. 그는 순간적으로 시선을 돌려 채야를 바라보았다.

이제 막 그녀의 입이 떨어지기 일보 직전. 현과장은 막아야 했다. 채야는 모두에게 어르신이라고 불리는 존재. 그녀의 위상이 떨어지는 건 절대 막아야만 했다. 게다가 지금 그녀가 몰래몰래 만든 그 비약의 주 원료는 다름 아닌 현과장 자신. 이렇게 어흥선생에게 속아서 춤추는 것도 모자라, 춤추면서 흘린 땀까지 이용하겠다고? 어림도 없다! 흥!


“그러니까, 무슨 비약인지 말해 줄까나. 이 비약은...”


현과장이 이런 생각을 떠올린 사이, 그와 채야에게 닥쳐온 절체절명의 위기. 현과장은 앞뒤를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채야 쪽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녀의 입을 막아야 한다. 제대로 된 젊음의 정보가 아닌, 엉터리만이 가득한 그 정보를 막아야 한다.

이런 생각에 현과장은 필사적이었다.

여기서 잠깐,

이야기를 이어가기 전에 고민하고 넘어가야할 중요한 안건이 있다.

채야의 입을 막는 좋은 방법이 뭐가 있을까.

아름다움과 낭만이 넘치는 정통 로맨스 소설이나 판타지 로맨틱 판타지 같은 장르에서는 입술에는 입술이겠지만, 내가 예전에 말했잖아. 현과장에게 러브 라인은 없다고. 난 그에게 40년 모태 쏠로라는 설정만큼은 꼭 지켜주고 싶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정통 애로물의 특성이 있는데. 그건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모두들 잘 알 거라 믿는다. 이 글은 19금 소설이 아니다. 그러니까 패스.

이제 남은 것은 판타지다운 전개와 완전 엽기적인 장면 묘사인데.

우선 판타지 풍으로 이야기를 이어가 볼까? 그렇다면, 갑자기 현과장의 몸속에서 은화가 튀어나와 채야의 입술 끝에 닿는 건 어떨까? 나름 판타지스럽고 전개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고, 원만하게 이야기를 끝낼 수 있을 거 같은데.

하지만, 임팩트는 부족하다. 칼 따위가 몸속에서 나오는 건 많이 봤잖아. 만화에서도 게임에서도.

그렇다면 엽기?! 엽기가 답일까? 그래, 엽기! 엽기하면 뭐? 바로 똥! 똥이다! 그렇다면 똥을... 아, 이건 안 되지. 그렇게 하면 엽기 성인물이 되고 말테니.

뭐 적당한 게 없을까.

적당히 에로틱하면서,

적당히 엽기적이고.

적당히 웃음을 주면서,

적당히 판타지스러운 그런 획기적인 소재.

우리가 이런 의견을 나누고 있는 사이, 한 발짝 더 채야에게 다가간 현과장. 이제 별로 시간이 없다. 몇 발짝만 더 가면 채야와... 잠깐만 발짝이라고? 잠깐만...

그래, 현과장이 움직여준 덕문에 재밌는 소재가 떠올랐다. 나름 억지스럽지만, 그래도 재미만 있으면 된 거니까.

그럼 이야기로 돌아가서.

현과장은 채야를 바라보며 눈을 희번뜩거렸다. 그녀의 앙증맞은 저 입을 막아야한다는 그 일념하나로. 그는 재빠르게 자신의 양말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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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134.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2 23.07.13 26 3 11쪽
133 133.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1 23.07.12 23 3 12쪽
132 132. 지하 도시 - 2 23.07.11 27 3 11쪽
131 131. 지하 도시 - 1 23.07.10 22 3 11쪽
130 130. 보물 찾기 - 4 23.07.09 23 3 12쪽
129 129. 보물 찾기 - 3 23.07.08 24 3 12쪽
128 128. 보물 찾기 - 2 23.07.07 26 3 12쪽
127 127. 보물 찾기 - 1 23.07.06 26 3 11쪽
126 126. 다시 켜진 「신의 방패」 23.07.05 27 3 11쪽
125 125. 변태 왕녀, 우유나 23.07.04 26 3 12쪽
124 124. 용자 침입 - 4 23.07.03 23 3 12쪽
123 123. 용자 침입 - 출격! 건달! 23.07.02 21 3 11쪽
122 122. 용자 침입 - 2 23.07.01 25 3 12쪽
121 121. 용자 침입 - 1 23.06.30 27 3 11쪽
120 120. 겨, 결혼이라고? - 2 23.06.29 28 3 12쪽
119 119. 겨, 결혼이라고? - 1 23.06.28 22 3 11쪽
118 118.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3 23.06.27 24 3 12쪽
117 117.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2 23.06.26 22 3 12쪽
116 116.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1 23.06.25 25 3 11쪽
115 115. 저주 그리고 축복 23.06.24 27 3 11쪽
114 114. 보이지 않는 손, 아니, 목소리. 23.06.23 28 3 11쪽
» 113. 천장 뚫고! 그랜절! 23.06.22 24 3 12쪽
112 112. 전설의 댄서 - 4 23.06.21 26 3 11쪽
111 111. 전설의 댄서 - 3 23.06.20 24 3 11쪽
110 110. 전설의 댄서 - 2 23.06.19 22 3 12쪽
109 109. 전설의 댄서 - 1 23.06.18 21 3 11쪽
108 108. 악당의 말로 23.06.17 19 3 12쪽
107 107. 대비책 - 2 23.06.16 26 3 12쪽
106 106. 대비책 - 1 23.06.15 23 3 12쪽
105 105. 역모가 코앞인데 이렇게 한가롭다고? 23.06.14 2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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