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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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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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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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보물 찾기 - 1

DUMMY

“함정일지도 모른다냥.”


지도에 대해 제일 먼저 강한 목소리를 낸 사람은 바로 어흥선생이었다. 그는 목소리뿐만 아니라 눈빛에서도 강한 경계심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마치, 그 백골의 주인을 아는 것처럼.


“그렇다랄까나. 함정일까나.”


채야 역시 어흥선생과 같은 생각인 듯 그의 이야기에 동조했다. 백골의 등장에 살짝 이성을 잃을 뻔한 그녀였지만, 다행히도 그런 불상사까지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 역시 그 백골이 누구인지, 아니 누구였는지 당연히 잘 아는 인물이었으니까.


***


“남길 말은 없을까나.”


한적한 숲속. 우거진 수풀이 만든 그림자 때문에 한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 그런 음산하고 조용한 곳에서, 한 남자의 앞에 우두커니 서 있던 채야. 그녀는 그 남자를 바라보며 서서히 입을 열었다. 목소리 가득히 담겨있는 분노. 그 남자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에도 형언하기 힘든 경멸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렇게 대의가 희생되다니!”

“원더랜드의 사람들을 파멸로 이끈 게 대의라고? 제정신이야?”


그림자 안쪽에서 들려온 가득 성난 목소리. 갓패치의 목소리였다. 그는 성큼성큼 걸어 나와 남자를 그대로 땅바닥에 위에 패대기쳤다. 그의 눈동자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광기. 그 눈빛은 당장이라도 남자를 찢어죽일 것만 같았다.


“그만 하는 게 좋을 것 같네. 어차피 죽을 목숨이니.”


어느새 갓패치의 곁으로 와 그를 말리는 어흥선생. 근엄하고 중후한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보아, 아직 고양이귀머리띠를 만나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제정신이야?! 저 놈 때문에 원더랜드의 백성들 중 반 이상 죽어야 했다! 내 명령이 아닌, 저 놈의 저 간사한 입 때문에!”

“모두가 날 붉은색으로 인정만 해줬다면, 이런 일을 없었을 거다! 원인은 내가 아니야! 원더랜드의 주인, 바로 당신들이지!”


남자는 광기 넘치는 갓패치를 향해, 두 눈을 부릅뜨고 대들었다. 남자의 눈 속에 흐르는 억울함과 아쉬움. 그가 앞으로 무슨 일을 저지르려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실했다. 그가 붉은색에 집착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붉은색은 아무나 가질 수 없다. 그게 원더랜드의 순리이다.”

“순리? 그 따위 것 개나 줘버려! 그건 전부 기득권층의 오만이자 비열한 꼼수다! 어흥선생!”


남자의 항변에 어흥선생은 그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게 그대가 붉은색의 주인이 되지 못한 이유다, 게늠.”

“기득권층이 아니라서, 힘 있는 자가 아니라서 못 얻었다고? 인정하는 건가! 모두 인정하는 거냐고?!”


어흥선생의 말에 남자는 더욱 더 크게 목소를 높였다. 하지만 사방으로 울려 퍼지기는커녕, 그대로 그림자 안으로 사라지는 그의 목소리. 공허했다. 그의 목소리도 그리고 그의 주변도.


“붉은색은 행동을 상징한다.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의심도 없이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가는 힘. 그게 없는 그대에게 붉은색은 어울리지 않다.”

“평생 앞만 보고 달린 내가 어울리지 않다고?! 헛소리 그만해! 어흥선생!”


어흥선생의 말에, 단 한마디도지지 않는 남자, 게늠. 하지만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가 얼마나 억지를 부리고 있는지. 그리고 그가 행했던 행동 모두가 얼마나 위험한 위선이었는지.


“게늠, 당신은 원더랜드 성의 재상(宰相)이면서 성 안 귀족들의 대표자였다랄까나! 힘이 있었기에 사람들을 모으고 희생시키는 일이 가능했다고!! 이 거지같은 자식아!!!”


분노를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인지, 채야는 그대로 달려가 쓰러진 게늠에게로 달려가 그의 머리를 힘껏 짓밟았다. 코뼈가 부러지고 이빨이 전부 뽑혀 나갓지만, 멈추지 않는 채야. 그녀는 그대로 그를 땅속에 파묻어버릴 심산이었다.


“그만! 그만! 제정신이야?! 그 정도 고통으로 생을 마감하게 두겠다고?”


게늠에게서 채야를 떨어뜨린 갓패치는, 이어서 게늠에게로 걸어가 그를 지긋이 응시했다. 여잔히 두 눈 가득한 광기. 갓퍄치의 광기는 일반인이 흉내 낼 수 없는 광기였다.


“땅 속에서 네 몸이 썩어 문드러지는 걸 느끼면서 죽게 해주마. 쉽게 죽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버려라. 몇 번이고 다시 죽음에서 데리고 와 고통스럽게 만들어 줄 테니까.”


갓패치가 시선을 돌려 정면을 응시하자, 그림자 속에서 너무나 아름다운 황금빛 눈동자가 반짝였다. 이윽고 서서히 땅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게늠의 육체. 그런 그를 세 사람은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눈빛 가득 분노를 실고서.


***


“당연히 보물이 있는데, 함정도 있어야지!”


지도를 본 현과장이 너무나 당차게 입을 열었다. 세 사람, 그리고 키토와 다르게 해골이 가진 사연을 알 리 없었던 현과장. 그래서인지 그는 더욱 지도를 향해 두 눈을 반짝였다.


“현과장, 이 해골의 주인은 정말 악독한 악당이었다냥. 지도에 뭐가 숨어있을지 모른다냥.”

“아무리 그래도, 변태 동료가 강제로 생기는 것보단 낫겠지. 안 그래, 어흥선생?”


현과장과 어흥선생은 멀뚱히 우유나를 바라보았다. 그 담담하고 착잡한 시선을 너무나 손쉽게 착각해버린 우유나. 그녀는 그대로 얼굴을 붉히며 당당하게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한 번 해볼 테면 해 봐라! 마왕들! 하악...”


거칠어진 그녀의 숨소리. 아, 안 되겠다. 이런 인간에게는 관심이 아니라 시선조차 독이다. 현과장과 어흥선생은 재빨리 시선을 옮겨 지도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것 봐. 내 말이 맞지?”

“인정하기 싫지만, 현과장 말이 맞다냥. 차라리 함정이 나을 거 같다냥. 함정은 극복이라도 가능하지. 저 변태 용자는 극복이 도저히 불가능하다냥!”


두 사람은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그들이 그들만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을 무렵, 뒤편에서 오직 일만하고 있던 갓패치와 여왕. 그들은 해골이 발견된 지 한참이 지나서야 그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게 발견 되었다고?”


굳어진 얼굴로 다가와 해골을 바라보는 갓패치. 예전 기억이 떠오르는 것일까, 그의 눈동자에 점차 분노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다 지나간 일이랄까나. 지나간 일.”


황급히 눈치를 주며 갓패치를 말리는 채야. 덕분에 그는 잠시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었다. 단 잠시 뿐이었지만.


“지도다! 지도! 갓패치! 지도라니까!”

“제정신이야?! 함정으로 제 발로 기어들어가겠다고?!!”


철없이 행동하는 이 40대의 몸짓에 그만, 막고 있던 분노의 뚜껑이 열려버린 갓패치. 그의 눈동자에서 나온 건 단순한 분노가 아니라 케케묵혀서 숙성이 아주 잘된 무지막지한 격노였다.


“응! 당연하지! 함정은 찾아가야 제 맛이지!”


갓패치의 격노에 질 세라, 순수한 광기를 보여주는 현과장. 갓패치는 너무나 해맑은 그의 표정에, 도무지 기가 막혀서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미쳤어? 제정신 아니지? 왜 함정에 가려는 거야?!”

“큰 함정 뒤에는 큰 보물이 있는 법이지. 큰 힘 뒤에 큰 책임이 따르듯이!”


어디서 주워들은 것은 또 있어가지고. 빨간 쫄쫄이 친구가 들으면 딱 좋아하겠네.

문제는, 이 얼토당토하지 않은 이야기를 믿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도,


“제정신이야?! 응! 제정신이야! 좋아, 가자고!”


그 주인공이 바로 갓패치라는 것. 그는 두 눈 가득했던 분노를 완전히 내려놓더니, 이내 현과장의 편에 서서 모두를 바라보았다.


“갓패치, 제정신이냥? 정말 갈 거냥?”

“제정신이냐고? 당연히 제정신이지! 그 보물을 찾아서 그 놈에게 복수한다! 우리의 소중한 것들을 빼앗아간 그놈에게 복수한다고!”


갓패치의 두 눈에 희번뜩이는 광기. 맑은 현과장의 광기가 정신 나간 갓패치의 광기와 어루어져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광기의 소용돌이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그럼 나도 간다냥! 나도 가서 호떡 얻어먹는다냥!”


광기에 이은 호떡을 향한 이상적인 집착. 참, 뜬금없는 발언이긴 했지만, 광기와 어우러지니 어느 정도 타당하게 들려왔다.


“난 끝을 보고 싶다랄까나.”


살며시 채야 역시 현과장과 갓패치의 편으로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너무나 밋밋한 발언이 문제였을까. 세 사람은 그녀를 향해 지긋한 시선을 흘려보냈다.


“정말이지 미쳤다랄까나. 난 안 할 거랄까나.”

“칫, 모양 빠지게. 우리 전부 다 했는데.”


현과장의 말에, 갓패치와 어흥선생이 동조하듯,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심지어 곁에 있던 키토와 리코도.


“알았어! 하면 된다랄까나! 하면! 그렇다면... 난 나들이를 하고 싶다랄까나~”


애써 머리를 써가며 겨우 내민 말이 겨우 저딴 이야기라니. 세 사람은 굳어진 얼굴로 채야를 바라보았다.


“10점. 다시.”

“현과장! 점수에 너무 박하다랄까나!”

“비싼 호떡 먹고, 그것밖에 못해? 조금 이따가 다시 볼 거야. 준비해.”


아니, 보물을 찾으러 가는데 개그 심사를 한다고? 도대체 공채 개그맨을 뽑는 거야, 아니면 모험을 떠날 인원을 모집하는 거야? 상황은 도무지 정상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려고 하지 않았다.


“나, 나도 갑니다!”


채야가 머뭇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손을 들고 앞에 나서는 우유나. 그녀는 현과장과 갓패치의 허락이 떨어지지도 않았지만, 그대로 모두의 앞으로 걸어 나왔다.


“우유나 마샤! 삼행시 갑니다!”

“갑자기 삼행시?”

“갑자기로 합니까? 넵 알겠습니다! 갑! 갑자기 이런 말씀 드리기 그렇습니다만!


마음대로 이어지는 개그 콘테스트. 이제는 그냥 대놓고 웃기려고 한다. 별로 웃기지도 않은데. 삼행시가 웃기면 얼마나 웃기다고. 전혀 기대도 하고 있지 않은 현과장과 사람들. 그들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자.”

“자X를 그대로 깊...”


그만! 그만! 제발 그만! 아니, 정말 그렇게 할 거야? 갑자기 진행을 19금으로 유턴한다고? 설마 그런 컨셉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거야? 창피하다고 창피해!

나만 이렇게 생각한 게 아닌 모양인 것일까. 그 장소에 있는 모든 이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도무지 끝나려고 하지 않는 우유나의 야설 낭독회. 모두가 달려와 그녀를 말렸지만, 그녀는 이야기가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 계속해서 목소리를 이어갔다.


“그만! 그만! 알았어 데리고 갈 테니까, 제발 그만!”

“그럼 그만 하겠습니다.”


그래, 이게 광기지. 현과장과 갓패치의 광기는 무늬만 비슷한 ‘흥분’ 정도로 볼 수 있겠다. 진정 미친 자는 이유가 없고 뜬금이 없다. 명심하자. 진정한 광기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 마치 우유나의 변태적 기질처럼 말이다.


“이제 여왕과 채야만 남았어. 누가 먼저 할 거야?”

“제가 한 번 더 할 수 있습니다!”


현과장은 앞으로 나서는 우유나를 겨우 막아서며, 여왕과 채야를 바라보았다.

이미 앞에서 큰 폭풍이 지나간 터라, 무슨 말을 해도 먹히지 않을 상황. 선뜻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이거 왜 하는 거야? 개그 콘테스트가 아니라고!


“내가 하겠습니다만.”


그때, 들려오는 앳된 목소리. 바로 여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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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134.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2 23.07.13 26 3 11쪽
133 133.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1 23.07.12 23 3 12쪽
132 132. 지하 도시 - 2 23.07.11 27 3 11쪽
131 131. 지하 도시 - 1 23.07.10 22 3 11쪽
130 130. 보물 찾기 - 4 23.07.09 22 3 12쪽
129 129. 보물 찾기 - 3 23.07.08 23 3 12쪽
128 128. 보물 찾기 - 2 23.07.07 26 3 12쪽
» 127. 보물 찾기 - 1 23.07.06 26 3 11쪽
126 126. 다시 켜진 「신의 방패」 23.07.05 27 3 11쪽
125 125. 변태 왕녀, 우유나 23.07.04 26 3 12쪽
124 124. 용자 침입 - 4 23.07.03 23 3 12쪽
123 123. 용자 침입 - 출격! 건달! 23.07.02 21 3 11쪽
122 122. 용자 침입 - 2 23.07.01 25 3 12쪽
121 121. 용자 침입 - 1 23.06.30 26 3 11쪽
120 120. 겨, 결혼이라고? - 2 23.06.29 28 3 12쪽
119 119. 겨, 결혼이라고? - 1 23.06.28 22 3 11쪽
118 118.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3 23.06.27 24 3 12쪽
117 117.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2 23.06.26 21 3 12쪽
116 116.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1 23.06.25 24 3 11쪽
115 115. 저주 그리고 축복 23.06.24 25 3 11쪽
114 114. 보이지 않는 손, 아니, 목소리. 23.06.23 28 3 11쪽
113 113. 천장 뚫고! 그랜절! 23.06.22 23 3 12쪽
112 112. 전설의 댄서 - 4 23.06.21 26 3 11쪽
111 111. 전설의 댄서 - 3 23.06.20 23 3 11쪽
110 110. 전설의 댄서 - 2 23.06.19 22 3 12쪽
109 109. 전설의 댄서 - 1 23.06.18 21 3 11쪽
108 108. 악당의 말로 23.06.17 19 3 12쪽
107 107. 대비책 - 2 23.06.16 25 3 12쪽
106 106. 대비책 - 1 23.06.15 23 3 12쪽
105 105. 역모가 코앞인데 이렇게 한가롭다고? 23.06.14 2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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