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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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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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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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전설의 댄서 - 4

DUMMY

아니, 뭘 빼앗아? 이 모든 걸 꾸민 인간은 현과장이 아니라, 너님이십니다요, 너. 바로 피클, 너라고.


“이렇게 뺏길 순 없어! 없다고!”


애당초 뺏긴다는 표현이 맞기나 해? 뺏긴다는 건 이미 가지고 있었다는 거잖아. 그렇다는 건 이 댄스 배틀은 이미 결과가 정해져 있었다는 거? 어슴푸레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직접 이야기를 들으니 현과장은 더욱 기가 찰 노릇이었다.


“젊은 친구가 못 된 것부터 배워가지고!”

“다들 그렇잖아! 지름길이 있으면 지름길로 가려고 하지, 굳이 가시밭길로 갈 거야? 힘들고 아픈데?!”


틀린 말은 아니다. 누가 쉽고 빠른 지름길을 마다할까.

하지만 인생은, 항상 지름길만 허락할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잖아. 오히려 가시밭길만 추천한다고, 인생이란 놈은.


“그렇게 지름길만 찾으니까, 네 인생이 이 모양 이 꼴인 거야. 정작 제일 중요한 순간에 놓치고 말잖아.”


결과를 놓고 본다면,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소년 만화에나 나올 결말이 항상 모두를 기다리고 있는 것 또한 아니잖아. 현과장이 있었기에, 피클의 야망을 막을 수 있었던 것뿐이라고.

바르고 정직하게 살자는 말은, 그냥 공허한 외침으로 끝날 수밖에 없을지 모르겠다.


“난 다르다냥.”


두 사람의 대화를 그저 듣고만 있었던 어흥선생이 살며시 무대 중앙으로 걸어나왔다. 얼굴에 가득한 진중함. 그야 말로 어르신의 표정. 꼰대 그 자체인 현과장과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뭐, 원판 자체가 다르긴 다르니까.


“무슨 선택을 하건 난 상관없다냥. 단지,”


매섭게 피클을 노려보는 어흥선생. 그는 당장이라도 찢어 버릴 것만 같은 눈빛을 멈추지 않고 계속 피클을 향해 뿜어냈다.


“책임은 본인이 져라냥.”

“당신들 때문에 일이 망쳐졌는데 왜 내가 책임을 집니까?”


파클은 당당하게 외쳤다. 하지만,


“그건 네 사정이다냥. 네 놈 머리가 빡대가리인 게 내 탓은 아니다냥. 애초에 제대로 된 계획을 세웠다면 이겼다냥.”


오히려 그를 멸시하는 듯한 어조로 말을 받아치는 어흥선생. 그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방청객과 심사인단, 그리고 스테이지의 모든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리코와 키토도.


“아니, 몇날며칠을 고심해서 만든 계획이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달랑 며칠만 머리를 썼으니까 이런 허접한 결과가 나오는 거다냥. 게다가 아무런 계획도 없이 즉흥적으로 현과장을 끌어들였다냥. 머리통이 달려 있으면 생각을 좀 해라냥.”


맹렬한 비난이 무대 위에 울려 퍼졌다. 그런데 그때,


“그래! 머리통이 달려 있으면 생각을 좀 해! 어이, 거기 미드나잇 클럽! 모두 제정신이야?!”


스튜디오의 구석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은 이내 스테이지 위로 터벅터벅, 그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몸뚱이를 이끌고 올라갔다.

창백한 피부가 더욱 창백해 보였다.

홀쭉하게 들어간 그의 배가 더욱 홀쭉해 보였다.


“제정신이야?! 제정신이냐고!! 아침이 지나 점심이 될 때까지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게 말이 돼?! 내 호떡은?! 내 호떡은?!!”


무대 위로 올라온 그는, 온갖 행패를 부리며 무대를 휘저어 놓기 시작했다. 무대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진행 요원들조차 막을 수 없는 그의 꼬장. 심지어, 무대 위의 이 철없는 행동이 그만의 전유물 또한 아니었다. 그의 뒤를 따르던 다른 이가 그의 심술에 가세했으니까.


“나도 호떡! 호떡 먹으러 왔습니다만!!”


붉은 드레스를 뽐내며, 무대 위를 발칵 뒤집어 놓은 그녀.

모두들 두 사람의 등장에 압을 다물지 못 한 채,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그래, 원더랜드의 전직 왕과 현직 왕의 등장이었으니까.


“현과장! 호떡! 제정신이야?! 호떡! 호떡호떡호떡호떡, 호떡!!”

“호떡 먹고 싶습니다만! 먹고 싶다고! 먹고 싶다고!!”


세 살 먹은 애기도 이렇게 막무가내는 아닐 것이다.

게다가, 웬만한 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방송에 나와 이런 추태를 보이지도 않는다.

심지어 이 사람들은 권위가 하늘을 찌르는 두 사람이잖아. 여기서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갓패치! 여왕! 여기서 이러면 안 되지! 체통이 있는데!”


현과장이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다급히 그들을 말려 보았지만, 이미 그들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폭주 상태. 오히려 현과장은 갓패치와 여왕의 손에 이리저리 끌려 다닐 뿐이었다.


“이대론 안 된다냥!, 으, 음악을 줘라!”


다급한 어흥선생의 외침과 함께, 스테이지 위로 흐르기 시작한 댄스 음악. 갓패치와 여왕의 행패가 배경 음악과 점차 어울리기 시작했다.

때로는 과감하게, 때로는 우아하게 보이는 여왕의 손동작.

마치 스타일 무브의 고수처럼 보이는 갓패치의 몸짓.

그리고 두 사람의 손에 놀아나 이리저리 이끌리는 현과장까지.

프리스타일처럼 보이는 그들의 광기가 무대 위를 한껏 장식했다.

그래, 한 마디로 무. 대. 를. 찢. 어. 놓. 으. 셨. 다.

두 사람의 등장덕분에, 더욱 승리의 입지가 좁아지고 만 피클. 그가 현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단 한 가지를 동작을 제외하고는.

이대로라면 정말 지고 만다. 이런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서 점점 그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팀원들을 배신하면서까지 만든 계획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이 상황을 타계할 결단을.

이윽고, 마음을 정한 듯 다부진 눈빛을 장착한 피클. 이내 그는 모두가 어우러져 춤사위(?)를 벌이고 있는 무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금씩 그리고 조금씩.

천천히 그리고 천천히.

무대 중앙으로 진입하는 피클. 그의 목적지인 무대 중앙에 다다르자, 그는 서서히 리듬에 몸을 타기 시작했다. 몇 시간 전, 현과장에게 배운 그 움직임을 위해.


“비 그랜절, 라간!”


짤막한 외침과 함께, 기술을 구사한 피클. 모두의 시선이 피클을 향했다.

그러던 와중, 이런 피클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이가 있었으니. 그의 정체는 다름 아닌 현과장이었다.


“아... 순서가 틀렸는데...”


현과장의 입에서 나온 짤막한 탄식. 그러나 이 목소리가 피클의 귀에 들리는 일은 없었다. 무대 위를 꽉 채운 음악 소리 때문에.

피클은 멋지게 그랜절을 성공시킨 뒤, 곧장 라간을 이어갔다. 그 순간, 피클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찝찝함. 기술을 구사했지만, 영 개운하지 않았다.

보는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이 대단하고 멋져 보이긴 했지만, 아무런 감흥도 오지 않았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일까.


“하, 그토록 가르쳐 줬는데. 이래서 젊은 것들은.”


작은 탄식을 읊조리더니, 이내 무대 중앙으로 발걸음을 한 현과장. 갑작스런 현과장의 행동에, 행패를 부리던 갓패치도, 꼬장을 피우던 여왕도, 모두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이게 진짜야, 이게.”


기술에 실패한 피클을 밀치면서, 바로 그랜절을 보여주는 현과장. 군더더기 없는 그의 몸짓이 모두의 눈동자 안으로 살며시 내려앉았다. 이내 완벽한 그랜절을 모두에게 선보인 현과장. 바로 그 순간, 현과장은 그랜절이 끝나기가 무섭게 목청껏 소리 높여 외쳤다.


“비 그랜절, 라간!!”


마치 스프링처럼 퉁 튕겨 올라가는 현과장. 스튜디오의 모든 시선이 일제히 현과장을 향했다.


“내 그랜절을 하늘을 뚫는 그랜절이다!!”


그의 열혈 넘치는 목소리와 함께 서서히 회전하기 시작한 그의 몸뚱이.

마치 승천하는 한 마리의 용과 같은 그의 몸동작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이 동작에 문제가 있었다면, 아마도,


[쾅!!]


천장이 있는 스튜디오에서 선보인 것이랄까나.

스튜디오의 천장을 뚫고 하늘로 올라가버린 현과장. 뚫린 구멍 사이로 가느다란 햇빛이 내려왔다. 마치, 연극 무대의 스포트라이트처럼.


***


결과는 당연히 현과장의 압승.

얼토당토안한 사건에 휘말린 그였지만, 어찌 되었건 용케 잘 넘겼다.

일의 후담이긴 하지만,

피클이 이런 일을 꾸민 이유는, 그의 멍청한 머리가 한 몫을 한 모양이었다.

이미 오래 전에 팀 오피의 리더가 되었던 피클. 그는 팀 오씨와 팀 오피를 합칠 계획을 세웠지만, 조금 극적으로 일을 꾸미고 싶었다.

그래서 세운 계획이 단두대 매치. 팀 오씨가 이길 확률은 0%이었지만, 그 부분이 오히려 좋았다. 팀 오씨가 이기기만 하면, 「언더 독의 반란」 뭐 이런 타이틀이 앞에 분을 테니까.

그러던 도중, 피클의 눈에 현과장이 들어왔다.

무모한 욕심이 그의 눈을 멀게 만든 것일까. 현과장에게 악역을 씌워서 더욱 자신의 계획을 돋보이게 만들 결심을 한다. 그것도 즉흥적으로.

뭐, 모두에겐 관심 없는 이야기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일단 이런 사정이 있었다 정도로만 알고 넘어가자.

어쨌든, 알 찬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현과장과 두 귀염둥이. 그런 그들에게 점점 고된 운명이 다가오고 있었는데...


“현과장, 이리 와 봐라냥.”


어흥선생이, 집으로 막 돌아온 현과장을 불러 세웠다. 잔뜩 화가 난 듯한 어흥선생의 표정. 설마 호떡 때문일까. 현과장의 얼굴에 미안함이 감돌았다.


“미안, 내가 너무 오래 비웠지. 바로 호떡을...”

“호떡! 고맙다냥! 하지만 지금은 그 이야기가 아니다냥.”


호떡 이야기에 반색한 어흥선생이었지만, 그가 건넬 말은 호떡 이야기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이것 봐라냥.”


어흥선생이 내민 건 작은 청구서. 그 안에는 기가 막힐 정도로 천문학적인 금액이 적혀있었다.


“이, 이게 뭐야?”

“천장 수리비다냥.”


아! 천장! 현과장이 비 그랜절 라간으로 뚫어버린 그 천장!

현과장은 그제야 기억이 돌아왔다. 자신이 엄청난 짓을 저질러 버렸다는 기억이.


“나, 주민증 살 돈도 없는데, 이런 돈을 어떻게 만들어? 지금 김치 사업도 멈췄잖아.”


현과장의 얼굴에 절망감이 내려앉았다. 그를 바라보는 키토와 리코의 얼굴에도 어두운 감정이 싹텄다. 과연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일까. 그러던 바로 그때,


“아니, 기회가 없는 건 아니다냥.”


이내 어흥선생은, 청구서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더니, 주머니에서 긴 종이를 꺼내 현과장 앞에 내놓았다. 이 종이의 정체는...


“이게 뭐야?”

“계약서다냥.”


바로, 계약서. 그러나 계약서라는 말은, 현과장의 마음에 의심을 피어나게 만들기 충분한 단어였다. 아니, 어흥선생이 갑자기 왜 계약서를 들이미는 걸까. 도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아무런 꿍꿍이도 없다냥. 이건 나와의 계약서가 아니다냥.”

“어흥선생과 계약하는 게 아니라고? 그럼 누구?”

“방송국이다냥.”


방송국이라는 말에, 현과장은 고개를 기울였다. 방송국이 무슨 일 때문에 자신에게 계약서를 보낸 것일까.


“이걸 왜?”

“현과장, 차기 에어로빅 채널의 간판 모델로 발탁 되었다냥.”


어흥선생의 말에, 어안이 벙벙한 현과장. 뭐? 에어로빅 모델?

그는 그렇게 한참 동안 어흥선생을 바라보았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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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132. 지하 도시 - 2 23.07.11 26 3 11쪽
131 131. 지하 도시 - 1 23.07.10 22 3 11쪽
130 130. 보물 찾기 - 4 23.07.09 21 3 12쪽
129 129. 보물 찾기 - 3 23.07.08 23 3 12쪽
128 128. 보물 찾기 - 2 23.07.07 25 3 12쪽
127 127. 보물 찾기 - 1 23.07.06 24 3 11쪽
126 126. 다시 켜진 「신의 방패」 23.07.05 27 3 11쪽
125 125. 변태 왕녀, 우유나 23.07.04 25 3 12쪽
124 124. 용자 침입 - 4 23.07.03 21 3 12쪽
123 123. 용자 침입 - 출격! 건달! 23.07.02 21 3 11쪽
122 122. 용자 침입 - 2 23.07.01 24 3 12쪽
121 121. 용자 침입 - 1 23.06.30 26 3 11쪽
120 120. 겨, 결혼이라고? - 2 23.06.29 27 3 12쪽
119 119. 겨, 결혼이라고? - 1 23.06.28 22 3 11쪽
118 118.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3 23.06.27 23 3 12쪽
117 117.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2 23.06.26 21 3 12쪽
116 116.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1 23.06.25 23 3 11쪽
115 115. 저주 그리고 축복 23.06.24 25 3 11쪽
114 114. 보이지 않는 손, 아니, 목소리. 23.06.23 26 3 11쪽
113 113. 천장 뚫고! 그랜절! 23.06.22 23 3 12쪽
» 112. 전설의 댄서 - 4 23.06.21 26 3 11쪽
111 111. 전설의 댄서 - 3 23.06.20 23 3 11쪽
110 110. 전설의 댄서 - 2 23.06.19 22 3 12쪽
109 109. 전설의 댄서 - 1 23.06.18 21 3 11쪽
108 108. 악당의 말로 23.06.17 19 3 12쪽
107 107. 대비책 - 2 23.06.16 24 3 12쪽
106 106. 대비책 - 1 23.06.15 23 3 12쪽
105 105. 역모가 코앞인데 이렇게 한가롭다고? 23.06.14 2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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