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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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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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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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보이지 않는 손, 아니, 목소리.

DUMMY

여기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양말을 그녀의 입에 넣을 것이라 예상했겠지만, 난 다르다. 그런 눈에 보이는 뻔한 전개 따위는 취급하지 않는다. 이게 「현과장 인 원더랜드」의 클라스니까.

자, 현과장! 양말을 벗었으니 그대로 발을 그녀의 입속으로 넣어라!

숙성된 치즈의 꼬릿한 향을 머금은 그대의 발을!

젊음의 비법이 잔뜩 묻은 그대의 발을! 어서! 빨리!

내 의지에 반응하듯, 현과장은 양말을 벗어던지고 채야를 향해 몸을 날렸다.

현과장의 발이 그래도 채야의 얼굴을 향했다. 입술을 향했다.

공기의 저항을 받으며 휘날리는 엄지발가락의 몇 가닥 털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만 있으면 내가 원하는 그림이! 모두가 원하는 그림이 완성...


[퍽!]


바로 그 순간, 현과장의 얼굴을 냅다 후려치는 하얀색 물체. 바로 리코의 꼬리였다.

리코의 꼬리를 맞고 그대로 스테이지 구석까지 날아가는 현과장. 언쟁을 벌이던 감독과 조연출도,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채야와 나마래도, 스튜디오의 모든 사람들이 하던 일을 멈추로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일까나?”

[폴짝!]


채야의 물음에, 키토는 대답대신 그녀의 머리 위로 사뿐히 올라탔다.

마치 무언가를 지키려는 듯 현과장을 방해하는 리코와 키토. 그렇다고 해서 꼬리를 말고 도망칠 현과장이 아니다. 가라! 변태의 화신, 현과장!

흡사 내 말에 반응하는 듯, 현과장은 다시 한 번 채야를 향해 몸을 날렸다. 하지만, 여전히 견고하게 그의 행동을 봉쇄하는 키토와 리코. 두 귀염둥이는 무척이나 진지했다. 마치 원더랜드의 깨끗한 세계관을 지키려는 수문장처럼.


아니! 단연코 말 하건데, 원더랜드는 깨끗하지 않아! 암투와 시기, 중상모략과 모함이 난무하는 그런 세계였다고! 훈훈한 모습이 너무 많이 연출되었어. 이건 아니야, 아니라고! 내가 설계한 그런 세계관이 아니라고!


“큰일 났다냥! 작가가 폭주했다냥!!”


황급히 스튜디오로 들어온 어흥선생은, 곧바로 리코와 키토의 곁으로 달려갔다.

그래, 네 놈들이었군. 내 세계를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만든 게.


“경고한다냥! 뇌절하지 마라냥!”


어흥선생의 외침에 정신이 번쩍 뜨였다.

아...

미안. 마감의 스트레스가 끝내 이렇게 나타나버리고 말았군.

여러분들도 혹시 마감의 스트레스 속에 살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이런 삶은 결코 편하지 않다.

모두들 파이팅! 치얼 업! 베베! 치얼 업! 베베! 좀 더 힘을 내!


“그것도 뇌절이다냥! 현과장 이야기 이외에는 전부 뇌절이다냥!”

“뭐야, 내 왜 이래? 내 양말은?”


나와 어흥선생이 뇌절 배틀을 벌이고 있던 사이. 정신을 차린 현과장은 천천히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가 왜... 분명 채야의 입에 땀이 푹 절인...”


현과장은 자신의 발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그런 그때,


“땀? 땀 절인 뭘까나? 뭘까나?”


땀이라는 단어를 용케 듣고 현과장의 옆으로 다가온 채야. 현과장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그녀의 입에 들어가야 했던 것이 자신의 발가락이었단 사실을.


“자자, 소란은 그쯤 정리하시고. 다시 촬영 들어갑니다. 조연출, 가서 정리 안 하고 뭐해?”


감독의 말에, 후다닥 주변 정리를 시작하는 조연출. 그렇게 다시 촬영은 시작이 되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


이렇게 엽기와 뇌절이 어우러진 한바탕 에어로빅 소동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게 된 현과장과 일행들. 그들이 기대한 것은 따뜻한 보금자리였지만,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집에 돌아온 그들을 제일 처음 맞이한 건, 너무나 황폐해진 채야의 텃밭. 마치 몇 년이나 관리 안 한 밭처럼, 밭의 대부분은 그 황토색 민낯을 드러내고 있었다.


“며칠이나 관리를 안 했기에 밭이 이 모양이야?!”

“한... 이틀? 일까나?”


채야는 고개를 기울이며 현과장에게 답했다. 그러자,


“아니다냥. 새로운 종자를 심은 지 딱 하루가 지났다냥.”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 어흥선생. 왜 그렇게 근엄하게 말해야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아니, 단 하루 만에 밭이 이 모양 이 꼴이 된다고? 도대체 뭘 심은 거야?


“이러면 어떻게 되는 거야?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고?”

“새로운 종자가 먹성이 좋은 거랄까나. 그냥 잘 챙겨주기만 하면 된다랄까나.”


그냥 챙겨주기만 잘 하면 된다고. 평소 같으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을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지금은.


“그럼 누가 관리하지?”


현과장의 말에, 채야와 어흥선생은 그저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난 천장 뚫고 그랜절의 출연진이랄까나!”

“난 그 프로그램의 스폰서다냥!”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서로를 노려보는 두 사람. 차라리 잘 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두 사람 모두 「천장 뚫고 그랜절」에 큰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 덕분에 현과장은 마음이 놓였다. 자신이 에어로빅 쇼에 없어도 이끌어줄 이가 이렇게 둘이나 있으니까.

“그럼 내가 돌보면 되겠네. 둘은 천장을 뚫든, 하늘을 뚫든 마음대로 하셔.”


그렇게 사건을 일단락 지고 집으로 들어가려던 현과장. 하지만 그의 하차를 쉽게 놓아줄 채야와 어흥선생이 아니었다.


“현과장이 왜 나서냥! 현과장은 프로그램의 간판 스타다냥! 채야가 겉절이다냥!”

“현과장이 있어야 프로그램이 있다랄까나. 어흥선생은 그냥 돈만 대는 물주랄까나!”


현과장을 사이에 두고 다시금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채야와 어흥선생.

아니, 도대체 갑자기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텃밭을 위해 씨앗 연구소도 찾아갈 만큼 열성적이었던 채야.

언제나 모든 문제에 현명한 판단과 해답을 내놓았던 어흥선생.

이 두 사람이 TV프로그램이라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주제를 두고 대립각을 펼쳤다.

아니, 도대체 왜? 너무 뜬금없잖아. 이런 급작스러운 전개는 읽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나까지 힘들게 한다고.


“아니, 왜 그렇게 프로그램에 집착하는 거야?”


현과장의 말에도 아랑곳없이 날선 비판을 주고받는 채야와 어흥선생.

이럴 땐 어쩔 수 없다. 그냥 무시하고 집에 들어가는 편이 현명한 판단일 것이다.

그렇게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 현과장.

집 안의 상태를 확인한 그는, 그제야 채야와 어흥선생의 변화에 대한 실마리를 한 가지 잡을 수 있었다. 그 실마리의 정체는 바로,


“아니, 제정신이야? 식사 시간이 되었는데 이제 기어들어와?”


갓패치. 정확히는 갓패치가 집 안에서 벌인 행동이었다.

그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청소를 하고 게다가 밥까지 차린 갓패치. 지금까지 그가 보인 모습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게다가,


“빨리 와서 먹어. 그래야 나도 한술 뜨지.”


아니, 밥을 안 먹고 기다렸다고? 음식만 보면 눈이 돌아가는 갓패치가?

어불성설이다. 잘못되어도 너무나 잘못되었다. 캐릭터 자체가 변할 정도로 큰 사건이 근래에 있었던가. 혹시 데빌 위딘 사건이 원인이라면, 데빌 위딘에 들어간 사람은 오직 현과장뿐. 성격의 변화가 일어난다면 현과장에게만 일어나야 정상이었다.

그렇다는 건, 현과장이 아직 데빌 위딘 안에 있는 건 아닐까.

알아보는 건 한 가지 방법뿐. 현과장은 키토가 숨겨 놓은 인고의 보약을 집어와 갓패치 앞에 섰다.


“나 지금 이거 먹는다!”


현과장의 말에 갑자기 안색이 바뀐 갓패치. 마당에서 싸우고 있던 채야와 어흥선생도 창백한 표정이 되어 집 안으로 달려왔다.


“제정신이야? 그걸 먹겠다고?”

“호떡은 어찌할 거냥! 호떡 못 잃는다냥!”

“인정 못 한다랄까나! 인정 못 한다랄까나!”


현과장을 향해 날선 반응을 보이는 세 사람. 그런데, 리코와 키토는 달랐다. 그저 멀뚱이 현과장을 바라보는 두 귀염둥이. 그 순간, 현과장의 머리에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리코님! 키토님! 여기 세 사람들에게 저주 좀 뿌려줘!”

“저주? 미쳤다랄까나!”


현과장의 말에 화들짝 놀라 혼비백산 도망치는 채야. 첫 제물은 그녀가 되었다. 이내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채야를 향해 콧잔등을 들썩이는 키토. 얼마 가지 못해 채야의 콧잔등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에취!]


이내, 채야는 재채기와 함께 쓰러져버리고. 이 모습을 목격한 어흥선생과 갓패치는 누가 먼저라 할 거 없이 무작정 집 밖으로 뛰었다. 하지만,


[파닥! 파닥!]


작은 날개를 펼치며 그런 그들의 앞을 가로 막는 리코. 이어서 두 남자의 콧잔등이 씰룩이기 시작했다.


[에취!/에엣취!]


두 사람 역시 숲 주인의 저주는 피해 갈 수는 없었던 법. 그렇게 거실에 있었던 사람들 모두 거실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오직 한 사람, 현과장을 제외하고서.


“키토님, 저주 좀 풀어줘.”


나지막한 현과장의 목소리에, 키토는 고개를 끄덕이며 새 사람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러자,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사람들. 마치 잠에서 막 깨어난 사람들처럼 개운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뭔가 개운하다냥.”

“텃밭 좀 봐야겠다랄까나.”


자리에서 일어난 어흥선생과 채야는 서둘러 텃밭으로 향했다. 이내 빠르게 밭을 일구는 어흥선생과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채야. 텃밭에 진심인 예전의 그들로 돌아왔다. 그렇다는 건, 남은 한 사람 갓패치도?


“뭘 봐? 나 밥 먹는 거 처음 봐? 제정신이야?”


아니나 다를까, 모두를 재치고 음식 앞에 앉아있는 갓패치.

현과장의 생각이 옳았던 모양이었다. 모든 것은 그의 호떡이 불러온 저주. 재앙 그 자체였다. 이제 호떡의 무서움을 알게 되었으니, 더는 호떡을 만들 수 없게 되었다. 다시는 모두에게 이런 일을 경험하게 할 수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이제 호떡은 그만이야. 당분간은.”


모두를 위해 결단을 내린 현과장이었지만, 그런 현과장의 말에 가만히 있을 세 사람이 아니었다. 이미 현과장표 호떡의 매력에 완전히 빠져 버린 세 사람이었으니까.


“잃을 수 없다냥! 소중하다냥!”

“내 삶의 목적일까나! 양보 못한다랄까나!”


채야와 어흥선생이 하던 밭일을 내팽개치면서 까지 현과장의 앞에 달려왔다. 온몸으로 서운함을 표현하는 어흥선생과 채야. 그들은 당장이라고 울 것만 같은 얼굴로 현과장에게 매달렸다.


“제정신이야?! 안 돼! 안 돼!”


현과자의 선택에 반기를 드는 건 갓패치도 마찬가지. 그렇다고 해서 이들에게 호떡을 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저주 걸린 기술로 만든 호떡을.

잠깐, 기술에 저주가 걸렸다면, 혹시 기술에 저주를 푸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현과장의 머릿속에 작은 의문이 피어 올랐다.


“저기, 어흥선생. 기술에 걸린 저주를 푸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미안 하게도 그런 건 없다냥.”


이런 현과장의 희망에 마치 찬물을 끼얹듯 진실을 그대로 말해 버리는 어흥선생. 현과장은 어쩔 수 없었다. 저주받은 이 기술을 지워버리는 수밖에.

이윽고 인고의 보약을 천천히 입으로 가지고 가는 현과장.

바로 그때였다. 그가 받은 원더랜드 지식의 50%가 발동되었던 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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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134.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2 23.07.13 26 3 11쪽
133 133.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1 23.07.12 23 3 12쪽
132 132. 지하 도시 - 2 23.07.11 26 3 11쪽
131 131. 지하 도시 - 1 23.07.10 22 3 11쪽
130 130. 보물 찾기 - 4 23.07.09 21 3 12쪽
129 129. 보물 찾기 - 3 23.07.08 23 3 12쪽
128 128. 보물 찾기 - 2 23.07.07 25 3 12쪽
127 127. 보물 찾기 - 1 23.07.06 24 3 11쪽
126 126. 다시 켜진 「신의 방패」 23.07.05 27 3 11쪽
125 125. 변태 왕녀, 우유나 23.07.04 25 3 12쪽
124 124. 용자 침입 - 4 23.07.03 21 3 12쪽
123 123. 용자 침입 - 출격! 건달! 23.07.02 21 3 11쪽
122 122. 용자 침입 - 2 23.07.01 24 3 12쪽
121 121. 용자 침입 - 1 23.06.30 26 3 11쪽
120 120. 겨, 결혼이라고? - 2 23.06.29 27 3 12쪽
119 119. 겨, 결혼이라고? - 1 23.06.28 22 3 11쪽
118 118.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3 23.06.27 24 3 12쪽
117 117.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2 23.06.26 21 3 12쪽
116 116.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1 23.06.25 23 3 11쪽
115 115. 저주 그리고 축복 23.06.24 25 3 11쪽
» 114. 보이지 않는 손, 아니, 목소리. 23.06.23 28 3 11쪽
113 113. 천장 뚫고! 그랜절! 23.06.22 23 3 12쪽
112 112. 전설의 댄서 - 4 23.06.21 26 3 11쪽
111 111. 전설의 댄서 - 3 23.06.20 23 3 11쪽
110 110. 전설의 댄서 - 2 23.06.19 22 3 12쪽
109 109. 전설의 댄서 - 1 23.06.18 21 3 11쪽
108 108. 악당의 말로 23.06.17 19 3 12쪽
107 107. 대비책 - 2 23.06.16 24 3 12쪽
106 106. 대비책 - 1 23.06.15 23 3 12쪽
105 105. 역모가 코앞인데 이렇게 한가롭다고? 23.06.14 2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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