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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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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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6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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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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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2. 용자 침입 - 2

DUMMY

우리의 주인공들이 침략자인 악당들을 힘껏 때려눕히는 것이 판타지 물의 정석이라고 하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판타지 소설의 경우일 뿐. 『현과장 인 원더랜드』와는 결이 다르다. 그런 뻔한 이야기를 쉽사리 늘어놓을 내가 아니다.

뭐, 이렇게 진행해서 망친 경우가 많긴 했지만.


“전원 돌격!”


이렇게 헛소리, 잔소리, 개소리를 늘어놓은 사이. 용자들은 무기를 움켜쥐고 어흥선생과 채야를 향해 돌진해 왔다. 달려오는 스피드와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로 미루어 볼 때, 달려오는 용자들은 전부 배타랑 용자들. 유능한 용자는 마왕과 동등한 힘을 지녔다고 하던데, 과연 그들의 실력은 어느 정도 일까.


“히앗!”


선봉에서 달려온 용자가, 어흥선생의 목을 향해 검을 내려쳤다. 하지만,


“느리다냥.”


너무나도 간단히 피한 뒤, 한쪽 입 꼬리만 살짝 올리는 어흥선생. 그에게 덤벼들었던 용자의 얼굴에 분노가 일렁였다.


“죽어라! 마왕!”


이번엔 다른 용자가 어흥선생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손쉽게 용자들의 공격을 피한 어흥선생은 패배자들을 향해 그저 비웃음만을 날릴 뿐이었다.


“요상한 술수를!”

“요상한 술수가 아니라, 용자들이 모자란 거다냥.”


어흥선생의 말에 자존심이 상한 것일까. 주변에 있던 용자들도 어흥선생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너무나 여유롭게 그들의 공격을 회피하는 어흥선생.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는 용자들을 바라보며, 턱이 빠질 정도로 하품을 선보였다. 평소보다 더욱 더 과장되게.


“전부 마왕을 향해 돌격!”

“난 마왕이 아니다냥. 어흥선생이다냥.”


하품을 멈추고, 자신의 존재를 차분히 설명한 그였지만, 자존심이 다칠 대로 다친, 상할 대로 상한 용자들에게 들릴 리 없었다. 순식간에 어흥선생을 에워싼 용자들. 그들은 일제히 어흥선생을 향해 온갖 마법과 검술을 펼쳐보였다.

아무리 원더랜드의 어흥선생이라고 해도 수백 명의 공격을 전부 피할 재간이 없었다. 마침내 몇 명의 공격을 그대로 맞아버린 어흥선생. 그 모습에 용자들의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어떠냐! 마왕!”


얼굴 잔뜩 자신감을 머금은 채, 용자들은 공격을 받은 어흥선생을 응시했다. 그런데,


“그러니까냥! 마왕이 아니다냥.”


아무런 상처도 없이 그냥 담담하게 말하는 어흥선생. 그는 따분해 진 모양인지, 다시금 입이 찢어질 정도로 큰 하품을 선보였다. 마치 용자들을 도발하듯이.


“이럴 리가. 분명 제대로 맞았는데...”


그래, 제대로 맞았다. 그렇다면 어흥선생이 너무 강해서 쓰러지지 않았던 것일까.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여기에는 더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왜 이게 문제냐고? 하긴, 정확히 말하자면 문제는 아니었다. 사고였지.


***


“진짜 나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커피를 들고 나오던 현과장은, 그제야 자신의 모습을 눈치 챈 모양인지, 부엌 앞에 서서 멀뚱히 쟁반 위의 커피만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만든 건 이리 줘라냥.”


행여나 커피를 던져버릴까. 황급히 현과장의 앞으로 달려오는 어흥선생. 아니나 다를까. 어흥선생의 예상대로 현과장은 커피를 전부 공중으로 던져버리고야 말았다.


“미쳤다랄까나!”

“제정신이야?!”

“커피! 커피입니다만!!”


한 잔이라도 건지기 위해 현과장 쪽으로 몸을 던지는 세 사람.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천장 높이 솟구친 커피잔들은 그대로 현과장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찬 음료, 뜨거운 음료 하나도 남김없이.

마치 커피로 샤워한 듯, 온몸이 갈색으로 물든 현과장. 모두가 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물론 양손에 호떡을 쥔 채로.


“현과장 괜찮냥!”

“이게 무슨 일이지?”


현과장은 자신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커피로 범벅이 된 그의 손. 그의 눈동자는 갈피를 못 잡고 이리저리 마구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럴 수 있다랄까나. 스트레스를 너무 받으면 그렇게 전부 내던지고 싶을 때가 있다랄까나.”


채야는 호떡을 뜯어먹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게 아니야... 그게 아니라고...”


현과장은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뭐가 아닌 걸까. 도대체 그는 뭘 보았기에 이렇게 떠는 걸까. 이런 현과장의 모습을 보더니, 뭔가 위화감을 느낀 어흥선생. 그는 현과장 주변을 보더니,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현과장에게 다가갔다.


“현과장 우리에게 숨긴 거 있냥?”

“숨긴 거? 그런 거 없어.”

“그럼 말하지 않은 거 있냥?”


어흥선생의 눈빛은 너무나 진지했다. 마치 무언가를 아는 듯한 그의 눈빛. 그것도 그럴 것이, 지금 현과장의 주변에 리코와 키토가 없다. 예전 그때처럼.


“키토님과 리코님이 현과장 주변에 오질 않는다냥.”

“아니야, 그럴 리 없어. 그럴 리 없다고.”


현과장은 발밑에 깨져서 굴러다니는 커피잔 조각을 들더니, 망설임 없이 자신의 손바닥을 그었다. 그러자, 무지막지하게 갈려나가는 커피잔 조각. 현과장의 손은 아무런 상처도 없이 너무나도 멀쩡했다.


“아니, 이게 왜 켜져? 갑자기 왜 켜지냐고!”

“「신의 방패」는 사라진 게 아니었냥?”

“꺼버리더니 과금으로 고정시켜 버렸어. 「시간의 생명」이”


현과장의 말에, 어흥선생은 매서운 눈빛으로 천장을 째려보았다.

그렇게 보지마, 어흥선생. 내가 그런 거 맞지만, 이번 사건은 내가 벌인 거 아니야. 현과장이 얻어온 축복 때문이지.


“아! 맞다냥! 축복! 현과장! 축복 때문이다냥!”


축복이란 말에 아차 싶은 건 현과장도 마찬가지. 호떡에 쌓인 저주를 지우려고 받은 축복이었는데, 「신의 방패」까지 영향을 줄 줄이야.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그래, 하나를 잃으면 당연히 하나를 얻어야 하는 법. 쓰레기를 함부로 버렸으니, 무단 투기 고지서를 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인생 그렇게 허락호락 한 거 아니다.


“이게 축복 때문인 거야?”


원인을 알게 되어서 마음이 조금 진정된 것일까. 현과장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현과장의 주변으로 달려온 키토와 리코. 그 둘의 눈빛에서 걱정과 염려가 가득히 느껴졌다. 그리고 또,


“아! 뜨거! 뜨거! 뜨거! 뜨거!!!”


온몸에서 커피가 가졌던 열기가 느껴졌다.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능력이 켜지는 모양이다. 마치 생존을 위한 방어 능력처럼.

이왕 풀릴 거면 제대로 풀리지. 반만 풀리다니. 이건 내 불찰이다. 유부남의 정관수술 보다 더 단단히 묶었는데. 이럴 줄이야. 하긴 정관 수술도 풀리긴 한다더라. 아무튼 내가 다시 나서서 손을...


“오히려 좋다냥! 쓰고 싶을 때 쓰고 필요 없을 때 끌 수 있다면 정말 좋은 거다냥!”


어흥선생이 현과장을 바라보며 너무나 해맑게 웃었다. 게다가,


“어... 우울증이 다 사라졌습니다만...”


여왕이 당황한 듯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인고의 보약으로 능력을 지우려고 했던 걸 교훈 삼아, 저주 저항 능력을 강화했는데, 이게 이렇게 이용된다고? 어,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당장 손을 봐야하는 거 같은데...


“정말 신의 한 수다냥!”


어흥선생이 다시금 천장을 바라보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신의 한 수라고? 다, 당연하지!

크흠! 내가 다 알고 계산해서 이렇게 설계한 거야. 이미 이 능력을 현과장에게 줄 때부터 난 다 계산하고 있었다고. 몇 화 정도에 다시 이런 능력을 주면 좋겠지. 뭐 이렇게.


***


그럼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신의 방패」를 자신이 원할 때 언제든지 마음대로 켰다가 끌 수 있게 된 현과장. 사실 아직도 이게 맞는지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는 이 엄청난 덕분에 주변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었다.

어흥선생이 용자들에게 공격을 하지 않은 것도 전부 이 때 사실 때문. 어차피 공격이 먹히질 않으니, 귀찮게 때릴 필요도 없었다. 그냥 용자들이 때리면 맞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약만 올리면 되었다.


“일제히 공격! 공격! 공격!”


무리나가 무리하게 공격을 외쳤지만, 이미 총공격을 벌이고 있던 상황. 그녀의 이런 외침은 꺾이기 시작한 용자들의 사기를 더울 가파르게 꺾어나갈 뿐이었다.


“공격이 먹히질 않습니다!”

“여왕 폐하! 이곳은 위험합니다! 어서 본진으로!”


쓰러지기는커녕 생채기조차 낼 수 없는 어흥선생 앞에, 그만 좌절감을 맞보게 된 용자들. 그들은 혼비백산 전장에서 도망치기에 바빴다. 이윽고 오직 현과장 일행만 남게 된 원더랜드의 숲 속. 현과장의 주변으로 산뜻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현과장, 이제 능력을 거둬라냥. 바람이 안 느껴진다냥.”

“아, 미안.”


역시나, 싸울 때가 아니면 완전히 쓸모없는 「신의 방패」.

나도 참 이런 똥급 기술을 신의 능력으로 만들다니. 그래, 나도 제정신이 아닌 건 확실하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바람이 시원하다랄까나~”


능력이 꺼진 것일까. 바람이 점차 느껴지기 시작했다. 멀리 가 있던 키토와 리코도 현과장의 주변으로 점차 다가왔다.


“이대로... 돌아가진 않겠지.”

“그 여왕은 또라이다냥.”


현과장의 물음에, 어흥선생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바로 그때,


“난 또라이가 아닙니다만!”


갓패치에게서 기어코 호떡을 빼앗아 먹으며 당당하게 외치는 여왕. 순간, 모두의 시선이 이 철없는 지도자에게로 향했다.


“그렇게 쳐다봐도 사실은 사실입니다만!”

“제정신이야?! 내 호떡을 훔쳐먹는 주제에 뭐? 또라이가 아니라고?! 이 개또라이야!”


갓패치가 그녀의 손에 남은 호떡을 갈취하기 위해 몸을 던졌다.

그렇게 시작된 2차전. 남은 사람들은 그저 두 사람의 치열한 공방전을 지켜 볼 뿐이었다. 그래, 그냥 잠자코 지켜보았다. 언제까지 뻘짓을 이어가는지.


***


한편, 본진으로 황급히 돌아온 무리나와 용자들.

비록 전력 손실은 전혀 없었지만, 그들은 더욱 중요한 것을 잃고 도망쳐 왔다. 바로, 꺾이지 않는 마음. 그들의 마음은 이미 완전히 꺾이다 못해 부러져 있었다. 지난 번 현과장에게 당한 30명 보다 더욱 심각했다. 완전히 소실 된 전투 의지. 선발대에 있었던 사람들은 더는 전투 인원이라고 할 수 없었다. 이제는 그냥 짐덩어리. 군대의 발목을 잡는 짐덩어리일 뿐이었다.


“선발대 인원들은 전원 본국으고 복귀. 복귀 되는 즉시 치료를 시행하도록.”


무리나의 말에 참모진들은 일사 분란하게 움직였다. 기품 있고 자신감 넘치는 그녀의 목소리. 여전히 그녀는 모두의 앞에거 당당하게 행동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르게 무척이나 당황하고 있었던 무리나. 그는 정예 선발대 수백 명이 그대로 의지가 꺾이는 걸 직접 목격했다. 그 것도 바로 자신의 눈앞에서.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이윽고 그녀의 입에서 나온 불안감. 그 불안감은 이내 주변의 참모진과 용자들에게 퍼져나갔다.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여왕 폐하.”


그 불안감에 마음이 동요된 것일까. 곁에 있던 참모 중 한명이 머리를 조아리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자, 굳어진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무리나. 이어진 그녀의 대답은 주변에 있던 모두의 얼굴을 완전히 굳어지게 만들고 말았다.


“이젠 우리가 가진 최고의 공격 수단을 써야 할 때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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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134.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2 23.07.13 26 3 11쪽
133 133.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1 23.07.12 23 3 12쪽
132 132. 지하 도시 - 2 23.07.11 27 3 11쪽
131 131. 지하 도시 - 1 23.07.10 22 3 11쪽
130 130. 보물 찾기 - 4 23.07.09 23 3 12쪽
129 129. 보물 찾기 - 3 23.07.08 24 3 12쪽
128 128. 보물 찾기 - 2 23.07.07 26 3 12쪽
127 127. 보물 찾기 - 1 23.07.06 26 3 11쪽
126 126. 다시 켜진 「신의 방패」 23.07.05 28 3 11쪽
125 125. 변태 왕녀, 우유나 23.07.04 26 3 12쪽
124 124. 용자 침입 - 4 23.07.03 23 3 12쪽
123 123. 용자 침입 - 출격! 건달! 23.07.02 22 3 11쪽
» 122. 용자 침입 - 2 23.07.01 26 3 12쪽
121 121. 용자 침입 - 1 23.06.30 27 3 11쪽
120 120. 겨, 결혼이라고? - 2 23.06.29 28 3 12쪽
119 119. 겨, 결혼이라고? - 1 23.06.28 22 3 11쪽
118 118.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3 23.06.27 24 3 12쪽
117 117.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2 23.06.26 22 3 12쪽
116 116.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1 23.06.25 25 3 11쪽
115 115. 저주 그리고 축복 23.06.24 27 3 11쪽
114 114. 보이지 않는 손, 아니, 목소리. 23.06.23 29 3 11쪽
113 113. 천장 뚫고! 그랜절! 23.06.22 24 3 12쪽
112 112. 전설의 댄서 - 4 23.06.21 26 3 11쪽
111 111. 전설의 댄서 - 3 23.06.20 24 3 11쪽
110 110. 전설의 댄서 - 2 23.06.19 22 3 12쪽
109 109. 전설의 댄서 - 1 23.06.18 21 3 11쪽
108 108. 악당의 말로 23.06.17 20 3 12쪽
107 107. 대비책 - 2 23.06.16 26 3 12쪽
106 106. 대비책 - 1 23.06.15 24 3 12쪽
105 105. 역모가 코앞인데 이렇게 한가롭다고? 23.06.14 2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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