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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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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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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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 거지굴 - 4

DUMMY

“우와! 이거 진짜 맛있는데요!”


호떡을 먹어본 이들의 얼굴이 차츰차츰 밝아졌다. 마치 호떡의 미미(美味)에 피로를 완전히 잊은 듯한 그들의 표정.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과연 개량을 거친 호떡이 얼마만큼의 중독성을 가질까. 난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그들의 움직임을 예리하게 관찰했다. 그런데,


“부마님! 배부르게 아주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부마님!”


내 걱정과는 다르게, 그 어떤 중독 증세도 보이지 않는 주민들. 그 모습에 안심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모르니, 조금 더 그들의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정말 괜찮으세요?”

“예, 아무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몸이 좀 가벼워진 느낌입니다.”


말을 건넨 객잔 주인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분명 좋은 현상은 아니었다. 얼굴에 이유 없이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니. 하지만, 중독 증세는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 이 정도의 효과로 만족해야만 하는 것일까. 그들을 향한 걱정과 불안감이 동시에 날 덮쳤다.


“그럼 된 건가요?”

“예! 내일도 열심히 일하고 부지런히 돈을 벌겠습니다!”


객잔 주인을 필두로, 모두가 주먹을 불끈 쥐며 투지를 불태웠다. 그 마음가짐이, 온전히 돈을 향한 마음가짐이면 좋으련만. 내 느낌은 그게 아니라 계속 말하고 있다.


“그럼, 제1회 주민 회의는 이걸로 마칩니다.”


폐회 선언을 하자, 하나둘씩 자리를 떠나가는 주민들. 그 누구도 아쉬워하는 이는 없었다. 과연, 정말 중독성이 사라진 것일까. 그들을 걱정하는 게, 기우(杞憂)로 끝나면 좋으련만. 이상하리만큼 불길한 느낌은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머물러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사람들을 관찰해야만 한다. 지금 중독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영원히 안 보인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주민들의 불만 사항(?)을 정리한 후, 난 다시 중경으로 뛰어왔다.

여희가 가족들을 소개하고 싶어 안달이 났지만, 일단은 그 자리를 피해야만 했다. 그녀와의 관계를 더 발전시키지 않으려는 마음도 있긴 했지만, 중요한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정말... 비참하긴 하네.”


저 멀리 높게 매달린, 뼈만 앙상하게 남은 시체. 역적으로 몰린 증 승상이었다. 장대에 매달려 공원 중앙에 버려지듯 놓인 그의 시체. 지키는 이가 한 명도 없었지만, 그 누구도 그를 내려주지 않았다. 죽은 것도 억울할 텐데, 죽어서도 고통을 받고 있었다.


“부디 내 선택이 잘못된 선택이 아니길.”


난, 아무도 없는 틈을 타, 백골이 된 시체를 바닥에 내린 후, 빠르게 『소생』을 불어 넣었다. 그러자, 점차 살이 피어나고 피가 돌기 시작하는 그의 몸뚱이. 얼마 지나지 않아, 뼈뿐이었던 그의 몸은, 보통 중년 남성의 몸으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으...”


시체로부터 자그마한 신음이 들려왔다. 생명이 돌아온 거다. 증 승상의 생명이.


“정신이 드세요?”

“...분명, 매달린 건 기억하는데...”


생전의 마지막 기억이 매달린 것이라니. 그를 살아있는 채로 장대에 매달아 동물의 밥이 되게 한 것일까. 정말이지 인간들의 잔혹성이란.


“본인이 누구인지는 기억하세요?”

“승상... 주변에서 그렇게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다행히도 기억의 소실도 보이지 않았다. 난 허기가 졌을 그에게 동동구리모로부터 가지고 온 몇 가지 음식을 내어 주었다. 물론, 호떡을 제외하고서.


“고맙습니다...”


내가 내어놓은 음식을 너무나 맛있게 먹어치우는 증 승상. 난 안타까운 마음을 숨긴 채, 그를 묵묵히 바라만 보았다.

이윽고 배를 단단히 채운 승상은, 편안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예언은 틀린 게 하나 없군요.”

“예언이요?”


여희가 말한 그 예언 말인가? 가씨 곽씨 등씨가 나라를 어지럽힌다는 그 예언?


“우리 집안은 예언가 집안입니다. 크고 작은 예언들을 황제께 알리고 그에 따른 방책을 내놓는 게 사명입니다.”


그 사명감 때문에 세 명문세가를 고발했던 것일까. 너무 무모했다. 혼자서 세 가문을, 그것도 힘이 막강한 세 가문을 상대하다니.


“무모하셨어요. 혼자 세 가문을 상대하려 하시다니.”

“예언이 있었기에, 두렵지 않았습니다.”

“예언이요?”

“절망 속에 몸을 던지만, 반드시 빛을 되찾는다는 제 아버님의 예언입니다. 아버지는 전부 봤습니다. 우리 가족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리고 나와 내 딸이 무슨 일을 겪게 될지.”


말을 마친 그는, 내 손을 덥석 잡았다. 그는 알고 있는 듯했다.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지를.


“둘째에게 단 하나의 차원문만 가르친 것을 너무 노여워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우리는 당신을 놓칠 수 없습니다.”

“...다 알고 계시는군요.”


내 물음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증 승상. 창조주의 손아귀에서 놀아난 것도 충분히 화가 나는 일인데, 이 남자도 거기에 톡톡히 한몫하고 있다니. 이럴 때 화를 내지 않으면, 완전 호구겠지.

젠장, 그런데 나 호구 맞잖아.


“화를 내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부탁이 있습니다.”


난 냉정하게 생각했다. 이미 그를 살려준 이상, 그에게 화를 내 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다. 지금 화를 내면 오히려 화를 내기 위해 살려준 꼴이 되고 만다. 내가 그를 되살린 이유는, 여희의 완벽한 복수, 그리고 그녀의 안전을 위해서. 증 승상의 존재는 최후의 일격이 되어야만 한다. 가씨 가문의 패도(覇道)에 종지부를 찍는 날카로운 도끼날이 되어야만 한다.


“당분간 거지굴에서 지내주시기 바랍니다. 거지들을 통해 정보도 취합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런 말씀을 하실 줄 알았습니다. 모두 저희 가문을 위한 일인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그는 흔쾌히 내 말에 따랐다. 그가 예언이라는 말을 언급한 순간부터 이런 결말을 예상했지만, 막상 이렇게 마주하고 나니 김이 빠진다. 미래를 알고 있는 사람과의 대화라니. 잠깐, 그렇다면 혹시 다른 미래도 알고 있진 않을까? 본인들의 미래뿐만 아니라, 원더랜드의 미래도?!


“저, 혹시 다른 미래도 알고 계십니까?”

“아버지가 남긴 예언은 전부 가족에 관한 겁니다만,”


그의 말에 작은 실망감이 피어오르려던 찰나, 이어지는 목소리 때문에, 난 그의 입술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제가 본 몇 개의 상황은 이곳의 그림은 아니었습니다. 움직이는 거대한 건물이 나오고, 하늘을 날았습니다. 그것도 무척 빠르게.”


움직이는 건물, 그리고 빠르게 하늘을 날았다라. 그거 오늘 있었던 일이잖아. 아, 괜히 집중했네.

난 실망감을 애써 감춘 채로 그를 거지굴에 데려다준 다음에 객잔으로 돌아갔다. 이제 남은 건 증씨 가문의 첫째 딸인 ‘여린’이란 여인. 다른 가족들과는 다르게,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이 세 명문세가에게 들어가는 상황. 난 움직임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 안 좋은 소식이 들리던데, 괜찮습니까?”

“안 좋은 소식이라니요?”


진자는 서재에 찾아온, 뺀질뺀질한 남자를 바라보며 날카롭게 반응했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진자의 이런 반응에 꼬리를 말고 도망치기 바쁠 테지만, 이 남자는 다르다. 이 남자 또한 진자 못지않게 강한 힘을 손에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의 정체는 명문세가 중 꽤 큰 세력을 가지고 있는 곽 씨 가문의 둘째, 무용. 무당파의 제자였다.


“말해 보시죠, 안 좋은 소식이라는 게 뭡니까, 곽 대협.”

“알면서 그러십니다, 가 대협. 당신 동생들 이야기 아닙니까. 막내 동생은 여자 찾으러 갔다가 죽었다면서요? 둘째 동생은 이제 사람도 못 알아본다던데.”


그의 대답에, 진자는 인상을 확 찌푸렸다. 이 사실들은 가씨 집안 사람들 중에서도, 몇몇만 아는 비밀. 무용이 지금 건넨 말은, 자신의 측근 중에 배신자가 있다는 말과 다를 것이 없었다.


“막내가 죽은 건 맞습니다만, 이야기가 좀 와전되었군요.”

“와전은 무슨.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들인데.”


서로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이 불꽃을 튀기며 날아들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무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 잘 알기에, 두 사람은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둘은 완벽한 호적수였다. 어느 한 명이 아주 조금도 뛰어나지 않는 완벽한 라이벌.


“또 실력을 늘려왔군요, 곽 대협.”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요, 가 대협.”


싸우지만 않았지, 서로를 향해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낸 채 결코, 물러서지 않는 두 사람.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나갔다. 짙은 밤이 지나고, 동이 트기 시작했다. 시간이 그렇게 지났음에도 둘의 눈빛에는 투기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그만 가시지요. 날도 밝아오는데.”

“어렵게 온 손님을 내치는 게, 가씨 집안의 손님맞이입니까?”


잠깐의 이어졌던 대화가 끊어지자, 다시 긴 긴장감만이 서재를 가득 메웠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시간이 흘러가는 걸 완전히 무시한 채로.




“이제 돌아가 보겠습니다.”


동동구리모의 환송 갑판.

정 태감이, 여희와 그녀의 어머니를 향해 인사를 올렸다. 하루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 동안 그들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또 증 승상을 기리며 무척이나 슬퍼했다. 환관들은 전부 돈과 권력만 밝히는 줄 알았는데, 그를 보며 이런 내 생각이 지독한 편견이라는 걸 깨달았다. 환관은 잘못이 없다, 환관이 된 인간들이 언제나 문제였지.


“그래요, 정 태감. 몸조리 잘하시고요.”


증 부인은 직접 마중을 나서며, 이 헤어짐을 몹시 아쉬워했다. 한두 차례의 왕래로 이런 반응이 나올 리 없다. 정 태감과 증씨 가문은 끈끈한 유대관계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동동구리모를 떠나는 정 태감. 그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야 했지만, 지금은 그냥 보내 줘야만 했다. 그의 입장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 생각했다. 그가 명문세가 쪽의 인간이 아닌 것만으로도 말이다.

그를 보내고 이제 동동구리모 객잔 안으로 들어가려던 그때, 여희가 내 쪽으로 빠르게 뛰어왔다.


“아, 엄마! 이 사람이야! 이 사람이 내 남편, 서방님, 바깥양반.”

“엄마라니! 결혼도 한 여성의 입에서 그게 무슨 상스러운 단어야!”


증 여사는 곧바로 여희를 나무랐다. 난 이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에서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었다. 결혼? 한 적 없다. 동침? 당연히 없다. 우린 그냥 같은 방을 쓴 룸메이트일 뿐이다.


“엄마를 엄마라고 불러야지...”

“어. 머. 니. 엄마가 아니라, 어. 머. 니.”

“거리감 느껴지게.”

“아이고! 언제쯤 철이 들 거냐, 요 못 난 것아!”


증 부인은 이런 여희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낀 모양인지, 그대로 손을 올려 그녀의 등을 무작정 때렸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젓는 막내 동생, 남수. 이런 모습을 보는 게 처음은 아닌 모양이었다.


“도련님, 저렇게 놔둬도 되는 거야?”

“금방 하하호호 할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정말 1분도 지나지 않아, 하하호호 서로를 붙잡고 웃고 떠드는 두 모녀. 난, 순간 두 사람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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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 342. 현과장의 결단 24.01.17 20 3 12쪽
341 341. 악인들의 집회 - 2 24.01.16 16 3 12쪽
340 340. 악인들의 집회 +2 24.01.15 20 4 11쪽
339 339. 사이비가 아닌 게 아니 것이 아닌가? ... 이게 맞아? 24.01.14 14 3 11쪽
338 338. 난입 24.01.13 14 4 11쪽
337 337. 교리 - 2 24.01.12 18 4 12쪽
336 336. 교리 +2 24.01.11 15 4 11쪽
335 335. 배신 24.01.10 15 3 11쪽
334 334. 믿을 수 있는 사람 24.01.09 20 4 11쪽
» 333. 거지굴 - 4 +2 24.01.08 18 4 12쪽
332 332. 거지굴 - 3 24.01.07 22 3 11쪽
331 331. 거지굴 - 2 24.01.06 15 3 11쪽
330 330. 거지굴 - 1 24.01.05 22 4 11쪽
329 329. 이동 객잔, 동동구리모! 24.01.04 14 3 11쪽
328 328. 현과장의 꿍꿍이 - 2 24.01.03 18 3 11쪽
327 327. 현과장의 꿍꿍이 24.01.02 19 3 11쪽
326 326. 호떡이 싫다고? 24.01.01 11 3 11쪽
325 325. 분열 - 3 23.12.30 12 3 11쪽
324 324. 분열 - 2 23.12.30 13 3 11쪽
323 323. 분열 23.12.29 9 3 11쪽
322 322. 북빙신궁 - 3 23.12.29 15 3 11쪽
321 321. 북빙신궁 - 2 23.12.28 12 3 11쪽
320 320. 북빙신궁 23.12.28 14 3 11쪽
319 319.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 2 23.12.27 14 3 11쪽
318 318.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23.12.27 11 3 11쪽
317 317. 집착남 등장 - 2 23.12.26 11 3 12쪽
316 316. 집착남 등장 23.12.26 15 3 11쪽
315 315. 창조교 - 2 23.12.25 1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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