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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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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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6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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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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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19.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 2

DUMMY

태몽이라니. 이건 또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야?

뭐 한 게 있어야 아기가 생기지! 안, 이쪽 세계는 성교육 같은 걸 안 해주나?


“야! 너 헛소리 하지 말고 가서 침상이나 정리해.”

“아니, 이게 무슨 헛소리에요? 그 두 동물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는데. 분명 우리의 아이들도 틀림없이 귀여울 거라고요.”


그녀는 이미 내 목소리에 귀를 닫은 듯했다. 어떤 말을 건네도, 무슨 짓을 벌여도, 그녀는 자신의 꿈이 태몽이라고 확신했다. 태몽일 리 절대 없는데.


“하... 말을 말자. 어차피 시간이 전부 말해 줄 거니까.”

“그럼요. 시간이 지나면 딸인지 아들인지 알게 되겠죠.”


난 완전히 그녀를 무시한 채, 다시금 성경 작업에 착수했다. 지구에 있던 시절, 뭐라도 보거나 읽었던 게 있었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을 텐데. 내 기억 속 종교는, 군 시절 매주 억지로 끌려가던 종교행사뿐. 전역이후 난, 종교 단체와 거기를 두면 살아가는, 무신론자 그 자체였다.

뭐, 창조주를 만난 지금은 신을 믿기는 믿지만.


“하... 이걸 어떻게 쓰지?”

“뭔가 잘 안 될 때면, 그냥 넘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어요.”

“누가?”

“그쪽 장인어른이요.”


장인어른? 무슨 장인어른?

잠깐! 이게 또 감히 헛 짓거리를!!

난 그녀의 정수리에 사정없이 꿀밤을 꽂았다.


“야! 너 진짜 계속 헛소리 할 거야?! 가뜩이나 머리가 터질 거 같은데, 너까지 이럴 거냐고!”


그녀는 대답 대신, 독기에 찬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지만, 크게 섬뜩하거나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 아무리 독기를 품어봤자, 이 녀석이 저지를 일은 불 보듯 뻔한 일들 뿐이니까.


“너, 내 곁으로 오지 마. 마지막 경고야.”

“몸이 차단 말이에요!!”

“이불을 더 뒤집어쓰던지, 옷을 껴입던지 해. 너 저리가.”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게 말했다. 태어나서 이렇게 칼같이 말한 건 처음인 거 같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만큼 딸 잘라 말한 건.


“흥!”


내 견고한 마음을 느낀 것인지, 아니면 그냥 포기한 것인지 모르지만, 그녀는 그대로 자신의 침상으로 걸어갔다. 그러더니, 이내 이불을 푹 뒤집어쓰더니 그대로 잠이 들어버린 여희. 이제 겨우 방 안이 조용해졌다.

비록 객잔 밖은 여전히 소란스러웠지만, 그래도 성경을 만들 수 없을 만큼 시끄러운 건 아니었다.

그러나, 주변이 차분해졌다고 해서 성경이 완성될 분위기가 조성된 건 아니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이곳 사람들에게 전파할 만한 글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무수히 많은 잡념이 머리를 지배할 뿐이었다.

우리 두 귀염둥이 리코 님과 키토 님은 잘 뛰놀고 있을까.

어흥선생과 채야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지금도 싸우거나 하지는 않을까.

갓패치와 여왕은 서로 으르렁거리고 있지는 않을까.

우유나는 여전히 변태일까. 루프 씨는? 그의 아내 팽 씨는?

모두가 너무나 보고 싶었다. 원더랜드에 있을 가족 모두가.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움은 짙어졌다. 이 밤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햇살이 따스하게 머리 위로 내려왔다.

벌써 아침이 된 건가?

아무래도, 가족을 그리워하다가 그대로 탁자 앞에서 잠든 모양이었다.

역시나, 얼굴을 들어 바라본 내 앞의 종이에는, 아무런 글자도 적혀 있지 않았다. 간밤의 성과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하... 이걸 어쩐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니, 왜 이렇게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는지. 내가 종교나 나라를 세울만큼 머리가 좋은 인간도 아닌데 왜 이런 엉뚱한 짓을 벌였을까. 그냥 여희의 복수나 도와주고 그대로 차원문을 타고 원더랜드로 떠나면 그만인데.


“진짜 미치겠다!!”

“으응... 난 안 미쳤어요.”


순간, 내 곁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아주 익숙한 목소리. 어제도 그제도 그리고 오늘도 듣고 있는 목소리. 바로 여희였다.


“...너 지금 뭐하냐?”


고개를 돌려 바라본 곳에는, 여희가 날 꼭 끌어안고 있었다. 그것도 엄청나게 불편한 자세로.


“부창부수. 서방님이 불편하게 잠을 자는데, 아내가 된 자가 편하게 잠을 잘 수는 없죠.”


아침부터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아니 얘는 왜 매일 이러는 거야?


“여보세요, 증여희 씨.”

“내, 서방님.”

“당신 복수 안 할 거야?”

“해야죠!”


복수라는 말을 듣더니, 그녀의 눈빛에서 증오가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람이 지금 뭐하는 거야? 남자 겨드랑이 사이나 쫓아다니고.”

“남자가 아니라, 서방님. 내 남편이자, 성녀의 부마.”


정말이지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았다.

이상하다. 왜 말이 안 통하는 것일까. 우리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남자와 여자는 원래 이렇게 다른 걸까?


“나 아침부터 미치기 싫으니까. 일단 떨어져. 떨어져서 네 침상으로 가서 누워.”

“힝... 혼자 있으면 얼어 죽을 거 같은데...”

“내가 곁에 있으면 안 죽는다고!”

“그러니까 곁에 있잖아요, 이렇게!”


녀석은 괜찮은 핑계를 찾았다는 듯, 나를 또 와락 껴안았다. 하... 이 거머리 어쩌면 좋지?


“아침이다. 일하자. 부창부수라면서. 내가 일하자고 하면 일해야지.”

“그럼, 인정하는 겁니까?”


아차! 말려들었다. 아, 이 녀석! 일부러 이런 걸 노린 거군! 이른 아침에는 머리가 잘 안 돌아가니까, 일부러 이 시간을 노려서!


“와... 진짜 저 정도 잔머리면 황제도 하겠다. 나라도 세우겠어.”

“난 외모만큼이나 머리도 좋다고요.”


딱히 반박은 할 수 없었다. 머리도 외모도 나쁜 건 아니었으니. 오히려 출중하다고 하다는 편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잠깐, 여희의 머리가 좋잖아. 그렇다면 이 녀석을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여희야.”

“네, 서방님.”


서방님이라는 단어가 무척이나 거슬렸지만, 일단은 참아보기로 했다. 그녀가 지금 궁지에 몰린 나를 구해 줄 수도 있을지 모르니까.


“네, 성경을 만들어봐.”

“내가요? 어떻게요?”

“너 아는 거 많잖아. 머리도 좋고. 그러니까 네가 만들어봐.”


그녀는 날 빤히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는 것도 없는데 뭘 어떻게 적어요.”

“내가 말해 주면 되잖아. 창조주는 모든 걸 만든 존재라고. 신의 위에 군림하는 존재. 그리고... 무척 이기적이기도 하고.”


아차, 또 쓸데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역시 나는 아침형 인간은 아닌 모양이다. 오늘따라 실수가 잦은 걸 보니.


“오호! 재미있네요. 이기적인 최고의 신이라...”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 그녀는 두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 시간 이후, 난 그녀에게 내가 겪은, 내가 아는 창조주에 관한 이야기를 모두 다 꺼내놓았다. 그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그리고 얼마나 제멋대로인 존재인지.


“그런 이야기를 써서 성경을 완성하라는 말씀이시죠?”

“이야기를 써서가 아니라... 그 말이 맞네. 어. 그렇게 해줘.”

“증 씨 가문의 여식들은 문에 능통하지요! 가정교육을 잘 받아서 최고의 신붓감이고요!”


잘 나가다가 꼭 저렇게 자기 어필을 하는 여희. 한 마디 쏴 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성경을 만들어 한시라도 빠르게 내가 싼 똥을 치워야 했다.


“성녀님, 부마님 기침하셨습니까?”


그 순간,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광귀였다.


“들어오세요.”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 안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왔다. 무리의 안에는 객잔 주인과 하인. 그리고 심지어 며칠 전 진건에게 버림받은 살수들도 끼어있었다.


“저... 그....”

“성경은 지금 성녀님께서 직접 작성하고 계십니다.”


난 광귀가 성경에 대한 말을 꺼내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쳤다. 그런데,


“그게 아니오라... 사실은...”


광귀와 사람들은 눈치를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무슨 일이 있었기에 하룻밤 사이에 이들의 얼굴에 이렇게 두려움이 펴진 것일까.

그러고 보니 잠깐, 오늘 아침에 객잔 밖에서 구호가 들렸던가?


“실은... 마을 북쪽에 북빙신궁이라는 곳이 있는데...”


광귀의 얼굴에 강하게 드리운 그림자. 그가 무슨 협박을 받았는지, 그리고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어느 정도 짐작은 할 수 있었다.


“창조교를 믿지 말라고 하던가요?”

“...예.”


오히려 잘된 일이다. 내가 싸질러 놓은 똥을 단번에 치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난, 당연히 북빙신궁의 경고를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광귀의 다음 말을 듣기 전까지.


“마교를 믿는 자가 있으면 세율을 올리겠다고...”


잠깐, 마교라고? 지금 마교라고 했어? 내가 그토록 듣고싶었던 그 말, 마교라고?!


“북빙신궁이 뭐라도 됩니까? 왜 마음대로 마교... 아니, 세율을 올립니까?”

“여긴 북방입니다. 황제의 권한도 여기에 오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여기는 실질 적으로 북빙신궁이 통치하는 곳이라서.”


오호라, 그러니까 북빙신궁이라는 곳이 자기 마음대로 이 곳을 통치하고 있다는 말이잖아. 그럼 가만히 있을 수가 없지. 내가 가서 담판을 짓는 수밖에. 담판을 짓고, 창조교가 마교는 인식을 완전히 박아 놔야지.


“내가 직접 북빙신궁의 주인을 만나보겠습니다.”

“부, 부마님이 직접이요?”


광귀는 이런 내 결정에 무척이나 놀란 눈치였다. 아무래도 그는 내가 후다닥 내 뺄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아니요! 나도 갑니다!”


여기에 여희도 가세했다. 아니 시킨 일이나 제대로 할 것이지 왜 갑자기 끼어들어? 끼어들기는!


“넌, 아니, 성녀님은 여기서 성경 완성을...”

“부창부수! 부마님 가는 곳에 나도 갑니다!”


분노가 끌어올랐지만, 일단은 참았다.

그래, 행여나 혼자 남아있다고 무슨 봉변이라도 당한다면 차원문이 날아가는 거잖아.

그래, 참자 참아. 광귀 덕분에 여희가 엄청난 고수가 되었지만, 여희보다 대단한 고수가 올지 모르잖아. 그래, 참자 참아!

마음을 다스린 난, 광귀를 바라보았다. 이미 그의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나에 대한 두려움일까. 아니면 북빙신궁에 대한 두려움일까. 지금은 알 수 없었다. 그곳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그럼 안내 하시죠. 북빙신궁으로.”




진자의 명령으로 또 다시 북쪽으로 향하게 된 진건은 지난 출정 때보다 얼굴의 표정이 밝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엔 시끄러운 인물이 없다. 자신의 신경을 거슬리게 한 그 시끄러웠던 인물이.


“며칠 있으면 그 마을에 도착을 하겠군.”


말을 세운 진건은, 곧바로 뒤에 있던 부하를 불러 세웠다.


“전서를 보내서 원군을 요청해라.”

“본가분들이 계신 중경(中京)에 말씀이십니까.”

“아니, 북빙신궁.”


진건의 입에서 북빙신궁이라는 명칭이 나오자, 두따르던 살수들이 일제히 머뭇거렸다. 그들의 눈빛에 서린 두려움. 전서를 보내야 할 부하도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온몸이 굳어진 것처럼.


“왜 그러지?”

“그 인간들은 상종 못할 쓰레기입니다. 오히려 저희의 뒤통수를 칠 놈들입니다.”


부하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마치 여러번 북빙신궁의 사람들을 상대해 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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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 330. 거지굴 - 1 24.01.05 22 4 11쪽
329 329. 이동 객잔, 동동구리모! 24.01.04 14 3 11쪽
328 328. 현과장의 꿍꿍이 - 2 24.01.03 18 3 11쪽
327 327. 현과장의 꿍꿍이 24.01.02 19 3 11쪽
326 326. 호떡이 싫다고? 24.01.01 11 3 11쪽
325 325. 분열 - 3 23.12.30 12 3 11쪽
324 324. 분열 - 2 23.12.30 13 3 11쪽
323 323. 분열 23.12.29 9 3 11쪽
322 322. 북빙신궁 - 3 23.12.29 15 3 11쪽
321 321. 북빙신궁 - 2 23.12.28 12 3 11쪽
320 320. 북빙신궁 23.12.28 14 3 11쪽
» 319.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 2 23.12.27 15 3 11쪽
318 318.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23.12.27 12 3 11쪽
317 317. 집착남 등장 - 2 23.12.26 11 3 12쪽
316 316. 집착남 등장 23.12.26 16 3 11쪽
315 315. 창조교 - 2 23.12.25 1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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