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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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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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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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24. 분열 - 2

DUMMY

“지금 북빙신궁과 가씨 놈들이 쳐들어 왔다고요!”


무척이나 놀란 듯한 그녀의 표정. 뭔 호들갑이냐는 생각이 순간 들긴 했지만, 그녀의 입장도 나름 이해가 되었다. 하긴, 갑자기 사라졌으니 놀랄 만도 하지.


“그 누가 쳐들어온들 걱정할 필요가...”

“어...”


막 입을 열고 말을 이어가려던 그때, 느닷없이 여희가 내 품으로 들어왔다. 이게 마음대로 불쑥불쑥 이러네. 내가 그렇게 주의를 줬는데.


“야, 그렇게 마음대로 안기지 말랬지!”

“난 가만히 있었는데요?”

“응? 가만히 있었다니. 그건 무슨 소리야. 분명 이렇게 내 품으로...”


난 그 순간 뭔가가 몹시 잘못되어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를 껴안고 있는 것도 모자라, 온몸으로 감싸고 있는 두 손. 눈동자에서는 눈물이 흘러나왔다.


“아니, 이게 또 왜 이러는 거야! 야! 이거 내가 이러는 거 아니거든?”

“그건 무슨 말이에요?”

“그게 그런 게 있어! 미치겠네! 야! 안 놔? 안 노냐고!”


소리를 버럭버럭 지었지만, 내 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제 이 몸의 지배권은 나에게 없다. ‘그’에게 있지.


“안 되겠다! 잠시 이야기 좀 하자!”

“여기서 하면 되잖아요.”

“너 말고! 몸뚱이 주인!”


그제야 살짝 반응하는 몸의 주인, 현과장. 이 상태로라면 그 어떤 상황도 타개할 수 없다. 우선은 몸의 주인과 타협을 보는 수밖에.


“우선 객잔! 객잔 2층!”


내 말에, 살며시 여희를 놓아주는 양손. 그러더니, 단 몇 초도 걸리지 않아, 순식간에 객잔에 도착해 버렸다. 잠깐, 이런 능력이 있었던가? 내가, 아니 이 몸이 이렇게 빨랐어?


“대협! 같이 가요!!”

“아니! 오지 마! 지금 협상을 해야 하니까.”

“협상이요?”


나에게로, 아니 현과장에게로 다가오던 여희는 그 자리에 멈춰서 날 바라보았다. 아리송한 그녀의 표정. 당연한 반응이다. 뭐가 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겠지.


“일단 넌 객잔에서 기다려. 2층으로는 올라오지 말고. 어서 들어가지.”


그녀에게 주의를 준 후, 나, 아니 우리는 2층으로 빠르게 올라갔다. 한시라도 빠르게 이야기를 매듭지어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그리고 원더랜드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할지.

난, 아니 우리는 방 안의 침상에 걸터앉아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래, 현과장. 우리 이야기 좀 하자.




“현과장! 나와! 빨리 나오라고!”


어둡고도 어두운 공간의 중심. 난 계속해서 외쳤다. 그가 여기에 없을 리 없다. 이곳은 그의 내부, 그의 정신세계니까.


“것 참, 시끄럽게도 부르시네. 나갑니다, 나가요.”


내 윽박에 마지못해 나온 것일까.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내 뒤에서.


“어두운데 불도 안 켜고 뭐 하십니까?”

“내가 어떻게 켜? 여긴 현과장의 공간이라고!”


순간, 불이 켜지고 주변의 풍경이 내 두 눈동자에 들어왔다. 마치 채야의 집과 똑같이 생긴 그의 정신세계. 아늑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야기라는 게 뭡니까?”


내 목소리와 다른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과장, 40대 외모의 그가 지금 내 앞에 서 있다. 그것도 나와 같은 붉은 색 옷을 입고서.


“우리 타협했잖아. 이미 계약한 거 아니냐고.”

“계약했죠. 원더랜드를 구하기로.”


그는 우리의 약속을 전혀 잊지 않고 있었다. 그래, 원더랜드를 지키기 위해 그는 나에게 몸을 바쳤다. 난 내 의지가 아닌, 오로지 그의 부탁으로 이 몸 안에 들어왔다. 신을 처리하고 원더랜드를 구하기 위해.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러는 거야. 왜 이제 와서 약속을 깨려는 거야.


“그런데 갑자기 손을 놓는 건 뭐야? 분열하는 건 뭐냐고?! 도대체 이유가 뭐야?”

“이유요? 그걸 모르십니까? 은아의 엄마를 죽였잖아요! 은아 엄마를!”


그의 얼굴을 무척 상기되어 있었다. 그의 눈빛은 당장이라도 나에게 무력을 행사할 것처럼 느껴졌다.


“난 그때 여희의 존재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여희 역시 내가 만든 시스템의 일부라고 생각했단 말이야.”

“시스템의 일부는, 뭐 그냥 죽여도 되는 겁니까?”


난 대답할 수 없었다. 그래, 난 아직도 그 사건을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원더랜드를 위해 큰 시뮬레이션을 만들어 돌렸을 뿐.


“말하지만, 내가 한 일들은 전부 원더랜드를 위해 한 일이야. 그랬기에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 거잖아.”

“그건 그런 건데... 이건 아니죠!”


그는 뭔가 못마땅한 것처럼 날 바라보았다. 아니, 못마땅할 게 뭐 있어. 난 그 누구보다 원더랜드에 진심이라고. 원더랜드의 종말을 본 그때, 내 모든 걸 후회했다. 조금 더 신중하지 못했던 나 자신과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던 나 자신. 그리고 필사적이지 않았던 나 자신을.


“난 소중한 모든 걸 잃었어. 잃고 나니까 알겠더라. 그게 얼마나 소중한 것들이었는지. 그걸 되찾을 수 있다면 난 모든 걸 잃어도 좋아. 내 목숨뿐만 아니라, 다른 그 어떤 것도.”

“그... 그건 좀 선을 넘은 거 같은데요.”


선을 넘었다고? 내가? 원더랜드에 진심인 내가 선을 넘었다고? 이게 현과장이 할 말이야! 현과장이라면 자고로 원더랜드의 주인 중 한 명이라고!


“현과장, 지금 뭐라고 했어? 뭐? 선을 넘어?”

“맞지 않습니까? 내 것만을 위해 다른 이의 생명까지 희생한다는 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겁니다!”

“아오! 현과장! 현과장! 현과장!!”


아니, 이 답답한 양반을 어쩔까. 그러다가 전부 다 잃는 수가 있다는 걸 왜 모르는 걸까. 그런 안일한 생각이 모두를 위험하게 만드는 것을 왜 모르는 걸까.


“내가 그랬어! 내가 그랬다고! 그러다가 전부 다 잃었단 말이야! 왜 그걸 몰라?”

“압니다! 알아요! 그러니까 내가 지금 이렇게 오리지널 앞에 서 있는 거고요!”


안다고? 도대체 뭘 안다고 이렇게 지껄이는 걸까. 그저 운 좋게 날 이기고 내가 만든 세계에서 뛰쳐나온 크리쳐 주제에.


“알긴 뭘 알아. 현과장은 아무것도 몰라. 아무것도 모른다고.”

“아니요. 압니다. 난 현과장이니까.”


그의 눈빛은 사뭇 진지했다. 그래, 도대체 뭘 아는지 한번 들어나 보자.


“뭘 아는데?”

“그렇게 하다가는 절대 원더랜드를 구할 수 없다는 거요.”

“너... 지금...!”


몸속 깊은 곳으로부터 분노가 끓어올랐다. 지금 그 말은 원더랜드를 위해 벌인 내 모든 것이 쓸모가 없었다는 건가?


“그런 마음으로 가족들을 살리면, 참으로 좋아하겠습니다! 어흥선생이, 채야가 갓패치가!”


순간 말을 잃었다. 아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모두를 위해 희생한 세 사람이, 모두를 희생하고 자신들이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떻게 반응할까. 결코, 좋은 꼴은 못 볼 거다. 절대로.


“그럼 나보고 어쩌라는 거지?”“당연한 거 아닙니까!”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너무나 자신감 넘치는 저 표정. 예사롭지 않다. 내 기억이 맞다면, 눈앞의 이 인간은 돌I of 돌I. 내가 이 인간의 뻘짓을 얼마나 많이 관찰했었던가. 그가 입을 벌리기 전에 틀어막아야 한다. 오직 이런 생각만이 머릿속에 파고들었다.


“아, 아니야 말하지...!”

“모두를 구하면 되는 겁니다!!!”


기세 좋게 사방으로 퍼지는 현과장의 외침.

그 엄청난 발언에 입이 도무지 다물어지지 않는다. 뭐? 모두를 다 구해? 그게 가능하리라 생각하는 건가? 원더랜드도 아직 제대로 구하지 못한 마당에.


“그게 말이 돼? 제정신이야? 제정신이냐고!”

“당연히 제정신이죠! 우리는 모두를 구할 겁니다! 여희도! 은아도! 원더랜드의 모두도!”

“아니, 은아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다고! 제발 생각을 하고 말을 꺼내!”

“충분히 생각했습니다. 창조주님도 그걸 원하시는 눈치였다고요.”


난 그 말에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 그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날 불러들일 리 없었다. 전부 다 계산에 두고 이런 짓을 벌인 거다. 은아와 여희, 그리고 덤프 파일 이야기를 꺼내면, 몸의 주인인 현과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전부 알고 있었다. 하긴, 창조주가 이런 단순한 걸 모를 리 없지.


“현과장, 너 지금 이용당하는 거야. 너 호구 취급당하는 거라고!”

“이런 식으로 이용당하고 호구 취급당하는 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저는 모두를 지킬 거니까요!”


아, 저 돌I 녀석. 말이 안 통하네. 그럼 어쩔 수 없다. 나라도 여기서 손을 떼는 수밖에.


“그럼 우리의 계약은 여기까지야. 난 손을 떼겠어.”

“어딜 가려는 겁니까?”


문을 열고 나가려는 나를, 그가 재빠르게 달려와 손목을 낚아챘다. 그의 선언으로 인해 우리의 공통 목적은 이미 사라져 버린 상황. 이제 난 여기 있을 이유는 없다.


“나도 나 나름 방법을 찾아야 해. 원더랜드를 구할 방법을.”

“어허! 그걸 왜 혼자 찾아요? 같이 찾아야지.”

“넌 온 우주를 구한다며? 가서 구하세요. 난 원더랜드를 구할 방법이나 찾을 테니까.”


난 그의 손을 뿌리치고 방을 나서려고 했다. 그런데, 이 인간 내 손을 놓지 않는다. 절대로.


“이거 안 놔?”

“우리는 같이 갑니다! 모두를 구하는 겁니다!”

“미쳤어? 내가 왜? 내가 왜 그 번거로운 걸 해야 하는데?”

“그것은... 현과장이니까!”


정말이지 기가 막히는 대답이다. 현과장이니까? 뭐 현과장은 뭐 돼? 현과장이 무슨 우주의 히어로야?


“안 해! 못 해!”

“그럼 못 나갑니다! 못 나가요!”


나는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쳤지만, 그는 결코 내 손목을 놓지 않았다.




침상에 앉아있는 현과장을 보며 심각한 표정을 짓는 여희와 사람들. 여희는 현과장의 뺨을 눌러보기도, 손을 잡아보기도 하며, 그의 주변을 맴돌았다.


“...지금 뭘 하는 걸까요?”

“글쎄요... 이게 무공의 증진방법이 아닐까요? 참선? 좌선?”

“아! 운기조식!”


알겠다는 듯 손뼉을 치며 미소를 짓는 여희. 이내 그녀는 바닥에 앉아 그의 모습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성녀님 지금 뭘 하시는 겁니까?”


그녀의 기이한 행동에 하나둘씩 의문을 갖기 시작한 마을 사람들이, 그녀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그러자,


“자자, 모두들 따라 합시다. 이게 운기조식이에요. 아마도...”

“아마도요?”

“아니요! 운기조식! 자자 따라 해 보세요! 운기조식!”


그녀의 말에, 하나둘씩 자리를 잡고 앉기 시작한 마을 사람들. 이리저리 힐끗힐끗 곁눈질하며 서로의 모습을 따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차 꼼지락거리는 사람들. 그들은 명상에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성녀님. 지금 저 밖에 무서운 사람들이 와 있는데...”

“쉿! 지금은 정신을 집중해야 합니다. 이게 신화경의 경지에 이르는 비법입니다. 아마도...”


모두의 눈빛이 확 돌변했다.

신화경의 경지에 오르는 비법이라는 이야기가 그들의 마음에 불씨를 지핀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안 할 수 없군요! 성녀님!”

“저희도 동참하겠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다시금 온 정신을 집중해서 명상에 잠겼다. 명상의 진실이, 현과장 내부의 갈등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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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343. 무뢰배 24.01.18 17 4 12쪽
342 342. 현과장의 결단 24.01.17 21 3 12쪽
341 341. 악인들의 집회 - 2 24.01.16 17 3 12쪽
340 340. 악인들의 집회 +2 24.01.15 20 4 11쪽
339 339. 사이비가 아닌 게 아니 것이 아닌가? ... 이게 맞아? 24.01.14 15 3 11쪽
338 338. 난입 24.01.13 14 4 11쪽
337 337. 교리 - 2 24.01.12 18 4 12쪽
336 336. 교리 +2 24.01.11 15 4 11쪽
335 335. 배신 24.01.10 16 3 11쪽
334 334. 믿을 수 있는 사람 24.01.09 20 4 11쪽
333 333. 거지굴 - 4 +2 24.01.08 18 4 12쪽
332 332. 거지굴 - 3 24.01.07 22 3 11쪽
331 331. 거지굴 - 2 24.01.06 15 3 11쪽
330 330. 거지굴 - 1 24.01.05 23 4 11쪽
329 329. 이동 객잔, 동동구리모! 24.01.04 14 3 11쪽
328 328. 현과장의 꿍꿍이 - 2 24.01.03 18 3 11쪽
327 327. 현과장의 꿍꿍이 24.01.02 20 3 11쪽
326 326. 호떡이 싫다고? 24.01.01 12 3 11쪽
325 325. 분열 - 3 23.12.30 12 3 11쪽
» 324. 분열 - 2 23.12.30 14 3 11쪽
323 323. 분열 23.12.29 10 3 11쪽
322 322. 북빙신궁 - 3 23.12.29 16 3 11쪽
321 321. 북빙신궁 - 2 23.12.28 12 3 11쪽
320 320. 북빙신궁 23.12.28 15 3 11쪽
319 319.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 2 23.12.27 15 3 11쪽
318 318.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23.12.27 12 3 11쪽
317 317. 집착남 등장 - 2 23.12.26 11 3 12쪽
316 316. 집착남 등장 23.12.26 17 3 11쪽
315 315. 창조교 - 2 23.12.25 1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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